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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2/19 04:06:06
Name 커널패닉
Subject [일반] 나이를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
빠른 82년 생, 29살을 두 번 살고 얼굴이 동안이라 굳게 다짐하며 아직 젊어를 외치는 나에게

오늘은 내가 늙었구나...를 깨달은 날이였다.

돈도 못벌면서 꼴에 뭐 좀 해보겠다고 학교에서 정신없이 보고서 작업을 마무리 하면서 잠깐 생긴 잉여의 시간,

예전에 보겠다고 했던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다.

세뱃돈 모아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게임기를 사고, 유치원 다니기도 전에 엄마를 꼬셔서 비디오를 사도록 떼를 써서  

로보트 애니메이션을 잔뜩 보며 오덕후 스러운 취미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만화책이란 심심할 때 마다 대여점에 가서 키득키득 거리는 하나의 취미였다.

이러한 만화속 세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만화의 주인공들은 일반적으로 권선징악의 특성을 지녔으며,

그로 인해 용자물과 같이 정의를 부르짖으며 악당을 해치우는 위치에 있었다.

마치 신이 말씀하시길 "세상에 너만 주인공이다" 라고 점찍어 준 것처럼, 재능과 착한 심성과, 기적으로 이루어진 삼신일체로

모든걸 쓸어버리는 걸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였을까...그래 불과 얼마전이였던 것 같다. 모든 걸 갖춘 주인공이 싫어 지기 시작한 건.

어여쁜 여의사가 나오던...신하균 주인공의 '브레인'.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강훈 너 임마 화이팅' 을 외치고,

'더 세컨드'라는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감정적으로 동화되었던  그 시점이 나에겐 터닝 포인트였지 않을까..

이제는 비록 노력을 하지만, 모든걸 운으로 해결하고,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일편 단심이든, 일처다부든 어여쁜 미소녀들이 '주인공님 좋아해요' 신공을 벌이는

유희를 위한 보조 아이템들은 그렇게 까지 재미있지 않다.

아마...나이를 먹고 현실과 맞닥트리면서 깨달은 거겠지.  

내가 세상이란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고,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며, 어여쁜 미소녀들이 나에게 대쉬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을

뭐 그래도 아직까지는 '나' 라는 이야기 속에서는 주인공이니까, 흔히 말하는 노력, 노가다, 뺑이와 같은 걸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를 부려야 할 것 같다.

아 여주인공도 좀 잘 키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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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9 08:40
수정 아이콘
대부분 30 전후 해서 비슷한 경지에 도달하는듯 합니다.
머리로 나이를 먹었음을 느끼는건 뭐 괜찬은거라 보고요, 몸이 나이를 먹었음을 느끼게 해줄때가 또 옵니다.
그때는 또 다른 느낌이죠...
12/02/19 10:49
수정 아이콘
아 요즘 드라마나, 뮤지컬, 공연에 관심이 급가네요. 저번주 금요일은 오페라 스타가 위탄이나 보이스코리아보다 더 땡기더군요.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런지 엘리자벳, 카라콘 봤습니다. 어제 카라콘에서 강지영이 솔로로 기타치면서 자작곡 부르는데 아이유 보다 한살 더 적더군요. 그리고 박규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콘서트일지도 모르겠다고 기억에 남는 콘서트가 되면 좋겠다고 하는데 흥행문제(공짜표)도 그렇고 여러가지 겹치면서 찡했는데요. 제가 앉는 vip열에는 일본인이 8에 한국인 2명이었습니다. 옆에 카라ing팬클럽 회원분과 담소 나누면서 콘서트 봤습니다. 카라팬회원이 일본 아이돌 다 됐다면서 슬퍼하더군요. 마법이라 aha-aha못들어서 저는 좀 서운했습니다. 그리고 구하라가 박규리나 누나들보고 귀염척 하는것 보고 존경한다는데 진짜 일본아이돌 막 따라하던군요.
lgdygaga 콘서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에반에센스 음악을 듣고있는데 콘서트 못간걸 엄청 후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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