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은 흥미로운 기록들 마지막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아쉬우신가요? 더 재미있는 기록들을 찾아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에서도 골프를 쳤다?..."구를 쳤다"는 기록을 언뜻 보고는 폴로와 비슷한 격구를 한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비가 와서 내전에서 구를 쳤다는 기사를 보고는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봤더니 대나무로 자루를 만들어서 달걀만한 공을 구멍에 넣었다는군요. 꼭 골프 같지 않습니까? 얼마전에 해를 품은 달에서 나왔다고 하던데요. 혹시 임금이 치면 옆에서 대신들이 "임금님, 나이스 샷!" 이랬을까요?
조선에서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세종때 공법의 시행여부를 놓고 장기간의 토론과 여론조사를 실시한적이 있습니다. 공법이란 한 마디로 수확량의 일정 부분을 징수하는 방식입니다. 그전에는 관리들이 직접 수확량을 눈으로 확인하고 세금으로 거둘 양을 정했습니다. 당연히 관리들의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많았기 때문에 고치고 싶어했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관리들과 그들과 결탁한 지주들, 그러니까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을 받았고, 결국 세종대왕은 영의정부터 시골 농부에 이르기까지 여론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찬성 98,657명 반대 74,149명이었습니다. 찬성이 많긴 했지만 압도적이진 않았기 때문에 세종대왕도 의구심을 드러내지만 일단 보류합니다. 하지만 이건 공법 논의의 기나긴 여정의 첫 걸음에 불과했습니다. 태종은 칼로 설득했다면 세종은 말로 설득했습니다. 어느 쪽이 대신들의 진을 빼 놨을까요?
조선의 매너남 세종대왕도 욱할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신하들이 격구를 금지하자는 건의를 했을때입니다. 세종대왕은 격구도 무예수련의 일종이기 때문에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점잖게 얘기합니다. 하지만 신하가 "왕님, 그가 좋아하면 나쁜 임금임."이라고 하자 "이 무식한 놈아! 그럼 격구 안하고 음주가무를 즐기면 좋은 임금이니?"라고 쏘아붙입니다.
조선 초기 명나라는 툭하면 매를 요구했습니다. 거기다 사신들까지 개인적으로 매를 요구하는 바람에 백성들은 때 아닌 매 사냥에 동원되야 했습니다. 결국 매의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지방에 뿌려야만 했습니다. "요렇게 생긴 새를 공개수배합니다. 잡으면 관직 제수하겠음." 한번은 하도 매가 안 잡히고 기껏 잡은 매가 북경으로 가는 동안 죽고 말았습니다. 매를 호송하던 사신은 눈 앞이 캄캄해지고 말았죠. 결국 사신은 죽은 매를 끌어안은 채 황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엉엉 울었답니다. 그 모습이 불쌍했는지 황제가 그냥 넘어갔답니다.
이렇게 잡은 매들은 조심스럽게 한양으로 운송되었습니다. 그런데 눈치 없는 모 관리가 매를 운반하던 매 사냥꾼들이 자기 집 앞을 시끄럽게 지나간다고 앞을 가로막고 소동을 피웁니다. 이 소식을 들은 임금님은 "매를 놀라게 한 죄"로 이 관리를 파직합니다.
조선을 뒤흔든 팜브파탈이 있었습니다. 어우동? 아닙니다. 유감동? 아니죠. 바로 이지의 처 김씨입니다. 남편이 애첩이랑 놀아나자 본인도 이때다 싶었는지 다른 남자랑 바람을 피웁니다. 남편이 애첩을 만나러 집을 비우자 잽싸게 애인을 부른 김씨. 그런데 애인이 돌아가면서 실수로 자기 옷을 놓고 남편의 옷을 입고 갑니다. 집에 돌아온 김씨의 남편이 버럭 화를 내자 오히려 지지 않고 맞받아칩니다. 이후 어찌어찌해서 남편과 사별하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기로 한 김씨. 예쁘게 화장하고 상대방 집을 찾아갑니다. 소식을 들은 그집 자식들이 문을 막고 못 들어오게 하자 쿨 하게 한 마디 합니다.
"내가 여기 온게 한 두번이 아닌데 촌스럽게 왜 이러남?"
조선 초기에는 은근히 스캔들이 많았습니다. 이름 석자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장군 한분도 여기에 연루되었는데요. 모 대신의 애첩과 눈이 맞은 장군님께서 한밤중에 은밀히 담을 넘습니다. 하지만 애첩이 장군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모 대신이 하인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죠. 꼼짝없이 붙잡힌 장군님은 머리가 빡빡 깍이고 맙니다. 덕분에 다음날 임금님을 호위해야 하는데 불참하고 맙니다. 급한 김에 처가집에 간다고 둘러댔지만 이미 소문은 퍼질대로 퍼진 상태. 결국 오랫동안 쉬셔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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