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슴팍이 칼로 쑤시는 듯이 아프다.
시 쓰는 감성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아프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짓궂게도 놀려댄다.
그 여자 때문이야.
농담으로 흘려야 하는데 적잖이 기분이 나쁜 건 그 말도 아주 틀린건 아니니까...
헛소리 좀 그만해라, 진짜 아프다니까?
정색을 해본다. 부질없는 짓이다. 눈에는 눈으로 받아치는 놈들이 아니었던가.
헛소리 아닌데, 농담으로 들리냐? 원래 마음의 상처 심리적 영향으로 외부에 표출되어....어쩌구 저쩌구.
딱히 뭐라 반박하기도 귀찮아, 썩은 웃음으로 넘긴다.
2. 여유를 가지고 싶었다.
살면서 뭔갈 평균 이상으로 해 본 기억은 한 손에도 못 꼽을 지경이다. 여유도 없었는데.
이번엔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뒀다고 생각했다.
느낌이 좋아, 반응이 좋아. 혼자서만 설렌 한 주는 벅찬 행복과 왠지 모를 불안이 함께 느껴지는 미묘한 기분이었다.
다음주는 언제언제 나와요?
음....주말이요.
주말에만 나오는 건 알고있었지만, 이번 주말은 의외였기에 조금 당황해 말을 흐렸다.
아...그래요...?
크리스마스인데도 일 하나보네, 옳커니 남자친구는 없겠구나.
그녀는 주말에 없었다.
여유라고 생각했는데, 망설임이었나 보다.
3. 삿포로를 가야돼.
학교성적 얘기를 하던 놈이 뜬금없이 말한다.
내 눈치를 보더니 다시 다른 주제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래서 저래서 어쩌구 저쩌구 이러쿵 저러쿵......그러니까 삿포로가 적당할 것 같아.
대화의 시작이 어떻게 됐든, 끝은 삿포로다.
삿포로는 성수기라 비싸다니깐.후쿠오카로 해.
후쿠오카는 영감님들이나 가는 데야!
....그러치 아나....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 군대 갔다오면 애들 시간 내기도 힘들어지고, 시간 맞춰서 여행도 못갈 거라니까. 부모님한테 좀만 빌려.
...난 돈이 문제야...
애초에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가려던 여행이다.그래서 알바도 시작한거고.
말은 이렇게 해도 결국은 이 녀석들한테 지고 말 것이란걸 안다.
사실은 내가 더 가고싶거든, 홋카이도.
그럼에도 이토록 튕기는 건 그녀생각에 괜시리 심기가 꼬여서 애먼데에 땡깡 부리는 거라네.
4. 오전 아르바이트는 고단하다.
크리스마스 기념이랍시고, 바에들어가 칵테일을 마신다.
허망하게 돈 쓰는 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상당한 모험이다.
손가락 두개도 안들어갈 듯 한 컵 2잔에 만오천원이라니 평소였으면 눈 길도 안 줬을테지만, 크리스마스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내일 일은 가야되니까, 3차로 단골오뎅집에 가서 사케를 마셔보자는 친구들을 겨우 뿌리치고, 버스에 오른다.
온갖 욕이 등 뒤에 꽂혀도 어쩔 수 없다. 난 오전 편돌이니까...
차갑게 돌아서긴 했지만,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어서 전화를 걸어본다.
아이씨 여기 문 닫았어.
다행이다...
5. 글 쓰는 건 무섭다.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부터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기분 나쁘게도 편의점으로 출근하는 꿈을 꿨다. 전날 먹은 칵테일 때문인가보다.
출근 하는 꿈에서 깨자마자 출근 하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찝찝했다.
겨울 한기가 온몸에 스며들고, 바람은 기어이 뺨을 찢어내겠다는 듯이 불어제낀다.
추위에 쫓겨 편의점으로 달아나는 것 같다.
추운 날은 손님이 뜸하다. 피지알 눈팅이나 해야지.
30분 만에 아저씨 한 분이 들어와 껌을 집어 든다.
삐익-
천원이요.
어휴... 요즘은 껌이 껌값이 아니네.
하하.
아저씨는 500원짜리 껌으로 교환하고는 나간다.
재밌는 표현이었다.
껌이 껌값이 아니네.
문득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글 쓰는 건 무섭다.
이따금씩 쓰기는 하지만, 어디에 올리지는 않는다. 부끄럽기 짝이없는 글을 올릴만큼 철면피는 못 되나보다.
이번에도 글은 하드 속에나 넣어 놓으려 했는데 아침에 미국사는 사촌 형으로 부터 온 카톡이 생각났다.
Merry Christmas!
미국은 아직 크리스마스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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