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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22 08:45:19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이문열 작가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참 어릴 때부터 보고 싶었던 분이었는데, 결국 만났네요. '-'a 이런 기회가 마지막일진 몰라도...

보통 머리를 염색한 사진을 봐서 그런지, 참 많이 늙어보이더군요. 그 분도 늙은 것 같다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해 주는데... 뭔가 한창 싸우던 모습과는 다르게 옛 일을 허심탄회하게 늘어놓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라고 할까요. 뭐 저도 그만큼 나이를 먹은 거겠지만요.

"시대와 작가"라는 주제를 잡고 작가들은 어떻게 시대에 부응했고 어떻게 싸워 왔나... 이런 얘기를 길게 한 후 인터넷 시대와 작가에 대해서 말을 하는데, 역시 주제가 뭐겠어요 ( ..)a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10년 전쯤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한 아픔은 아직 남아 있는 듯 했습니다. 시작부터 "~교수님이 좋게 소개해 주셨는데 여러분에게는 그런 모습과 보수 꼴통의 모습 어느 쪽이 더 와 닿나요"라고 하시고 @_@;;그러면서 현재의 인터넷이 너무 과열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그 이유를 분석하셨는데... 뭐 맞더군요. =_=; 익명성의 폐해, 다수라는 환상 같은 것들...

반공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아픔은 아마 해방 이후 20세기 한국의 아픔 그대로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그의 한계 역시 20세기 한국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싶고요. 저 같은 경우 독재라는 절대악이 무너진 상황에서 그런 쪽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특히 그게 정치가가 아니라 순수 문학가이자 어릴 때부터 보고 들었던 사람이 그래서 욕을 많이 먹게 된 거라고 했었죠 ( ..)a 그러면서 지금은 그게 많이 나아져서 보수라고 욕 하는 게 아니라 이제 자기의 입장에 맞춰 자정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에 그러니까 우리도 옛날처럼 그냥 욕 하는 게 아니다라는 쪽으로 반론을 폈었습니다. 뭐 사실 저도 이렇다 생각은 하지 않지만요 -_-; 어디까지나 제가 그렇게 하고 싶다일 뿐.

참고로 시작이
"저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의 책을 열심히 읽으며 자랐고, 커 가면서 선생님을 욕 하고 자랐던 (...) 저희 세대 중의 한 명입니다." 였죠.

저야 뭐 좋게 좋게 말 한 거 같고 "어쩄든 그런 상황은 잘못이었고 지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한 거 같은데 나중에 후배가 하는 말, (싸인 받았어요 >_<) "난 당신이 싫어. 그런데 싸인 줘"라고 한 거 같다는군요 ( ..);

뭐 아직 생각을 정리해야 될 거 같습니다. 역시 제가 말은 못 해요. -_-; 하고 싶었던 말 한 절반 했나. 뭐 이런 자리에서 말을 길게 할 수도 없었으니... 아쉽기도 하네요.

책이 다 부산에 있어서 =_= 책에 직접 싸인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다담주에 김훈 작가 오시는데 그 때는 기필코 책에 받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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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2Universe
11/11/22 08:49
수정 아이콘
같이 중국여행도 다녀오고 했는데 일단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정치이야기하는거 별로 안좋아하고 분서사건에 대한 상처는 아버지 월북트라우마 이상인듯하더군요.

그리고 삼국지 이야기하는거 정말 싫어하더랍니다. 흐흐흐흐흐흐 [m]
11/11/22 08:49
수정 아이콘
저는 문학도가 아니라서 이문열 작가분의 역량은 잘 모릅니다. 다만 저의 삼국지를 그렇게 망쳐놓은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는!
11/11/22 08:52
수정 아이콘
사람의 아들을 읽고 정말 충격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뭐 그 엄청난 주석은 좀 힘겨웠지만요)
그러나 저 역시 삼국지를 망쳐놓은 것에 대해선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ㅡ.ㅡ
그 망쳐놓은 삼국지로 개인은 상당한 부를 얻은 것은 더 괘씸하게 느껴지고...
11/11/22 08:59
수정 아이콘
이문열 삼국지로 삼국지를 입문한 저에겐 위의 댓글들이 신기하게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가;;

여튼, 이문열 작가의 특강이라니 굉장히 부럽네요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나뉘지만
확실히 영향력 있는 작가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말이죠 크크
좋은 경험하신 것 같네요
구밀복검
11/11/22 09:17
수정 아이콘
사실 행보만 잘 잡았어도, 20세기 후반의 한국 문학에선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20세기 전반의 염상섭이나 채만식 같은..
오히려 너무 권력지향적/주류 트렌드로 나가는 바람에 위상을 깎아 먹었지요. 서정주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서정주의 자화상을 이상이나 백석 같은 사람이 썼다면 아마 지금보다 10배는 더 흥했을 겁니다. 같은 맥락.)
하야로비
11/11/22 09:17
수정 아이콘
이문열 삼국지는 정사와 연의를 조합해 재창조한 '이문열표 신(新) 삼국지'라고 생각하고 보면
의외로 수작입니다 크크 (일단 문장력이 찰지구나!)
우리가 영걸전이나 조조전을 하면서 삼국지를 망쳤다고 분노하지는 않으니까요.

표지의 '평역'은...흠...그냥 인쇄오류입니다?
레지엔
11/11/22 09:30
수정 아이콘
작품 제목이 삼국지가 아니었다면 혹평은 안했겠지만 그래도 과연 좋은 소리를 했을지는 좀 의문입니다. 저런 난잡한 구성에, 차라리 작품 내에서 작정하고 표현했다면 새로운 표현일수도 있는 걸 굳이 평의 형태로 따로 '이럴 수도 있다~' 식으로 적은 건 굉장히 비겁하면서 당연히 지적받을 수 밖에 없는 레퍼런스와 신뢰도의 문제가 생기니까요. 뭐 이문열 삼국지를 좋게 봤다야 개인 취향인데, 삼국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이문 열 삼국지는 이랬어요'로 나오면 공감대를 가지기도 어렵고 솔직히 대화가 매우 짜증이 난다는 점도 있고요(그런 점에서 삼국지 커뮤니티마다 이문열 삼국지를 악서 취급하는 거긴 합니다만).
이문열씨가 글을 잘 쓴다를 부정하기는 어려운데, 그 사람의 글에서, 특히 최근작으로 올수록 보이는 어떤... 비겁한 냄새가 굉장히 싫습니다. 꼭 정치관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도피성향에 관조적인 입장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괜찮지만(아니 이것도 때로는 안괜찮을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순간엔가 꼰대화의 함정에 굉장히 깊게 빠졌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 점에서 분서사건도 자초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눈시BBver.2
11/11/22 09:32
수정 아이콘
sungsik 님// 밴더 님// 하야로비 님// 아무래도 삼국지의 경우는 -_-; 그래도 이문열 평역 삼국지가 이 땅에 삼국지의 팬덤을 뿌리내리게 했다고 봐요. 그래서 더 까이는 거죠 ( ..); 이게 많이 퍼졌는데 알고 보니 틀린 게 많더라 이런 쪽으로요. 정말 이문열 버전 삼국지라 생각하면 될 텐데요. 그래서인지 이후 수호지에서는 그런 딴지를 걸지 않았고, 초한지에서는 아예 자기의 소설이라고 했죠.
구밀복검
11/11/22 09:38
수정 아이콘
음....삼국지 팬덤의 1등 공신은 60권짜리 만화 삼국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흐흐.

사실 이문열 버전 삼국지라고 할 법도 한 게, 원래는 저자가 이문열이었으니...; 나중에 평역 삼국지라면 저자는 나관중이 맞는 게 아니냐-라는 비판을 받고 나관중 저 이문열 역으로 바꿨지만요.
물론 번역은 제2의 창작임을 명증하게 제시했습니다만...
11/11/22 09:47
수정 아이콘
그 초한지도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 오히려 까이긴 덜 까였지만 (삼국지가 얼마나 까였으면 고증을 제법 철저하게 했죠) 문제는 재미가 정말 없습니다. 삼국지급 필력과 초한지급 고증이 만났다면 희대의 중국명소설(...)하나 나올뻔 했는데 초한지를 쓸 당시 이문열이 나이가 예순을 바라봤던지라 재미가 삼국지 처럼 폭발적인 느낌이 안나더군요.

결론은 글쟁이는 역시 글빨...
시애틀에서아순시온
11/11/22 09:35
수정 아이콘
이문열하면 저에겐 애증의 대상이네요. 그래도 젊은날의 초상은 저의 마지막 아날로그 추억입니다. [m]
최강희남편
11/11/22 09:52
수정 아이콘
뭐.. 까는 이야기가 많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중단편들은 정말 주옥같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아가를 읽고 이문열씨에 대한 기대를 접었습니다만..
11/11/22 09:54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눈시님 글에서는 종종 댓글수와 조회수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발생합니다. 추천수는 물론 더 따로 놀구요. 님 정체가 뭡니까?
눈시BBver.2
11/11/22 09:57
수정 아이콘
에 뭐 제가 댓글 다는 게 있으니 플러스 요인이 있겠지만...
글쎄요 뭘까요? 0_0a 내~가 나를 모르는데~ -> 어라 요거 니가 나를 모르는데였군요. orz;;;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음
비회원
11/11/22 10:02
수정 아이콘
중3때 '사람의아들' 을 읽고 받은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 따라 착하게(?)교회 왔다갔다 하던 시절 그 책이 주었던 충격이란 정말 20년이 훨씬 넘은 아직도 선명하구요.
또 신입생때 행정학과나 정치학과 1학년이라면 읽어줘야 한다고 교수님이 파리대왕과 함께 추천해 줬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도 매우 인상적으로 남아있네요.
극우보수 이미지로 저평가된 감이 있지만 그 존재감 만큼은 문단의 조용필 아닐까요?
송강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그의 문학에 누를 끼치지 못하듯 언젠가 재평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11/11/22 10:31
수정 아이콘
삼국지는 삼국지를 처음시작하는 '늅늅'에게는 괜찮습니다.
저도 이문열의 삼국지를 시작으로 읽었는데 읽을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국민학생때라서 그랬나...)
지금이야 생각이 다르지만
레빈슨
11/11/22 10:46
수정 아이콘
이문열의 글이 가지는 흡입력은 정말 인정해줄만하다고 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삼국지를 초등학교 2학년때 읽었지만 그 나이에도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가시눈
11/11/22 10:50
수정 아이콘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제 성씨인 재령이씨에서는 가장 유명하신 분 중 한 분 이실겁니다.
이 분의 글을 좋아했지만 문체가 현학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어릴 적에는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작가였지만 지금은 그다지 그의 글을 보고 싶지도, 만나고 싶지도 않은 분이네요.
11/11/22 10:5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명입니다.
사실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치적인 부분 때문에 가려지는 것 같아 좀 아쉽기도 하네요.
루크레티아
11/11/22 11:06
수정 아이콘
우영웅 읽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지식인의 영합을 이렇게 신랄하게 쓰는 작가가 있나 싶어서 정말 읽는 내내 입 벌리고 찬탄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게 자전 소설이 될 줄이야....
지금부터끝까지
11/11/22 11:23
수정 아이콘
이문열작가를 유명하게 만든 저서들은 차치하고서라도.......저는 개인적으로 '필론의 돼지'나 '들소'등의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단편들 중에 역작이 참 많다고 보는 편입니다.이문열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대표적 장편소설들을 대부분 읽어보고,이문열 작가의 단편까지 정말 미친듯히 찾아 읽었는데....제 주관적인 결론은 이문열은 '장편보단 단편 혹은 중편에서 더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11/11/22 11:55
수정 아이콘
글쎄요.
이문열은 익명성 어쩌구 과도한 비난 저쩌구 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돌아봐야죠.
백번 양보해서 홍위병까지는 애교로 봐준다고 쳐도 안티조선 운동하던 사람한테 전라도 운운하는 개드립 날렸을 때를 아직 기억하는데..
그 사람들 방법은 좀 과격했을지 몰라도(책반납, 불태우기) 출신지역 따져 묻는 저열함은 정말 할 말이...
Someknown
11/11/22 12:24
수정 아이콘
삼국지 얘기가많아서 궁금한데 어떤작가의 삼국지가 가장 좋은?번역이잘된? 삼국지인가요. 전 황석영씨의 삼국지만읽어봐서 또 다른 작가분들의 삼국지얘기를 들으니 궁금하네요. 이문열씨 삼국지 평가는 상당히 박하네요. 사람들이 많이 읽길래 평도 좋을줄알았는데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네요 [m]
시애틀에서아순시온
11/11/22 12:30
수정 아이콘
Somrknown님 갠적으로 박종화 선생님의 삼국지를 추천해드립니다. 그다음 황석영씨 삼국지라고 생각합니다 [m]
11/11/22 14:34
수정 아이콘
이문열작가 요새도 책은 쓰시나요.
거의 10년전쯤 본 아가였나(?) 어떤 여인의 일생을 쓴 책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었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책 보면서 이사람은 우리사회를 30년 전으로 돌리고 싶은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던거 같습니다.
전통도 좋고 복고도 좋고 다 좋지만 그 자신 자체가 무엇때문인지 화석이 되어 굳어버린 사람같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많은 추론이 있지만 결국 자기 선택에 달린 문제겠죠.
yangjyess
11/11/22 20:5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고 이문열작가님의 전 작품을 읽었습니다.. 이문열작가님께서 좋아하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기 시작했구요.. 이번에 나온 리투아니아여인도 어서 읽어봐야 할텐데.. 어떤면에서는 실망도 많이 했지만 책만 가지고 보면 이정도 작가 나오기 힘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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