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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14 11:33:45
Name PokerFace
Subject [일반] 한국 고전소설은 많이 빈약한거 같네요
학교 국어시간에 우리가 항상 배우던 고전소설들을 보면
주로 세세한 묘사나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 등에 주목하지
치밀한 플롯 방대한 서사시 짜임새있는 구성에 주목하는 경우는 없더군요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고전소설은 인물 설정도 단편적이고 스토리 구성도 단순하며 내용도 간략하죠.

중국의 삼국지 수호지 같은 소설들과 우리나라의 홍길동전 등을 비교하면 차이는 명백하죠
삼국지 수호지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며 그 인간군상들이 치밀한 복선에 따른 스토리구성을 보여주는데 반해 우리 고전 소설은 일률 진행입니다.

비슷한 성격의 구운몽과 일본의 겐지이야기도 사실 구운몽은 그 서사구조나 설정이 겐지이야기에 비해 훨씬 단순하고 단조롭죠

그냥 짜임새있는 장편소설이 거의 없다시피한거같아요

우리나라 고전문학중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춘향전이나 그나마 괜찮지만 춘향전도 다른나라에 가져다대면 최고소설이라고 말하기가 힘들어서..


자꾸 국어시간에는 우리나라 고전소설의 대단함 을 강조해서배우지만 세계소설들을 보면 전혀 그게 느껴지지않습니다
한국 고전문학중 짜임새있는스토리와 복선을 가진 서사적인 중장편소설은 없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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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IPER-SOUND
11/11/14 11:37
수정 아이콘
구운몽
11/11/14 11:38
수정 아이콘
조선에선 소설 자체가 좀 천시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PokerFace
11/11/14 11:39
수정 아이콘
SNIPER-SOUND 님// 구운몽은 현재에 비교하면 캐릭터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설정은 잘되어있는데 스토리의 짜임새나 서사적인 이야기는 캐릭터설정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죠.
11/11/14 11:41
수정 아이콘
조선시대떄 시(시조)와 소설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죠.

그 때 당시 소설은 지금으로 치면 좀 심하게 과장하자면 귀여니류의 인터넷 소설 취급을 받았죠.

궁금한게, 왜 시는 양반들의 필수덕목이자, 자신의 학문적 능력을 뽐내는 도구로 썼으면서 소설은 천시했던 걸까요? 궁금합니다.
포켓토이
11/11/14 11:42
수정 아이콘
결국 글자의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훈민정음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소설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어려웠다고 봅니다.
서민들은 문자 문화를 거의 향유하지 못했을꺼라고 추측해봅니다.
절름발이이리
11/11/14 11:43
수정 아이콘
환단고기
구밀복검
11/11/14 11:47
수정 아이콘
고전 소설만 그런 건 아니고, 현대 소설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뭐 책 읽는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

덧붙이자면, 시든 소설이든 문학은 이제 거의 한국에 한정해서는 비전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문학 시장의 규모가 점점 축소되었으면 축소되었지 확장되지는 않겠지요. 현대의 한국에서 대중 예술의 핵은 아무래도 영화와 음악일 테고, 이 추세가 당분간은 안 바뀔 겁니다.

그만큼 텍스트 예술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게지요.

뭐 그래도 문학이 갖는 의미나 가치 같은 게 있기 때문에 여전히 존재 가치를 잃지 않을 거라고 할 수도 있긴 한데...사실 향가든 경기체가든 고유의 의미와 가치가 있었던 건 매한가지라. -_-; 예술 장르도 시대가 안 맞으면 도태될 뿐이라고 봅니다.

사실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 사회에서야 텍스트 이상의 정보 전달력과 구체성, 표현력을 가진 매체가 없었고, 때문에 텍스트 예술이 절대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반면, 동영상과 이미지, 오디오 등의 여타 매체를 활용할 여지가 큰 현대 사회에서는 텍스트가 예술 행위를 행함에 있어 가지는 특유의 장점이 사라졌지요. 따라서 텍스트 예술의 지위는 낮아질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11/11/14 11:59
수정 아이콘
없습니다.... 없는건 없는거죠 뭐.. 이 나라의 현실이었고..
될대로되라
11/11/14 12:06
수정 아이콘
사대부가 보기에 소설은 폐관잡기였으니까요.
지금으로 치자면 선데이서울 이하의 쓰레기 취급이었죠.
선데이서울 사주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야반도주해야 할 정도로 탄압받은 적은 없지요.
총명하다고 소문난 정조도 책 크기와 글자 크기까지 정할 정도로 성리학 근본주의자였는데
(성현의 글을 버릇없이 드러누워 보지 않도록 책 크기는 크게 글자도 크게..)
꼬장꼬장하기 이르데 없는 양반관료들의 시각이야 알만하죠.
그래도 소설이 성행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조선시대에도 소설책 대여하는 곳이 여러곳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에 빠진 사람들이
놋쇠주발이니 엽전이니 주고 필사한 소설책을 닳도록 빌려 읽었죠.
예전에 한석규 주연의 음란서생에서 이런 상업적 도서대출시스템을 볼 수 있습니다.
몽키.D.루피
11/11/14 12:29
수정 아이콘
음.. 짜임새 있는 복선과 스토리라..
기본적으로 서양의 시각으로 한국의 문화예술을 판단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짜임새있는 복선과 스토리를 가진 서양의 소설 장르를 한국의 문학에 억지로 끼워 맞추니까 허접할 수 밖에요. 마치 베르샤유 궁전 보고 와서 경복궁 허접하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기본적으로 그런 근대적 의미의 기준으로 봤을 때 구운몽은 소설이 아닙니다. 그냥 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거죠.
11/11/14 13:00
수정 아이콘
삼국지, 수호지의 경우를 생각해 비추자면야 한국에선 '실,설화를 큰맥락의 소설로 구성할 생각 자체'를 잘 안했거나 못했거나-라고 봐야겠죠.
OutOfControl
11/11/14 13:21
수정 아이콘
무엇보다 '한글'소설 자체가 사대부에게 있어서 쓰레기 취급을 받았으며 조선후기 되어서야 등장하는 소위 '판소리체소설'이라고 다소 잘못 이름붙여진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이야기꾼이 서민 청중에게 재미있기 들려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글쓴 분이 말씀하시는 그런 소설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되려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는 소설들의 어려운 고사성어나 한자어휘들은 후대에 각색을 거치고 판본이 바뀌면서 수정,추가된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는 편이구요. 그런 의미에서 허균이 지었다는 홍길동전도 한글로 쓰여진 서민구전문학의 성격이 짙기 때문에 오늘날 전해지는 홍길동전은 당시 사대부였던 허균이 지었다는 소설과 판이한 형식일 거라는 논쟁도 있습니다. 위의 분이 언급하신 서점도 무려 19c 후에 한양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서점장사로만 먹고 살 수 있는 기반은 그 시기의 그 곳이 아니면 힘들었기에 ..
지금까지의 연구를 토대로 본다면 조선후기 소설은 민중구전과 변사 등으로 대표되는 재미 목적의 구전체 형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눈시BBver.2
11/11/14 13:50
수정 아이콘
아우 마구 끼여들고 싶은데 수어뷰 [깨류]
레지엔
11/11/14 14:12
수정 아이콘
음 근데 삼국지나 수호지의 경우는 좀 별론으로 봐야하는게... 시대가 흐르면서 이건 판본이 계속 변하고 첨가됩니다. 특히 지금 와서 삼국지는 모종강본, 수호지는 김성탄본에 의해 상당한 개작이 이뤄지고, 다시 현대 소설가에 의해서 현대 소설적 장치를 첨가한 것들이 대부분인데(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니, 이문열 평역본이니 하는 것들이 다 그렇죠) 당연히 훨씬 현대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저는 중국어가 안되는지라 삼국지 원본을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리동혁의 본삼국지만 보더라도 적절한 고전 설화의 연장선에 있어보이지 그렇게 확연히 뛰어난 소설적인 장치나 짜임새 있는 구성이 있어보이진 않거든요. 삼국지나 수호지나 가장 큰 문제는 주인공이 되는 에피소드에서는 천하 제일의 호걸이고 악역이 되는 에피소드에서는 천하제일의 흉악범이고 그 외의 에피소드에서는 그저 듣보잡(..)이라는 건데, 이게 확연히 두드러지니까요. 그리고 삼국지나 수호지의 경우는 민담이나 설화를 잘 조합한, 말하자면 어벤져스나 저스티스 리그같은 물건이라(특히 수호지가) 한 사람만의 공이라고 하기도 힘들고...
궁상양
11/11/14 19:24
수정 아이콘
전 고전 소설 중에 운영전을 가장 높이 봐왔습니다. 시간과 사건의 흐름에 따라 화자가 변하는데다가, 조선 고전 소설에서 보기 드문 비극적 결말까지도 인상깊었지요. 내용 또한 상당히 파격적이었고요. 조선 후기의 이런 흐름이야말로 조선의 문학을 변화시킨 한 흐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체 자체가 억눌려져 발전이 더뎌졌지만 조선에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조선 특유의 새로운 문학이 분명히 융성했을 시기가 있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11/11/14 20:50
수정 아이콘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제 생각이랑 정확히 일치해서.. 제가 쓴 리플인 줄 -_-....
운영전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손가락에 잘못 떨어 진 먹물 한 방울'이란 이름으로 각색되어 1장 가량 실렸는데, 처음에 그 한 장을 보고도 너무 슬퍼서 운영전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플롯이나 줄거리나 어느 모로 봐도 한국 고전 중에서는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평가가 좀 박하죠. 위에서도 언급하려다가 읽어보신 분이 얼마나 될까 싶어 말았는데 교과서에서 좀 자세하게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홍길동 전이나 구운몽하고 비교할 수 없는 수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수록된 한시 한편 딸랑 소개하고 말더군요.
애패는 엄마
11/11/14 23:03
수정 아이콘
활자 보급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텍스트에 대한 전복이 이루어지면서 시장이 커지고 문학에 대한 다양성이 출현한게 활자 보급의 영향이었는데 우리나라는 활자는 만들었어도 보급이 제대로 안 되었으니
브릿츠
11/11/15 00:24
수정 아이콘
소설을 좋아하는 국문과 출신으로서 공부하다보면 참 그렇긴 하더군요.

우리 학교가 고전문학을 주로 다뤄서 그런지 맨날 보는게 춘향전 홍길동전입니다.

전공으로 파고 들어가도 공부하는 소설은 고등학교때와 별로 다를바 없더랍니다.

그에 비해 한시들은 덜덜덜 하죠.
해치지않아요
11/11/15 00:55
수정 아이콘
짜임새 있는 플롯까진 몰라도 스케일 면에서는 '삼한습유'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향랑이라는 처자의 억울한 죽음과 환생, 그리고 다시 재가하는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 천군과 마군을 끌어들이고 삼국 전쟁까지 차용하는 판타지 대하소설입니다. 천군과 마군의 숫자와 규모, 급과 그 역할 등 스케일로만 따지자면 반지의 제왕 저리가라라는. 어쩌면 정말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 소설을 보면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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