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의 신들은 죽지 않습니다. 비천한 필멸자들이나 죽죠 :P 근데, 이런 그리스 신화에도 엔딩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있다 없다! 오늘의 주제는...
이 아니고 -_-;
그리스 신화의 에피소드들을 대충 나눠 보면
창세 (가이아와 우라노스 등등) / 크로노스 (우라노스 불쌍 ㅠㅠ) / 제우스의 혁명!
의 초반부와
제우스 바람 피는 이야기를 중심(-_-)으로 한 여러 신들의 이야기와
여러 영웅들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흔히 그리스 신화를 맺는 부분은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의 모험이죠. 이외에 유명하진 않지만 로마의 시조라는 아이네이아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물론 후대 로마인들이 덧붙인 거겠죠. 영화 트로이에서 파리스가 "트로이의 검"을 주는 이네스라는 젊은이가 바로 그입니다.
뭐 그리스 신화가 하나로 통일되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만들어졌으니, 딱히 그 끝을 잡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하나로 관통되는 부분이 있죠. ( ..)
찾아보겠습니다.
이아손, 테세우스, 페르세우스, 벨레로폰, 오이디푸스, 아르칸토스와 크레토스... 는 아니고 아무튼 각종 영웅들이 나옵니다. 이들은 인간 출신도 있지만 신의 피가 섞인 반신들도 많았죠.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찾는 모험에서 이들 드림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헌데... 문제가 생겼죠. 일단 너무 많아요. -_-; 그리고 너무 잘났어요. 신들이 누굽니까. 지들에 맞먹는 인간을 그냥 두고 보겠어요. 그리스로마 신화에 잘난 척 하면 당연하고 너무 잘났다는 이유만으로, 단지 신들의 미움을 샀다는 것만으로 벌 받은 인간들이 어디 한둘이었겠습니까? 근데 이런 인간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영웅들에 붙은 별명들도 신들에겐 참 꼴 뵈기 싫은 거였죠. 신에게 가장 가까운 남자(헥토르)라든가...
제우스가 열심히 바람을 핀 것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애초에 그는 자기 아버지 크로노스를 중심으로 한, 티탄들과의 거대한 전쟁을 겪고 승리해서 주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티타노마키아였죠. 헌데 그 후의 처사 (자기에게 맞선 티탄들은 모두 지옥 타르타로스로 감금)에 열 받은 할머니 가이아가 대규모 괴물들을 만들어냅니다. 티폰 같은 거대한 괴물부터 뭔가 인간스러운 것들도 만들어내니, 이들을 기간트라 부릅니다. 자이언트의 원형인가요 -_-a
이 기간트와의 거대한 전쟁이 또 일어나니, 이것이 기간토마키아입니다. 다행히 또 이기죠. 하지만 역시 만만치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거기다 가이아의 저주가 또 내려지죠. "인생은 실전이야..."가 아니라 이걸로 끝이 아니라구요. 그리고 다음 싸움에서는 신들이 질 거라는 거죠.
+) 이 때 기간트는 머리 두 개 팔 네 개였는데, 제우스가 번개로 둘을 갈라서 인간이 됐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흔한 인간 창조 얘기 중 하나가 있습니다. 이들이 양성이어서 갈라진 반쪽을 찾기 위해 연애하고 결혼한다고 하죠. 근데 남남이었을 경우, 여여였을 경우도 있어서 동성애자도 생겼다고 하죠.
... 전 기간트 출신은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항하는 예언이 또 내려졌으니... (누구였더라 - -;;) 제우스의 피를 이어받은 인간이 있으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제우스는 그에 맞춰서 다가올 기간트와의 2차전을 위해 애를 열심히 만든 겁니다. -_- 이 얼마나 정당한 핑계란 말입니까.
그게 누굴까요?
헤라클레스입니다. 어라?
헤라클레스는 특이하게 죽어서 저승으로 가지 않고 올림포스로 올라옵니다. 헤라는 그제야 그와 화해하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녀가 헤라클레스를 미워하지 않았다면 그의 시련도 없었을 것이고, 그가 최고의 영웅이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이제 목적이 달성됐습니다. 하지만 지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영웅들이 남아 있었죠. 몇몇은 알아서 나가 떨어져 주고, 누구는 돌려서 벌을 내리고, 누구는 억울한데도 벌을 내렸지만 그래도 많습니다. 한 번에 쓸어버려야죠. 어디서?
트로이에서요.
트로이 전쟁은 이 영웅들을 한 방에 없애기 위한 신들의 작전이었던 겁니다. 여기서 죽은 영웅은 네임드만 해도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레스(도 쳐야 되나), 아이아스, 헥토르가 있습니다. 아가멤논도 돌아가서 죽었죠. 오디세우스는 정말 특별 취급 받은 겁니다. 신들은 양쪽으로 갈라서서 무슨 스타 유닛 컨트롤하듯 영웅들을 돕거나 죽였습니다. 간단히 끝날 것 같던 전쟁이 10년이나 끈 것은 모두 신들 때문이었죠. 그리고, 다 죽었습니다.
이제 준비가 다 갖춰졌습니다. 기간트들이 몰려옵니다. 2차 기간토마키아, 헤라클레스는 예언대로 잘 싸웠고, 신들은 마침내 적을 모두 몰아내었습니다. 이제 해피엔딩만 남았죠. 그 후 신들은 지상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 같지만, 여전히 이런 저런 신탁을 내리며 인간들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지금도 저 위에서 신나게 놀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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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느낌으로 신화 글 쓸까 생각 중입니다. 역사글이야 언제 어떻게 쓸지 모르겠지만, 정식으로 연재게시판 신청할까도 고민중이구요.
어차피 그리스 로마 신화는 많이 덧붙여진 거고, 이걸 결론이라 하기도 그렇죠. 뭐 그래도 어때요. 신화인데요 :D 기간토마키아가 좀 이질적이긴 합니다. 전 여기서 북유럽 신화와의 연관점을 찾고 싶네요.
북유럽 신화는 거인들(롯... 아니 그냥 자이언트)이 신들에게 복수하러 온다는 예언을 받고, 주신이 그것을 가지고 고민한다는 것까진 같습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에서 예정된 건 파멸이었고, 신들은 자기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싸우다가 파멸하죠. 라그나뢰크입니다. 이런 비장미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이런 비극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희극적이고 막장 -_-; 분위기에 맞춰서 만들어진 게 기간토마키아가 아닐까 싶네요. 헤라클레스가 태어나서 죽어 올림포스로 가게 된 것까진 맞습니다. 하지만 기간토마키아는 보통 창세 부분에 집중되고, 2차는 헤라클레스 이야기의 여담 정도로 나오죠. 하지만 헤라클레스가 죽은 직후 (시간 따지는 건 우습지만)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고, 영웅들이 대거 죽었으며, 이후 얘기가 없다시피한 걸 생각하면 기간토마키아를 엔딩으로 봐도 될 거 같습니다. 사이에 있는 신들의 이야기와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 번외편으로 본다면 기승전결의 구도도 꽤나 맞구요.
어쨌든, 세상에 많은 영웅들이 생겨난 것, 그들이 다 비극적으로 죽은 것, 하고 많은 영웅들 중 헤라클레스만 올림포스로 올라간 것, 트로이에서 영웅들이 몰살당한 것, 모두 신들이 꾸민 음모였던 것입니다!
아아 세상은 음모로 가득 차 있어~
이상입니다.
+) 굳이 쓴다면 북유럽 신화를 쓰고 싶네요. 진짜 비장해서 ㅠ_ㅠ) 오딘이시여!
+) 신화가 좋은 게 멋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점 (...) 재밌어요~
+) 아르칸토스는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의 오리지날 영웅이고 크레토스는... 뭐 아시죠? 갓 오브 워
+) 고려의 마지막 명장... 뭐 다음주 중반쯤 시작할 것 같기도 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