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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09 13:21:24
Name 드론찌개
Subject [일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를 만들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윈도우를 위한 하드웨어들을 개발하며 경쟁할 때 그는 늘 그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
끊임 없이 발전하는 칩셋들에 비해 포메이션의 표준은 8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구리다.
벗어나지 않으며 벗어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각자가 담당하는 윈도우를 위한 구성품을 만드는 것이지, PC를 만들자는 게 아니니까.

77년, 애플II가 발표되었다.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보급형 PC.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고 예상만 하고 있던 물건이 젊고 겁없던 개발자 스티브 잡스에 의해 훨씬 빠르고 멋지게 나왔다.
이 신묘한 물건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동업자인 천재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과 차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해서 팔던 그가, 실리콘 밸리의 총아가 된 것이다.

그때 Microsoft는 MITS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빌 게이츠, 폴 앨런, 스티브 발머가 창업한 MS는 MITS에 알테어용 Basic 인터프리터를 납품하고 있었다.
그들은 무명시절, 타고난 장사꾼인 빌 게이츠의 전략적인 접근과 논리적인 언변으로 MITS와 계약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MITS와의 독점 계약을 파기한 MS의 Basic은 전국적으로 보급되었고, 물론 나중에 애플과도 계약한다.

애플II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보급형 PC라는 건 독보적인 기술력이 아니라 과감한 기획으로 탄생한 것이다.
선구자에 의해 시장에 맞는 형태와 방식의 PC가 제시되었으니, 자본만 있으면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기업에서 PC를 내놓았고, IBM도 IBM PC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전까지 개인용 컴퓨터는 자체가 하나의 완성품었다면, IBM PC는 최초의 범용 PC였다.
여러 기종들, 부속품들, 소프트웨어들이 서로 협역하며 호환을 이루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애플II도 많은 확장 슬롯을 지닌 개방형 PC였지만, 내장 하드웨어에 한정됐으며
완벽주의자였던 잡스는 그 개념을 상용화하는데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리고 IBM은 PC 개발에 조언을 주었던 빌 게이츠에게 운영체제를 맡긴다.
빌 게이츠는 준비된 사나이었다. 그는 이미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가
CP/M이라는 운영체재를 모방하여 만든 86-DOS의 권리를 헐값에 사놓은 후였다. 그는 그것을 고쳐서 MS-DOS를 만든다.
(IBM도 원래 CP/M를 사려고 했지만, 회사의 무성의한 태도에 실망하여 빌 게이츠에게 일임한 것이다)
그리고 IBM PC의 출시날짜를 재며 흥정하여 엄청난 로열티의 계약을 따낸다.

스티브 잡스는 일전에 회사들을 참관하던 중 보았던 제록스 PARC 연구소에서 개발한 획기적인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와 마우스를 탑재한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는 사업상 친분이 있던 빌 게이츠를 GUI 운영체제 개발에 참여시킨다
그리고 PC시장이 증식하는 것에 위기를 느껴 애플II의 후속작인 애플III도 기획한다.
급조된 모델인 애플III는 여러 기계적인 결함으로 실패한다.
최초로 GUI와 마우스를 도입한 컴퓨터 LISA 역시 높은 가격과 호환 소프트웨어 부족, 아이디어에 비한 기술적인 한계때문에 실패한다.
둘다 너무 섣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빌 게이츠는 잽싸게 GUI를 가져다 Windows 2.0를 개발하여 판매한다.
스티브 잡스는 노발대발했고, 이후 1983년부터 2007년까지 둘은 왕래하지 않는다.
1984년, 잡스는 리사의 완성판인 매킨토시를 발표하여 성공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괴팍하고 독단적인 성격으로 직원들의 골칫거리였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영입한 CEO와 이사진에 의해 해고당한다.

그리고 그 후,
알다시피 Windows가 성공하는 건 십년 이상이 지난 95년이다.
빌 게이츠는 엄청나게 뒤떨어진 OS인 MS-DOS로 시장을 장악한 후,
하드웨어 기술이 적절히 뒷받침 되고 기업들의 지원이 약속된 시기에 GUI 운영체제인 윈도우95를 전면적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MS-DOS때와 마찬가지로 윈도우의 독점을 지휘한다.
IBM이 제시한 범용 PC는 애초에 브랜드의 가치를 잃을 운명이었다.
PC는 조립품이 되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운영체제인 MS-DOS와 윈도우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가치를 유지했다.
애플에서 해고당한 잡스는 넥스트를 설립하고 픽사를 인수한다.
독불장군이며 강압적인 성격이었던 잡스는 픽사의 자유로운 기업문화에 감명을 받는다.
애플에 복직하기까지 스티브 잡스의 충족한 재산은 픽사에서 나온 것이다.
97년 애플은 넥스트를 인수하며 스티브 잡스를 고문으로 영입한다.
2000년 애플은 잡스를 임시CEO로 임명한다
잡스는 제품라인을 모두 분리시키고 독특한 관점으로 MP3시장에 뛰어든다.
아이팟 시리즈는 모두 성공하고, 뒤이어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출시하여 스마트폰과 엔터테인먼트 휴대기기의 시대를 연다.
그리고 아이폰과 아이튠즈에 힘입어 그가 청년시절부터 상상하던 태블롯PC인 아이패드를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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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랏 용새
11/10/09 14:01
수정 아이콘
너무 지나치게 잡스 신격화위주로 쓰신게 아니신가 생각되네요;;
XEROX 경영진이 GUI와 마우스에 관심도 없는 상태였다는 것도 불확실한 정보이고
(1960년대부터 비쥬얼한 interface에 대한 꾸준한 관심와 연구를 생각해보면 그 결과물인 XEROX GUI가 관심도 없는 상태였다는 건
더더욱 믿기어렵습니다. )
그리고 잡스는 GUI와 마우스의 가치를 알아본거고, 게이츠는 잽싸게 가져갔다는 표현을 쓰신 것도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잡스도 XEROX GUI를 잽싸게 가져다 쓴거고, 빌 게이츠도 GUI의 미래를 내다본 것이죠.
11/10/09 14:06
수정 아이콘
저도 구이 부분 보고 흠칫했는데,,
아직까지도 정말 잡스가 빌게이츠가 구이를 가져다가 쓴 것에 대해 비꼴 자격이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좋은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게 스티븐 잡스였죠.
11/10/09 14:10
수정 아이콘
그래서 애플이 이곳저곳 소송걸 때 다들 비꼬았죠.
훔치는 것은 좋은 것이다. 다만 애플이 그것을 했을 때에만.. 그러면서요.

<a href=http://youtu.be/CW0DUg63lqU
target=_blank>http://youtu.be/CW0DUg63lqU
</a>
이 영상을 참조하시면 될듯합니다.
11/10/09 14:14
수정 아이콘
빌게이츠나 스티븐잡스나 비슷비슷하죠. 남보다 먼저 그 가치를 알아봐서 성공한거죠.
11/10/09 14:16
수정 아이콘
GUI 문제에 대해서는 제록스가 순진했죠.
GUI와 마우스를 발명해 놓고 특허를 안 냈거든요.
마우스는 아마 아직까지 특허가 없을 겁니다.
몽키.D.루피
11/10/09 14:24
수정 아이콘
애플포럼에 가면 casaubon님이 좋은 컬럼을 많이 번역해주시더라구요. 본문과 관련해서 몇개 소개해 드립니다.

플랫폼의 역사, 그리고 그 대결 1
http://www.appleforum.com/mac-column/48874-%ED%94%8C%EB%9E%AB%ED%8F%BC%EC%9D%98-%EC%97%AD%EC%82%AC-%EA%B7%B8%EB%A6%AC%EA%B3%A0-%EA%B7%B8-%EB%8C%80%EA%B2%B0.html
플랫폼의 역사, 그리고 그 대결 2
http://www.appleforum.com/mac-column/48874-%ED%94%8C%EB%9E%AB%ED%8F%BC%EC%9D%98-%EC%97%AD%EC%82%AC-%EA%B7%B8%EB%A6%AC%EA%B3%A0-%EA%B7%B8-%EB%8C%80%EA%B2%B0-2.html

-위 컬럼은 엄청 깁니다;;; 저도 아직 완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록스와 관련된..

제록스와 애플, 그리고 창조신화
http://www.appleforum.com/mac-column/60559-%EC%A0%9C%EB%A1%9D%EC%8A%A4%EC%99%80-%EC%95%A0%ED%94%8C-%EA%B7%B8%EB%A6%AC%EA%B3%A0-%EC%B0%BD%EC%A1%B0%EC%8B%A0%ED%99%94.html

설치류의 긴 역사
http://www.appleforum.com/mac-column/60606-%EC%84%A4%EC%B9%98%EB%A5%98%EC%9D%98-%EA%B8%B4-%EC%97%AD%EC%82%AC.html

-정치적인 의미의 설치류가 아니라 '마우스'입니다.

그리고 항상 애플이 듣는 말을 비꼬는 컬럼입니다.

죽지 않는 좀비, "애플이 망해요"
http://www.appleforum.com/mac-column/60504-%EC%A3%BD%EC%A7%80-%EC%95%8A%EB%8A%94-%EC%A2%80%EB%B9%84-%22%EC%95%A0%ED%94%8C%EC%9D%B4-%EB%A7%9D%ED%95%B4%EC%9A%94%22.html
Black & White
11/10/09 14:59
수정 아이콘
솔직히 빌 vs 스티브 대결에선 빌의 압승이죠.
빌은 정말 천재적인 사업가였다고 생각합니다.
내용 중에 중간에 빌이 오피스로 맥을 농락한 내용이 빠져 있네요. 이걸로 ms가 애플을 완전히 눌렀죠.
windows가 mac을 배꼈다고 길길이 뛰었으나 이거 한방으로 찍소리도 못하게 됐으니까요.
windows에 가려 많이들 간과하시는데 오피스도 정말 엄청난 무기죠.
11/10/09 15:22
수정 아이콘
실제 크리에이티브, 혁신.. 이런 용어를 많이 쓰지만
오피스.. 특히 엑셀만큼 혁신적인 게 있을까 싶을 정도죠.

빌게이츠에게 떨어지는 게 있다면 자신이 만든 걸
일반 대중들에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정도?
AttackDDang
11/10/09 16:43
수정 아이콘
저기.. 본문에 보면 아이폰과 아이팟에 대한 내용도 조금 틀린부분이 있어요
아이폰이 먼저 발매되고 아이폰에서 전화기능을 빼서 아이팟을 내놓았습니다.
아이폰은 2007년 1월에 발표를 했구요 아이팟터치는 2007년 9월에 발표를 했습니다.
yurayura
11/10/09 16:46
수정 아이콘
아이폰이 먼저 나오고 그 후에 터치가 나왔어요.
swflying
11/10/09 16:46
수정 아이콘
오피스는 정말 ... 그중에서도 엑셀은 정말 ...제가 학생때일때와 직장인인 지금 엑셀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문과인지라 학생때 오피스라 해봐야 워드로 레포트 내고 파포로 발표준비하고가 끝이었는데 직장에서 엑셀좀 다루다보니 엑셀의 위엄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없는 세상 상상하기 싫어요... [m]
굽네시대
11/10/09 18:06
수정 아이콘
잡스와 게이츠 중 누가 낫냐고 비교하는 글을 며칠 전에 질게에서 봤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게이츠의 압승이라며 그 이유로 윈도우 점유율이 아이폰 점유율 보다 훨씬 높다는 단순한 이유를 드시더군요. 제 생각에 시기적으로 분리해서 봤을때 90년대는 MS의 시대였고 2000년대는 애플의 시대라고 봅니다. MS는 90년대에 MS-DOS와 윈도우즈로 PC운영체계 시장을 장악했죠. PC 보급화의 선두주자로서 세계 최고의 IT기업이 되었고 게이츠는 세계 최고 갑부 반열에 오릅니다. 애플은 90년대에 암흑기를 겪고 있다가 잡스가 CEO로 복귀한 2000년 이후로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이전에 없거나 있어도 대중화 되지 못했던 신제품들을 잇다라 출시했고 대성공을 거두죠. 2000년대 후반에 애플이 MS의 시가총액을 제치고 IT 최고 기업 반열에 올랐고 2011년에는 GE를 제치고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되기도 합니다.(지금은 다시 떨어져서 2위) 단순히 점유율의 문제가 아니라 애플이 모바일 디바이스의 트렌드를 선도했다고 보는게 맞을거 같네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전에도 비슷한 제품은 있었지만 전혀 팔리지가 않았죠. 그러다가 아이폰이 성공한 이후 이를 모방한 수많은 스마트폰이 난립했고 아이패드 때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죠.
11/10/09 19:5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빌 게이츠 쪽이 인간성이 더 좋아서 좋아합니다...?
항즐이
11/10/09 20:17
수정 아이콘
빌게이츠와 잡스의 영향력을 생각해보자면..

잡스의 시스템(맥,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튠즈 등)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심심해지고 불편해지지만,
빌 게이츠의 시스템이 사라지면 세상이 문자 그대로 멈춥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피스등 MS 프로그램들에 연동으로 돌아가는 수많은 상용 시스템과 연동프로그램들이 하드코딩 등등으로 대체될지는 몰라도,
당장은 패닉에 빠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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