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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
2011/10/06 18:43:46 |
Name |
수선화 |
Subject |
[일반] 돌아오지 않는 마술사 |
내 나이 31살.
백수생활을 하다 편의점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이제 3개월이 거의 돼간다.
적은 시간 근무하는 파트타임은 아니고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는 거의 직장 개념으로 일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보니 자연적으로 여러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다.
가게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의 특징이 있는데 뭐냐하면 다들 뭔가에 쫒기는 사람들처럼 굉장히 급해보인다는 것이다. 담배 한 갑을 사면서도
빨리 계산해 달라고 닥달을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이 평소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말이
있는 가 싶기도 하다. 근데 이 현상에서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물건을 사러 와서는 한참 전화통화를 하며(대충 통화내용을 들어보면 그리 썩 중요한 대화는 아닌 듯 싶은 일상적인 통화이다)시간을 보내
고 전화를 끊은 뒤 꽤 오랜 시간을 보내며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이 있다. 난 그래서 속으로 '이 사람은 그래도 여유가 좀 있는 사람인가보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왠걸 그렇게도 여유를 부리던 사람이 계산을 할 때에는 아주 조금만 시간이 지체돼도 아 바쁘니까 빨리 해 달라고 성화
를 내고는 한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지극히 소수다. 모를 일이다.
아무튼 내가 일하는 편의점이 집에서 꽤 멀리 위치한 곳이라 코레일을 타고 네 정거장을 간 뒤 내려서 다시 마을버스로 10분 정도 타고 가야
도착할 수 있다. 근데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코레일을 타고 가다보면 항상 내 눈길을 끄는 꼬마여자아이 한 명이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이제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이 애가 내 눈길을 끈 이유는 꽤나 어리다고 하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이 애가
항상 신문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 마디로 요즘 초등학생들 답지 않다는 점이 내가 관심을 갖게 된 이유였다.
나도 코레일울 타고 갈 때에는 무료로 배포해주는 신문을 항상 읽는 편이었다. 근데 어느 날 그 날도 코레일을 타서 자리를 잡았는데 내 바로
옆에 그 여자애가 앉아 있었다. 별 생각 없이 평소처럼 신문을 읽을라고 폼을 잡고 있는데 그 여자애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아저씨도 나 알죠? 맨날 아침마다 보니까 아마 아실 거에요. 아저씨도 맨날 신문을 보고 있어서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데 뭐 좀 물어봐도 되요?"
(나 아저씨 아닌데.......)
"그래 내가 아는 거면 대답해 줄 테니 물어보렴"
"청문회는 왜 하는 거에요?"
"응,그건 어떤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사람을 정해놓고 과연 그 사람이 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적당한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것저것
질문과답변을 해 보는 거란다."
"아 그렇군요.그럼 이번에 청문회 이후에 그런 중요한 자리에 임명되지 못한 사람들은 적당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건가요?"
"응.국가에서 법으로 정해놓은 것들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서 적당하지 않다고 결론이 난 거지."
"그럼 그냥 그 자리에 임명된 사람들은 법으로 정해놓은 것들을 하나도 어긴 사실이 없다는 건가요? 아주 훌륭한 사람들이네요?"
"어?그....그건....그렇지는 않아......."
"다른 거 물어볼게요."
"응.....그.....그래."
"요즘 인터넷이나 신문에서 신정환씨 비난을 많이 하는 데 그건 왜 그래요?"
"엉. 그건 신정환씨가 해외에서 도박을 해서 그런 거야. 그거 자체도 문제지만 신정환씨는 너도 알다시피 연예인이자나 연예인이라면 일반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니까 일종의 모범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거든,더군다나 신정환씨는 이런 잘못을 전에 한번 했었는데
사람들이 일종의 용서를 해주고 다시 연예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는데 그런 믿음을 배신한 거지. 그래서 사람들이 더 비난을 하는
거란다."
"연예인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연예인도 공개적으로 청문회 같은 거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응? 그렇긴 하지...."
"음...이해가 안 가요. 그나저나 검사아찌들이 신정환씨를 조사한다고 하던데 왜 그런 가요?"
"해외에서 불법도박을 한 거 자체가 법적으로 어긋난 행동일 뿐더러 어떤 시민 한 사람이 신정환씨를 검사아찌들에게 고발했거든."
"그렇군요....그럼 아까 청문회에서 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던 사람들도 시민들이 다 고발했나요?"
"엉?아니.....안 그랬을 거야...."
"잘 이해가 안 가요. 누가 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인가를 따져본다면 그 청문회에 나온 아저씨들 아닌가요? 그러니까 청문회 같은 거도
할 테고요.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에게는 화를 안 내고 애꿎은 사람에게만 화를 내는 거 같아요. 요즘 사람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남의 인생
에 감나라 배나라 참견하고 살았는지도 좀 우습고요.얼마 전 신문에서 봤던 표현인 '집단광기'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 아닌 가 싶네요.
더 웃긴 건 뭔지 아세요?그렇게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 욕하고 신정환씨 욕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길거리 아무 데나
담배꽁초 버리고 별 생각 없이 무단횡단하는 사람들도 엄연히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하는 변명이 뭔지 아
세요? -남들 다 하는데 뭘.....-이라는 거에요. 아무튼 누가 누굴 욕해야 하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쉴 틈을 주지않고 그 애의 질문이 또 시작됐다.
"요즘에 한창 인기가 많은 샤이니나 빅뱅,씨엔블루 같은 가수들을 봐도 전 별 느낌이 없어요. 노래를 들어보면 다들 사랑에 관한 거인데
전 아직 어려서 사랑이란 걸 잘 몰라서요. 전 오히려 제 또래들은 잘 모르는 서태지와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 근데 서태지와아이들 노래
중에 '시대유감'이라는 노래에서 '나이 든 유식한 어른들은 예쁜인형을 들고 거릴 헤매 다니네'란 가사가 있는데 도저히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른들이 예쁜인형 들고 다니는 게 이상한 건가요? 뭘 뜻하는 거에요?"
"어?그.........그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답답하던 차에 마침 내가 내리는 역에 도착을 했다.
"나 내려야 하거든 미안하다. 먼저 가볼게."
그 아이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네.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아저씨 빠빠~"
난 그 말을 듣고 도망치듯 열차에서 나았다. 아마도 그 아이가 한 질문에 난 영원히 대답을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코레일에서 내린 후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왠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콜록,콜록, 아이구 이 담배연기 때문에 도대체 여기 있지를 못하겠네. 이보게 젊은이 그 담배 좀 안 피면 안 되나?"
내 시선은 자연스레 그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옮겨졌다.
그 말을 하셨던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는 담배연기가 고통스러운지 연신 기침을 하고 계셨다.
그 할머니 바로 옆에서 20대 초반 쯤 돼어 보이는 젊은 남자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 남자는 할머니에 말을 듣고 바닥에 침을 한번 뱉은 후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할머니 이 담배 내가 내 돈주고 산 건데요?"
이 말에 이어 그 남자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듯한 여자가 말을 했다.
"담배연기 싫으면 자기가 피하면 되지.왜 엄한 오빠한테 짜증을 내지? 이래서 노인들은 이해가 안되."
사실 그 남자와 여자가 한 말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거리낌 없이 말을 하는 당당함. 남한테 피해입고
싶지도 않고 피해 끼치고 싶지도 않다라는 어떻게 보면 꽤나 합리적인 생각까지....
아무튼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 그 광경을 지켜보며 뭐라고 한 마디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난 그 순간 문득 며칠 전 일이 생각났다.
우리 집에서 10분 거리에 무료로 대출해주는 동네 도서관이 있다. 난 그 도서관을 애용하는 편이다. 그 날도 평소처럼 대출했던 책을 모두
읽고 반납을 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근데 문제가 있었다. 빌려 온 책 중 하나가 약간 훼손이 된 것이다. 내가 빌려 올 때는 멀쩡한
책이였으니 내가 그렇게 훼손시킨 게 분명했다. 더군다나 그 책은 꽤 두꺼운 책이라 책값도 3만원을 넘어가는 고가의 책이였다. 돈이 아깝긴
했지만 그래도 나 혼자 보는 책도 아니고 원래 내 물건도 아닌 것을 훼손시켰으니 당연히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에 도착해서
안내데스크로 갔다.
"이거 제가 빌린 첵인데요. 제가 멀쩡한 책을 이렇게 만들어서요. 제가 어떤 식으로 보상해 드리면 되나요?"
그러자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여자안내원이 말했다.
"본인이 직접 이 책이랑 똑같은 책 사다가 도서관에 기증하시면 되요."
"아,그렇군요. 근데 제가 지금 당장 이 책을 살 만한 돈이 없어서요. 일주일안에 바로 사다가 가지고 오겠습니다.그래도 되나요? 죄송
합니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 여자분이 이내 말을 했다.
"이게 사실 개인 양심의 문제인데, 이렇게 훼손되는 책이 자주 나오거든요. 근데 이렇게 훼손시킨 사람 중에 그쪽분처럼 자진해서 보상하겠
다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뿐더러 그나마 있는 사람 중에도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지 그쪽분처럼 젊은 나이대에 사람은 더더욱 없는 게
현실이에요. 아무튼 매우 양심적이기도 하고 이렇게 훼손시킨 게 처음이시니 이 책은 우리가 손질해서 그냥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요즘
에 이런 젊은이도 있기는 있네요."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나는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착잡했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한 건데도 금전적으로
손해도 보지 않았을 뿐더러 일종의 칭찬까지 받았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데 괜히 나 혼자 허튼짓하고 있는 건 아닌가?)
뭐가 옳은 건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버스를 타고 편의점에 도착해 전번 근무자와 교대를 한 후 평상시처럼 일을 하고 있었다.
얼마 후에 우리 가게 단골인 아저씨분이 오셨다. 근데 평소와는 다르게 옷 차림새도 단정치 못하고 눈동자도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평소에는 사지 않던 소주를 한 병 골라서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단골이라 친했기에 말을 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낮부터 왠 소주세요?"
아저씨가 말했다.
"내가 주식투자를 좀 무리하게 했는데 너무 크게 손해를 봐서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야."
난 해 줄 말이 없었다. 난 솔직히 주변에 주식투자 좀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깊이 생각해보고 하라고 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글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부분이지만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 적어보겠다. 내가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어서 주식투자에 관한 책을
본 건 아니고 주식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몇 권의 책을 보다가 지금은 안 보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주식에 관한 지식은 편린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식에 관해서는 함부로 의견을 내놓아서는 안 됨에도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주식투자에 괸심이 있다거나 혹은 지금 주식투자를 하고 계신 분들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부분이 있기에 감히 적어본다.
주식투자에 '공매도'라는 제도가 있다.
들어봤는가? 주식투자에 관심없는 사람은 당연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 것이고 현재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중에도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확실하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의외로 드물다. 시중에 주식투자에 도움을 주는 지침서들 중에 이 '공매도'에 관한 내용을 언급한
책이 별로 없을 뿐더러 행여 언급했다 하더라도 생소한 어휘만 잔뜩 늘여놓으면서 설명을 해서 일반인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저자 이름까지는 기억을 못하지만 어떤 외국인이 쓴 '달러'라는책에 이 '공매도'에 관한 내용을
이해하기 편하게 어떤 예를 들어 설명한 부분이 있다. 내가 옮겨 보겠다.
@어떤 동네에 A와 B라는 두 집이 있다. 근데 A의 주인이 일주일 정도 어디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 근데 이 주인은 잔디깎이라는 기계를
소유하고 있다. B라는 옆집의 주인이 마침 잔디깎이가 필요해서 A의 집 주인에게 가서 여행가는 동안은 잔디깎이를 쓰지 않을 테니 좀 빌려
줄 수 없냐고 물어봤다. 근데 A의 주인이 맘씨가 아주 좋아 여행기간 동안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B의 주인은 일주일 동안 잔디
깍이를 쓸 수 있게 되었다. 헌데 B의 주인이 생각해보니 어차피 잔디깎이 기계를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잔디깎이를 파는 곳에 가서
가격을 알아보니 -물론 빌린 것과 같은 제품이다- 만원이라고 한다. 가격을 알아본 후 돌아와서 빌린 잔디깎이로 잔디를 깎고 있는데 지나
가던 어떤 사람이 그 모습을 보더니 B의 주인에게 다가와 내가 그 잔디깎이를 만천원에 사겠다고 한다. 그래서 B의 주인은 만천원에 얼른
판 후에 원래 파는 곳에 가서 만원에 새 것을 샀다. A의 주인이 돌아온 후 B의 주인은 잔디깎이를 갔다 주었다. A의 주인은 헌것을 새것으로
바꿔줬다고 너무 고맙다고 한다. B의 주인은 A의 주인에게 감사의 인사까지 받고 돈까지 벌었다.@
이해가 가는가? '공매도'제도라는 개념이 이 예와 아주 대동소이하다. 이건 쉽게 알아채기 힘든 교묘한 속임수이자 일종의 사기라고까지
할 수 있다. 헌데 주식투자에 이 '공매도'라는 제도가 엄연히 존재한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용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다. 여기서 잠깐!!! 지금까지 내 글을 보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매도'제도를 이용해 나도
똑같이 돈을 벌면 되겠네....라는 생각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흔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푸념처럼 내뱉는 말이 있다.
'사회생활이 만만치 않다'라고......자 그럼 생각해보자.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이 생각을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은 왜 하는가?'라는 생각 말이다. 답은 여러분들도 잘 알듯이 다른 것도 아닌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란 말이다. 물론 '돈'이 전
부는 아닌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람을 느끼는 일이라도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큰 지장을 주는 정도
의 일을 묵묵하게 해 나가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이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이 '돈'을
벌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마다않고 힘들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이 만만치 않다라는 것은 말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주식투자로 돌아와서 '그럼 주식투자는 왜 하는가?'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 하지 돈을 꼬라박을라고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적은 돈도 아닌 천문학적인 돈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해질 수 밖에 없다. 헌데 이 너무나 매력적인 '공매도'제도라는 것을 아무나 쓸 수 있게 하겠는가? 물론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까지 다 적으려면 안 그래도 잡소리가 길어졌는데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짧게 말하겠다. 일반인이 그 '공매도'제도를 사용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 더 세부적인 것을 알고 싶으면 각자 해결하기를 바란다. 각설하고 그래서 내가 주변에 주식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하는 말이 있다.
"차라리 그 돈으로 개나 한 마리 사지 그러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으며 주식투자를 하고 안 하고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원래 예전부터 비생산적인 사색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했지만 요즘 들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심지어 매사에 자신감조차 침전돼 가는 것
같았다.
코레일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하나 거쳐야 한다. 내가 퇴근 할 때가 어둑어둑해 질 때이기도 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 골목길을 지날 때는 알 수 없이 기분이 나쁘곤 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잰걸음으로 그 골목길을 지나가곤 했다. 그렇게 골목
길을 벗어나려는 순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무엇이 자네를 두렵게 하는가?"
나는 깜짝 놀라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는데 분명히 아무도 없었다.
(뭐지....? 잘못 들은 건가?)
그런 찰나 또다시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네.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때가 많은
법이지."
그 목소리는 매우 차분했으며 근엄하기까지 했다. 알 수 없는 힘이 있어서 감히 거역하기 힘들게하는 마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뭐야? 어디서 지껄이는 거야?"
나는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네 왼쪽 편에 있는 황금색 벽이 보이지?난 그 뒤에 있다네."
급히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니 과연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는 황금색의 벽이 보였다.
"젊은이를 해하려는 의도 같은 거는 전혀 없으니 일단 그 경계심부터 풀기를 바라네."
나도 모르게 약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한테 말을 거는 이유가 뭐요?"
"길을 잃고 헤매는 것 같아 나침반과 같은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러네. 그래, 무엇이 두려운 건가?"
"두려움?그래. 난 솔직히 두려운 건지도 몰라. 남들에 비하면 용기도 없어.그리고 뭐든 게 다 혼란스러워."
"무엇이 혼란스럽단 말인가?"
"그냥 이 세상 뭐든 게 다 혼란스러워. 내가 알고 있는 게 정확히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잠시 후 벽 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도움이 될 까 싶어 말하겠네. 인간들이 흔히 20세기 최고의 철학가 중 한명이라고 칭송하는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사람이있네.그 사람
이 쓴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지. -조금 아는것, 약간 아는 것, 어느 정도 아는 것, 거의 아는 것, 대부분 아는 것도 다 모르는 것이다. 요컨대
'모르는 것에 대해선 침묵을 지켜라.'-"
"그럼 나는 죽을 때까지 침묵만 하고 있으라는 거야?"
"허허...그거야 자네가 판단할 일 아닌가?"
대화가 거듭되면서 경계심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일종의 경외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벽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실을 본 적은 있는가?"
"진실이 뭔가요?"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내가 얘기해주지. 인간들은 거의 다 진실을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 헌데 문제가 있는 게 각자 가지고 있는 진실의 기준이 틀리다는
점이야. 허나 진실된 진실은 인긴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바일 경우가 많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당시에 사람들이 틀림없이 진실이 아니라
고 믿었던 것도 훗날에는 진실로 평가하지. 중요한 점은 진실이 두 개 혹은 그 이상이 아닌 하나라는 점이야. 라틴어에서 진실의 반대말은
'거짓'이 아닌 '망각'이라고 한다네. 곧 한 때 자신의 머릿속이나 가슴속에 너무 강렬하게 각인돼서 심지어 눈물이 흐를 정도였던 것도 시간
이 지나면서 기억속에서 차츰 잊혀져 가는 것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법이야."
"그렇군요." 나는 내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 있었다.
"그래, 자네는 무얼하며 지내고 있나?"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어요."
"행복한가?"
"네."
"이유가 뭔가?"
"제가 사실 이 편의점에서 일하기 전에 강남에 규모가 엄청 큰 한정식집에서 일했었 거든요. 처음엔 말 그대로 말단 홀써빙으로 들어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사장님한테 인정받아서 주임이 됐다가 1년 가까이 지난 후에는 가게 총매니저까지 했었거든요. 월급도 오르고 사장
님한테 인정도 받고 아무래도 남들에게 지시하는 입장까지 올라가니까 좋았긴 했는데 처음에 홀써빙만 할 때에 비하면 신경써야 할 일도
너무 많고 그 많은 직원들 관리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나는 그렇게 벽에다 대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벽뒤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산을 오르다 보면 높이 올라갈 수록 공기가 희박해서 그만큼 더 고통스러운 법이네. 그런 각오도 없이 그렇게 높이 올라갔단 말인가?"
나는 지지않고 대답했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진짜 힘들었던 건 우리 가게 주 고객층이 능력좋고 돈 많은 남편둬서 시간이 남아도는 아내들,
그런 아줌마들을 타겟으로 삼은 가게였거든요. 그래서 가게 겉모습이나 실내 디자인도 철저하게 그런 여자들이 좋아할 만하게 지어졌고
음식메뉴또한 일반 한정식집과는 차별화를 둬서 일종의 퓨전한정식집 같은 곳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우리가게에 오는 고객들
90%이상이 그런 여자들이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총매니저이다보니 그런 고객들 관리차원에서 일종의 친분을 쌓을필요도 있었어요.
헌데 그렇게 친분을 쌓다보니 일과는 무관하게 사적으로 친해지는 것으로도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가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몰래 만나곤 했었죠. 근데 그런 여자들 중에 나한테 노골적으로 성관계 같은 거를 요구하는 여자들이 꽤 많았어요. 내키진 않았지만 거부하
자니 그 여자가 가게에 주요 고객이라 기분이 상하면 가게에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 울며 겨자먹기로 성관계를 맺고는 했어요. 근데
그렇게 성관계를 맺으면서 친해지자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여자들을 죄다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고객으로 만들어 주는 거에요.
그것도 그거지만 평소에는 겉으로 온갖 교양 있는 척,지조 있는 여자인 척 하던 여자들이 성관계를 맺을 때 보면 아주 생지랄을 떠는 거에요.
처음에는 그런 여자들을 정복했다는 묘한 쾌감이 들기도 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나중에는 아주 교양 있어 보이는 여자들한테 내가 먼저
작업을 걸기도 했어요.그러면 절반은 넘어와요. 그리고 성관계를 맺을 때 보면 다른 여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한 여자는 없었구요.
아무튼 그렇게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또 가계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감에 따라 만족감도 커져 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렇지
않더라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뭐랄까.....황량한 폐허 속에서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련없이 그만 뒀습니다. 그 후 한동안 쉬다가 이 편의점이란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에 일하던 거에 비하면 내 주머니 속에 들어오는 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합니다."
벽 뒤에서 다시 근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타깝도다. 젊은이여....기왕에 산에 비유해서 얘기했으니 다시 한번 그래 보겠네. 산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그림자도 커지는 법이라네.
모르는가?"
"그렇군요...."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나는 대화를 거듭할수록 그 벽 뒤에 있는 존재가 궁금했다.
나는 물었다.
"도대체 당신의 정체가 뭡니까?"
"내 정체?나는 아주 신성한 존재라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나를 알고 있는 인간들은 나를 두고 '마술사'
심지어 '마법사' 라고 부르며 떠받들고 있다네."
"마술사라......................." 나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렇게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세상에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인간들도 결국은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거라네. 인간들은 필연적으로 모자라고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네. 더 높은 권력에 위치한 인간일수록 나에게 더 고개를 숙이며 충성을
바치는 법이지. 사실 그들은 내가 커튼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일종의 퍼페트 인형에 불과해. 그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네.
그들이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내 의지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는 법이지. 허나 나에 의해서 조종 당하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나를 절대
볼 수 없다네. 그래서 나는 인간들이 만들어 논 그럴듯한 제도인 '선거'에 의해서 어느 세력이 정권을 잡든 또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되던
아무 관심이 없다네. 누가 되든 다 똑같으니까."
나는 거기까지 들은 후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었다. 분명히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와중에 벽 뒤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젊은이는 참 괜찮은 면이 많은 것 같네. 자네가 원하는 게 있다면 내가 뭐든지 가능하도록 하게 해주겠네. 그 무엇이든...그 무엇이든......"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녀석이 말하던 '진실'이 무엇인가를......
나는 그걸 깨달은 순간 결연한 눈빛으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황금색 벽을 노려보며 일갈했다.
"나쁜 새끼..........이 죽일 놈의 새끼..............너라는 놈은 얼치기 소피스트라는 토가 나올 것 같은 더러운 가죽으로 중무장을 한 희대의
사기꾼에 불과해! '마술사?', '마법사?' 다 개소리일 뿐이야. 이 세상에 그런 건 절대 존재할 수 없어. 아니 존재해서도 안되. 너 같은 새끼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해. 내가 너를 죽여버릴 거야! 내가 어릴 적 재밌게 봤던 만화영화에서는 항상 선이 악을 무찌르는 법이니까!
정체를 드러내 이 더러운 새끼야!!!!"
내 볼에서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소리치고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해 보이는 큼지막한 돌을 하나 집어 그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황금색 벽을 힘껏 내리쳤다.
그런 용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나 자신도 신기할 정도였다.
"퍽!!!!!"
요란한 굉음을 내며 그 황금색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 황금색 벽이 무너져 내린 후 드디어 벽 뒤에 존재하던 그 새끼의 실체가 드러났다.
근데 난 그 실체를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너져 내린 벽 뒤에는 목소리 변조를 위한 왠 확성기 하나를 한 손에 쥔 채 머리는 다 벗겨져서 대머리를 하고 있는 난쟁이 한명이 겁에
가득 질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눈만 꿈벅대고 있었다.
잠시 후에 그 난쟁이가 확성기를 입에 대지 않은 채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폐병에 걸린 환자처럼 칙칙했고 심지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사실 두려웠어. 내가 아까 말한 권력의 단 맛에 취해 있는 인간들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어. 그들은 겉으로는 용기 있는 척 행동하면서
도 실은 가장 졸렬하고 비굴한 족속들이거든. 난 그걸 잘 알고 있었어. 그런 인간들은 내가 조종하기 너무 쉬웠거든. 내가 가장 두려웠던 건
바로 너 같은 보통사람들 이었어. 삶의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자신이 용기가 없다고 번민하는 사람들. 그런 보통사람들이 실은 가장
용기 있는 사람들이거든. 그런 사람들은 도저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어. 그래서 내가 똘마니들을 앞세워서 너 같은 사람들을
더 핍박하고 더 벼랑끝으로 내몰려고 했던 거야. 제발 하나만 부탁할게. 내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너 말고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 제발
오늘 있었던 일을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해줘. 내 똘마니들이 내 실체를 알게 되면 그들을 더 이상 조종할 수 없게 된단 말이야...그렇게 될
수는 없어!그건 불공평해! 그렇게 된다면 나는 자살을 할거야!!!!"
이렇게 애원하듯 내뱉고는 그 난쟁이는 헐레벌떡 그 자리를 떠났다.
내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그 난쟁이를 나는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이내 집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걸으며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는 시니컬하게 빙그레 웃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빌어먹을, 뭣 같은 날이네......얼른 집에가서 컴퓨터에 엄선해 저장해 논 야동이나 보며 간만에 자위나 해야지..........."
그 날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유난히 멀게만 느껴졌다.
@이 글은 '오즈의 마법사'를 모티브 삼아 쓴 글임을 미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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