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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1 01:36
인격, 재산, 학식, 모든 면이 자신에게 완벽한 여자가 얼굴이 끔찍하면 흔쾌히 오케이할 남자는 있을지 궁금하군요. 이것이 과연 충격 받거나 서글퍼할 일인지도. 사실 경제적 능력이 제로인 남자는 나머지 조건이 어떻건 간에 남자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뭐 경제력 없는 여자라고 다르단 건 아니구요. 그런 걸 보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랑이란, 대개 괴로운 결말로 이어질겁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판타지를 쫒는 생물이니, 바보같은 사랑 노래가 있음은 위안의 수단으로써 다행인 일이지요.
11/09/21 01:47
'남성' 에게 필요한 능력들을 삼국지 장수 만들듯 '경제력', '성격', '외모', '체력', '성적 능력', '지력' 등으로 나눠놓을 수 있다고 할때, 사실 그중 어떤 하나라도 완전하게 결여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시원하게 배우자감으로 ok라는 대답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경제력'에만 초점을 맞춰두고 씁쓸해 할 필요가 없죠.
11/09/21 02:05
뭐.. 그냥 떠오른 생각들을 막 써나갔지만 역시 마지막 부분이 주목을 받는군요.
글쎄요. 역사속에도 경제력 없는 남자는 많았습니다.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호, 천재시인 이상, 연암 박지원 등등. 막 생각나네요. 제 생각으로는 절름발이이리님의 의견에 동조하기 어렵군요. 경제력이 없다 해서 꼭 인간으로서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닐 겁니다. 긴 무명생활을 거친 배우나 가수들 대부분이 거기 해당되니까요. 개인적인 기준이지만 배우자감의 기준을 볼 때, 지니쏠님이 말씀하신 것 중 경제력과 체력, 성적 능력은 제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경제력은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경제력을 사람의 품성과 동일시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또다른 충격을 받게 되네요. 제가 워낙 바보처럼 순수한가 봅니다.
11/09/21 02:05
완벽하다고 생각할수록, 혹은 완벽한 배우자를 가정할수록
경제력은 더욱 실제로 필요한 현실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껴질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완벽한 사람과의 지속성을 사람들은 다들 바랄텐데, 그 지속성에 있어서 다른건 전부 스스로 가능하다고 여기기만하면 그뿐이지만 경제력만큼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돈을 전혀벌지못하는 완벽한 누군가와 곧 헤어질지도 모르는 사랑보다는 덜 완벽하더라도 영원히 지속할수 있을것 같은 사람과의 결혼을 선택하는게 보통이기도 하죠 개인적인 생각에는, 절대 어떤건 없어, 라는 조건은 사람들을 무조건 망설이게 하는것 같습니다 그게 꼭 경제력이라서가 아니라 다른것이라해도 쉽게 ok를 할 사람이 있다고는 잘 상상이 되질 않네요; 물론 완벽한 경제력이라는 조건이 다른조건들보다야 ok의 확률을 높여주겠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11/09/21 02:22
94년작 일본드라마 '이 세상의 끝'이 문득 생각나네요. 여기서 극단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의 끝을 여주인공이 보여줍니다.
90년대 일본드라마가 2000년대 이후보다 훨씬 원색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많은데 이 드라마도 드라마로 방영 가능한 수준인지 의심될 정도로 강렬하죠.. 야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특별히 많다기 보다 정신적인 데미지를 크게 줍니다. 철저히 망가지는 남주인공과 처절할 정도로 헌신적이고 사랑에 올인하는 여주인공..
11/09/21 03:17
지니쏠님// 사람이 완전한 의사소통을 하기 정말 어렵다고 하니.. 어김없이 제 부족한 능력을 탓해야죠. 제 이야기에 등장한 "돈 빼고 완벽한 남자"를 "뭔가 납득할 수 있는 가치를 좇는 경제적 무능력자"로 바꾸어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11/09/21 03:21
아무튼 돈이 막대한 플러스 알파가 되는 건 남자나 여자가 마찬가지고, 여자들이 좀 더 경제력을 따질지언정, 남자들은 경제력 대신 다른 기준을 더 따지니, 결국 남녀의 사랑이란 것도 결혼 앞에선 조건놀음이 개입한단 건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제가 말하고 싶은 요지입니다. 좀 더 잘 살기 위해 이루어지는 그 조건놀음이 서글픈 것이라면, 결국 사랑이 아니라 산다는 게 서글픈 것이겠지요.
11/09/21 03:45
외모도 성격도 제 이상형이라 만나고 사랑하게되었는데 알고보니 경제력이 0이라면 결혼할 수 있을수도 있을 것 같지만
처음부터 경제력이 0이라면 글쎄요.... 그치만 이건 경제력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돈도 잘 벌고 잘 생겼지만, 성격이 정말 저랑 안 맞아도 싫고, 돈 잘 벌고 성격 좋아도 외모가 너무 제취향이 아니어도 싫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이것과 별개로... 왜 '경제력을 보는 것'이 '순수하지 못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11/09/21 06:28
아내는 집에서 살림하고 남편은 나가서 돈 벌어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의 생산력을 극대화하고 자녀 양육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분업' 이지, 아내가 남편한테 빌붙어사는 게 아니죠. 멀쩡히 교육 잘 받은 여성들이 자기 커리어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날려버리면서 집에 눌러앉는 게 그다지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만.
문제는, 저런 식의 '남편에 몰빵 후 결과물 나눠먹기' 전략이, 남편이 캑 죽어버리거나 바람을 피거나 알고보니 무능력자였다면, 그 남편의 아내가 들이는 노력의 양은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결코 적지 않음에도 돌아오는 결과물이 없다는 점입니다. 즉 일종의 도박이죠. 물론 남편도 기껏 돈 벌어왔더니 아내가 도박으로 다 날려먹었다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양쪽이 감수하는 위험의 양은 애초에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결혼 시장에서 여자쪽이 배우자 선정에 더 조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11/09/21 07:52
바보같이 그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라 단언합니다. '볼 것도 없는데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실, 타인의 기준으로 볼 것도 없을 뿐이지,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조건에 부합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죠. 성격에 반해서이든, 성실성에 반해서이든, 외모에 반해서이든 결국 자신이 만든 조건에 맞아야 결혼 대상으로 보겠죠. 여기서 왜 비단 경제력을 따지는 것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난 그 사람이 성실하고 가정적이어서 좋아'라는 사람에게 "그 사람이 성실하지 않고, 가정적이지 않았으면 사랑하지 않았겠네? 넌 그 사람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라고 답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만 경제력에 대해서는 꼭 "그 사람이 돈이 없고 능력이 없었으면 안 좋아했겠네?"라는 비난을 듣는 것이 이상합니다. 부모의 자식사랑, 종교적 사랑이 아닌 이상 무조건적 사랑은 불가능하죠. 만인박애주의도 아니고....
아무런 조건도 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제비뽑기 하듯이 그 사람을 뽑고 사랑했다는 것인데 애초에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11/09/21 08:15
그리고 예시로 든 노래는 좀 에러인 것이.. 동시대에 활동하는 태양도
"뭘 해도 이쁜, 몸매도 이쁜 / 나이가 많아도 어려보이는 여자 / 평소엔 조신한 척 해도 같이 있으면(??)/ 사람들 앞에선 지조 있게 놀아도 내 앞에선 아잉 몰라요 ...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라는 곡이 있죠. 태양의 '나만 바라봐'나 틴탑의 '향수뿌리지마'는 사실 가사내용만 보면 난 잘생겼으니 당당하게 바람필 것이라는 내용이고 (..) 이걸 가지고 아이돌의 노래가 최근의 남성상을 대변한다고 하면 웃긴 이야기일 겁니다. 사랑해줘, 안아줘, 웃어줘, 돌아와줘야 남녀 불문 모든 노래 가사에 나오는 내용이고...
11/09/21 09:25
제 친구들은 농담삼아 "남자야 얼굴 반반하고 애교 좀 있으면 됐지 뭘바래" 이런말을 하기도 하는데 한명도 없었다니 좀 놀랍네요.
제 생각에 유유히님께서 두가지 정도를 간과한게 아니신가 생각돼요 첫번째는 남성의 능력이 나에게 떡고물늘 제공해줄 수 있는가와는 별개로 하나의 매력으로 여겨지는것입니다. 모든조건 완벽한데 막노동 이외에 경제적능력이 없는 남자 말고 모든 조건이 이상형인데 인권에 대한 투철한 신념으로 돈되는일은 전혀 안하는 인권변호사 또는 예술가로 물어보셨다면 조금 다른결과가 나왔을꺼같아요. 두번째는 저도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것은 분업을 통한 비교우위의 실현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성 중 자신이 집안의 완전한 소득을 책임질 정도로 경제적능력을 자신하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꺼같습니다 아마 그런 여성분께 여쭤봤다면 결과가 달라졌겠죠. 그나저나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해주길 바라는 것은 남녀 모두의 로망인가봅니다.
11/09/21 10:30
이미 가사노동도 생산활동으로 인정된지 오래입니다.
'벌이가 없다' 와 '경제능력이 제로다' 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면 오해가 줄어들 듯 합니다.. 돈 안벌어와도 되요. 내가 충분히 버니까. 내가 돈버는 동안 가사노동을 좀 해주고 육아에 신경을 써 주면 그 자체로 훌륭한 분업형태가 됩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안하면" 그게 경제능력이 제로인 것이죠. 또는 제로에 가깝거나.. 많이 모자라다고 해야할까요. 꼭 경제능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나는 힘들게 일하고 퇴근하는데, 집구석을 돼지우리로 만들어놓고 "퇴근했으면 밥해. 나 배고파" 라고 쏘아붙이는 배우자를 데리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 "돈 빼고 완벽한 남자(혹은 여자)" 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접근성이 떨어진다 뿐이지 일상의 행위도 거의 경제적인 가치를 메길 수 있는 사회라..
11/09/21 12:48
제가 철학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면서 스피노자에 대해 이유없이 호감을 갖는 이유가 바로 저겁니다.
안경알 깎아서 번만큼 쓰고, 후원도 거절하고 청빈하게 살면서 남에게 생활을 이유로 폐끼치지 않고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는 것. 켈로그님 말씀처럼 돈 빼고 완벽한 남자 같은 거 상정하기 어렵지만, 여자로서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자'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내 남편이 스피노자라면 그깟 안경알 깎든 안깎든 상관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 남편이 고갱이라면 그 그림이 나중에 천억원이 되어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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