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뿐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에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글을 쓰기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나이도 있다보니, 오락 프로그램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개그콘서트 외에 본 프로그램이 '남자의 자격 합창단', 초기의 '청춘불패', '천하무적 야구단' 그리고 최근에는 '나는 가수다' 입니다.
우선 제 이야기를 하자면,
강원도 홍천군 내면 이라는 아주 깊은 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났고,
할아버지가 1800년대 태어나셨고, 부모님도 다 해방되기 전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님이 부르던 노래를 들은 것은 '유정만리'가 전부였습니다.
어렸을 때, 추석 때면 대부분의 마을에서 노래자랑을 합니다.
노래 자랑은 달이 휘영청 밝은 한 밤중에 하는데,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 중 하나가 어린 아이들이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재롱에 즐거워하면서, 한가위를 즐기고, 마을의 축제는 밤이 깊어지도록 이어집니다.
그때 저도 나가서 불렀던 노래가 최현씨의 오동잎이었습니다.
아마 8살 전후가 아닌가 생각이 나는데, 그 노래가 남들 앞에서 자발적으로 부른 마지막 노래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저는 음치입니다만, 그럼에도 음악은 저의 인생에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사색할 때도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할 때도 음악을 듣는 편입니다.
시골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 밖에 스쳐가는 풍경과 함께, 이어폰 속으로 흐르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들은 노래의 정서가 요즘 노래와 다르다 보니,
요즘의 음악은 저에게는 공해와 같습니다.
기계음의 노래와 알아듣지도 못하는 빠른 가사 들은, 시끄러운 기계소리처럼 들립니다.
그러다 보니 음악 프로그램은 전혀 보지를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음치이지만 저도 가장 힘든 시기를 음악과 함께 보냈습니다.
푸른하늘의 [겨울바다], 이문세의 [시를 위한 시],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광화문 연가], [붉은 노을] 등을 들으면서 대학입시라는 중압감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 때는 CD도 없던 시절이라,
좋은 노래를 계속해서 듣다보면, 테이프가 늘어져서, 공포영화의 귀신소리처럼 변하기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MP3가 나오고 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들을 보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오현란씨입니다.
오현란씨의 노래 중 드라마 '부활' 의 OST 곡 [다시]를 비롯해서, [오해], [조금만 사랑했다면] 등 대부분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전 오현란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릅니다. 지금 바로 옆에 오현란씨가 있다고 해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가수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남자이다 보니, 아무래도 여성 보컬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박정현씨, [사랑해요] 등을 부른 이소은, 루다, 이수영씨 등의 발라드 가수를 좋아합니다.
나가수를 보기전까지 저기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이수영씨가 유일할 정도로 역시 가수의 얼굴이나 내력은 잘 알지 못합니다.
남자가수로는
김범수, 박완규, 포지션, 이문세, 조관우, 김경호, 최재훈씨 등을 좋아하는데, 나가수 보기전까지 유이하게 아는 사람이 역시 이문세씨와 김경호씨 정도입니다.
지금도 박완규씨나 포지션은 누구인지 모르고, 포지션은 몇 명의 그룹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노래가 좋으면 컴퓨터에 보관하고, 같은 가수의 노래도 제 귀에 맞지 않으면 삭제를 해버리는 방식으로 모으다 보니,
가수의 얼굴이나 내력은 모르고, 그냥 좋아하는 노래들만 모으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모은 곡이 천곡은 넘어가는 편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은 거의 MP3를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최근의 노래는 전혀 저의 코드와는 맞지 않는 음악적 색깔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그런 점을 보면, 확실히 구세대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일정부분 짐작하시었겠지만,
저 MP3 는 다 무료로 다운받은 것입니다.
소리바다 문제가 터지기 전부터, 당시에는 불법이란 생각이 있기 전에, 모았던 노래들이 대부분이었고,
불법다운이 되었을 때에도, 몇가지 노래는 습관적으로 어둠의 경로를 통해 다운을 받았습니다.
그런 다운로드도 최소한 2년전부터는 전혀 하지 않고, 음악은 그냥 내 컴퓨터속에 있는 노래들만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처음으로 멜론에서 유료결제를 하고, MP3를 다운 받았습니다.
지난주까지 나가수를 보면서, 그냥 간만에 좋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보고 있었는데,
어제 방송을 보면서, 정말로 감동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난생 처음 유료결제를 통한 구매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오현란씨의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듯이,
저에게 가장 감동적인 노래는 오현란씨의 [다시]라는 곡입니다.
드라마 부활에서 [다시]는 여주인공 한지민씨의 메인테마입니다.
한지민씨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사슴같은 눈망울에서 슬픔의 눈물이 흘러나올 때, 오현란씨의 [다시]라는 음악이 나올 때는 저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하게 적셔지곤 했습니다.
부활이란 드라마는 제가 본 드라마 중에 최고의 드라마입니다.
그런 드라마의 감동과, 여주인공에 대한 애련한 사랑과 연민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다시 살아나곤 합니다.
이미 수백번 이상을 들었던 노래지만, 아직도 노래를 들으면, 그때 드라마에서 느꼈던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감동을 가수들이 연출하는 무대에서 느끼기에는 나가수가 처음 인것 같습니다.
가수가 최고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누군가 최선을 다해서 무대를 준비하고, 그 무대를 준비한 열정과 노력이 누군가에게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다면, 그 가수는 이미 최고와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위에서 언급했지만, 그동안 제가 좋아했던 노래는 저의 정서와 제가 좋아하는 멜로디, 그리고 가수의 음색 등이 전부였습니다.
가수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노래에 덧붙여지면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지만, 저는 가수의 얼굴이나 개인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임재범씨의 [여러분]이 다른 사람에게 왜 감동을 주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나가수를 하기 전에 이미 제가 즐겨듣던 노래에는 박정현, 임재범씨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가 있습니다.
2000년 새해 자정, 동해안으로 일출을 보러 차를 몰고 가면서 들었던 박완규씨의 [천년의 사랑]이 잊을 수 없듯이,
좋아하는 여자와 퇴촌 등의 라이브 까페에서 들었던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저의 기억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임재범씨의 [너를 위해]는 그 자체로 저에게 좋은 곡이기에, 임재범씨의 얼굴과 개인사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항상 핸드폰에 저장되고, 자주 듣는 노래목록에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라는 노래를 들을 때 처럼, 나가수를 보면서, 노래 외적으로 주는 감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임재범씨의 경우, [여러분]이 1위를 하고나서 인터넷에 뜬 기사를 읽었기에 감동이 없었습니다.
(참고로 나가수를 4회부터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제의 무대는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감동이 있었습니다.
한번도 콘서트라는 것을 가보지 않았습니다. 가보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콘서트에서 아무리 잘부른다고 해도, 그 시끄러운 소음과 라이브란 한계에서 발생하는 완전하지 않은 음정과 박자 등은, 이미 잘 편곡된 음반속의 곡보다 저에게는 감흥이 없었습니다.
전 제가 보유한 음악속에 라이브음악은 없습니다.
관객의 박수소리나 가수의 쓸데없는 목소리 등이 귀에 거슬려서, 아주 좋은 노래라도 라이브를 녹음한 곡은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런 저에게 나가수의 무대는 왜 관객들이 라이브 콘서트를 좋아하고, 열광하고 때로는 감동을 받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들은 것이기 때문에, 제목은 알지 못하지만,
대충 들었던 것 중에 김어준이란 사람과 윤도현씨가 나가수를 이야기하면서, 하나의 스토리를 이야기한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냥 유머게시판에서 무슨 내용인지 클릭했다가 들은 것이라, 정확하게 기억하지믄 못하지만,
가수의 무대 밖 즉, 인생 등의 굴곡이 하나의 드라마틱한 요소로 작용해서, 곡이 주는 자체적인 감동외에 관중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라는 것 같은 내용인데, 아마도 제가 [다시]라는 곡을 들으면서, 드라마 부활의 감동을 느끼는 그런 것과 유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정현씨의 노래 중 가장 즐겨듣는 노래는 [달]이지만,
완벽한 편곡과 재해석을 통한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는 패닉의 원곡보다 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수 많은 안티의 비난속에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준 옥주현씨는 다른 사람이 임재범씨에게 느꼈던 감동과 비슷한 감동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저 또한 핑클이나 원조 여자 댄스그룹을 가창력 등의 이유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으로써, 옥주현씨의 무대는 그런 저의 편견을 깨고, 정말로 가수로서 새롭게 옥주현씨를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 그룹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영턱스클럽의 [정]이라는 노래만이 생각나는 사람입니다.)
4~6회를 보면서 이번 6회는,
거의 모든 가수들이 이전보다 발전된 무대를 선보였고, 방송 외의 시끄러움이(스포일러) 전체적인 하나의 내러티브가 되어서, 저에게 하나의 감동이 있는 드라마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열정이 눈에 보여서인지, 그들이 현재 최고의 가수는 아닐 지 몰라도, 그들의 무대 하나하나가 감명깊게 다가오고, 정말 실력있는 가수들의 라이브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오늘 같은 무대만 된다면, 저는 나가수란 프로그램이 주는 감동과 존재의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일주일의 시간이었을 텐데,
박정현씨, 옥주현씨, JK 김동욱씨는 중간평가와 전혀 다른 느낌의 곡으로 만들어서, 원곡에 못지않거나 더 뛰어난 무대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음악을 모르는 입장에서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리메이크곡을 들어보면, 원곡이 주는 감동의 반도 못주는 곡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영은, 이수영, 포지션, 조관우 등 몇몇 기억나는 가수를 제외하고는 원곡과 다른 감동을 주는 리메이크곡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가수를 보면서, 자신의 곡이 아닌 곡을 일주일만에 전혀 다르게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그들이 그 짧은 순간에 저렇게 곡을 소화하기 위해서 정말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 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하나의 변화는 창피한 일이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멜론에서 유료로 컨텐츠를 구매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불법다운로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기전에 이미 천곡이 넘는 MP3를 모아놓았고,
그 후로는 음악적 취향이 달라서, 가끔 다운로드를 받았지만, 그때까지도 돈을 주고 구매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가수를 보면서, 가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담긴 무대를 보고서는,
그 음악을 돈을 주고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일 처음 돈을 주고 받은 파일은
박정현씨의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이고,
두번째는 옥주현씨의 [사랑이 떠나가네],
세번째는 JK 김동욱씨의 [조율]입니다.
오늘 개인적으로 순위는
박정현-김범수-옥주현-JK 김동욱 순으로 생각했고, 그 이하는 비슷해서 평가하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좋아하고 평소 듣는 노래가 발라드, 락발라드 쪽이다 보니, 김범수씨의 [님과 함께]는 머뭇거리게 되네요.
10여년 전 쯤인 것 같은데, 김범수씨의 [약속]이란 노래도 라이브까페에서 참 많이 나왔던 노래이고, 제가 김범수씨의 노래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도, 너무 파격적이라 내일 풀버젼을 다시 보고, 구매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개인사적으로 음악에 대한 변화를 적다보니,
불필요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만,
나가수란 프로그램이 크게 저에게 두가지에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하나는 콘서트와 같은 가수들의 무대에 대한 새로운 생각입니다.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TV보다는 카세트로 음악을 듣던 세대이다 보니,
요즘의 시각적인 댄스가수들의 춤은 저에게 전혀 불필요한 사족과 같았습니다.
음악보다는 댄서와 같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고,
그로 인해서 다른 무대에서의 공연도 댄스가수의 춤처럼 오히려 음악을 방해하는 것이란 생각을 가지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선입관이 나가수란 무대를 보면서, 가수들의 무대도 내가 드라마에서 가졌던 감동을 주제가에서 느끼듯이,
가수들의 음악에 플러스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여전히 댄스가수의 노래를 좋아하거나, 댄스에서 감동을 느낀다고 하지는 못합니다.
워낙 음악적 장르가 다르고, 그 장르가 저에게는 감정선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시와 같은 가사 속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던 세대로서, 내용도 알수 없는 영어단어의 반복이 넘쳐나는 요즘 노래는 저에게 감정적으로 어떤 통일감을 전혀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하나는 가수들이 주는 열정적인 무대와 노력이 저에게 앞으로 좋아하는 노래는 돈을 주고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가수들이 나와서 캠페인을 해도, 저에게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 들었던 내용입니다.
'내가 별로 너희들의 노래에 감동을 가지지 못하는데, 그런 노래에 왜 돈을 지불하겠어.
차라리 노래를 듣지 않아도 돼, 어차피 내가 듣는 노래는 다 옛날 노래이고, 요즘 노래는 들을만 한 것도 없으니까.
라는 생각이 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나가수에서 준비하는 가수들의 열정과 노력을 눈으로 보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감동적인 무대를 보면서,
나는 정말로 돈으로 지불하고도 남을 감동을 그 가수들에게서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나가수가 이런 감동을 줄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도의 모습만 보여준다고 해도, 저와 같은 사람에게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음악적 감동을 주는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가수들이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기본적으로 실력이 되는 가수가 나와서, 최선을 다한 무대를 선보여 준다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어제 멋진 무대를 만들어 주신,
7인의 가수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