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 뭐 해요. 일해야죠. -_-; 흐음... 뭔가 다 끝났다 생각하니까 다시 힘이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제목을 뭘로 할까 계속 고민했는데, 역시 저는 따라쟁이인만큼 남한산성으로 하겠습니다.
병자록 좀 살펴보고 연려실기술 좀 살펴보고 실록은 너무 많다 못 해먹겠다 엔하위키나 들어가자... 뭐 이러고 있는데, 참 고민해 볼 게 많은 것 같습니다.
7년만에 끝난 왜란과 달리 호란은 길다면 정말 길고 짧다면 정말 짧은 이야기입니다. 병자호란은 두 달도 안 돼서 끝났지만, 그 배경을 보려면 광해군 대까지 올라가야 되죠. 그리고 호란의 영향을 살피려면 효종은 물론 현종대까지 내려가야 됩니다. 임진왜란 때처럼 실록 하나하나 세세히 보기는 힘들 듯 하네요.
무엇보다 제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합니다. 일단, 제가 지금까지 보면서 쟁점으로 삼아야 될 것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광해군 vs 인조 : 세조 같은 경우야 "찬탈한 건 나쁜 놈, 근데 왕 하니까 공신 밀어준 거 말곤 잘 한 듯" 으로 어느 정도 결론이 납니다. 명암이 가장 크게 갈리는 왕이라고 봐야겠죠. 대원군-고종이야 근대라서 워낙에 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만... 정말 말이 많을수밖에 없는 건 광해군과 인조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일제시대부터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서 지금은 오히려 지나쳤다고 말을 듣는 게 광해군입니다. 세자 때부터 분조를 이끌면서 잘 해 왔고, 선조의 질투를 받으면서도 견뎠으며, 앞에는 선조 뒤에는 인조로 좋아 보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광해군이 궁궐을 무리하게 복구한 것이나 옥사 부분을 보면 명군인데 반정으로 피해만 입었다고 하기는 그렇죠. 대동법의 경우 광해군도 반대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구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광해군의 중립외교가 정말 옳았냐, 아니면 시간만 끈 것일 뿐이냐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조와 연결돼서 인조가 광해군의 중립 외교를 이었고, 호란은 그저 청이 쳐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주장도 있죠. 오히려 내정은 인조가 잘 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실제 대동법을 만든 것은 광해군이지만 애초에 임진왜란 때부터 얘기 나오던 거였고, 이원익이 강하게 밀어붙였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게 확대된 건 인조 때죠. 그렇다면 이것은 광해군의 공이냐, 아니면 그저 시대의 흐름일 뿐이었냐는 문제가 또 나옵니다.
이런 주장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오항녕 교수인데, 제가 이 분의 책을 읽어보지 못 했습니다. -_-; 그 이후에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특히 중립외교에 대한 문제, 이것은 제가 입장을 확실히 하기 전까지는 쓰기 힘들 듯 하네요.
이길 수 있었을까? : 남한산성은 훌륭한 요새였습니다. 소설과는 달리 청이 계속 공격을 시도했지만 조선군은 잘 격퇴해 냈고, 장기전을 대비하지 않은 청군이 오히려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삼전도의 굴욕은 많은 삽질 끝에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삽질들의 비중이 얼마나 컸는지 잘 봐야겠죠.
남한산성에서의 농성, 과연 이길 수 있었을까요?
드높은 기개냐 고집불통인 거냐 : 항복을 끝내 반대했던 사대부들, 특히 김상헌과 삼학사가 유명하죠. 이들은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의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명나라를 섬긴다" 이것만 빼면 훌륭해 보이죠. 물론 이것은 사대주의와 연관되서 현실도 모르고 그렇다고 자주적이지도 않다고 현대에는 의미가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이들의 얘기는 결코 빼 놓을 수 없죠. 사대부의 기개인 걸까요, 현실도 모르는 바보들인 걸까요. 조선은 청에 항복하고도 반청을 유지합니다. 마음까지 복종하지 않았다는 거죠. 현대인의 눈으로 이걸 어떻게 봐야 될까요.
북벌 : 효종을 대표하는 말 북벌, 하지만 그게 정말 실현하려고 노력했냐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북벌은 거병 전날 효정이 죽으면서 물건너갑니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북벌을 계획했을까요.
여기에 호란 때 벌어진 여러 전투들을 다루자면 머리가 아파집니다. 무엇을 얘기할 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 생각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호란 편은 이렇게 나누어질 듯 합니다.
1. 누르하치의 등장
2. 고려처럼
3. 인조반정
4. 이괄의 난
5. 정묘호란
6. 폭풍전야
7. 왕이 남한산성에 있다
8. 근왕군
9. 강화도 함락
10. 삼전도의 굴욕
11. 호란이 끝나고
12. 북벌의 깃발
뭔가 왜란을 하면 호란도 해야 될 것 같긴 한데... 나열해놓고 보니 기네요. 내용에 따라 더 추가되거나 아니면 하나로 통합되거나 하는 것도 있을 듯 합니다. 제가 공부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달렸네요. ( ..) 위에 말씀드린 주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시작은 어려울 듯 합니다.
그런데 저번에도 썼지만 왜란과 같은 감동은 없을 듯 합니다. 어쨌든 진 거고, 그것도 황당하게 진 거고, 근왕군들은 신나게 깨진 기록만 많고, 정작 정예였던 북군은 움직일 생각도 안 했고, -_-; 강화도도 어이 없게 함락되고, 남한산성이 오래 못 버틴 이유도 우습고, 왕은 무능하고 신하들은 명을 구하라는 말만 계속 하니... 죽어가는 건 백성들이요 왕은 세자를 싫어해서 실록에도 독살설이 보이고 에... 뭐 이런 식이죠.-_-; 그저 모든 편에서 M을 느낄 수 있으며 당하는 쾌감을 즐기신다면 연재를 기다려서도 좋습니다. ( ..)a 저한테 화내셔도 전 아무 책임이 없어요~
그나저나 임진왜란 편 쓰면서 졸업논문 거리는 다 쓴 거 같습니다. 저기서 형식만 갖추고 말투만 바꾸고 내면 되겠네요. 뭔가 날로 먹는 것 같으면서도 뿌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