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노트엔 그날이 이런 문장으로 적혀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뒤에 나는 자취를 시작하게 됐다. 혼자 살게 된 이후론 무엇이든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무슨 법칙처럼, 그렇게 적고 나서야 밤에 안심하고 잠들 수 있었다. 이젠 누구도 나의 하루를 기억해주지 않으니, 내 작은 노트만이 내가 하루를 살았단 증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지하철은 그리 한산하지도 붐비지도 않았다. 불편한 음악.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이었다. 라디오를 맨, 시각장애인 한 명이 동냥 바구니를 들고 지나고 있었다. 형식적으로 지갑을 뒤적거렸다. 천 원. 분명 나에겐 큰돈이 아니었다. 아깝다는 생각에선지, 불편한 음악 탓인지 내 손은 결국 움직이지 않았다.
개찰구만 넘으면 이제 금방 방이야. 누구도 기다리지 않지만 나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교통카드가 찍히지 않았다. 나는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역무원 아저씨께 부족한 돈을 건넸다. 천 원을 그냥 가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 꺼진 원룸에 들어와 불도 켜지 않은 채 조용히 문 앞에 기대어 앉았다. 천 원. 불현듯 화가 났다. 거슬러 받은 동전들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소용없었다. 나는 동전들을 다시 주어 저금통에 넣었다. 현관 센서등 불빛이 두 뺨에 흘렀다. 엄마가 보고싶어. 엄마랑도 아빠랑도 같이 살기 싫다고? 작은 내 노트에 적힌 엄마한테 전화하지 말 것이라는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지하철에서 들었던 불편한 음악이 귓가에 웅웅 울리는 것도 같았다. 불 꺼진 방 안에서 그렇게 황망히 앉아 있다가, K에게 나와 줄 수 있느냐고 문자를 보냈다.
K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 시간에 사람을 그렇게 불러도 돼? K가 특유의 심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불러내서 미안해.
무슨 일이야? 라고 묻는 K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혼자 방에 있기 무서워서......
그리고?
그리고?
내가 되묻자 K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있으면 너도 같이 어두워진다는 기분 들지 않니? 라며 나는 변명하듯 덧붙였다.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없는데.
그렇지만 한참을 그렇게 있다 보면 오히려 어두워진 내가 안심되어버려. 그래서 안심이라고 생각하다가도, 그래도 이렇게 어둡게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스위치를 찾으면, 이번엔 불 켜는 게 무서워지는 거야.
너는 하나도 진지하지 않아.
진지해?
지금 10시 반이야. 라는 K의 대답을 듣자 나는 어쩐지 우리 대화가 엇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응.
왜 나를 부른 거야?
......돈 때문에.
돈?
천 원.
넌 날 좋아하지 않아.
그건 우리가 헤어지던 날 K가 했던 말이었다. 마음이 아파야 하겠지만, 이상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K가 떠날 때까지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홀로 앉아서 이번엔 저금통에 있는 동전들에 대해 쓰기로 했다.
캄캄한 방 안에서 어두워 오돌오돌 있을 동전들을 생각하니 꺽꺽 울음이 나왔지만.
엄마가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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