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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10 22:10
그런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실연은 깊은 상처를 주고 시간은 흉터를 만들지만, 어떤이에게는 너무 흉하게 흉터가 남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힘들게 하죠. 사랑없이 살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기에 더욱 더 괴로움만 생기게 되고요. 지난날의 인연을 나와 너무 맞았던 그래서 행복했던 시간으로 억지로라도 기억하고 이제부터의 사랑에 과거의 사랑을 덧입히지 마시길 바랄게요. 만나다 보면 정들고 정들면 다 좋아보이는게 사랑 아닐까요,,
11/04/11 00:59
'좀 수수한걸..'
더벅머리 처럼 손질한, 누가봐도 어설픈 머리. 짙은 눈썹인 반면에 쌍커풀 없는 작은 눈, 뭉툭한 코와는 다른 날렵한 입술. 약간 불룩한 광대 옆으로 내려온 각진 턱선, 까만 셔츠에, 폭이 좁지 않았던 청바지. 그 위에 걸쳐입었던 마치 학생처럼 보이게 한 트렌치 코트. 그리고 그것을 완성시켜주는 뿔테 안경과,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는 이 남자. 오늘 소개팅은 조금 별로이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인생이란 어쩜 이리도 알 수 없는지, 결국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당신이 되리라고는 그때는 상상도 못했어. 그 뒤로 몇 번의 봄이 지나도, 예전같았으면 참 멋진 남자들을 그냥 지나치며, 이제는 다들 짝 만나 잘 사는 친구들 사이에서 오늘도 별로 외롭지 않게 니가 생각나더라. 그때 당신이 내게 잘 지내라고 했을 때, 난 이게 이렇게 오래오래 갈 줄은 몰랐어. 당신이 떠나면서 정작 울었던 것도 당신이었는데. 난 그때도 진짜 아무렇지 않게 잘 먹고, 잘 놀고, 일도 잘 하고, 그냥 아무렇지 않았는데. 벌써 몇 년이 지나 노처녀 소리를 들을때가 될 때 까지 마지막으로 사랑한 게 당신이었어. 그 동안 좋은 남자, 멋진 남자, 능력있는 남자 다 기회가 있었는데 왜 난 사랑하지 못했을까? 매번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발렌타인 데이가 지나. 그리고 따뜻한 봄이 왔다가, 바다가 그리운 여름도 오구. 산 꼭대기 바위 위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땀을 훔치며 볼 수 있는 가을하늘을 보구, 그리고 다시 당신과 첫 눈을 맞아. 그때는 그게 참 촌스럽고, 귀엽고, 귀찮고 그랬는데.. 왜일까? 당신은 내 첫사랑이 아닌데, 당신이랑 지낸 게 다 그립다. 그때 당신이 날 사랑해준 만큼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벌 받는 걸까? 나 이제 나이 30인데..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아직도 난 당신에게서 돌아오는 길인가봐. 난 잘 지내고 있어. 가끔 당신이 불쑥불쑥 떠올라서, 소개팅도 미팅도 선도 하기 싫어지는, 일이랑 결혼했다는 소리나 듣는 여자가 되었지만, 괜찮아. 나쁘지 않아. 당신이랑 추억이 되게 많아서 그런지 별로 외롭지 않았어. 넌 지금 행복하니?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난 뻔뻔하게 널 사랑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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