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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23 02:30:59
Name 은빛비
Subject [일반]  제가 가장 좋아하는(했던) 축구선수입니다.
참고로 저는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 고작해야 보는게 한일전 이나 월드컵이었죠.

뭐 현재도 맨유경기 할때 시간이 맞으면 생방으로 보고 챔스리그 토너먼트 하이라이트 정도 보는 정도입니다.
주위에 축구 좋아하는 친구 동생들이 너무나 많아서 같이 어울리다 보면 많은 이야길 듣게 되는데
저는 그 친구들과 축구팀, 전술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예전에 제가 축구를 잘 몰랐을 때의 얘기 듣는 걸
엄청 즐깁니다. 물론 그 친구들도 그 당시를 라이브로 접한 세대는 아니지만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그들의 축구지식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제 얘기로 돌아와보자면
1998년 고2때 월드컵 개막전 경기를 시청했죠. 그당시엔 선수들 이름 하나도 모르고 딱 하나 브라질이라는 팀만 유독 눈에 들어오더군요.
기억이 맞다면 브라질 vs 스코틀랜드의 개막전이었는데 경기 소개하는데 해설자분들이 하도 '호나우도' 선수를 찬양하길래 도대체 무슨 선수일까 하는 생각으로 경기를 봤습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4명의 선수를 농락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아예 경기를 압도하더군요. 비록 경기에서 골은 기록하진 못했지만 제겐 엄청난 임팩트로 다가왔습니다.
그 이후 경기는 잘 챙겨보진 못했는데 호나우도 선수가 꾸준히 골을 기록하면서 결승까지 진출을 했더라구요.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인데
홈팀 프랑스와 브라질의 경기인데 프랑스가 약간 홈빨로 올라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 축구하면
이탈리아, 독일,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브라질 정도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저는 당연히 브라질을 응원하면서 구경했죠.
그런데 해설자가 별다른 설명 없이 소개한(아마 프랑스 에이스라고만 소개) 이름도 몰랐던 선수가 헤딩골만 2골을 박더군요.
그때의 충격이란....... 정말 놀랐습니다. 지네딘 지단을 처음 알게 되었죠.
하지만 당시 여론은 호나우도는 월드컵내내 돋보였던 선수, 지단은 결승에서만 반짝 으로 표현이 됐던걸로 기억하네요.

2000년 여름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역시나 축구에 별 관심이 없을 때입니다.
월드컵도 다 안챙겨보는데 유로2000을 챙겨볼리가.......
무슨 인연인지 같이 살던 룸메가 축구 광이였습니다. 티비가 한대뿐이라 서로 타협을 해야하는데
치맥에 넘어가서 결국 한달동안 축구만 주주장창 봤네요. 보다보니 전에 월드컵에서 보던 선수가 프랑스팀 소속으로 경기를 뛰고
있었습니다. 지단이었죠.. 반가운 마음에 프랑스 응원을 시작했습니다.(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참고로 친구는 이탈리아팬이었는데 두팀의 대결에서는 저와 그 친구의 분위기가 아주 덜덜덜했던.....

결국 지단의 프랑스는 우승컵을 들더군요.
축구는 잘 모르지만 정말 연체동물처럼 그라운드에서 너무나도 우아하게 플레이 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 색달랐습니다.
더 빠져들기도 전에 군대를 가게 되어서 더 이상의 소식은 못들었습니다. ㅡㅡ
최고 이적료를 올리고 스페인 명문 구단으로 이적했다는 소리만 먼발치에서 들었구요.

뭐 잊고 살았었죠.
2006년 월드컵만 아니었다면 말이죠.
복학생들끼리 집에 모아놓고 맥주한잔씩 하면서 축구를 봤습니다.(시험도 끝났겠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전을 보는데 경기장에 나온 지단을 보고 절로 나온 말이
"아직도 뛰어????"
머리는 다 벗겨지고 나이는 만 34살....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그에게 좋았었던 추억이 있었는데 6년만에 본 그는 저에게 너무나 노쇄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조별예선을 힘겹게 통과하고나서

스페인, 브라질, 포루투갈을 차례로 격파 하는 모습을 보는데 전성기를 능가하는 기량을 봤습니다.
스페인과 브라질의 중원을 소위 털어버리더군요.
축구를 잘 모르는 저에게도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도 경이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나이에.....
클래스는 다르다 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듯..

비록 결승전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퇴장하고 준우승에 그쳤긴 하지만
월드컵  MVP 까지 수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서 명예로운 은퇴...



지금도 저는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아니 축구는 좋아하는데 제가 빠져들만한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잘하는 선수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기에도 가끔 경기들을 보면 딱히 제 마음을 사로잡는 선수는 없네요. 후우....

뭐 언젠가 제 마음을 사로잡을 선수, 지단을 능가하는 선수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뱀다리) 순전히 제 주관적인 입장과 생각에서 나온 글입니다.
           그리고 기억에 의존해서 쓴 글이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지적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지단의 클럽 경기는 한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기회도 없었구요...
           클럽에서의 지단의 경기에 대한 의견도 많이 듣고 싶네요.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 많은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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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23 02:44
수정 아이콘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트로피 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난데없이 머리를 박아버리시는..-_-;(덕분에 생긴 여러 짤방에 엄청 웃었습니다.)
근 10년간 유럽축구를 자기껄로 만든 선수라고 말하고 싶네요.
possible
11/03/23 08:33
수정 아이콘
저도 지단 팬이었죠. 지금은 호날두 좋아하고구요. 정말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던 것 같습니다. 영상 보다가 왜 그 골이
안나오지 하다가 역시 젤 마지막에 나오는 군요. 옛날에 ESPN에서 챔스역사상 가장 멋진 골 1위라고 하더군요. 아마 결승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골 하나로 우승했었죠. 그리고 지단하면 화려한 커리어....호나우도와 더불어 10년간 세계축구를 이끈 절대 본좌라고 생각합니다.
날아라쉐바
11/03/23 08:52
수정 아이콘
대머리 선수들이 축구를 잘하죠!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한명쯤 있었으면...(?)
Darkmental
11/03/23 08:55
수정 아이콘
저도 지단을좋아하지만 2006년 스페인 프랑스전에서 지단은 그냥 평타보다못힌수준이었습니다. 그경기에서 활약한건 마케옹이랑 비에이라 라인이었죠.. 선수말년에는 그냥 미드필더를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 잘보여준 예라고 생각합니다.
OnlyJustForYou
11/03/23 09:15
수정 아이콘
저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지요.
흔히들 뽑는 최고의 선수는 호나우도지만 다들 인정하는 건 그 호나우도도 지단의 커리어는 넘을 수 없다지요.
축구를 정말 아름답게 또 가장 잘 하는 선수가 지단이지요.
레알팬으로 02-03,03-04,04-05시즌 동안 행복했던 이유가 지단-호나우도를 볼 수 있어서지요. 비록 팀 성적은 그닥이었지만..
아직도 지단이 그립습니다. 다시 보고싶어요.
the hive
11/03/23 10:16
수정 아이콘
지단 초기에는 칸토나가 상대였더군요...
11/03/23 10:40
수정 아이콘
이 동영상은 특이하게도 유벤투스 시절을 많이 담고 있네요! 저도 가장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99년도부터 유럽축구를 봤는데, 그때는 유벤투스가 유럽최강이라 칭송받던 때죠. 그러다보니 국내에서도 해외축구 중계가 대부분 유벤투스 경기였는데요, 처음 볼 때는 그 특이한 헤어스타일만 보이다가, 나중에는 플레이 때문에 이분만 보이더군요.

그 때 경기를 보면서 가장 이상했던게, '어? 왜 수비수들이 지단은 압박을 안하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원래 수비수들이 공격수가 패스를 받는 순간을 노려서 달려들어서 공을 뺏거나, 최소한 템포를 죽여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경기를 보면 볼수록 그 이유가 이해가 되더군요. 바로 지단의 환상적인 볼트래핑과 개인기 때문에 압박을 하는 순간! 그 수비수 한명은 그냥 제쳐지면서 수비진영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 이었습니다. 그런다고 압박을 안한다면? 지단은 고개를 들어 경기장 전체를 살피고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날려버리더군요. 이게 지단의 스타일이었습니다. 현대축구에서 압박을 가할 수 없는 미드필더는 그야말로 해결 불가능한 존재라는걸 지단이 보여주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 당시에 유럽 감독들이 가장 원하는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개인기술과 높은 팀워크로 빼놓을게 하나 없는 선수였죠.

사실 기술로 따지자면 더 엄청난 면이 많습니다. 지단이 양발을 다 자유자재로 썼다는건 유명합니다. 사실 양발잡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선수들도 선호하는 발이 있기 나름인데,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버릇이 드리블할 때 3step 킥을 보면 됩니다. 공을 차고 세걸음 뛰어가서 공을 차고... 이 과정이 드리블이죠. 프로선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사실 패스보다 더 정교하게 킥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발로만 하게 되는데, 지단은 이 3step킥을 정말 양발로 했습니다. 그래서 수비수들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겨 버리는 일이 많았죠. 주력이 느림에도 드리블 돌파가 강력했던 이유였습니다.

요즘 현역 축구선수인 파브레가스에게서 넓은 시야와 창조성으로 스루패스를 날리거나, 사비가 환상적인 볼트래핑으로 수비의 압박을 벗어나는 모습을 볼 때면 그 두가지 모습을 다 가지고 있었던 지단이 생각납니다.

제 생각에 개인기가 최고로 좋은 중앙미드필더만이 지단의 스타일을 따라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팔레르모의 '파스토레' 선수에게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기는 한번도 못봤지만 FM에서 보면 개인기가 아주 좋은 플레이메이커로 나오더라구요. 맨유든 첼시든, 레알이든 바르샤든 경기를 볼 수 있는 팀으로 얼른 이적했으면 합니다.
11/03/23 11:08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6학년 때 저를 포함한 5명의 코묻은 돈, 무려 합계 만원을!!!!! 털어간 본좌 지단님이시군요....
98월드컵때 저는 네덜란드 팬이였고(이 때 부터 베르기옹을 좋아해서 지금까지 쭈욱 구너...), 다른 친구는 브라질 팬이었는데, 막상 프랑스-브라질 결승전이 성사되니까 이 브라질 팬인 친구녀석이 프랑스가 이길거랍니다. 무려 초등학생 6학년이 분석까지 해가면서!!!!
그 친구를 비웃으며 저를 포함한 5명은 2천원씩 해서 브라질우승에 걸었고....그 친구는 대담하게 5천원을 걸어서 내기를 했는데..
아직도 가끔 그 친구 보면 항상 하는 얘기가 그 얘기입니다. 어떻게 프랑스에 걸었냐, 초등학생이 5천원이나!!!!!
kogang2001
11/03/23 14:52
수정 아이콘
지단은 유벤투스와 레알마드리드에서 비슷한 기간의 선수 생활을 했는데
유베보단 레알을 더 좋아한다고 느꼈는데 저만 그렇게 느꼈나요??
레알에서 챔스우승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유베에서 레알로 갈때 유베와 마찰이라도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엄은영
11/03/23 22:05
수정 아이콘
스페셜영상 너무 멋진데요.. 음악과 영상이 적절히 어우러진것도 그렇고...
이름만 들어봤었던 지단인데 이런 영상은 처음 접해봤어요.
축구는 꼭 골을 넣어야 멋진 영상이 나온다는 제 생각을 송두리채 바꿔버리는군요.
지단은 어떤 선수였나요?? 구체적으로 너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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