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야 왜 너는 밝은노래만 만들어? 요즘 봐라. 슬픈노래들이 더 잘팔려. 이별얘기가사좀써봐"
"아, 누나 음악하는 사람들은 노래를 만들때 진정성을 담아야되요. 저는 이별해본적이 없어서 거짓감성밖에 못만들어요. 헤헤"
"야 그럼 사랑은 해봤냐? 연애도 못해본게.크크"
"저요? 당연히 해봤죠. 지금도 하고있어요."
"오오오오! 사귀는 사람있어? 누구야 말해봐"
"누나요.", "..."
같은과 공연소모임에서 선후배사이로 만난 그녀와 나는 이렇게 사귀게 되었다.
초반에는 비밀로 시작했지만, 과 특성상 걸리지 않을수 없었고,
그녀는 "축하는 바라지도 않아요. 욕이나하지마요." 라는 한마디 멘트를 남기고 연습실을 유유히 빠져나갔고.
그날 나는 예비역선배들과 검찰에 비교될만한 취조 그리고 축하주로 밤을 지새웠다.
우리는 참 공통점이 많았다. 취미나 음악 성향, 식성, 좋아하는 배우, 운동, 좋아하는 팀까지.
수원이 지는 날이면, 우리는 호프에서 밤새워 감독과 선수, 심판 등을 욕하고 밤을 지세웠다.
또, 둘 다 휴그랜트의 팬이라서 비오는 날이면 집에서 "러브액츄얼리" "그남자작곡그여자작사" 을 보면서
내가 만들줄 아는 유일한 요리인 파스타를 먹었다.
우리는 한가지 다른점이 있었는데, 이는 '음악과 문학작품의 성향' 이었다. 나는 밝은노래, 밝은가사, 밝은내용의 책을 주로 듣고 읽었으며, 그녀는 언제나 슬픈내용의 노래, 가사, 책들을 듣고 읽었다. 우리는 공원의 벤치나 한강의 둔치에서 밝은노래를 들으며, 슬픈 책을 읽거나 카페에 앉아 슬픈노래를 들으면서 말랑말랑한 내용의 책을 읽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랑했고, 우리는 '일말상초'의 벽을 넘지 못하고 헤어졌다.
우리는 그날이후로 만나지 못했고 아니, 만나지 않았고, 나는 다시 복학했다.
돌아온 캠퍼스는 그대로였고,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는 학교앞의 혼잡함도 그대로였다.
우리가 자주 가던 카페, 음식점, 술집으로 그대로 였으며 그 곳의 커피, 빙수, 팬케이크의 맛도 여전히 좋았다.
자주가던 과방은 모르는 얼굴들로 가득했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이제 받는 입장이 되었다.
즐겨찾던 카페의 분위기는 뭔가 더 무거워졌고, 덩달아 내 가슴도 한없이 무거워졌다. (뉴턴 강아지.)
아주 오랜만에 찾은 소모임에는 신입생부터 소모임장까지 전부 모르는 얼굴이었다.
소모임 대면식 자리에서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고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의 이어폰을 빼면서,
"현수선배!"
"노래 잘듣고 있었는데 왜?"
"오빠는 왜 슬픈노래만 들어요? 미니홈피 배경음악도 그렇고, 컬러링까지. 세상이 이렇게 밝은데 왜 혼자 쳐져있어요. 힘좀내봐요. 오빠가 그러니깐 나도 쳐질려고하네. 제가 재밌는 얘기 해드릴까요? 제 친구가 어쩌고 저쩌고...."
"(........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