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3/20 15:37:26
Name 헥스밤
Subject [일반] 정치, 종교, 스포츠중 바로 그 스포츠 이야기.
혹시 표현상 불쾌한 점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제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질문이라, 감정적으로 상하게 할 만한 표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일반적으로 초면 혹은 의례적인 대화에서 절대로 피해야 될 소재가 정치, 종교, 스포츠라고들 합니다.


정치와 종교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이유도 알겠고, 뭐 나름의 경험으로 이게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대충은 알 것 같고, 이래저래 살며 부딪혀오며 이제는 저 두 주제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일상적인 친교의 자리라면) 왠만하면 충돌없이 무난히 넘길 어느 정도의 자신도 있습니다. 비록 나는 이제 10년차의 모당 당원이지만 뉴라이트산하 무슨 연구소 연구소장 아저씨와 독대해도 서로 웃으며 잘 헤어진 경험이 있고, 비록 나는 몇대 거슬러 올라가면 순교자도 배출했다는 집안의 모태신자이나 개나이롱 카톨릭이지만 개신교 원리주의자에 지적설계론의 신봉자인 친구의 친구와 커피 한잔 하며 서로 친교를 쌓고 지금까지 유지한 경험도 있으니. 물론 뭐 정말 필요한 '논쟁의 자리'라면 이딴거 없고 싸움 싸움 싸움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뭐.

근데 스포츠, 이거이 이게 힘듭니다...

---

사람들에게 스포츠의 의미도 아직 잘 모르겠고,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스포츠 중에 야구, 야구 중에 응원팀/응원팬에 대해. 야구 경기를 중계로 띄엄띄엄 찾아보고, 응원팀이 생긴 지 올해로 3년차가 되어가는 초짜 야구팬입니다. 고교시절 학교가 청룡기 우승하고 그거 응원하러 많이 동원된 덕에 동대문구장은 꽤나 들락거렸지만, 졸업 이후로 거의 10년간 야구랑 아무 상관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다 인생이 너무 피곤해서 야구라도 봐야겠다,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왠걸 꽤나 재밌어서 가끔 챙겨보고 이왕 챙겨볼꺼 응원할 팀 하나쯤은 있는게 좋겠지 이왕 응원할꺼 10년콩빠짓 이젠 못해먹겠다 두산도 괜찮지만 SK다, 라는 생각으로 3년째 보고 있습니다(그리고 응원 첫해 SK는 타이거즈에 패배합니다). 재밌게 보고 있긴 한데, 아직까지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꽤 있습니다.

Pgr21뿐 아니라 그래도 전체적으로 글들이 읽기에 꽤 괜찮고 예의가 있는 커뮤니티에도 때로 광풍이 불어옵니다. 광풍의 소스는 결국 정치, 종교, 스포츠입니다. 재보선과 대선 때 또 한번 광풍이 불겠네요. 이 중에 정치와 종교는 저도 나름 즐기는 소재이고, 사람들이-그들이 아무리 나와 전혀 반대의 사상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왜 이렇게 싸우는지, 왜 이렇게 말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근데 스포츠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선동열. 이종범. 박찬호. 빈볼. 개인적으로 모든 남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장 무서운(?) 단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가로 몇 몇 팀과 선수에 대한 비하적 표현들과(아, 그리고 이 개개의 단어에 대한 글이 아니지만 예상치 않게 이쪽으로 논의가 흘러갈 위험성을 가진 글이기에, 필자로서 구체적으로 저 단어들에 대한 덧글들 되도록 자제해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전혀 모르는 소용돌이가 시작되고, 휩쓰니.

그래도 온라인은 차라리 양호한 편입니다.

오프라인. 음. 정말 친한 친구들과 야구 이야기를 해도 분란이 납니다. 아니, 내가 뭘 말한 것도 아니고 그냥 친구 서넛이 떠들고 나는 늅늅이니까 그냥 듣고만 있자 하는데 갑자기 이녀석들이 파워배틀...인 적도 있고. 길에서 야구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옆의 아저씨가 이야기에 끼더니 그레이트 버닝! 하는 걸 본 기억도 있고. 멀쩡히 있던 놈이 좀 취하더니 갑자기 야구이야기로 버닝버닝. 야구장엔 아직 안가봤지만 동대문 고교야구 관람과 인터넷의 여러 글들, 그리고 중계를 보면 아 음 대충 분위기가 예상되기도 하고. 아는 술집에 걸린 nofears 타월 가지고 배틀이 일어났다는 전설도 들었더랬죠.

09시즌, 7차전 끝내기 홈런 맞고 아 이건 황신의 저주도 아니고 내가 응원하는 팀은 왜 이런다냐, 하며 기아팬으로 유명한 친구에게 축하전화나 해주려 전화했는데 그녀석이 울먹이며 전화를 받았던 경험이나, 저 선수의 전성기를 본 적이 없지만 간간히 보이는 경기에서의 파괴력, 그리고 정말 너무나 야구적인 인터뷰에서 보이는 인간성 때문에 정말 멋진 선수라고 생각했던 양준혁 은퇴경기의 4타석, 내땅에도 1루로 전력질주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야구 본지도 얼마 안되고 삼성팬도 아니고 양준혁도 잘 모르는 내 눈에서 왜 눈물이 나지 했던 경험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역시 스포츠의 핵은 드라마니까.

그런데 '분쟁'에 대해서는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제 야구에 대한 관심이 일천해서인 듯 한데. 게다가 지역연고팀 응원도 아니고(라지만 개인적으로 말년을 보내고 싶은 4대도시 인천태백광명부산에 껴있는데 나름...)해서 더 잘 모르겠고.

글은 결코 그런 분쟁을 일으키거나, 분쟁을 벌이는 분들을 공격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사람 사는데, 분쟁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의라. 또한 결코, '그깟 공놀이가지고 왜 싸워'라고 비아냥거리려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초짜 야구팬으로, 그리고 대인 접촉이 잦은 사회과학 질적 연구자로서 그저 '궁금'합니다.

야구뿐 아니라 어떤 팀, 혹은 누군가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그리고 내팀이 못하는 경우 외에 경기내/외적으로 빡치는 건 언제입니까. 그리고 스포츠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어떤 종류의 왕도가 있을 수 있을까요.

글 자체가 다루는 소재들이 민감한 부분이 많기에, 덧글 작성시 다시 한번 신경써주시기를 부탁드릴께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응이응
11/03/20 15:41
수정 아이콘
저는 제가 응원하는 팀이 지는건 당연히 짜증나는거고
질땐 지는데... 경기를 포기한 모습을 보일때는 정말 열 받더라구요.

작년에 엘지가 넥센이랑 홈경기였던거 같은데
지는것도 열받는데 게임포기한 모습에서 더 열받아서 중간에 나와서
친구들이랑 술먹으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Ms. Anscombe
11/03/20 15:44
수정 아이콘
다양한 의미 만들기 작업 중 하나겠죠. 그 전에 사람들이 왜 음식물을 섭취하는지부터 의문시해야 할 것입니다.
28살 2학년
11/03/20 15:48
수정 아이콘
좋아하는것에 대한 관심의 차이가 아닐까요.
저도 쌍방울 없어지기전까지는 야구 광팬이었는데 이후로는 그깟 공놀이가 되더군요.
김원형이 선동렬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두고 그때 결승타가 김기태의 솔로홀런이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습니다.
독수리의습격
11/03/20 15:56
수정 아이콘
스포츠는 솔직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야구는 기록이라는 면에서 다른 스포츠에 비해 그 양이 독보적이니까 이런저런 논의도 오고가고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대부분 퐈이야로 끝나죠 ㅡ,.ㅡ
지니쏠
11/03/20 16:00
수정 아이콘
애정을 가진 대상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기 힘들기 때문이겠죠. sk팬은 김광현이 류현진보다 못할게 없어보이고, 두산팬은 양의지가 강민호보다 나아보이며, 삼성팬은 양준혁이 이종범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하고, 롯데팬은 최동원이 선동렬보다 못할게 없다고 생각하며, 엘지팬은 이대형이 최고의 수위타자라고 생각하고 기아팬은 선동렬이 메이저갔어도 두자리승수는 했을거라 생각하며 넥센팬은 트레이드만 아니었으면 넥센이 우승권이라 생각하겠죠. 한화팬은 류현진이 김광현이랑 비교되는것 자체가 어이없다고 생각할거구요. 이러한 관점들이 부딪히며 논쟁이 생기는것이 아닐까요? [m]
11/03/20 16:35
수정 아이콘
초면혹은 친지간에 피해야될 주제가 정치, 종교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스포츠도 거기에 들어가는건 처음 들어보네요.
스포츠는 누구나 즐길수 있는 주제,취미중 하나이기도 해서 잘만 얘기하면 되려 초면에 풀어가기 쉬운 주제라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비하해서 얘기하면 스포츠뿐 아니라 애니,연예인,게임,학교,직장얘기 등 어느주제라도 맘상할수 있겠지만요.
루크레티아
11/03/20 16:48
수정 아이콘
응원하는 선수와 팀은 곧 자신의 아바타와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가지에 사람이 소위 '꽂히게' 된다면 그 사람은 꽂힌 대상에게 자신의 모든 것들을 열렬하게 투영하게 됩니다. 스포츠는 이러한 꽂히는 대상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이며 인간미가 살아있는 대상입니다. 왠만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대충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알고 있으며, 주변인들 중에서 남여노소를 가리지 않고 스포츠 자체를 보는 것조차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비록 그 종목의 호불호는 갈릴 지언정 스포츠라는 단어와 모든 종목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이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승부욕이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포츠를 직접 우리의 눈 앞에 펼치는 대상은 보는 사람과 같은 '인간'입니다. 어떠한 기계,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그 스포츠 플레이의 가장 본질적인 대상은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보는 사람은 자신과 같은 인간을 대상으로 스스로를 선수와 팀에게 투영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비록 저렇게 하지 못하지만, 저 사람(팀)이 나를 대신해서 스포츠를 해주는 것이다. 저 사람(팀)은 곧 나 자신이다.'라는 생각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포츠팬들은 선수나 팀의 상황을 곧 자신이 처한 상황처럼 감정을 이입시켜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선수나 팀의 우승과 선전, 또는 좌절과 연패, 은퇴나 해체 등의 사안은 곧 자신의 인생에 대입시켜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이것 역시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둘 다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나 팀의 비판, 비난이 나오면 당장 불타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곧 그 비판이나 비난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화살과 다름이 없게 되니 말이죠.
11/03/20 17:01
수정 아이콘
정치 종교에 비해서야 스포츠는...훨씬 말랑말랑하죠. 물론, 어떤 의도가 있어서 '긁을려고' 하면 특히 온라인에선 잘 긁히지만.. 개인적으론 오프에서 큰 문제가 있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승엽 몬스터 시즌에도 이병규가 이승엽 보다 낫다라고 이야기 하던 주변 LG 팬들을 보고는, 아 저렇게 생각할수도 있다니... 하고 지지치고 말을 안섞은 기억이 있긴 합니다.

뭐 학교 기숙사 생활할때, 같이 플레이오프를 티비로 벼면서 쌈 날번한 기억도 있지만, 그래도 남는 앙금은 정치/종교에 비할 바가 아닌것 같습니다.
The HUSE
11/03/20 17:06
수정 아이콘
여친은 바뀌어도 야구 응원팀이 바뀌는 일은 없다는...
아우구스투스
11/03/20 17:11
수정 아이콘
일단 아무래도 냉정은 무리일듯 합니다. 제가 응원하는게 농구는 아이버슨, 야구는 기아, 축구는 리버풀인데요. 특히나 리버풀의 경우는 아무리 해도 냉정 유지는 힘들더라고요. 애초에 포기가 되더라고요. 에휴...
마나부족
11/03/20 17:15
수정 아이콘
초면에 피해야할 대화소재 세가지, 정치 종교 스포츠는 원래 남자들이 소개팅에서 하면 안되는 것들의 목록에서 나온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남자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것을 뽐내고 싶어서 스포츠를 주제로 떠벌이게 되는데 이게 여자들 입장에서는 최악이랍디다..;
lotte_giants
11/03/20 19:03
수정 아이콘
스포츠 빼면 할얘기가 없는데...으헝헝
11/03/21 18:07
수정 아이콘
원전은 정치/종교/性 이야기는 공공장소에서 하지 말 것 입니다. 앞의 두가지는 답이 안나오고, 뒤의 한가지는 커뮤니티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7889 [일반] 통큰 치킨, 이마트 피자에 이어 '위대한 버거'가 등장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2] PatternBlack7058 11/03/20 7058 0
27888 [일반] ▶◀일밤이 죽었슴다 --;; :: MBC <일밤 -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3회차 중계불판 [종료] [681] 케빈제이11352 11/03/20 11352 0
27887 [일반] 전 PGR이 너무 좋습니다! [17] 김민규4573 11/03/20 4573 0
27886 [일반] 내수를 키우자! [21] 왕은아발론섬에..4690 11/03/20 4690 0
27885 [일반] 정치, 종교, 스포츠중 바로 그 스포츠 이야기. [27] 헥스밤5578 11/03/20 5578 0
27884 [일반] [스포주의] 충격과 공포의 UFC128.... [19] 파쿠만사5780 11/03/20 5780 0
27883 [일반] [충격]존 테리, 국가대표 주장직으로 복귀 확정적 [28] 아우구스투스5983 11/03/20 5983 0
27882 [일반] 스마트폰으로 무얼 할까. [59] ArcanumToss7681 11/03/20 7681 0
27880 [일반] [기사] 갤럭시S2, SKT·KT 통해 다음달 출시 [68] 시경6073 11/03/20 6073 0
27879 [일반] 나는 차였다.......... [6] awnim5325 11/03/20 5325 0
27874 [일반] 폐인생활...아련한 추억(?) [13] 착한스5640 11/03/20 5640 0
27873 [일반] 어장 속 물고기는 울고 싶다. [24] nickyo6831 11/03/20 6831 1
27872 [일반] [EPL] 맨유 Vs 볼튼 불판 [294] 반니스텔루이6600 11/03/19 6600 0
27870 [일반] 목동 야구장을 다녀왔습니다. (LG vs 넥센 시범경기 관람) [11] 델몬트콜드3740 11/03/19 3740 0
27869 [일반] 왜 페가수스는 선동렬을 까는 것인가? [141] 페가수스8316 11/03/19 8316 0
27868 [일반] 늙고 병든 이십대 후반의 유쾌한 悲歌 [7] 헥스밤5611 11/03/19 5611 1
27867 [일반] [펌]센다이 구난 - 관료주의의 문제. [19] V3_Giants5990 11/03/19 5990 0
27866 [일반] 선동렬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어떠했을까? [114] 페가수스10131 11/03/19 10131 0
27865 [일반] 청소년보호법·국가재정법·부담금관리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됐습니다. (일명 1%법) [15] AhnGoon4709 11/03/19 4709 0
27864 [일반] 670일간의... 기나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8] 마산갈매기5758 11/03/19 5758 0
27863 [일반] [F1이야기]2011시즌 몇가지 눈에 띄는 변화+주요 소식 몇가지 [13] lotte_giants4066 11/03/19 4066 0
27862 [일반] 에바사마의 일본 자전거 일주#19 (악플러와 경찰서) [28] Eva0104800 11/03/19 4800 0
27861 [일반] 그래도 미국밖에 없네요. [65] 미스터H12066 11/03/19 1206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