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글들이 요새 많네요 ^^ 다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리플들 보면서 갑자기 생각난 걸 적어 봅니다. 일단 삼국지연의가 왜 재밌을까 하는 거 적겠지만... 뭐 글 가는대로 써 보겠습니다. (... 신라편 언제 쓰지)
1. 캐릭터성
바로 밑 안단테님의 글, 장비는 무식하지 않았다는 거죠? 장비의 지금 이미지가 구축된 게 삼국지연의라고 추측이 쉽게 되죠. 그 전의 삼국지 평화만 해도 장비가 너무 잘났으니까요. 자 그럼...
관우의 이미지가 어떨까요? 얼굴색은 잘 익은 대추빛에 눈썹은 누에가 지나가는 듯 하고 길고 아름다운 수염에 청룡도와 적토마. 당장 딱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죠. 장비는? 밤송이 수염에 험상궂은 얼굴, 장팔사모. 하후돈은 외눈이고 서황은 도끼를 휘두르죠. 제갈량은 톡 튀는 옷을 입고 다니구요. 당장 겉으로만 봐도 각 캐릭터가 확연합니다. 마치 현대 게임에서 레어템을 따지듯이 명장들은 자기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인물을 떠올리면 곧바로 그 무기가 떠오릅니다. 이런 특성을 부여해 주는 캐릭터는 소설에서 띄워주고, 아닌 인물은 그냥 엑스트라일 뿐이죠. 장료만 봐도 소설에서의 튀는 부분은 관우와 친하다는 것, 그 이외에는 없어서 관우와 연관 없는 에피소드에서는 별로 잘 나오지 않죠.
후대에 들면서 계속 추가한 것도 있겠지만, 이 정도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이 지금 봐도 참 대단합니다. 그래서 소설에서 딱히 특징이 없는 장수들은 만화에서도 그냥 장수 1,2로 취급받고 코에이에서는 얘네들 특징 만들어주느라 머리 참 많이 아프죠.
장비 얘기로 돌아가자면 유비에게 인덕의 군주, 관우에게 문무겸비와 충성 등을 덮으면서 차별화가 된 걸로 보입니다. 과묵한 사람 둘 있으면 재미 없잖아요. 관우가 과묵하니까 장비는 좀 무식하고 까불고 대신 힘은 왠지 더 센 것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된 거죠.
2. 다양한 해석 가능
유비가 연의의 수혜자인지 피해자인이 정말 미묘하죠. 작가의 의도인지 역량 부족인지 몰라도 유비의 태도는 현대에서 보면 정말 이중적으로 보입니다. 조조도 마찬가지죠. 아무리 재평가가 있었다지만 연의에서의 조조도 현대에서 보면 충분히 팬이 생길 만 합니다. 그냥 까려고 만들었을지 모르는 그 수많은 조조의 굴욕, 하지만 조조가 거기에서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죠. 뭐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언제나 키배가 벌어지죠. =_=;;; 여기에 정사까지 끼어 들면 정말... 위촉오라는 색이 확연히 다른 나라들로 인해 자기가 지향하는 사람을 추종하는 게 참 쉽습니다. 게임, 만화, 기타 각종 매체들이나 다양한 해석들을 보면 알 수 있죠. 그 정도로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의 해석이 들어가기 쉬운 게 아직도 삼국지가 인기 있는 이유일 겁니다.
뜬금 없이 창천항로 얘기 해 보겠습니다.
창천항로에서 조조는 악명이든 뭐든 신경 안 쓴다고 했습니다. 이게 유비, 손권에게도 전염돼서 어떤 악명이든 촉을 위해서, 오를 위해서 모든 걸 자기가 덮어 쓰고 삼켜 버리겠다고 합니다. 인도 없고 예도 없고 뭐 이런 말들도 있죠.
근데 갑자기 최후반부에 관우가 주인공이 돼버리는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합니다. -_-; 동맹은 하늘에 맹세하는 건데 그걸 깨는 오는 뭐라 지껄일 자격이 없다느니 뭐니... 창천항로에서 늘 말 하던 주제와 저언~~~혀 다른 거죠. 하지만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자기가 쫓고 싶은 걸 좋아하면 되거든요. 마찬가지로 만화 내내 조조의 파격을 띄우면서 제갈량의 '조조가 원하는 재주는 모두가 가지는 게 아니고 조조가 세우려는 나라 역시 모두가 원하는 게 아니다. 지친 사람들은 안주할 곳을 찾는다'고 하면서 반대로 유비를 띄웁니다.
삼국지로 돌아가 볼까요?
한창 한족의 세계가 무너져가고 복구하려던 시절, 원말명초. 그 옛날의 한족을 되살리는 내용을 원한다면, 혹은 창천항로에서 크게 묘사한 것처럼 유방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유비를 원한다면 연의에서 그렇게 재해석된 유비를 좋아하면 됩니다. 아니면 연의와는 다르면서도 정말 영웅의 모습이라 할 만한 정사의 유비를 좋아해도 되죠. 파격적인 개혁을 펼친 조조를 좋아해도 되죠. 어떻게 재창작되든 그야말로 짧은 시간을 불사르고 간 여포를 좋아해도 되고, 충의 화신 관우를 좋아해도 됩니다. 그냥 막 나가면서도 충은 지키는 장비를 좋아해도 되고, 문무를 겸비했다는 장비를 좋아해도 됩니다. 손책-주유의 미를 좋아해도 되고 -_-; 그에 따라 왠지 미소년이 되는 육손을 좋아해도 되고, 대교와 소교의 로리함을 좋아해도 되죠. 이야기가 이상한 곳으로 가네요 -_-;;;;;; 원본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물론 원본을 해치는 것도 엄청납니다 -_-; )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할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게 삼국지가 아직 인기 있는 이유겠죠.
3. 기타
황산벌-평양성 조합으로 삼국시대 글 쓰기 전에 구상했던 게 후삼국시대 글이었습니다. 그 때 생각난 거였는데요.
3이라는 숫자는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둘만 싸우는 건 뭔가 심심하고, 춘추전국시대처럼 잔뜩 싸우는 건 너무 많습니다. -_-; 그런 의미에서 딱 3+a인 거죠. 자기가 좋아하는 게 정이고 그에 대적하는 게 반, 그리고 그 둘을 방해하는 하나-_-; 거기에 취향에 따라 약간 더. 이게 사람의 재미를 끌기에 딱 괜찮은 숫자인 듯 하네요. 마찬가지로 전국시대에서도 100년 가까이 되는 기간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딱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가 놀던 때죠. 거기에 더해서 모토나리, 신겐신 등이 더해지는 정도.
100년이 넘어 가면 사람들이 죽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죽으면 거기에 대한 호감이 급히 떨어지죠. 연의의 후반이 인기 없는 이유, 전국시대 초반이 별로 인기 없는 이유일 겁니다. 확실한 캐릭터성이 드러나는 세 집단이 한두 세대간의 짧은 기간 동안 아주 화려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역사에서 몇 안 되는 시대. 그게 연의가 재미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
... 왠지 밤에 뻘글 하나 남기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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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가 재미있는 소설임에는 이견이 있을수 없습니다. 어떤면에선 수호지보다 등장 인물의 개성이 더 잘살아있다고 보입니다. 소설의 배경도 훨씬 크고 시간의 흐름도 빨라서 지루한 감이 없습니다. 변화무쌍한 등장인물들의 부침도 매력적이구요. 그런데도 아쉬운 점은 삼국지에 관심을 쏟는만큼 우리네 역사에도 관심을 쏟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삼국지는 쉽게 접할수 있고 많이들 아는 이야기이다 보니 자주 화제에 오르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좀 과해 보이기도 하는군요. 천수백년전에 남의 나라에서 있었던 소설에는 등장 인물 하나하나에까지 관심을 보이지만 불과 백년전 또는 수백년전 우리땅에서 있었던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세태는 정말 아쉽습니다. 흉을 잡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그렇다는 제 생각입니다.
삼국지 만큼 거대스케일에 다양한 등장인물, 무협과 현실을 오고가는 소설이 참 드물죠
나관중도 자신이 필생의 심혈로 지은 이책이 이런 공전의 대히트를 치리라는 사실은
예상하기 어려웠을겁니다.
어떻게 세월이 가면 갈수록 이건 점점더 영역이 넓어지고 깊어져 게임판까지 좌우하는
소재가 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