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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2/17 09:36:34
Name sungsik
Subject [일반] 소소한 삼국지 이야기들
1. 촉은 촉이 아니었다.

무슨 말인가 하시겠지만 사실 촉은 자신들을 정말로 한(漢)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촉서 양희전을 보면 양희가 241년에 쓴 계한보신찬이라는 촉나라 인물을을 찬양하는 글귀가 있는데,
여기서 계한이란 季漢이라해서 전한, 후한과 함께 촉한을 구분하기 위한 말입니다.

실제 촉나라 인물들에게 자신이 정통성을 가진 한나라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그것에 관한 몇 가지 기록이 나옵니다.

첫 번째는 손권이 제위에 올랐을 때입니다.
조비의 제위야 한의 헌제의 제위를 찬탈한 것이기에 촉의 입장에선 역적이자 자신들이 물리쳐야할 세력.
이라 생각했겠지만 손권의 제위는 참으로 쌩뚱맞았지요.

자신들이 정통성을 가진 한의 계승 국가이고 한의 황제가 번듯이 있는데
갑자기 손권이 제위에 오르면 황제의 정통성이고 뭐고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촉 내부에서는 오와 관계를 끊어야한다는 듯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물론 촉과 오는 입과 입술과 같은 관계였기에 서로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고
제갈량은 위위, 진진을 보내 손권이 제위에 오름을 축하합니다.

또 하나는 이릉전에서 부융의 발언입니다.
부융은 유비가 손권을 정벌하기 위해 동쪽으로 갔을 때 풍습, 장남과 같이 죽은 인물인데,
유비가 이릉에서 크게 패배하고 후퇴할 때 후방에서 적의 추격을 끊으며 저항합니다.
그 때 오나라에서 부융에게 투항을 하라고 권하자.

"오(吳)나라의 개들아! 한(漢)나라의 장군중에 항복하는 자가 어찌 있겠는가!"
하며 죽습니다. 분명히 자신들을 한나라라고 생각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또 하나가 촉 말기의 명장 중 하나인 나헌의 발언인데,
촉이 패망하자 오나라는 촉을 정벌하기위해 서쪽으로 갑니다.
이 당시 수비를 하던 장군이 나헌이었습니다.

나헌이 말하기를 "본조가 무너졌는데 오나라는 순치의 동맹국이면서도 우리의 어려움을
돌보지 않고 오히려 이익을 탐하니, 이는 맹약을 저버리고 약속을 어기는 짓이다.
게다가 한나라가 이미 망했으니 오나라도 오래 버틸 수 없다.
어찌 오나라의 항로(항복한 포로)가 되겠는가." 라고 합니다.

역시 자신들을 한나라라고 분명히 인식하고 촉이 멸망할 때까지도 그들은
자신이 한나라의 신하였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 촉과 오가 진짜 위를 멸하고 대륙을 양분했으면?

손권이 제위에 오르자 촉과 오는 서로 위를 멸했을 때
천하를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가에 대해 의논을 합니다.
그리고는 병주,기주, 연주는 촉나라가 점하고 예주,서주,청주,유주는 오나라가 가져가기로 합니다.

양주, 옹주는 이미 촉나라가 노린 땅이니 당연히 촉에게 들어갈 것이고
유일하게 언급이 안 되는 것이 사주이지요.
그래서 사주를 그냥 딱 절반으로 나눈다고 보고 이걸 지도에서 나누면...








이렇게 나뉘어 집니다.
물론 촉도 오도 자신들이 의논한 주중 단 하나의 주도 가져가지 못하기에
제대로 김칫국을 마신 거긴 하지만요.



3. 오나라의 김치국은 기록에 더 제대로 남아있다.

위처럼 나뉘어진 주에 대해 오나라의 기록은 김칫국을 얼마나 제대로 마셨는지 보여줍니다.
오서 보즐전을 보면 손권이 제위에 오른 후 보즐을 표기장군으로 임명하고
'기주목' 으로 임명합니다.

또 주연전을 보면 거기장군으로 임명하고 '연주목'이 되지요.
그런데 기주와 연주가 촉나라의 세력이 되면서 직책이 없어져 해임됐다.
라고 나옵니다.

주태 역시 이릉전투후 촉나라를 정벌하려고 들 때 '한중태수'로 임명됩니다.
한 번도 가진 적도 없는 땅에 대한 직책이 오나라 장수들에게 버젓이 주어집니다.
이것은 영직이라고 해서 가지지 않은 땅이나 벼슬에 대한 직책을 주는 것이지요.



4. 조비가 컨트롤 할 수 없다 여겨 죽은 천재. 주불의.

주불의에 대한 기록은 선현전에 남아있는데,
어릴 때부터 남다른 재주가 있었고 조조의 아들 중 가장 영특했던 아들이었던
조충과 함께 지내길 바랬습니다. 그러나 조충이 어린나이에 죽어버리자
주불의도 함께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조비가 이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이에 조조는 "이 사람은 네가 능히 제어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라고 하고 자객을 보내 죽여버립니다.

여기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조조는 분명히 조충의 능력을 조비보다 훨씬 높게 평가했으며,
실제 조충을 후계로 삼을 마음이 아주 없지 않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조충이 너무 안타깝게 죽어버리자 너무 영특한 주불의를
후에 조비가 제어하지 못해 어떠한 불행의 씨앗을 키울지 모른다 생각하여 암살했고
당시 주불의의 나이는 17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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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Hypo
11/02/17 09:43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삼국지글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써주시면 고맙겠는데요. 크크
마프리프
11/02/17 09:52
수정 아이콘
뭐 출사표만봐도 한실을 부흥해 구도로 돌아가겠다고 나오니까요 한나라 참 끈질겨요 만약 유비가 한번더 천통을 했다면 전한.중한.후한이었을까요? 크크
하늘의왕자
11/02/17 10:12
수정 아이콘
촉한(蜀漢)이라는 말은 공식적인 명칭(촉나라 인들이 스스로를 불렀거나, 아니면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거나)이 아니었나요???
andante_
11/02/17 10:40
수정 아이콘
여러 부분에서 저와 생각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촉은 촉이 아니라 촉한이라고 보기에 더 가깝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이것은 유비니까 가능한 일이었죠. 당시 유씨=한나라라는 당시로서는 고정관념에 가까웠던 백성들의 사상을 잘 이용했다고 봅니다. 조조나 손권이 한나라를 계승한다고 하면 한나라를 부정하고, 새로운 황실을 세우는 것이지만, 유비가 한나라를 계승하면 형식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말은 되거든요. 유씨니까요. 중산정왕이 몰락한 세력이든, 유비가 촌부에서 놀던 건달 출신이든 유비에게 한나라 황실의 피가 흐르던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촉을 촉한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단지 조비가 헌제를 폐하고 위를 건국했기 때문에 촉을 촉한이 아닌 한이라고 부르기에 문제의 여지가 것이라 봅니다. 유비가 헌제로부터 직접 제위를 이어받은 것은 아니니까요.

2번은 굉장히 흥미롭네요. 실제로 저렇게 되었으면 저라면 촉에 힘을 들어줄 것 같습니다. 형주는 오랜 전쟁 때문에 자원이 고갈되었을 것이고, 그나마 예주와 서주, 청주를 기반으로 할 수 있지만, 촉의 사주와 연주, 기주에 더 힘이 들어갈 것처럼 보입니다. 조조가 기주를 완전히 차지한 후에는 어차피 기주는 안정된 기반으로 후방의 가장 중대한 보급창고로 쓰였던 것처럼 촉이 남하하는 패턴이라면, 기주의 곡창은 엄청난 매리트가 되리라 봅니다. 하지만 어차피 김치국...

3번은 뭐 어차피 형식적인 절차였죠. 유비도 한중왕이 되기 전에 익주목, 형주목은 자신의 땅이고 유기와 유장으로부터 빼앗은(?) 것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조조로부터 임명받은 예주목과 좌장군까지 겸임하고 있었으니까요.

4번은 아마 제 기억으로 조조가 일찌감치 조충을 후계자로 삼았다고 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저 당시 조조는 승상이었지 위왕이 아니었죠. 조조가 위왕이 되어 후계자를 선택할 때면 조충이 살아있었어도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조충이 살아있을 때의 에피소드를 보면, 조조를 비롯하여 조조의 가족과 부하 장수들, 하위 관리들에게까지 사랑을 듬뿍 받았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신동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불의가 죽은 것은 조충이 죽었던 시기가 아니라, 조조가 죽기 전에 자신의 후계자인 조비가 왕이 되었을 경우의 방해물들을 하나둘씩 숙청했을 시기입니다. 조충과 합장된 사람은 다른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때에 조조의 의심병과 노망이 한창 물이 오를 때여서, 양수는 실제로 조비의 방해물이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허유와 최염, 심지어 며느리인 조식의 아내까지 죽입니다. 사마의도 죽이려다가 실패하구요. 아무튼 주불의를 죽이게 된 형식적인 이유는, 조조가 주불의를 사위로 삼으려고 했는데 주불의가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조비가 주불의의 재주에 대해 아까워했고, 여기서 조조가 주불의를 죽이는 진짜 이유가 나오죠. 조비가 주불의를 컨트롤 할 수 없어서 나중에 재난이 될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Siriuslee
11/02/17 11:26
수정 아이콘
2번. 현실은 수춘땅도 못가보고 합비에서 료라이에게 쳐발린 손권.
11/02/17 11:45
수정 아이콘
어딜가나 자기네가 한나라라고 생각하는 놈들이 문제네요.
가만히 손을 잡으
11/02/17 14:02
수정 아이콘
흠..그런데 예전 생각하는 방향으로 보면 유비도 역적 아닌가요? 한나라 헌제가 조비에게 핍박을 받고 황제 자리를 뺐기고
바로 다음 해에 자기가 제위에 오르는데, 원래 정도를 따르려면 일단 위의 세력을 역적으로 선포하고 토벌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군사행위를 한다던지 그래야 되는데...헌제가 죽었던 살았던 그냥 낼름 황제가 되어버렸으니 결국 이놈이나 저놈이나
정도로 보면 다 역적아닌가요? 항상 삼국지 읽을때 이부분에서 다 똑같은 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엘푸아빠
11/02/17 16:42
수정 아이콘
손권이 관우 관평 주창등등을 살려서 촉으로 보냈다면 어땠을까요? 무력으로 점거하긴했지만 어쩄든 한중을 먹은 이후에 돌려받기로 한 땅 조금 피좀 흘려서 얻은거니까요. 그 후에 다시 동맹을 맺고 촉오가 북진을 했다면 조조로서는 오히려 그게 더 위험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릉전투가 없었다면 그 촉의 군세가 대대적으로 위로 향했을 것이고 나름 제갈량의 북진에 비해서 승산이 있었을거라고 봅니다. 그 관우 장비 모두 살아있는 상황에서 북진한다면요
11/02/17 18:12
수정 아이콘
합비 전투때 장료가 손제리를 잡았으면 좋았을텐데 쩝
굽네시대
11/02/17 21:23
수정 아이콘
저렇게 보면 촉이나 오의 세력이 엄청 커보이는데 실제로 2~3세기경 한족의 영역은 저기 지도에 표시된 영역의 절반도 안된다고 합니다. 서쪽은 험준한 산악지대고 남쪽의 교주나 양주의 아래쪽 역시 고지대였고 개발된 지역은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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