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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1/17 13:05:42
Name andante_
Subject [일반] 짝사랑인줄 알았던 외사랑
짝사랑이 그냥 커피라면 외사랑은 티오피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외사랑은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상대방은 상관하지 않는다' 이죠.


전 1년 가까이 짝사랑을 해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후면 B양과 알게된지 꼭 1년째고, 좋아하게 된지는 근 10개월 정도 되겠네요. 날카롭지만 먼지가 없는 그녀의 작은 눈을 그리워했던 시간이 말입니다. 그녀는 저와 같은 전공을 공부합니다. 그래서 같이 듣는 수업도 있었고 자연히 시험공부도 옆자리에 앉아 함께 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많이 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오랫동안 안 사이처럼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저와 함께 공부하거나 집을 데려다주는 (이 처자는 차가 있고, 전 차가 없습니다) 것은 전혀 상관하지 않지만, 단둘이 밥을 먹는 것은 굉장히 불편해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그녀와 친한 친구 A양와 메신저와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A양은 유일하게 제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뭐 그것도 그럴 것이 A양도 저희와 자주 다녔으니까요. 아래는 메신저에서의 대화입니다.


A양: 단테야, 나 사실 말해줄게 있는데...
andante: 응? 뭐?
A양: 사실은... B양도 알고있어. 네가 걔 좋아하고 있는거.
andante: 그게 무슨 소리여 -_-
A양: B양이 나한테 얘기했었어. 네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을 들어보니 뭔가 좀 떨떠름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했지만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고 제가 문득 물었습니다.


andante: B양은 어떻게 생각하든?
A양: 어... 자세하게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별로 관심 없어하는 것 같아. 그냥 친구 정도로만...
andante: 오히려 잘됐네 그럼. 시간낭비할 필요도 없어졌고.

그런 느낌을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니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사실 최근 들어 발렌타인데이가 가까워지면서 그녀에게 고백을 할까 말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A양도 사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나가는 것을 권유했지만 고민하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사실대로 말해준 듯 했습니다. 둘이 잘되면 정말 좋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상처를 너무 크게 받을까봐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그녀를 도서관에서 만났습니다.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더 예뻐진 그녀의 모습을 보고, 며칠 전의 A양과의 대화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제가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조차 못한채 인사만 하고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못났네요, 크크.

사실 지금까지 짝사랑으로 알았더라면, 시원하게 차이더라도 발렌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서 고백할 생각이었는데 그녀도 이미 제 마음을 알고있다는 사실을, 더욱이 그녀는 저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대면하니까 고백하게 되면 왠지 참을 수 없이 초라해질 것만 같아서 선뜻 용기가 안 나네요.



연초부터 자신감을 확 상실시키는 망할 겨울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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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기
11/01/17 13:17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그리고 후회하세요.
10개월 간의 외사랑 때문에 잃었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인연들을 후회하세요.

이 사람이 인연이다, 라고 인연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정 시키는 순간,
그 시야 밖의 인연은 절...대 알아볼 수가 없지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고 주변을 바라보세요.
더 좋은 인연이 차차 보이기 시작할 거에요.

연말에는 자신감이 가득한 생활이 되길!^^
Love&Hate
11/01/17 13:21
수정 아이콘
발렌타인데이 고백 절대~~~~~~~~~~~~~~~~~~~~~~~~~하지마세요..
진짜 글쓴분과 술한번 먹고 싶네요..............


상대가 어떤 생각할지를 잘 생각해봅시다
Siriuslee
11/01/17 13:58
수정 아이콘
제가 같은 외사랑을 많이 해봐서.. 더운 안타깝네요.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낄때,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고백도 하고 그러시지..

여자사람 친구들과 이러저런 이야기를 할때마다 안타까운것이,
여자사람은 눈치가 정말 빨라서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가 주위에 얼쩡(..) 거리면 대박 눈치 챕니다.
솔직히 남자 본인만 '내가 좋아한다는거 저녀석은 모를꺼야' 라고 생각할 뿐이고, 본인 주위 사람들도 다 알고, 여자사람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적극적으로 표현도 안하고 그냥 혼자 짝사랑 한다는 티만 팍팍 내면서 벌써 10개월이 지났으면...
초반에 가졌던 어느정도의 감정의 흔들림도 이미 없어진지 오래가 되었겠군요.
11/01/17 14:21
수정 아이콘
알고 있으면서도 멀리하지 않았다는 건 영 아닌 건 아니라는 것 같습니다.
남녀관계에서 주도권은 상당히 중요한데 자기가 주도권을 쥔 상대에게 끌리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근데 짝사랑이든, 외사랑이든 이미 주도권을 모두 내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잘 될 확률이 별로 없습니다.
인사만 하고 도망치듯 나왔다는 것이 이미 그런 상태인 거죠.
이런 모습을 '참 순수하구나' 하고 봐주면 정말 좋겠습니다만 '참 안됐구나' 정도로 밖에 안봐주고 심하면 '참 찌질하구나'로 봅니다.

결론은 희망이 영 없지는 않지만 그 희망에 연연할 수록 그 사람과의 해피엔딩은 더 어려워진다는 것.
절대 주눅들거나 소심한 모습 보이지 마시고, 동정을 구하거나 사랑을 구걸하지 마시고,
의연하되 세심한 모습을 보이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고 느닷없는 고백은 절대 금물입니다. 고백은 정상에 올라 깃발을 꽂는 행위이지 응수타진용이 되어선 안됩니다.
OnlyJustForYou
11/01/17 14:52
수정 아이콘
제 생각도나고.. 뭔가 씁쓸하네요.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결국 성공했습니다만..

글쓰신분 표현대로 하자면 저도 외사랑이었고 외사랑의 기간만하자면 글쓰신 분보다 배는 더 길었거든요.
중간에 표현못할 여러가지가 얽혀있는 문제도 있었고 표기하려고했던 사건도 정말 그 사람이 보기 싫다고 느낄만한 사건도 있었구요.

어찌됐건 한번은 부딪히는 게 어떨까 합니다.
상대방이 아신다면 계획적으로 작업하기 더 좋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위에 써주신 분도 계시지만 무턱대고 다짜고짜 고백하지마시고 하나하나 서서히 작업하는 게 필요하죠.
저는 여러가지 얽힌 일 때문에 걸린 3년의 시간도 참았습니다. 하하.. ^^;
힘내시고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세요.
고등어3마리
11/01/17 17:47
수정 아이콘
외사랑..

참 가슴 아픈 단어네요.
11/01/17 19:01
수정 아이콘
전 어느덧 햇수로 5년째...
LegNa.schwaRz
11/01/18 01:41
수정 아이콘
10년 찍었네요. 에휴..T^T
PGR끊고싶다
11/01/18 01:48
수정 아이콘
흠......생각해보니
초등학생때부터 몇번있었던 짝사랑들...
이 글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대부분 외사랑이였던것같네요...
차갑고 고요한 새벽에 오랜만에 옛사랑들 생각이 나게하는글이네요.
그리고.. 힘내세요.
사실 누굴 좋아할수있다는것 자체가 행복하다는사실이라는걸 요즘느끼네요.
박서날다
11/01/18 11:33
수정 아이콘
뜬금없고, 지르기식 고백은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충동구매 해보신적 있나요? 충동구매하고 나면 어떤느낌이죠?
대부분 만족감 보다는 '후회'비슷한 감정 들지 않았나요?

고백에 있어서 여자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는 아무런 마음도 없는데 갑자기 들어오는 남자의 고백은 황당한 것이지요.
가끔 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날따라 너무나 분위기가 좋았다','고백할 때 이벤트가 블록버스터 급이었다' 혹은 알수없는 이유등등
으로 말이죠.이경우는 충동구매유발에 성공한 것이죠. 이후 연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게 있습니다만 대부분 여자분들이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고 몇일 뒤에 '오빠 생각해보니깐 이건 아닌거 같아요'비슷한 말을 하죠.

우리가 물건을 살때 이것저것 알아보고 잘 준비해서 사야 구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연애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충동구매를 유발시키기 보다는 서로가 잘준비되어 고백은 그저 거들뿐인 그런 연애가 되어야겠죠.
(연애와 구매행위가 동격이라는게 아니라 비유적차원에서 쓴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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