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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8/13 04:15:27
Name 건방진고양이
Subject [일반] 다이어트, GLP-1, 도파민에 대한 나의 생각
예전부터 다이어트나 비만 약 관련 글을 볼 때마다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정리해 봅니다. 저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의사도 아닙니다. 소아비만을 극복한 뒤 20~30대 내내 몸무게와 힘든 싸움을 하며 고민하고 느낀 생각을 나누고자 할 뿐입니다.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떠올릴 때 보통 3-6개월 안에 살을 빼고 그대로 유지하는 그림을 그린다. 단기간에 집중하면 끝날 거라 믿는 거다. 이 3-6개월이라는 시간은 사람들의 기대감과 도파민이 잘 맞아떨어지는 시기다. 노력하면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그 성취감이 뇌를 강하게 자극한다.

문제는 몸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거다. 단기간에 체질이 장기적으로 바뀌는 일은 드물다. 짧은 시간에 살을 빼는 건 결국 몸에 큰 ‘쇼크’를 주는 것뿐이고, 뇌와 몸은 이를 비정상으로 인식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요요’다. 게다가 운동이나 식단을 급격히 바꾸면 몸도 마음도 버티기 힘들어 결국 예전 생활로 돌아가기 쉽다.

요즘은 GLP-1 주사로 20만 원만 딸깍 하면 식욕이 억제되고 단시간에 엄청난 효과를 볼수있다. 너무 쉽고 편하다. 하지만 이 약은 맞는 동안만 식욕을 줄여줄 뿐, 체질이나 식습관을 뿌리부터 바꾸지 않는다. 게다가 식욕이 억제된 상태에서 식습관을 고치는 건, 정상 상태에서 바꾸는 것보다 오히려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라면이든 치킨이든, 밥을 먹으면 나오는 자연스러운 도파민이 억제돼 있는 상태에서 바꾼 식단이 약을 끊은 뒤에도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그래서 다이어트는 ‘기대치’부터 바꿔야 한다. 2년 이상을 보고 가야 한다. 한두 달 만에 확 변하길 바라기보다,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천천히 바꾸는 게 맞다. 밥 두세 숟가락 덜 먹기, 야채 조금 더 늘리기, 라면 두 개 먹던 걸 한 개로 줄이기 같은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몸이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다이어트에 따른 스트레스도 줄고, 어느 순간 식욕이 줄며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된다. 신기하게도 건강한 식단을 오래 유지하면 슴슴한 음식에서도 맛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자극적인 음식의 도파민에서 서서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러닝/트레이닝을 해본 사람은 안다. 단기간에 하프나 풀 마라톤을 뛰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그 후유증은 크다. 폐활량과 근지구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거리를 조금씩 늘리고, 호흡을 조절하고, 부상 위험을 줄여가며 몸을 길들이는 게 맞다. 그 과정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고, 작은 도파민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오래 가는 방법이다.

도파민 중독은 휴대폰, 소셜 미디어, 게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식단과 다이어트에도 깊숙이 연결돼 있다. 매일 접하는 음식 중 상당수는 자극적이고 고칼로리이며,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게다가 음식이 주는 포만감과 스트레스 해소는 현대인의 ‘행복’과 강하게 얽혀 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뇌가 쾌감을 느끼는 강력한 루틴이 된 것이다.

이걸 인지하고 고치는 건 쉽지 않다. 필요한 건 강철 멘탈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꾸준히 이어가는 의지다. 칼로리를 조금씩 줄이고, 운동을 조금씩 생활 속에 녹여내면 가능한 영역이다. 여기서 정말 재미로 좋아하는 운동이 생기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중요한 건 3개월, 6개월 뒤의 모습이 아니라, 2년 후, 10년 후의 건강을 바라보는 거다.

물론 고도비만이거나 식단 관리가 너무 힘든 경우에는 GLP-1은 훌륭한 약이다. 나의 오만한 생각일지 몰라도 많은 경우, 마음 깊숙이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 몸이 약을 정말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단기간 살빼기용 ‘딸깍 결제’인지 말이다.

이상,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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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
25/08/13 06:20
수정 아이콘
자신이 힘들게 쌓아올렸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남들이 쉽게 딸깍하게 되면 속이 상할법합니다. 힘내세요.
해피엄빠
+ 25/08/13 07:09
수정 아이콘
심히 공감합니다.
위고비도 맞을때는 체중 감량이 확실하나 이때 근육이 많이 빠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요요가 올때는 지방으로 채우고요.. 그래서 위고비 맞을때 운동을 병행해서 근육을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하기도 하고요..
결국 1년간 살빼고 요요로 원래대로 돌아가면 근육만 빠져서 위고비를 안 맞으니만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위고비를 맞을 수 있는 조건이 되나(당뇨, 비만) 일단 알아보고 관망중입니다.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나 경구용 알약도 알아보고 있습니다만 부작용은 비슷한 것 같더라구요.
카미트리아
+ 25/08/13 08:12
수정 아이콘
사람의 몸은 근육부터 빠집니다.
이건 어떤 체중감량 법이든지 동일해요.
근육은 사람이 살기 위한 우선 순위중 후순위라서요

그걸 줄이기 위해서 어떤 경우든 운동을 같이하라고 하죠

심지어 고도 비만 이상인 경우는
그냥 근육까지 같이 빼라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게 자체가 몸에 주는 부담이 커서 일정 이상 감량 전에
운동하면 관절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요
(운동은 따로 하지말고 일상 생활에서 활동양만 늘려라고 하죠)
식물영양제
+ 25/08/13 07:14
수정 아이콘
전반적으로 정확하신 말씀이고 괜히 GLP-1 agonist 제재를 다이어트 구독 시스템이라고 하는게 아닙니다. 먹고 싶은 욕망이나 돈을 가지고 싶은 욕망이나 차를 가지고 싶은 욕망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해결해야죠.

도파민은 자동차와도 깊이 연결되있기는 할겁니다. 괜히 카푸어가 생기는게 아니잖아요. 파산하지 않을 정도고 내가 과시할 차가 필요하면 어떤사람들은 무리해서도 사기는 사잖아요.
이민들레
+ 25/08/13 07:3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간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이 잘못됐다고 느끼는게. 비만인 사람들은 항아리 밑이 깨진 사람들이고 거기에 물을 조금만 부으면 넘치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리 조금만 부어도 물이 줄줄새는 그런몸이 된거죠. 저같은 경우는 매일 5키로 뛰고 아무리 식단 조절해도 심폐지구력이 좋고 근육량이 높은 건강한 뚱땡이가 될뿐 체지방량은 줄지를 않았습니다. 줄긴 줄었는데 굉장히 미미했고 덥거나 추워서 달리기를 안하면 그마저 스믈스믈 돌아왔습니다. 근데 위고비는 콩쥐팥쥐에 나오는 두꺼비에게 돈주고 항아리 구멍 막아주는 알바를 고용한거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식사량이 같아도 흡수되는 속도부터가 다르니... 단순히 먹는양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탈모는 확인된 부작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탈모약을 권하면서 탈모보다는 훨씬더 건강에 중요한 체중조절은 약을 권하지 않는게.좀..
이민들레
+ 25/08/13 08:06
수정 아이콘
비만은 치료해야될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신체적 정신적 노오력으로 극복할 수 도 있는 낮은 가능성 때문에 비싸지만 쉽고 확실한 치료인 위고비가 도파민취급을 받아야 한다? 글쎄요. 제가 느끼기에 비만인이 정상체중을 유지하는건 일반인이 바프찍는다고 운동하고 식단조절하는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구요. 그걸 평생 유지하는것도 힘들고 부상이나 개인사정을 이유로 6개월정도만 쉬어도 도로 아미타불이죠. 그간의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당연하구요.
+ 25/08/13 08:13
수정 아이콘
뭐 살쪄도 난 위고비 나중에 맞으면 돼, 가볍게 생각하는건 지양해야겠지만..
다이어트약말고도 사람을 도와주는 각종 약이나 처방이 한두개입니까. 그런것도 따지고보면 누군가는 강한 의지와 건강한 습관으로 고칠수 있겠죠.
위고비에만 이런 얘기가 엄격하게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요.
고기깡패
+ 25/08/13 08:36
수정 아이콘
요즘사람들이 노오력이 부족해서 약에 의지하고 말이야..
+ 25/08/13 08:37
수정 아이콘
다이어트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유튜브에 론가 채널 한 번 보세요.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10년째학부생
+ 25/08/13 08:37
수정 아이콘
플랭크를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언가 의지력을 가지고 지속적인 저항을 견뎌야하는 것은 매순간이 연속적으로 힘들고 괴로우며 시간도 매우 더디게 갑니다.

기존 전통적인 다이어트 방식이 이와 같고, 그 과정이 매우 고통 스럽고 시간이 더디게 흐르며 그에 따라 성과의 체감이 느리기에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위고비 딸깍은 딸깍하고 일상생활을 살면 되기에 고통스럽지 않고 일상과 같이 시간이 흐릅니다. 어느순간 몸무게를 재보면 뚝뚝 떨어져있죠. 이는 다시 유인이 되고 다시 하기위해 해야하는 노력은 돈과 딸깍 밖에 없기에 지속하기도 용이합니다.

저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도 빼봤고 위고비로도 빼봤습니다만 후자가 압도적으로 낫다고 생각합니다.
카미트리아
+ 25/08/13 08:40
수정 아이콘
그리고 그 인내와 고통을 버틸 의지로 다른걸 할수도 있고요.
+ 25/08/13 08:46
수정 아이콘
"필요한 건 강철 멘탈이 아니라, 작은 변화를 꾸준히 이어가는 의지다." 매우 동감하는 문장입니다.
올해 3월부터 감량 시작(약 X)해서 곧 20키로 감량을 앞둔 사람입니다만, 스스로 식생활 개선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름휴가때 수술 회복을 빌미로 치킨피자 처묵하고 1주일만에 배민 천생연분 찍어버렸네요.
결국 인간의 의지는 유한하고 다이어트 초반의 대쪽같은 각오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진짜 극소수 뿐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길게 보고 천천히 바꿔나가는게 좋겠습니다.
+ 25/08/13 08: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위고비고 휘비고고 평생 맞을거면 몰라도
식단관리와 운동은 기본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고 이게 안되면 약 끊는순간 바로 요요오는건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유전자에 각인된 자기만의 체중이 있고
먼 옛날에나 유리했던 굶어도 잘 버티던 우성 유전자들이 영양과잉의 시대에선 비만 유전자라 불리고 있죠

그런 사람들에겐 누군가에게 숨만 쉬고 있어도 유지되는 정상체중이 한없이 어려운 목표가 되는거에요.
풍성충에게 그깟 두피에 붙어있는 털뭉치인것들이 탈모인들에겐 아닌것 처럼
낙제생들에겐 서울대가 그냥 공부 열심히하면 들어가지는 대학이 아닌것 처럼요

비만약이 나온만큼 빨리 탈모약도 나오길 바라며
비만을 '자기관리'라는 단어 하나로 제단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 25/08/13 09:04
수정 아이콘
혈압이 높아서 혈압약을 먹는 건 딸깍일까요? 술담배 끊고 운동 하면 좋아질수 있는데 말이죠.
당뇨가 높아서 당뇨약을 먹는 건 딸깍일까요? 식이조절 하고, 탄수화물, 당류 끊으면 호전될텐데.
통풍 걸린 분이 통풍약 먹는 건 딸깍일까요? 술과 고기 안 드시면 어떨까요?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한다면, GLP-1 은 치료제로 인식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초고도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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