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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3/11 12:42:16
Name 사랑해
Subject 스타는 스타일 뿐. e-스포츠가 아니다
e-sports 협회라는 이름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이 스포츠. 즉 컴퓨터 게임을 스포츠로 발전(?) 시켜보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용어로 보이는데, 이런 발상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컴퓨터 게임 쟝르가 얼마나 많습니까. 갤러그 같은 뿅뽕게임에서부터 시작해서
슈팅게임, 카트라이더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 리니지 같은 엠엠오알피지, 스타같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그리고 공주키우기 같은 그냥 알피지도 있고...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 가운데 스포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종류는 몇개 안되고요,
또한 방송용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얼마 안됩니다.

리니지 같은거 중계하기 힘들잖아요. 가끔 리니지 공성전 중계하는 거 봤는데, 실제로 하는 사람들은 재밌겠지만 구경하는 사람들도 흥미있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게임은 그냥 개인유저들끼리 게임하라고 놔두고, 굳이 이것들을 모두 다 중계가능한 스포츠로 만들려는 노력은 그만뒀으면 합니다.

스타가 오늘날 한국에서 바둑이나 축구, 야구를 능가하는 대중스포츠로 발전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의 소산일 뿐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몇년 하고 말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언 10여년이 되어가면서 관계자들도 다들 '이거 장난 아닌데?" 인생걸어볼만한 가치가 있겠는걸?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스타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중국에서도 스타리그가 만들어지고 스타방송국이 생겨나고 해서 한중 양국을 중심으로 국제화되고, 여기에 일본이나 러시아 등이 참가하게 되면 10년쯤 뒤에는 골프처럼 세계각국을 돌아다니면서 SPGA (스타 프로게이머 협회) 투어, LPGA (여성프로게이머) 투어 같은 것들이 생겨날 수도 있겠죠. 혹은 조금 뒤에 이상한 스타2 이런 게 나와서 사람들이 흥미를 잃고 없어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저는 스타가 향후 골프나 테니스 같은 국제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지금 상태에서도 충분히 '코리아 오픈' 이런거 주최사만 나서면 만들 수 있습니다. 하긴 뭐 현재로서는 스타리그(온게임넷 스타리그)가 코리아 오픈에 해당하겠습니다. 문제는 코리아 오픈의 우승 상금규모가 몇억원으로 커져야 하고 향후 차이나 오픈, 프랑스 오픈 이런 대회들이 생겨나야만 세계 각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스타 프로게이머가 되기위해 훈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테니스나 골프 처럼 전세계적인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국들도 앞으로는 전략을 수정해야 합니다. 방송국 이름에서부터 게임이라는 명칭을 떼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온게임넷이라고 하지말고 온스타넷 이라고 하는게 좋겠습니다. 엠비시게임도 엠비씨스타 라고 이름을 바꾸는게 좋습니다. 게임방송국들도 처음에 설립할 때엔 지금처럼 리그 중계를 중심으로 먹고살게될줄은 몰랐을 겁니다. 원래 취지는 그냥 컴퓨터 게임들 홍보해주고 협찬금을 받거나 광고비를 받아서 운영하려고 앴던 것인데, 우연하게도 스타가 대중스포츠가 되어버리니까 지금처럼 된 것입니다.

방송국 가운데 엠비씨게임은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타 위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마나, 온게임넷은 꿈이 좀더 큰 거 같아요. 스타의 열기를 다른 게임, 혹은 국산 게임으로 연결시켜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갖고는 스타도 발전하지 못하고 스포츠는 커녕 그냥 한때 인기있었던 게임 정도로만 기억되고 사라져갈지도 모릅니다. 여러 물고기 잡으려다 대어를 놓치게 된다는 말입니다.

스타와 다른 게임을 구분해 주십시오. 스타는 이제 더이상 게임이 아닙니다. 그냥 스타일 뿐입니다. 이런 사실을 아직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기때문에 자꾸 스타프로들을 게이머라고 하고, 스타를 게임 대회에서 일개 종목으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스타는 이제 다른 게임들로부터 독립해서 새로운 스포츠의 한 쟝르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자질구레하고 다양한 게임의 한 종목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스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골프나 테니스처럼 발전할 수 있습니다.

e-스포츠 좋습니다. 네. 카트 프로게이머도 만드시고, 워3 프로도 만드시고, 피파 프로게이머도 만드시고 구단도 얼마든지 만드십시오. 하지만 스타는 이제 빼 주시기 바랍니다. 스타는 이제 게임이라고 하기엔 너무너 커버렸습니다. 한국 어린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스타프로일 정도로 커버렸습니다. 스타는 따로 스타협회를 만들어주세요.

구단 같은 것들은 이제 없애버립시다. 어차피 스타는 개인 경기입니다. 테니스에서 복식 종목 있다고 테니스 구단 만듭니까? 골프 구단 있는거 봤나요? 물론 스타는 종목이 3개이고 연습상대가 필요하니까 클랜, 길드 이런 형태로 상호협력하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만, 앞으로 구단에서 합숙하고 이러는 일은 필요없어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사에서 스타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물론 우승상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게임마다 충분한 액수의 대전료를 지급해서 선수들이 그것만으로도 생활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바둑리그에서는 큰 대회의 경우 한번 대국에 200만원 정도의 대국료를 줍니다. 스타도 본선경기라면 한 경기당 100만원 정도는 지급해야 선수들이 구단에 소속되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정리하자면, 스타는 이제 게임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케스파 알아서 하라고 그러고 방송국과 선수 위주로 스타협회를 만듭시다. 혹은 스타 방송국협회, 스타 선수협회, 아마추어 스타협회, 스타 해설자 협회 등등으로 세분화해서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어차피 사람죽이고 도둑질해서 돈번 개차반 같은 기업들(특히 SK)이 홍보효과 노리고 돈몇푼 지원했다는 이유로 협회를 장악하고 스타를 좌지우지 하려고 하는 판에, 이런 악덕기업들과 시장논리로 싸워봤자 이길 수가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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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xian
07/03/11 12:54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저는 지금의 상황이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스타크래프트라든지 다른 종목을 모두 E-Sport화 하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에서 독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스타크래프트가 독립하겠다고 해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것 자체가 컴퓨터 게임이 아니게 되는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일 스타크래프트 방송 관계자들에게서 그런 식의 발언이 나온다면 - 예전은 물론이고 지금은 더더욱 - 매니아들에게서건 일반인들에게서건 비웃음 사고 트집 잡히기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크래프트가 E-Sport화가 되면서, 방송을 타면서 생기는 변화는 - 아직도 미미하지만 - 게임 자체를 오락이나 놀이가 아닌 문화로 인식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스타크래프트 판 자체를 유지하는 데에도 좋지만, 다른 게임이 E-Sport의 테두리 안으로 진출하고, 그 외에 E-Sport의 안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방송 등으로 PR을 해야 하는 기타 모든 게임들에게 있어서도 좋은 일입니다. 즉, '보는 업계'가 성장하면 '만들고 팔아먹는'기존의 게임업계도 성장하고 목소리를 넓힐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이것은 게임업계 및, 그런 게임을 선택하는 게임 고객들에게도 모두 좋은 일이라는 것이죠.

그렇게 많은 게임이 알려지게 되면 될 수록, 팬 층은 넓어지고 인지도도 높아지고, 게임은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E-Sport이건 다른 게임이건 말이죠. 그렇게 쌍방향으로 게임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 순기능이죠. 그래서 저는 스타크래프트가 전투의 선봉장이나 레이드의 메인탱커는 될 수 있을지언정, 좀더 굳건히 대한민국에서 문화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솔로잉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물며 E-Sport 경기만 방송하는 게 두 방송국의 책무도 아니고 현재 일하는 것에도 맞지 않는 것을 볼 때, 방송국 이름에 스타라는 글자를 달아야 한다는 님의 생각은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협회에 대항하여 별도 협회를 만든다는 게, 그리고 협회를 세분화시켜 세력을 만드는 게 이 좁은 게임판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신다면 그런 말 쉽게 못하실 것이라고 감히 주장합니다. 게임업계의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별도 협회가 만들어지면, 정말이지 '철천지 원수'의 관계가 적게는 몇십 명, 많게는 백여 명 이상이 생겨나는 거라고 해도 틀린 바가 아닙니다. 그런 관계는 봉합되기 어렵고, 깨지고 다친 이들은 그 판을 떠나야 합니다. 더욱이 그렇게 분열되는 양상을 띠면 게임 외적인 소비자들이 그것을 좋게 봐 줄 리가 없습니다. 적어도 반쯤은 '깎이고 들어가는' 그런 싸움을 선수들이나 방송국이 굳이 지금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은 협회의 삽질만큼이나 엄한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게임단을(구단이 아닙니다) 없애면, 체계가 뒤흔들리는 건 둘째치고 지금의 판에서 당장 돈 대줄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는 점은 좀 인식해 주셨으면 합니다. 선수들이 라면을 먹건 레스토랑에서 풀코스 정식을 먹건 저야 알 바는 아니지만, 프로스포츠에 있어서 돈을 대 주는 이들이 뭉쳐서 뭐 좀 어떻게 해 볼라고 하는 작태가 정신이 나간 짓이지 스폰을 해 주는 자체가 정신나간 짓은 아니지 않습니까.
07/03/11 14:13
수정 아이콘
정말 기업 지원없이 방송국만으로 현재의 많은 프로게이머들을 먹여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방송국에서 경기료를 그만큼이나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본선 못 간 선수는?
아니면.. 혹시 유머글인가요?
사랑해
07/03/11 14:24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로 봐선 기업이 스타리그에 스폰서하는 방법이, 하나는 구단 스폰하는 것이고 두번재는 신한은행처럼 대회 스폰하는 겁니다. 둘다 물론 좋았지만 지금와서 보니까 구단 스폰은 그냥 돈만 대는게 아니고 스폰하는 기업들이 단결해서 자기네들의 이익을 위해 파워게임을 하자고 덤비는 격이잖아요. 이것은 잘되어가던 스타게임계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럴 바엔 아예 구단스폰 방식은 거부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 그냥 대회 스폰비용도 엄청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에서 방송사들이 선수들 대전료를 신경써서 책정한다면 기업스폰 없이도 충분히 구단 꾸려갈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스타가 신종스포츠로 성공한다면 물론 기업들의 대회스폰액수는 훨씬더 커질테고요.
플러스
07/03/11 14:40
수정 아이콘
대회스폰이 구단스폰보다 더 나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면, 대회스폰이 대안인 것 같습니다
구단스폰으로 스타계가 수익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대회스폰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The xian
07/03/11 15:57
수정 아이콘
사랑해 님// 그러니까 제가 위에서 '돈을 대 주는 이들이 뭉쳐서 뭐 좀 어떻게 해 볼라고 하는 작태가 정신이 나간 짓이지 스폰을 해 주는 자체가 정신나간 짓은 아니다'라고 말한 게 아닙니까. 그리고 기업이 창단 등으로(스폰이 아니라 창단입니다. 두 가지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은 알고 계실 거라 봅니다.) 발을 이미 들여놓은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거 다 무시하고 대회스폰만 하라고 한다면 그게 될까요?

지금 창단한 기업들이 발이 빠지면 그들 또는 그들에 준하는 기업들이 대회스폰을 해 준다는 보장이 있을 거라 보십니까.

아무리 지금 협회와 협회에 찬성하는 기업들의 행태가 꼴보기 싫다고 해도 님의 말씀은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안길
07/03/11 20:05
수정 아이콘
죄송하지만 위에 시안님 xian 이 무슨뜻입니까? 캐릭터 이름인가요? 지명이름인가?
The xian
07/03/11 20:16
수정 아이콘
성안길 님//일단 지명은 아닙니다. 제가 과분하게 인터뷰했던 글을 읽어보시면 의문이 풀리실지도 모르겠군요.

https://pgr21.co.kr/zboard4/zboard.php?id=interview&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5
성안길
07/03/11 20:19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답변 감사합니다.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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