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은 쉽게 내 직업을 말하면
와 일등신붓감이네 하신다...

나는 하지만 미안해서 남친과 헤어졌다
결혼을 못할 것이 뻔한 이십대 후반의 내 모습

아버지는 오랫동안 소모적으로 사업을 하시다
요즘 투병생활을 시작하셨고
어머니는 실직후 우울해하시며 병원에서 아버지와 싸우시고 계신다
동생이야 아직 졸업도 못한 상태에서 과외에 시달리니 자랑스러움을 넘어 안쓰럽다

이런 상황에서 월급의 반을 집에 생활비 겸 병원비용으로 지출하는데
애초에 연애는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유복한 남자친구는
늘 바르고 타인에게 친절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구김살 없이 자란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처럼
나에게도 따뜻하게 대해주고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찌든 내 모습을 여기까지 견뎌준 것도 너무 고맙다
더 이상 기대는 건 염치없는 거 아닌가 싶었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내년에 결혼하자 말하는 모습에
나는 고마운 마음보다 부담이 가득했다

이따금씩 남자친구와 먹는 커피 두잔도 머리속에서 통장잔고로 계산이 되는 나
데이트 통장에 십만원도 부담스러운 내가
이 사람을 불행하게 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가난이 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창밖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내 상황은 그냥 내가 힘든 걸로 남겨두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해한다고 괜찮다고 해보자고 붙잡고 울먹거리는 사람을 뒤로 하고 냉정하게 연락도 하지말라며 나왔다

내가 못되게 굴었음에도 왜 나는 내가 슬퍼하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내 상황에서 연애를 시작한 내가 무책임했던 걸까

돌아서며 걷는길에
혹시나
할수있지 않을까? 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두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