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4년 만의 일이었다.
대학원을 졸업하며 손때 묻은 데스크탑을 연구실에 반납한 뒤 나만의 컴퓨터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스마트폰만으로도 대부분의 일이 처리 가능한 편리한 세상이었다. 가끔 데스크탑이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회사 자산을 이용하여 몰래 처리하곤 하였다.
아내가 사내 강좌를 듣기 위해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컴퓨터 없는 삶은 계속 이어졌을지 모른다.
컴퓨터를 설치하고 이런저런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문득 대학원 졸업 무렵 백업을 하였던 외장 하드가 생각이 났다. 외장 하드 속의 시간은 4년 전에서 멈추어 있었다. 아웃룩의 마지막 편지는 졸업 가운을 빌리는 장소에 대한 공지 메일이었고, 가장 최신 노래는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의 정준하 노래였다. 타임머신을 탄 기분으로 이곳저곳 폴더 속을 한참 뒤적거렸다.
4년의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취업을 하였고, 결혼을 하였고, 아이가 태어났다. 마냥 피터 팬이고 싶던 철 없던 시절은 그곳에 박제되어 남아 있었다. 그곳의 생경한 풍경에 덜컥 겁이 났다. 나의 치부를 들킨 것 마냥 부끄러웠고, 이를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알까 두려웠다.
그래서 조용히 shift+del을 눌렀다. 4년 동안 잊고 살았던 직박구리 속 외국 친구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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