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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01 21:39:40
Name 쉬군
Subject [일반] 나 역시 꼰대가 되었다.
평어체로 글을 쓰는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1.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와 내 친구, 선배, 지인들만이 내 세상의 모든것이고 어른들은 그저 꼰대일 뿐이였던 그런 시절이..

어른들은 지금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따위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어른이라는 이유로 충고라는 명목아래 훈계와 잔소리를 하는 사람일 뿐이였으며,

나보다 두살많은 복학생 형은 모든걸 알고있는 현자였던 시절이...


2. 나는 꽤 젊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라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다.

커뮤니티 활동도 꽤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요즘 나오는 아이돌도 모두 꿰고있다.

모바일게임, 인터넷 게임도 굉장히 많이 하고 덕질도 열심히 한다.

인터넷 용어들도 자유롭게 사용하며 트렌드에도 민감하고 옷도 전혀 유부남처럼 입지 않는다.



3. 15살 어린 동생이 있다.

내 나이가 30대 중반. 동생은 올해 20살이 되었다.

나름 동생의 생각을 존중하고 동생이 하고자 하는일을 위해 지원을 하며 도와주기 위해 노력한다.

공부를 접고 힙합을 하겠노라 선언했을때 한숨을 쉬던 어머니를 설득시킨것도 나였고, 동생이 곡작업을 할때마다 피드백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것도 나다.



4. "타투가 하고싶어."

동생은 갑자기 저렇게 말을 꺼냈다.

어머니는 극렬하게 반대하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 당장 하는걸 극렬하게 반대하셨다.

타투를 하면 군대에서 괜히 책잡힐수도 있다. 그러니 군대 다녀와서 해라..라는게 어머니의 말씀하셨다.

나는 딱히 반대할 마음은 없었다.

타투라고 해봐야 목쪽에 작게 하나정도. 그정도로 군대에서 책잡혀 고생할 일은 없다.

하지만 나도 반대했다.

이유는 어머니가 반대를 하니까.

지금까지 니가 하고자하는 모든걸 찬성해준 사람이 반대를 한다면 너도 하나정도는 양보할 줄 알아야 한다.

.라는 이유로 동생을 설득시켰다.

이렇게 꼰대가 되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5.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루에 12시간. 꽤 고강도의 아르바이트다.

동생이 하루하루 힘들어 하는게 보인다.

안쓰럽지만 자기가 선택한 길이다. 그정도 고생은 해야지.

아, 이것도 꼰대 마인드인가.



6. 어제는 동생이 씩씩거리며 퇴근하더라.

자초지종을 들었더니 아르바이트 하는데 약간의 실수를 했단다.

매니저도, 형들도 괜찮다며 별말없었는데 같이 일하는 여자선배가 심하게 갈궜단다.

분해서 참을수가 없다면서 씩씩대고 있길래 그럴수있지. 뭐, 일하다보면 비일비재 하니까. 라고 대답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퇴사할때 매니저한테 다 이르고 나갈거란다.

그래봐야 대체 뭐가 변하냐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다 예전 내 생각이 났다.

나도 동생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 시절이...

그래서 말을 거두었다.

나만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이 모든게 아니라는걸 깨닫는 순간 어른이 되었다는걸 느낀 그 시절도..

그래서 그냥 두었다.

그 시절, 그 세상의 자신을 더 즐기는게 인생인듯 해서.

그렇게, 나는 더 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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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1 21:42
수정 아이콘
저도 5년전의 제가 상상할 수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16/05/01 21:46
수정 아이콘
저도 하루하루 변하는게 느껴집니다 흐흐
하하맨
16/05/01 21:43
수정 아이콘
이정도로 꼰대면 아닌 사람이 오히려 드물거 같은데요..
16/05/01 21:46
수정 아이콘
뭐...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동생의 입장' 에서 보자면 저는 빼박 꼰대더라구요. 그런 내용입니다 :)
-안군-
16/05/01 21:51
수정 아이콘
괜찮아요. 15년 후엔 동생분도 꼰대가 되어있을 겁니다. (응?)
꼰대가 된다는건, 이것저것 겪어본게 많다 보니 조심성과 남의 눈을 의식하는게 심해졌다는 뜻일거에요.
근데, 사실...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왠만하면 실감이 안 나니, 그때는 모르는게 당연한거기도 하고요.
tannenbaum
16/05/01 21:56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아프리카TV BJ들을 보면 인쌍부터 쓰게 되는 저를 볼때면 나도 이젠 꼰대가 되었구나 합니다.
욕설로 도배된 그들의 방송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 모습이 20여년 전에 힙합바지 끌고 다니던 저를 한심하게 생각하시던 아버지와 어쩜 그리 닮았는지 모르겠습니다.
CoMbI COLa
16/05/01 22:00
수정 아이콘
흔히 자기 스스로 꼰대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꼰대가 아니라고 하죠. (혹은 꼰대인 사람은 본인이 꼰대인걸 모른다 라던가)
분명 마인드 자체는 사회에 찌들고 기성세대의 그것에 가까워 지기는 했지만, 그걸 입 밖으로 드러내거나 상대에게 훈계조로 강요하는 모습이 아직 없으니 아직 꼰대라 불리기에는 레벨이 한참 낮은게 아닌가 합니다. 그나저나 항상 본인 편을 들어주는 형이 있어서 동생분은 행복하겠네요.
빈민두남
16/05/01 22:01
수정 아이콘
고작 1~2년의 경험이 더 있다는 자신감에 조언을 남발하던 때가 있었죠.
언제부터인가 그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줄게 아니면 조언이 의미없다 생각해서 입을 다물기 시작했구요.
지금은 누구든지 내인생을 책임져줄수 있는 능력자가 나타나서 조언을 남발해줬으면 하는 헛생각을 가끔 하네요.
세종머앟괴꺼솟
16/05/01 22:12
수정 아이콘
저게 꼰대인가요? 요 근래 인터넷에서 꼰대라는 개념이 상당히 심각하게 왜곡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사악군
16/05/01 22:16
수정 아이콘
아마 저는 초등학생때부터 꼰대였던걸로..크게 바뀐게 없는것 같아요.
수면왕 김수면
16/05/01 22:36
수정 아이콘
저도요. 덕분에 애늙은이라는 놀림은 덤이었죠;
tannenbaum
16/05/01 22:57
수정 아이콘
꼰대보다는 애늙은이가 아닐까 시포요
가만히 손을 잡으
16/05/01 22:38
수정 아이콘
나이 먹으면 좀 그러긴 해요. 나도 모르게 예전 내가 싫어하던 어른들의 행동을 하기도 하고..
옛날에 꼰대들이 하던 이야기가 이제는 좀 이해가 된다고 할까?
지나가는회원1
16/05/01 22:40
수정 아이콘
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남들보다 젊게 살려고 무지 많이 노력하는데, 가끔 다 그런거지하면서 평가하고 재단하는 저를 보면서, 억지로 참아내지만, 자신이 싫어지네요 ㅠ.ㅠ
최종병기캐리어
16/05/01 22:42
수정 아이콘
나는 그대로인데 세상이 진보해서 난 보수꼰대가 되어있더라...
16/05/01 22:43
수정 아이콘
꼰대라는게 상대적인거 같더라구요.
별빛이내린다
16/05/01 22:55
수정 아이콘
자가가 꼰대인걸 알면 꼰대가 아니죠.
그러지말자
16/05/01 23:54
수정 아이콘
새내기 조카와 이런저런 얘길 하다보면 분명 그 시절의 나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긴한데 아직 꼬꼬마구나..싶은걸 보면 저도 어느새 꼰대가 되어가나 싶었어요. 근데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대화가 서로 즐거우니 그만한 위안이 없더군요.
근성러너
16/05/02 00:56
수정 아이콘
아 요즘 점점 고집이.. 주장이 꺾여가는거같아서 슬펐는데 이게 꼰대였나요!?..
유령무희
16/05/02 01:22
수정 아이콘
저도 소싯적에 김구라 황봉알의 시사대담 들으면서 웃고 그랬는데, 요즘 아프리카BJ들의 욕설 비속어들이 유행하고 그러는게 좀 안좋다고 느껴지고 그러는걸 보니 꼰대가 다 된거같아요.
프로아갤러
16/05/02 02:16
수정 아이콘
얘기하다가 요즘 애들은 참.... 으로 말꺼내는 저를 볼때면 저도 모르게 꼰대가 다된듯합니다
에프케이
16/05/02 07:17
수정 아이콘
다른때는 그렇게 안느껴지는데 회사에서는 요새 부쩍 느끼는 편입니다.
물론 예전 선배들보다야 낫겠지만 저도 간혹 요즘 신입들 개념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거 보면..
16/05/02 08:44
수정 아이콘
꼰대가 아니라 사회가 강요하는 나이대에 맞는 기대치가 있죠. 어릴수록 거기에서 자유로운거구요. 그러므로 나이많은 사람들이 훈계해봤자 좋을거 없다고 봐요.
16/05/02 08:51
수정 아이콘
사람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각이 깊어지고 사려와 배려가 우선시되고... 이게 마땅한 일이잖아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이 같은게 마냥
좋은 것도 아니구요
젊은 사람 기준으로 내가 꼰댄가 아닌가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과연 나잇값을 하고 있나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16/05/02 08:55
수정 아이콘
요새 자조적으로 일명 '나는 꼰대다' 라는 주제가 많이 보이는데,
실제로 (악성) 꼰대를 범죄자만큼 극혐하는 입장에서 이런 글 보면 꼰대라는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게 좀 있는 것 같네요.

어린 사람들 조금 이해 못하는 것 같으면 "그래 나도 이제 꼰대가 될 때가 됐지 하하하"

......
실상의 꼰대님들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십니다.
다대리
16/05/02 08:58
수정 아이콘
저는 작년에 저보다 대여섯살 어린 여자분들한테 꼰대 소리를 듣고는 그제서야 인지했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나는 오픈마인드인데 종종 보수적이야'라고 자평했었어요. 인정하고 나니 그냥 '아 나는 꼰대구나'하고 살고 있습니다 하하
16/05/02 09:56
수정 아이콘
꼰대에 대해 정의를 해야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텐데요.
꼰대는 소통이 막힌,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이잖아요.
"혹시 나는 꼰대일까?"라고 고민하는 사람은 꼰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꼰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요.
나이에 관계 없이,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계급장 떼고 소통할 수 있을까를 자문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들에는 근거가 있을까? 근거를 묻는 후배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죠.
(써놓고 보니, 꼰대가 쓴 말 같네요...;)
돌고래씨
16/05/02 11:13
수정 아이콘
저도 나이차이 14살 나는 동생이 있는데 스스로가 꼰대가 되어감을 느낍니다
공부때문에 어머니랑 실랑이 하는걸 보면 나도 어렸을때 저랬었는데 그새 까먹고 어머니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동생을 나무랍니다.
나는 안그럴줄 알았는데 말이죠
저는 글쓴이분 보다 좀 젊지만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내가 어릴때 싫어했던 어른처럼은 안될거야
근데 동생을 바라보고, 제가 하는 행동을 보니 꼰대가 되어간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 크크
아직 결혼도 안했고 애도 없지만, 어렸을때 부모님이 저한테 하셨던 말씀도 조금씩 이해가 되구요
오징어와 말미잘
16/05/02 11:54
수정 아이콘
전에 정치카페에서 진중권 교수인가 노회찬 의원인가가 말했죠. 우린 현재의 꼰대와 미래의 꼰대로 나뉜다고...
16/05/02 23:25
수정 아이콘
꼰대가 뭐 나쁜가요? 꼰대가 없이 모두가 쿨병에 걸린다면 그도 문제가 있다봅니다. 꼰대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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