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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9/01 18:39:28
Name ChefRyan
Subject [일반] 씁쓸한 날이네요.
피지알 여러분들 좋은 주말들 보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한국에서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휴가를 온 지 이제 막 일주일째가 되었는데 한달은 된 듯 그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 가족들 만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네요.


저에게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터 친구로 지낸 소위 불알친구 한명이 있습니다. 이제 어느덧 알고지낸지 16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고등학교 서로다른 곳을 나와도 자주 만났었고 20살, 성인이 되어서, 그리고 군대에 가서도 연락의 끈을 놓지 않고 같이 어디를 돌아다니면 서로 많이 닮았다는 말도 줄곧 들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친구입니다. 제가 해외 생활을 4년째 하였지만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만날때면 변함없이 관계를 유지하였었죠. 하지만 이 연락도 제가 한국에 없는시간이 많아지며 서로 연락의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저희의 관계는 변함없다 생각하였죠 그러다 제가 작년에 다시 외국을 나가며 급속도로 멀어지게? 되었네요.

어느날은 저에게 뜬금없이 묻더군요. 저에게 돈 좀 많이 모았냐 하면서요. 저는 '이녀석이 갑자기 왜이러지?' 란 생각을 하였고 저는 나름 혼자 먹고살기 바쁘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내가 돈이 어딨냐 크크' 하며 넘어갔었죠.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연락이 오더니 돈 좀 빌려줄 수 없냐고 물어보더라구요. 한 5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꼭 좀 도와달라 하더라구요. 이 친구가 트레이너로 일하는데 돈을 제법 많이 벌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지내던 녀석이 뜬금없이 빚이 있다며 도와달라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 이것저것 물어보았죠. 일도 그만두고 쉬고 있다며 다짜고짜 빌려달라고 그리고 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 당시에는 '쉬지말고 노가다라도 해서 돈 벌 생각을 하라, 젊은놈이 일 안하고 뭐하는 거냐' 며 타박을 했었지요. 뭐 사실 그만큼의 돈도 빌려 줄 능력도 없었지만요.

이 일 이후로 저는 괜한 불편함과 빌려주지 못한 미안함? 등 복잡한 심경에 결국엔 잊고 바쁘게 일하며 살다가 며칠전에 한국으로 휴가를 온 김에 바로 녀석에게 연락해 만났지요. 1년만에 보았지만 반가움과 오랜친구라는 감정으로 어제만난 것 처럼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커피한잔 하며 만나고 금새 다시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헤어지고나서 전화한통이 오더니 또 다시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군요..이 친구와 아는 또 다른 친구(여기서는 B라고 하겠습니다.)가 있는데 저와도 아는 녀석입니다. B 라는 녀석이 원래 돈을 빌려 주기로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저를 꺼내더니 외국에서 일하니깐 돈 많이 벌었을 거라며 저에게 물어보라 했답니다. (외국에서 일하면 돈 많이 버나요..매달 집값만 80만원씩 나가는데....) 이번에도 저번보다는 적은액수지만 빌려주기 싫어서 못빌려주겠다 말했습니다. 그 불알친구는 미안하다며 다음에 얼굴이나 보자 하더니 다음날에 또 다시 돈 빌려달라 물어보더군요. 그것도 카톡으로 물어보더군요... 빌려달라는 이유도 제가 납득할 수 없는 것 들이었구요.더 어처구니 없는건 물어보는 태도가 오히려 '갑' 의 입장에서 물어봐서 있던 정도 떨어지더라구요. 내가 이딴녀석이랑 친구였나? 란 생각도 살짝 들었구요.

고작 150만원(많은 돈이지요. 하지만 표현을 이렇게 해서 죄송합니다.) 빌려주기 싫어서 저는 그냥 그 '카톡' 따위 무시해 버렸고 아직까지도 연락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저는 다른 불알친구들 을 만나 이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니 이 친구녀석들도 그 녀석으로부터 돈 빌려달란 소릴 들었었나 봅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녀석이 도박에 빠져서 돈을 잃고 이곳 저곳에 빚이 생기고 현금서비스도 받고 했었나 보네요. 참 씁쓸한 마음에 그리고 왠지 오래된 친구한놈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을 겪고 나니깐 이제는 더이상 저와 친구들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고 이렇게 사람사는 '삶' 에 조금씩 찌들어 가고있나 란 생각도 들었네요. 한참 순수했던 시기에 만났던 친구놈들도 하나 둘 씩 이런 저런 이유들로 싸우고 멀어지고 이제는 한번 오랫만에 만나도 10명이나 되었던 녀석들인데 이제는 4명도 모이질 않습니다.

뭐 이런 저런 사는 저의 이야기 였습니다. 마음은 씁쓸하지만 그토록 오고싶었던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며 시원한 선풍기 앞에서 커피한잔 하며 피쟐 눈팅하며 여유를 보내니 그래도 행복합니다. 이런 저런 넋두리 였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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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13/09/01 18:47
수정 아이콘
안 빌려주시길 잘하셨어요.
아무리 친구라도 돈 요구를 막 할 수는 없죠;
Abelian Group
13/09/01 18:57
수정 아이콘
친구한테는 주는 돈은 빌려주는게 아니라 그냥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야됩니다. 받지 못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주고, 그게 아니라면 절대로 주지마세요.
Buttercup
13/09/01 18:57
수정 아이콘
도박은 정말 사람을 망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군대 선임 중 정말 괜찮은 사람 있었는데, 제대 후에 뭔일이 있었는 지 몰라도 도박에 푹 빠져서
여기저기 돈 빌리고 다니더군요.

저한테도 어느날 전화하더니
"OO야, 혹시 ##만원 빌려줄 수 있냐?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많다면 많은 돈이지만 그래도 적다면 적은 돈인데 네가 나 생각하면 이거 해달라 " 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저도 글쓴 분처럼, 이게 과연 돈을 빌리는 주제에 할 소리인가라고 싶었고, 그 외에도 그 사람의 좋았던 부분들이
사라지고 찌들고 뒤틀린 모습만 남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뭐, 그래봤자 쌓인 정이 선후임간의 그 정도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연락을 안하며 잊어버렸었는데...
글쓴 분의 사연을 보니 다시 생각나게 되네요...

*덧 : 어제 좋았던 기억들이 가끔 제 기분을 망쳐버리기도 하지만, 내일 좋은 일이 새로 생기기도 하니까..
그냥저냥 안좋은 일들은 잊어버리고, 고마운 일들은 감사하며 사는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
광개토태왕
13/09/01 19:02
수정 아이콘
정말 잘하셨습니다.
친한 친구일수록 돈은 더더욱 빌려주셔서는 안됩니다.
지금 돈 빌려줘서 나중에 돈 제때 못받고 서로 얼굴 붉히는거보다 돈 안빌려주고 관계가 어눌해지는것이 결과론적으로 훨씬 낫습니다.
본인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돈은 절대 빌려주지 맙시다.
ChefRyan
13/09/01 19:03
수정 아이콘
네. 저도 많은 인생을 산 건 아니지만 돈관계는 절대 빌려주지도 빌려서도 안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Neandertal
13/09/01 19:14
수정 아이콘
제 학교 후배 하나도 강원도 정선을 들락날락 거리더니 저에게 두 번이나 돈을 빌리러 오더군요...
한 번은 못 받는 셈 치고 80만원을 빌려줬었는데 그 다음에 또 빌리러 와서 그때는 거절했지요...
그 뒤로도 몇 번 전화가 왔었는데 매몰차게 거절했더니 그 뒤로 연락이 끊어졌지요...

이제는 뭐 하면서 살고 있는지...
한선생
13/09/01 19:22
수정 아이콘
뻘플이지만 전 집값만 200내는데 정말 속터지지요 ㅠㅠ
친구 사이가 꼭 같이 보낸 시간에 따라 그 깊이가 비례하진 않더라구요. 저도 커가면서 느낍니다.
ChefRyan
13/09/01 19:55
수정 아이콘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던 말도 가끔은 어긋난다는 걸 깨닫는 요즈음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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