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는 언제 출현해서 어떤 경로로 진화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까요? 현재 우리 인류는 일부 극지방이나 남극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대륙 모든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현생인류를 생존의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요 이러한 현생인류의 기원과 이동에 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대립되는 이론들이 있습니다. 바로 다지역기원설(Multiregionalism)과 아프리카 기원설(Out of Africa)이 그것인데요 오늘은 이 두 가지 이론들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지요.
다지역기원설(Multiregionalism)
다지역기원설은 1980년대에 Milford H. Wolpoff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처음으로 주장하였습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약 2백 만 년쯤 전에 아프리카에서 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의 형태로 처음으로 나타나서 아프리카를 나와 전 세계 곳곳으로 펴져 나갔다고 합니다. 즉, 호모에렉투스들 가운데 일부는 아프리카에 그대로 남았고 또 다른 호모에렉투스들은 아프리카를 나와서 유럽과 아시아, 오세아니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을 했으며 그곳에 정착하면서 본인들이 정착한 지역의 환경에 맞게 적응하고 인접 지역의 다른 호모에렉투스들과 유전적으로 교류하면서 각 지역에 특화된 형태로 진화해 나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비록 각 지역으로 흩어진 원시 인류들이 나름대로 본인들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 나갔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근 인류들과의 유전적 교류와 유전적 부동(genetic drift), 형질경사(clinal variation)등을 통해서 지역적 진화의 방향과 인류 전체적인 진화의 방향이 균형을 이루고 비슷한 방향으로 나가면서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생인류(호모사피엔스)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이 이론은 약 200만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한 인류(호모에렉투스)가 멸종되지 않고 중간 단계의 진화 과정들을 거치면서 (호모하이델베르겐시스, 네안데르탈인 등)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결국 네안데르탈인도 멸종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 유럽인들의 조상이 된 것이고 약 70만 년 전에 중국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북경원인도 오늘날 중국인들의 조상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고생물학자들 가운데는 이러한 다지역기원설을 지지하는 학자들도 있으며 그중에 일부는 심지어 중화사상과 맞물려 "중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지역의 갑은 역시...--;)
아프리카 기원설(Out of Africa)
다지역기원설을 반박하는 이론으로 아프리카 기원설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현생인류의 조상들은 약 20만 년 전에서 15만 년 전 사이에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12만 5천 년에서 6만 년 전 사이에 아프리카를 나와 이전의 원시 인류들을 대체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아메리카대륙으로 이동했다는 이론입니다. 물론 이 이론이 주장하는 바는 우리 호모사피엔스만이 유일하게 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 이전에 원시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와서 유럽과 아시아 대륙 등으로 이동해서 생존해 있었지만 (그들 가운데 유럽으로 진출한 이들은 결국 네안데르탈인까지 진화를 했고 북경원인도 바로 이 때 아프리카를 나와서 중국까지 진출했던 인류라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모두 멸종하고 말았으며 가장 최근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온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그들의 빈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이론이 되겠습니다. 이 이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가 Chris Stringer 교수인데 이 가설은 주로 DNA 분석 결과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DNA나 Y염색체 DNA 분석들을 통해서 이와 같은 주장이 정립되게 되었는데 현재 이쪽 분야에 몸담고 있는 다수의 학자들이 이 이론을 정설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 아시아인들은 모두 아프리카가 그들의 고향이며 유전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동일한 존재들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나 신체상의 차이들은 이동 과정이나 정착하고 난 이후 지역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며 존재 자체의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네안데르탈이나 저스틴 비버나 소지섭이나 다 같은 존재?...그러면 지금 이 씁쓸한 기분은 도대체 뭐지???)
아주 최근에는 위의 두 가지 이론들의 중간 입장을 취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즉, 호모사피엔스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와서 각 대륙으로 퍼진 것은 사실인데 호모사피엔스 이전에 아프리카에서 나왔던 원시 인류들이 모두 멸종한 것은 아니고 일부는 살아남어서 이주해 온 호모사피엔스들과 유전적인 교류를 하였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발굴된 시기적으로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몇몇 유골들에게서 원시 인류와 호모사피엔스의 특징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들이 있어서 이러한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서 나오고 있는 이론들인데 아직까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가설이라고 합니다.
다지역기원설이 되었든 아프리카 기원설이 되었든 간에 우리 인류는 결국 아프리카에서 나온 셈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단지 아주 오래 전에 나왔는지 아니면 비교적 최근에 나왔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요. 1984년에 아프리카에 심각한 기아가 불어 닥쳤을 때 미국의 팝 가수들이 아프리카 기아 난민들을 돕자는 취지로 모여서 "We are the world"라는 곡을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들은 임시 밴드 명을 "USA for AFRICA"라고 지었었는데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곡명이나 밴드 명이나 모두 기막힐 정도로 적절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왠지 "We are the world"가 듣고 싶어 지네요...
그림으로 보는 다지역기원설과 아프리카 기원설
아프리카 기원설로 보는 현생인류의 이동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