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엄청난 수비를 보여주면서도 몇 안되는 찬스를 만들어내며 결국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과르디올라는 다니 알베스를 벤치로 내리고 피케를 복귀시켰다. 쿠엔카는 윙에 위치했고 파브레가스는 공격에 집중하는 중앙 미드필더 롤을 맡았다.
디 마테오는 지난 1차전 1:0 승리했을 때의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경기 중간에 부상으로 인한 2명의 교체가 있었다. 게리 케이힐은 보싱와로 교체됐고, 이바노비치가 센터백으로 이동하는 교체가 있었고, 피케 역시 부상으로 아웃되는 바람에 알베스가 들어와 측면으로 빠지고 마스체라노가 센터백으로 이동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까? 1차전과 마찬가지로 첼시가 바르셀로나의 골결정력 부족에 어느 정도 의존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첼시의 플레이는 훌륭했다.
바르셀로나의 포메이션
바르셀로나의 포메이션은 3-3-1-3의 형태를 가져갔다. 메시는 전형적인 10번의 역할을 맡았다. 쿠엔카는 오른쪽에서 사이드로 벌려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는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가 넓이의 부재를 느낀 것에 대한 반응인 것 같다. 쿠엔카가 풀백을 제치려고 시도하면서 공을 자주 뺏기긴 했지만, 코너킥 상황에서 측면으로 쳐져있던 덕분에 부스케츠의 골을 어시스트 하기도 했고 전반적인 플레이는 괜찮았다.
알렉시스 산체스는 중앙에 기용되었는데 이는 지난 주말 엘 클라시코에서 교체로 들어와서 그가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던 포지션이었다. 산체스는 초반에 메시와 스위칭을 해가면서 플레이했고 메시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지만 첼시의 센터백들은 산체스의 움직임 때문에 혼란스러워해 메시가 그 틈을 이용할 수 있었다. 산체스는 확실하게 테리에게 빅엿을 선사하기도 했다. (...)
첼시의 포메이션
바르셀로나가 포메이션을 3-4-3으로 전환한 결과 첼시는 수비시에 좀 더 좁게 전형을 형성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바르셀로나는 첼시를 공략하는 것에 애를 먹었다. 1차전에서 하미레즈는 알베스를 마크하면서 피치를 오르락내리락했는데 2차전에서는 상대할 풀백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이는 반대편의 마타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는 하미레즈와 에슐리 콜이 바르셀로나의 라인을 깨는 좋은 움직임을 몇 차례 보였지만 이후에는 그런 찬스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체흐는 드록바가 경합할 수 있게 자꾸 공을 던져주었다. 이 방법은 1차전에서 효과를 발휘했으며 2차전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다. 이는 발데스가 나와서 드록바, 피케와 크게 충돌한 장면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11 : 10
테리의 퇴장은 (2010년 인테르의 경우 모타의 퇴장 순간)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디 마테오의 첫 번째 대응은 보싱와를 이바노비치 옆의 센터백으로 세우고 하미레스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리는 것이었다. 이로써 첼시는 4-4-1의 전형을 취했는데 이는 10명의 열세에 처한 팀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 시점까지 4명과 5명으로 라인을 세워 수비를 하던 첼시였기 때문에 리그에서 익숙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4명, 4명 라인으로 수비하는 것은 불안해보였다. 첼시는 하프타임까지 혼란에 빠졌고, 이니에스타의 골은 첼시의 미드필더들이 전형을 미처 갖추지 못했을 때 나온 골이었다.
그러나 하미레스는 전반 종료 직전에 멋지게 바르셀로나의 뒷공간을 공략해 중요한 골을 만들어냈다. 1차전에서 하미레스는 비슷한 방식으로 공간을 공략해 드록바의 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그리고 1차전의 골이 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수비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듯이, 이번 골도 첼시가 확실하게 수비에 전념하게 만들어줬다.
후반전
디 마테오가 하프 타임에 드레싱 룸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분명 첼시 선수들의 경기 방식을 테리의 퇴장 이전으로 돌릴 것을 명령했을 것이다. 즉 선수들에게 4명, 5명의 라인으로 수비하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드록바는 전방에서 내려와 왼쪽 미드필더처럼 수비에 임했고, 이는 인테르가 2010년에 디에고 밀리토에게 맡겼던 롤과 같다. 비록 전방에서 공을 받아줄 선수가 사라져 공을 잡으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하긴 했지만 이렇게 첼시는 경기 초반처럼 다시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다.
첼시에게는 제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플레이하던 선수들도 있었다. 그러나 보싱와는 센터백으로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오늘 경기 이전에도 메시를 상대로는 느리고 힘 좋은 센터백보다는 빠르고 민첩한 풀백을 가운데로 돌리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보싱와가 해야했던 일은 선수를 마크하고 공을 빼앗아내는 것이었지 공중볼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의 크로스 시도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보싱와에게 공중볼에 대한 큰 문제는 없었다.
과르디올라는 후반전에 전형을 전환했다. 이니에스타를 가운데로 끌어내리고, 쿠엔카를 왼쪽으로 돌린 대신 알베스를 오른쪽 공격수처럼 올린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10명이 전원 수비를 하는 상대로 할 때 가장 일반적인 공략법을 사용한 것인데, 그는 최대한 선수들을 넓게 세워서 상대 수비의 틈을 만들어내려고 한 것이다. 첼시는 미드필더들을 넓게 세움으로써 이에 대응했고, 측면의 선수들이 수비시에 중앙으로 몰리기보다 페널티 박스 외곽을 지키면서 팀의 밸런스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막았고, 바르셀로나는 오버래핑으로 공략할 만한 공간을 잘 찾지 못했다. 드록바가 페널티킥을 내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수비적으로 괜찮은 모습이었다.
찬스?
페널티킥은 경기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첼시는 바르셀로나의 골결정력 부족에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1차전에서의 바르셀로나가 많은 찬스를 만들어낸 것을 근거로 첼시 수비가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는 어떤 팀이든 그 정도의 찬스는 허용하기 마련이다. 바르셀로나의 경기 지배력은 완벽히 막아내기에는 너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했던 것은 첼시가 1차전에서 그랬듯이 바르셀로나의 찬스를 최소한으로 억제했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에게는 대략 5번의 찬스가 있었는데 이 정도면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충분히 괜찮은 수치이다. 운이 없는 날에는 5골을 실점할 수도 있겠지만, 바르셀로나가 찬스를 낭비하면 충분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메시의 페널티킥은 바르셀로나의 다섯 번째 완벽한 찬스였다. 이후에 바르셀로나는 중거리슛 외에는 거의 유효한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문제점
바르셀로나는 후반전에 두 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먼저 바르셀로나는 불필요하게 수비를 많이 뒀다. 마스체라노와 푸욜이 센터백으로 플레이했고, 부스케츠가 홀딩 미드필더로 플레이했는데 바르셀로나가 공세에 나섰을 때는 첼시의 전방에 아무 선수가 없었던 관계로 후방에서 무려 세 명이 무의미하게 놀고 있었던 것이다. 마스체라노가 전진할 수도 있었고, 부스케츠가 좀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수도 있었다. 오직 한명의 스트라이커를 놓고 플레이하는 팀을 상대로 아드리아누나 알베스처럼 공격적인 성향의 수비수를 기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수비적인 선수들로만 3백을 구성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냐에 대한 의문도 가질 수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그들이 2년 전 인테르를 상대했을 때 직면했던 바로 그 문제다. 바르셀로나에게는 전방에 타겟맨을 세우고 공중볼을 계속 공급하거나 하는 플랜 B가 없다. 2년 전 과르디올라의 실수는 플랜 B를 플랜 A처럼 활용했던 것이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인테르가 강하게 압박하며 전진할 때는 경기장에 있었지만 정작 바르셀로나에게 타겟맨이 필요했던 시점에는 교체되어 있었다. 그 경기에서 바르셀로나는 피케를 최전방으로 올려 스트라이커로 플레이하게 했고,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피케가 멋진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브라히모비치는 방출되었고, 피케는 부상으로 아웃된 상태였다. 케이타가 파브레가스보다 더 수비적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파브레가스 대신 들어갔던 것은 아마 이런 이유였을 것이다. 케이타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과르디올라는 누군가를 더 전방으로 올려야했다.)
이 시점에서 바르셀로나의 기본적인 포메이션은 이미 사라진 상태이다. 그러나 각자의 역할은 명확하다. 3명을 수비에 두고 샤비가 쳐져서 전체적인 조율을 맡고, 텔로와 알베스는 측면을 공략하며 케이타, 이니에스타, 메시, 산체스가 박스 주변에서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첼시가 버텨내다
첼시는 중앙에서 타이트한 수비를 이어나갔다. 람파드, 메이렐레스, 미켈은 전술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고, 1차전에서의 전술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셋은 중앙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가 샤비가 공을 잡아 전방으로 패스를 하려고 하면 한 명이 전진해 샤비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굳이 공을 뺏으려고 하지는 않았고, 샤비가 측면으로 공을 돌리게 하면 그만이었다. 미켈은 나머지 둘보다는 주로 쳐져서 플레이했다.
인테르와 달랐던 점은 첼시는 공을 뺏기는 순간 바로 압박을 포기하고 페널티 박스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바르셀로나가 자신의 페널티박스부터 빌드업을 시작할 때는 첼시 역시 전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바르셀로나가 이런 첼시의 뒷공간을 노리기 위한 빠른 빌드업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의외였다. 첼시의 수비가 전진해 공략할 만한 공간이 있을 때도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패스는 느리고 안전한 곳으로 향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드리블마저 설상가상으로 잘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첼시가 반격하다.
첼시는 이 와중에도 간간히 골찬스를 만들어냈다. 드록바가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코너킥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이 코너킥에서 이바노비치가 득점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 칼루는 마타를 대신해 들어가 좋은 찬스를 맞이하기도 했다.
페르난도 토레스는 드록바를 대신해 후반 막판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추가 시간의 쐐기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딱히 전술상으로 설명할 점은 없었다. 토레스는 마크에 실패하고 자꾸 공을 내주면서 드록바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수비했다. 토레스가 전방에서 찬스를 맞이했던 상황은 드리블을 실패했던 상황이었는데, 이 상황에서 토레스는 드리블을 시도하다 자기 위치를 벗어나 전방에 있었던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경기 막판 최후의 총공세를 펼치며 수비를 아예 두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토레스를 선택했던 결정이 맞아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골은 첼시의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걷어낸 공이 스트라이커에게 연결되면서 나왔다. 이는 첼시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부터 시도해오던 역습이었는데 1차전에서 드록바가 득점으로 연결시킨 상황은 드록바가 사실 체흐가 걷어낸 공을 컨트롤하는 것에 실패하면서 만들어졌던 것이었다.
결론
월요일의 기자회견에서 체흐는 무리뉴와 통화할 기회가 있다면 바르셀로나 공략법을 물어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는 레알 마드리드의 지난 엘클라시코 승리 때문에 나온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2년 전 인테르의 승리에서 영감을 얻은 질문이라고 본다. 상황은 거의 비슷했다. 4강 2차전, 이른 퇴장, 스트라이커의 측면 수비, 수비에만 집중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두 팀이 다른 경기방식을 들고 나왔지만 비등한 경기를 만들어냈고,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재밌는 경기가 되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과르디올라 체제 하에서 2번 모두 비슷한 양상의 경기를 펼치며 맨유를 상대로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비슷한 양상으로 두 번 4강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누캄프에서 상대 수비 공략에 실패한 것이다.) 이는 바르셀로나가 1차전에서 찬스를 살리지 못하며 패배했기 때문이고, 동시에 원정골을 득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가 원정골을 득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미레스의 골은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첼시의 많은 선수들이 4강전에서 잘 뛰어줬기 때문에 특별한 수훈갑을 선정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꼽는다면 하미레스가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경기장을 누볐으며 간간이 공을 잡았을 때 바르셀로나의 수비를 파괴했다. 하미레스는 언제나 전진하고자 했고 멋진 골은 훌륭한 보너스였다.
지난 주에 했던 주장을 오늘도 반복하고 싶다. 챔피언스리그 4강은 현대 축구에서 가장 흥미롭고 예측 불가능한 경기를 그리고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쏟아내고 있는, 축구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뱀다리)
학업의 압박으로 한동안 못 올렸는데, 시험이 끝났네요.
정말 경기 재밌었습니다. 내일 레알-뮌헨전도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