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미워한 적이 없다. 가볍게 스치는 당신의 질문에는 기실 숨기지 못한 옅은 불안과 불신이라는 싹이 멋대로 당신의 마음을 양분으로 삼아 싹트곤 했었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니가 싫어서도, 지쳐서도 아니라 이젠 더이상 나의 최선이 너에게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드디어 네게서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너는 못내 미안한 감정을 내색해버리고 말았지만 나는 너를 미워한 적이 없다.
내가 최선을 다했음을, 비록 건네받지 않았으나 나의 영혼은 순수했음을 알고있는지 꼭 한번은 묻고싶은 때가 종종 있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너의 이기를 헤아리지 못하였듯 너 또한 나에게 필요이상의 관심을 가질 개연성을 생각치는 못한 관계로 하릴없이 일종의 디스커뮤니케이션 속에 서로 그것을 의지하곤 하는 겁쟁이였다고 치부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뭍머리에 서서 세상의 맛을 가늠하면 나의 행복에 니가 있어야 할 이유는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었는데,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너의 행복에 내가 필요한 이유가 궁금해졌을때야 비로소 나는 내가 너에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의문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떳떳하지 않게 되었는지가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었던만큼 더이상 비겁할 자신이 없었고 지금을 그러모아 지난 날에 내팽겨치면 서로를 정당화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너는 내게서 망설임없이 멀어졌다. 그러나, 나는, 너를, 미워한 적이 없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