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2/02/24 12:53:17
Name 곰주
Subject [일반] 나는 꼼수다에 감사한다. (부제: framing의 이해)
1.
이 곳에서 오래계셨던 분들 중에 저를 아시는 분도 소수지만 계실테고 그렇지 않으신분들도 많이 계실겁니다.
원래, 전 시사/정치쪽의 이야기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발 사회, 정치 이야기는 내가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이 곳에서 만큼은 보지 말자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지요.

단적인 예로, 딴지일보에서만 정보를 가져오시던 모님께 항상 댓글로 쫓아다니면서
왜 딴지일보쪽의 이야기만 가져오느냐고 되묻고 했던 사람입니다.


2.
잠깐 다른이야기를 먼저 해볼께요.

면역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있습니다.
아주 쉽게 생각하면 우리몸 (혹은 생명체)에서 면역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연구하여, 치료 및 예방을 목표로 하는 학문이지요.
면역학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로 아주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다른 생명과학 분야와는 조금 다르게,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불과 5년 아니 2~3년전의 학설을 구식으로 여기고, 통채로 뒤바뀌기도 하고, 새로운 가설과 실험, 그리고 그 증거가 물밀듯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는 뭘까요?

아주 단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인터루킨 (Interleukin, IL)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것들은 면역학에서는 아주 중요한 인덱스가 됩니다.
면역세포간의 메신저로서 이 IL들은 그 역할을 할 뿐아니라,다른 면역세포들의 분화를 유도한다고 보고 되고 있지요.
혈중 IL농도를 직접 측정하여 어떠한 항원에 대한 반응을 봄으로써 어떤 면역반응이 일어나는가 보는 것은 면역학에서 아주 필수적인 실험중의 하나 입니다.

IL은 종류가 아주 다양합니다. 구분을 하기위해 주로 숫자를 붙이지요. IL-1, IL-2... 뭐 이런식으로 말이지요.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한가지 IL이 꼭 한가지 일만하는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 재미있는 점은 같은 세포에게 같은 IL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즉, IL하나의 변화, 증가 혹은 감소하는 사실 하나 만 으로 면역반응을 유추하는 것은 이제는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면역학 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관련분야의 연구에서도 이와 같이 하나의 원인이 여러가지의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것이 수많은 과학자들이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평생을 연구하고 서로 논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
따라서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걸까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기존에 그 연구소 혹은 실험실에서 계속 해왔던 가설이 맞을 것이다 라고 가정을 하고,
가설을 증명해온 결과를 따라서 연구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실험 (다른 연구그룹포함)에서 나온 결과들을 근거(evidence-based)로 항상 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편향적(biased)인 결과해석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따라서, 연구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소양 (research ethics)이 가장 중요하고, 실제로 그점을 항상 강조하게 됩니다.
더불어 다른 결과가 나온 다른 실험과 연구를 겸허하게, 그러나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받아들일 점은 받아드리고 비판할 점은 비판해야합니다. 비판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구요.

그렇기에 대부분의 실험실 혹은 학위과정에서는 Journal Club이라고 해서, 이미 발표된 연구논문을 선별해서 그 논문의 결과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사이언스, 네이쳐, 셀등 아주 "훌륭한 등급"이라고 평가되어지는 논문지에서 선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혹은 자신의 분야와 관련되거나 아주 뜨거운 감자로 선정된 이슈에 관해서 토론을 합니다.

조금더 나아가서 만약 결과가 다른경우에는 반대되는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출간해서 상대편 논문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서로 물어뜯는 싸움으로 발전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건강한 학술적 토론이 형성되면서 학문의 영역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은
                           I. "여지껏 모여진 믿을 수 있는 근거(evidence)"를 바탕으로
                           II. "합리적인 추론 (reasonable inference)"을 거쳐
                           III.  "가장 될 법한 모델 (proposed model)"을 제시한다
큰 틀을 바탕으로 합니다.


4.
최근들어 팟캐스트를 많이 이용하게 됩니다.
특히, 사회에 대한 관심사가 늘어나면서, 여러 시사 프로그램을 많이 들으려고 하지요. 정말 귀가 아픈 몇몇 방송부터, 지루한 방송, 유쾌한 방송등등...가리지 않고 다 듣습니다.

왜요? 그 이유는 바로 하나. 나꼼수때문이였습니다.

어찌보면 제 특성일지도 모르겠지만 맨 처음화부터 지금까지 들어오면서 한가지 떠오르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도대체 왜 이사람들이 이렇게까지 한사람을 향해서 녹음을 하는가"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evidence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있을 법한 소설 혹은 추정이나, 4인방 모두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그 모든 이야기는 편향되어있기도 하다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정반대편쪽의 evidence도 필요하게 되더군요. 이거저거 다들어보니 하루가 아주 잘가고 실험은 아주 즐겁게(?) 진행되었습니다.


5.
그러다보니, 단순히 무엇이 옳다 혹은 무엇이 그르다라고 평가할 수 있는 눈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사현상에 대해서 해석할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되더군요.
중요한 점은, 단순히 한쪽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 왜 사람들이 그 현상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며 한쪽은 공격을 한쪽은 수비를 해야만 하는가?"

라고 하는 이른바 종합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저도 인간인지라 저 만의 주관적인 성향을 가질 수밖에는 없겠지만, 어느 근거를 바탕으로 하나의 사건을 분석하는 것이 보다더 합리적인가 하는 저만의 기준이 생겼다는 것이지요.


6.
위키피디아에 정의된 framing(프레이밍)을 링크로 걸겠습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D%94%84%EB%A0%88%EC%9D%B4%EB%B0%8D

위의 프레이밍에대한 정의와 제가 하고자하는 말을 합쳐서 간추리면,
"하나의 동일한 현상을 어느쪽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라는 관점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링크의 제시된 실험을 보자마자 기대값을 구해버렸습니다.)

적어도 저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나꼼수를 듣지 않았다면 단순히 원인과 근거,그리고 결과만을 봤겠지만,
근본적으로 나꼼수 덕분에 이런 관점으로 사회적인 현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어떤 현상을 어떤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있는가?라는 데데 좀더 촛점을 맞추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7.
최근에 많이 있었던 사회적 논란(이 될 필요도 없었을 수도 있는 일까지 포함하여)들을 다룬 글에 달린 댓글을 통해서
많은 분들의 여러가지 다른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왜 저렇게 이야기 하는가? 큰 틀은 무엇인가?에대한 고찰을 하게 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물론 저보다 더 깊은 사고와 성찰을 하시는 분이 너무도 많으시기에 이렇게 글을 적은것도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저에게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나는 꼼수다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저는 나는 꼼수다가 꼭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그들의 편향성이야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요.
하지만 왜 그들이 그렇게 이슈가 되는가? 왜 그들을 여러가지로 평가하는가?하는 생각을 해보면
그들이 대단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귀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더불어 저같은 초심자의 눈에 뜨일 정도로 프레이밍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갑작스레 늘어난 듯 하군요.
항상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피로는가라
12/02/24 13:27
수정 아이콘
저역시도 나는 꼼수다에 감사합니다.
가카찬양 언론들을 듣는 요령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에 관심 없으신 분들이 이렇게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여 주신 점은 가장 공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12/02/24 13:35
수정 아이콘
저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첫 투표를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게끔 해줬습니다.

항상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Grateful Days~
12/02/24 14:08
수정 아이콘
딴건 모르겠고 정치란게 재밌다는걸 알게 해줘서 2-30대를 정치세계로 인도한게 가장 큰 역할일듯.
12/02/24 14:16
수정 아이콘
정말 많은 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게 가장 좋은 역활이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로인해 아주 소수의 몇몇은 나꼼수 말은 100% 찬성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요건 좀 문제가 되지만

암튼 정말로 큰 역활했다고 봅니다.
12/02/24 14:30
수정 아이콘
독특한 시각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은 팟캐스트가 너무 풍부해져서 사실 걱정도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방송법의 타겟이 나꼼수에게만 꽂혀 있던게 이제는 수십,수백개의 팟캐스트로 늘어날테고, 던져서 아무거나 하나 맞는 날이 언젠간 올테니까요. 하지만 그 전까지 참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쟙스 땡큐? (응?)
Jamiroquai
12/02/24 15:01
수정 아이콘
확신합니다. 정치를(특히 진보의 역할을) 잘 모르는 20대 청년들에게 하나의 틀을 제시하고, 효과적으로 각인되었죠. 글 잘읽었습니다.
강동원
12/02/24 15:11
수정 아이콘
정치란 어렵다. 신경쓰는 게 귀찮다. 이런 생각을 가진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판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해줬죠.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결코 이렇게 흥할 수 없었다고 봅니다.
돈에 대한 맹렬한 집착을 가진 기득권의 행동패턴이 나꼼수측에게 정말 쉽게 읽혀서... 설명과 예측이 너무나도 정확했죠.
그런 의미에서 정말 그분은 요정이십니다.
12/02/24 15:12
수정 아이콘
무엇보다도 정치가 재미있다 라는걸 느끼게 해준게 나꼼수의 가장큰 영향력인거같습니다.
켈로그김
12/02/24 18:44
수정 아이콘
나꼼수 듣고싶어지게 하는 글이네요.
하지만 재생시간의 압박이...;
5분 이상 쉴 틈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ㅠㅠ
12/02/24 22:36
수정 아이콘
나꼼수의 김어준총수도 대단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저는 뭐니뭐니해도 정봉주 17대 의원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봅니다.
그동안의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정치인...
정치를 너무 어렵고 딱딱하게만 생각했었는데 그것을 완전히 깨 부셔주었죠...
그래서 정치가 좀더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다가왔죠...
아영아빠
12/02/27 21:08
수정 아이콘
동거인(?)이 나꼼수 광팬이라 ....핸펀으로 mp3를 넣어주는 과정에서 잠시 들어보곤 합니다.
처음에는 혹하다고 생각하여 보다가.....2번 3번 듣다보니 쬐금 지겹습니다.
갈수록 신선함이 없어지고 4명의 남자들의 수다만...쪕...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5544 [일반] 빛보다 빠른 입자(뉴트리노)의 증명 [20] 파란별빛6176 12/02/25 6176 1
35543 [일반] 주성영 의원, 오후 3시 탈당·불출마 선언 [32] kurt7296 12/02/25 7296 0
35542 [일반] 달의 은폐된 음모론(제목수정) [85] 김치찌개10588 12/02/25 10588 0
35539 [일반] [야구] 슬슬 하나씩 나오려나봅니다. [56] Ophelia9889 12/02/24 9889 0
35538 [일반] 내, 첫사랑에게. [8] ipa4031 12/02/24 4031 1
35537 [일반] 노엘 갤러거, 레이디 가가 내한 소식 알립니다. [27] 리콜한방5642 12/02/24 5642 0
35536 [일반] 소위 '멘붕'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23] GO! TEAM5705 12/02/24 5705 0
35534 [일반] 檢 '강용석 고발' 이준석 병역법위반 무혐의 [9] 개밥바라기별5661 12/02/24 5661 0
35533 [일반] 지난주 불후의명곡 레젼드급 무대였네요 [10] C.K6765 12/02/24 6765 0
35532 [일반] 2010년 2011년에는 어떤 노래가 사랑받았나? [6] 홍승식4375 12/02/24 4375 0
35530 [일반] 최근 3년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 잡담. [40] 켈로그김5569 12/02/24 5569 0
35529 [일반] KBS 앵커 이창훈씨를 아시나요? [8] VKRKO 5776 12/02/24 5776 0
35528 [일반] 영화 '아티스트' 를 추천합니다. (약스포) [10] 제르4176 12/02/24 4176 0
35527 [일반] 정수장학회 반환청구 기각…강압은 인정 [76] 아즐5751 12/02/24 5751 1
35526 [일반] [바둑] 2시 30분부터 농심배 최종국이 진행됩니다. [21] 노때껌4566 12/02/24 4566 0
35525 [일반] 유로파리그 32강 경기 결과 및 16강 대진 [13] 운체풍신4234 12/02/24 4234 0
35524 [일반] 저 당첨됬어요 [12] 엔투스짱6266 12/02/24 6266 0
35523 [일반] 나는 꼼수다에 감사한다. (부제: framing의 이해) [18] 곰주4055 12/02/24 4055 0
35522 [일반] 앨리스 쿠퍼와 출근하기 [10] Absinthe 3925 12/02/24 3925 0
35521 [일반] 방귀대장 뿡뿡이 [19] 삭제됨3682 12/02/24 3682 1
35520 [일반] [ZM] 마르세유 1 : 0 인테르. 마르세유가 44번의 크로스 끝에 결국 골을 성공시키다. [9] 티티3968 12/02/24 3968 0
35519 [일반] 늙은 딜러에게 묻다 [56] 게지히트6711 12/02/24 6711 0
35517 [일반] [J-POP IDOL] 내일을 바라보는 Girl Band. 'SCANDAL' [10] Story9776 12/02/23 977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