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아주 어린 시절 아마 인생을 9년정도 살아온 그 시절 아버지께서 나에게 '핫도그 2개'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보냈다.
영특한 아이였던 나는 핫도그 2개중 하나는 내 몫이겠지 라는 생각에 신이나서 핫도그 2개를 샀고 돌아오는길에
같은 학원에 다니던 덩치가 거대했던 나보다 2년정도 인생을 더 살아온 형을 만났다.
그 형은 핫도그 2개 중 하나는 니 몫일테니 핫도그 하나에서 '한입만'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일단 아버지께 핫도그 하나를 하사 받는게 순서이니 그 절차를 기달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참을성 없는 형은 핫도그를 한껏 베어 물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 날 아버지께 혼이 났고 내 기억속 최초의 '한입만'과 악연이 시작된 날이다.
# 2
많은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한달에 2~3번 정도 매점에서 빵우유를 사먹는날
이었다. 한달에 30,000원으로는 교통비와 유흥비(당시 가장 큰 유흥인 PC방), 약간의 저축을 한 후에는
2~3,000원의 차액이 남는데, 당시 매점에서 빵우유 세트를 900원이라는 획기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으니
나에게 2~3번의 매점 방문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빵우유 세트가 900원이라는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동전보다는 지폐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100원이라는 잔돈이 생긴다. 이 잔돈의 존재로 인해 '100원만'을 요구하는 아이가 등장하였다.
'100원만'이 9번 통하면 빵우유 세트가 하나 생겨난다. 당시 100원정도야 왠만하면 허락하는 분위기였다.
비록 100원씩 9번 모아 빵우유 세트를 한번 더 사먹을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만 '100원' 가지고 야박하게 굴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이 아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서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 아이의 용돈은 한달 '10,0000원' 내 용돈의 3배 이상을 받는다. 물론 이 아이는 항상 가난에 시달렸다.
본인의 담배값 때문에, 이후 이 아이에게 100원씩 선물하는것이 싫어서 매점 사용을 안했다.
안주면 야박한놈으로 몰리는 분위기, 절대 주기 싫은 내 안의 이기심이 초래한 결과였다.
# 3
'한입만'을 굉장히 싫어하는 나였지만, 입대 후 생각이 변하게 되었다.
우리 부대는 다소 특이하게 훈련병때 부식으로 나오는 건빵을 사격 실력 미달자에게는 지급해 주지 않았다.
변명을 하자면 병기가 쓰레기였다. 물론 사수도 훌륭하지 않았고 불합격했다.
건빵 정말 먹고 싶었는데 슬픔에 잠겨있을때 동기가 건빵과 별사탕을 한알씩 나눠주었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건빵이었다. "콩한쪽도 나눠먹는다."라는 말의 진의를 터득하였다.
실무부대에서는 후달릴때 동기가 몰래 나눠준 싸구려 600빵 한입에 감동받고 맞선임이 몰래 먹으라고
건네 준 초코바 하나에 감동받았다. 그리고 담배와 얽힌 사연이 굉장히 많다.
선, 후임이 나눠준 담배 한개피, 혹은 담배가 부족하여 담배 한개피로 여러명이서 나눠 피는것
정말 어려운 시기였는데, 이런 정 덕분에 어떻게든 잘 버텨냈던것 같다.
물론 나도 그래서 이것 저것 많이 베풀었다.
반면 선임중 이를 악용하여 군생활 내내 담배 한 번 사지 않고 얻어피기만 한 선임이 존재한다.
이게 너무 심해서 다들 나중에는 담배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였는데, 정말 너무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4
내 기호 식품중 단연 으뜸은 라면이다. 집에 라면을 쟁여 놓고 출출할때 하나씩 삶아 먹는데
하나 먹으면 약간 아쉽고 둘은 너무 벅차다. 그런데 라면을 먹고 있으면 형제들이 와서 '한입만'을
요구한다. 라면 나눠먹는게 뭐 대수인가 싶지만 약간 아쉬운 하나에서 한입을 주면 먹다만것 같은
찝찝함이 생겨난다. 물론 찝찝함보다 형제간의 우애가 우선 순위에 있으니 흔쾌히 허락한다.
그런데 집에 라면을 쟁여놓았기 때문에 여분의 라면이 분명 존재한다. 더 있으니 끓여 먹으라 이야기
하면 '귀찮다.'라는 답을 들을수 있고 내가 끓여준다는 자기 희생적 권유에는 '하나 먹긴 싫고 한입만 먹고
싶다'라는 답을 들을수 있다. 쟁여둔 라면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내 몫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떨떠름한
기분이 드는 나는 참 이기적인 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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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님글 보면 제 어렸을적 기억하고 비슷한 부분이 꽤 있습니다.
아이스크림같은거 한입만 하는 경우 많았는데 저도 별로 안좋아했었거든요.
특히 제가 맛있는 도시락 반찬을 싸오는 편이라서 주변에서 하나만 달라고 하는 경우 많았거든요.
제가 호락호락 뺏기질 않아서 다행이였긴 하지만 저는 소세지를 싫어했는데 그거랑 바꾸자는 애들이 제일 싫었었습니다.
나중에 이런거 안뺏길려고 막 반찬까자마자 침뱉고 그랬었는데요 크크
자기꺼 다 챙기면서 남의것 조금만 달라고 하는건 정말 얌체같고 얄밉지만요
군대에서 담배한개비라도 나눠 피는 마음은 정말 중요한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은 맛있는거 있으면 정확히 나눠서 먹거나 좀 더 줄 수도 있는 착한 아이가 됐습니다.
물론 정말 맛있는거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먹고 모른척 할때도 있지만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이 바로 '한입만 라면'이죠. 그러고 보니 저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아주 어릴적에는 모르겠지만..;)
제가 먼저 한입만 달라고 한 적은 없네요. 누가 제가 먹는 것 한입 달라고 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주는 편인데
제가 그래본 적은 없군요. 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