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니름1: 술 마시고 쓰는 글이라 두서 없습니다. 미리 죄송합니다 (__)
미리니름2: "workbee"로 검색해 보면 예전에 쓴 몇 몇 글 있습니다.
미리니름3: 글 보면 저와 제가 말하는 여친의 대학을 알 수 있을테지만 언급하지 말았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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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학년 전체 500명 중에 300등~400등 사이를 오가던 저이지만, 수학이 제일 쉬웠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꿈은 수학교사였죠. 시험보고 성적표를 보면, 한문 30점, 사회 40점, 기술가정 30점 등등 이어도 수학은 거의 100점이었습니다.
어릴 때 주산학원을 다닌 덕인지, 아니면, 하루에 최소 책을 2권이상 안읽을 적이 없었던 것때문인지 몰라도 수학이 제일
재미있고 쉬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경우가 더 드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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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있던 지역은 비평준화라 고등학교도 미리 원서를 내고 해당학교에 가서 시험을 본 후 커트라인안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중간 생략~~~~ 어쨌든 겨우 겨우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고, 1학기 중간고사 150등, 기말 100등
2학기 중간 50등, 기말 20등, 2학년 1학기 2등, 그 뒤로 5등 밖에 나가본 기억이 별로 없었죠. 1학년 성적이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수학 점수가 좋아서 고교 졸업할 때 등급은, 1학년 150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등급이었습니다. 고교 3학년 때
꿈을 이루고자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4년동한 수업료 면제에 2년동안 의무기숙사, 공짜로 먹고 잘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걸
알아서 그 학교 수학교육과에 입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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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제 친구들이 저한테 한 얘기는 너처럼 독한 인간 본적이 없다. 어떻게 그렇게 공부할 수 있냐 이런 얘기였는데, 대학
가 보니, 그런 애들 수두룩 빽빽이더군요. 어쨌든 그랬는데, 졸업한 선배가 학교에 놀러와서 현직 교사 생활을 하는데, 세금 떼고
연금 떼고 등등 실제 통장에 들어온 돈이 100만원이 안된다. 이런 얘기를 듣는 순간, 확 열받았습니다. 그 당시, 즉 96년도 제가
일주일 2번 가는 과외를 하는데 35만원 받았는데, 과외 3개 해서 버는 돈 보다 못한 돈을 받는 교사라는 직업이 정말 싫었습니다.
나 혼자 사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평생 살아오면서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게 돈이다.....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어머니 편하게
해 드리고 싶다 라는 제 생각을 충족시키기엔 교사라는 직업은 너무 돈이 안됐습니다.............. 당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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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IMF 터지고 거의 3년 사이에 돈 많이 벌던 직장인들 싸그리 정리해고 당하고, 교사 월급이 거의 2배로 뛰더군요. 제가 대학
졸업하고 군대 갔다 왔는데, 바로 기간제 교사할 때, 첫 월급이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기회 있으면
더 할 거고, 어쨌든 기간제 3년 하다가 더러워서 때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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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사 봐서 교사해야지라고 맘 먹었습니다. 내가 맘 먹고 못할게 뭐가 있어. 난 할 수 있어, 그런 맘으로 1년간 공부만 했습니다.
하려고 했습니다.....하고 싶었습니다...............하지만 안되더군요,. 공부하다 집에 와서 12시에 침대에 누웠는데, ........
하............. 잠이 안옵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듭니다............... 난 왜 이러고 있을까............내 선배들.............
동기들.............후배들.............다 교사인데........내가 바보가 아닌이상, 그냥 평범하게 대학생활만 했어도, 지금쯤
교사하고 있을텐데, 이제와 난 뭐하고 있는건가......... 이 때, 다른 문제까지 겹쳐서 교사하면서 벌어둔 돈 , 그래 이거
다 쓰고 죽자 이런 맘으로 정말 1년 동안 그 동안 해 보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하면서 1년에 거의 3천만원을 써 버렸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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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고사 몇달 남기고 공부는 안되고 처음으로 "와우"의 세계에 빠지게 됩니다... 아무 생각없이 게임만 하면서 지내다, 모아둔
돈 다 떨어지고 돈은 벌어야 하기에 학원으로 가게 됩니다. 이 때만 해도 "그래 학원에 가서 돈 많이 벌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했지만, 일단 나락으로 떨어진 마음은 다시 안올라왔습니다. 그래도 학생을 대하는 마음과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잘한다.
라는 자신감으로 가르치긴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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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만남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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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부캐로 드루이드를 키우면서 그늘숲 남쪽에서 늑대인간을 잡는 퀘를 하면서 동굴안의 네임드를 혼자 잡기 힘들어 고생하고
있을 때, 저 쪽 옆에, 남자 캐릭 하나, 여자캐릭 하나가 늑대인간을 잡고 있더군요.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남캐는 별 말이
없고, 여캐와 채팅을 하면서 같이 퀘스트를 하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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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메네실 항구에 있는데 뭔 호드 만렙 언데드 도적이 마을에서 쪼렙 얼라를 학살하고 다니더군요. 유령이 되어 다시
부활해서 여관 안에 피신해 있는데, 그 두 명과 두 번째로 만났습니다.(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는데, 남캐와 여캐가 실제 현실에서
사귀는 사이고 그 여캐가 여자였습니다.) 그래서 반가워서 인사를 나누고 채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그 호드 도적한테 또
죽었습니다. 그러다가 전 그냥 그 지역을 떠났고, 또 헤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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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먼지진흙 습지대에서 퀘를 하다가 또 그 여캐릭을 보게 되었습니다. 캐릭터만 거의 9번 째 키우는 거였는데, 이렇게
3번이나 우연히 만나게 된 경우는 처음이었고, 비록 채팅이었지만, 정말 말이 잘 통하고 맘에 맞는 사람은 없었기에 서로 친구추가를
하고 담에 접속할 때 인사나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둘이 다 만렙이 되고 같이 인던도 다니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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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이 되고 한 참뒤에야 그 여캐릭을 플레이 하는 사람이 실제 여자고, 같이 겜하던 남캐릭이 현실 남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겜하다가 실제 만나본 사람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 커플 보기 위해 인천에서 서울까지 갔었습니다. 실제 현실에서 만나보니 둘 다
인상이 참 좋더군요. 게임상에서 본 것처럼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구나..... 하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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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이 되고 인던 같이 돌던 어느날 채팅을 하다가 서로에 대해 좀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와우를 첨 하게 된 계기는
임용고사 하기 2달전, 그냥 다 포기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시작한 거였고, 그녀는 알고보니, 저보다 고등학생 때 더 공부를 잘
했고, 서울에 있는 누구나 알만한 대학의 법학과를 졸업해서 사법고시를 몇번 치르다, 계속 안되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와우를
시작한 거라, 채팅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공감이 가고 마음 아파 몇시간을 대화만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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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게임 캐릭터 싹 삭제하고 이제 정말 정신차리고 공부한다고 떠나갔습니다. 전 웬지 허무하고 나도 그냥
이러고 있어도 될까.....그렇게 생각은 하면서 습관적으로 와우에 접속하고 계속 게임을 하고 있던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죠. 그러다가,
아이언포지 경매장에 있는데, 갑자기 제 앞에 어떤 캐릭터가 나타났는데, 그녀인겁니다. 깜짝 놀라 말을 걸어보니
그 날 갑자기 와우가 하고 싶어서 캐릭 다 복구하고 아무런 장비가 없으니 경매장에 살 수 있는 아이템이나 살까 하고 왔던 거였죠.
그런데 그 자리에서 같이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첨에 와우 시작할 때 부터 이 날까지, 이 것도 보통 인연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녀 옆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기에, 그냥 신기하다 하는 생각만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
반 년이 안지나,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정말 와우는 싸그리 접고 못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1년 후 제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저도 와우는 접고 현실로 복귀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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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전 게임은 안하지만, 2~3달에 한 번씩 메일로 안부는 주고 받았는데, 그것도 몇년 지나니 연락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고 카톡을 설치했는데, 친구추천에 그녀 이름이 떴습니다. 워낙 아이디로만 알다 보니 그 이름이 정말
그녀인지 모르니 카톡을 보내봤죠... "혹시 ooooo?" 대답이 왔습니다. "앗 혹시 oooo?" 그래서 서로 확인을 하게 된 후
그녀가 전에 사귀던 남자와는 헤어진걸 알게 되고. 매일 매일 카톡으로 30~40건씩 문자를 주고 받게 되다보니,
"아......이건 뭐 사귀는 것도 아닌데 뭐하는 건가. 이게 바로 어장관리인가? 정말 그녀가 나한테 관심있을까?" 라는 생각에
제가 연락을 안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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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늦은 어느 토요일, 남쪽 끝에 사는 그녀가 사정이 있어 안산에 오게 됩니다. 3년만에 다시 한 번 만나자고 연락을 하게 되고
만나서 서로 정말 많은 얘기를 하게 되죠. 전 나이 35살이 되도록 모아둔 돈 100만원도 없는 그지같은 삶을 살고 있고,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되는 대로 살고 있다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그건 다 지난 일이고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고, 같이 잘해보자고 말해주는
게임 상의 그녀가 아닌, 현실의 그녀가 되어 제 앞에 나타납니다. 제 어머니도 제가 이렇게 살고 있다고 말해도 안 믿는데,
그녀는 다 괜찮다고 말해주네요. 내가 못했어도 자신이 잘 할테니 괜찮다고 말합니다. 이제 정말 다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 살아갈 희망이 다시 보입니다. 매일 pgr에 글 올라오는 거 봐도, "칫....저런거 다 현실엔 없는 일이야...." 라고 했는데
이런 제 앞에도 희망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뭐 그래도 4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실제 본 것은 2번 밖에 안되고, 사귀자고 했음에도 못 만납니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달라진 건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바뀐게 있다면, 앞으로 살아갈 "희망" 이 생겼다는 거 하나............
정말 이제 "보통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흘러, 1년후가 됐든, 2년 후가 됐든. "우리 이제 결혼합니다." 이런 글을 올리고 축복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올해 36살. 2년후라 해도 38살이니 결코 이른 건 아니죠. 그래도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맘으로 지금은 하루 하루 정말
성실히 살고 있습니다. 인천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왔는데, 2주 동안 술 한 잔도 안마신게 거의 7년 만입니다. 3주 동안 몸무게
3kg 이나 뺐습니다. 하고 싶은게 있어도, 먹고 싶은게 있어도 그녀를 생각하며 참고 있습니다. 정말.... 정말.....보통처럼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