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친구 기시를 (奇詩) 소개합니다.
기이한 시 라는 뜻으로 본인이 지은 가명인데 실제 이름보다 더 애착이 가는 이름입니다.
친구가 쓰는 시 스타일, 뭔가 지구와는 어울리지 않는듯한 포스 - 여러모로 좋은 의미에서 기이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이며 누가봐도 힘들법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앞으로 전진하는 멋진 친구입니다. 요즘 자유게시판에 좋은 시 관련글이 많아 저도 대세에 편승하고자(?)
친구의 허락을 받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시군의 시를 올려봅니다.
가정
양치질을 했지만,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혹은 하는 것인 줄 몰랐다, 라고
말하고 싶다
아홉 살 무렵, 누런 옷을 입기 시작한
치아
그러나, 위치의 不在
'누구도' 혹은 '아무도' 그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하얀 것을 하얀 것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
이동하는 車輛에 몸을 실을 때마다
덜컹거리는 이빨, 이빨, 이빨
성장통과, 통(桶)과 나란히
잇몸을 드러낸 구멍 난 바퀴 혹은
타이어
벌어진 타이어 속은 검다
나는 어찌하여 '인식'하기 전부터 검은가
나는 어찌하여 나는 어찌하여
나를 담아두기 전부터 검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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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木耳)*
기타의 코드를 짚어보니
손끝이 소시지 먹기 좋으라고
칼집 내놓은 것 같았다
기타를 엎어 놓으니
아버지께서 기타는 뉘여 놓는 게 아니라
세워 놓는 것이라고 하셨다
어째서? 라는 나의 반문에
기타의 재질이 벌어질 수 있단다
그렇다면, 왜 棺은 뉘여 놓는 것일까
어떤 목재는 이렇게 현을 메달아
설움을 달래는데 말이지
棺은 일으켜 봐야 심지어 館도 되지 못한다
한번은 울림통 속으로
피크가 투신해
그것을 꺼내려 거꾸로 들고
흔들어대니까 웬 걸
항 우울제가 튀어 나왔다
저번에 놓친 파란색의 약물이
울림을 이루고 있던 것이다
나는 기꺼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알려 들려 하지 않고
소시지가 되기로 했다
기억될 순 없어도
이대로 현존하고 싶었다.
* 중국 변혁기 시인 꾸청의 아들 이름을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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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자음
삶.에 있어 가장 疏遠한 침묵은
받침 리을이다
보이지만 잘 읽을 수 없는 혹은
읽으려 하지 않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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