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 월세 신혼집에서 집들이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두아이(판돌이, 제시카)의 아빠가 되었고, 3월이면 첫째 판돌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3년반의 서울 본사생활을 끝내고 먼 지방에서 현장생활을 하느라 두아이(특히 21개월 한창 귀여운 짓 하는 둘째)를 자주 보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중고폰으로 판돌이에게 핸드폰을 개통해줬니,
며칠 신나게 전화, 문자로 괴롭히더니만 이제는 전화해도 핸드폰 게임해야 한다고 빨리 끊길 바라네요.
학교가서 친구들 사귀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나가면 (직장생활에 지쳐서 점점 거리감이 커질) 아빠와는 별로 재미없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물론, 5살 터울의 둘째 제시카가 있기 때문에 또 몇년은 버틸 수 있겠죠. 둘째는 딸이라 더더욱 기대됩니다. ^^
2007년 와이프는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오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사투리 쓰는 것이 싫다는 것을 핑계삼으며 서울(수도권)에 있고 싶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런다고하니 그런가보다 싶습니다. 서울만의 장점이 있나 봅니다.
당초 경제적 자유가 확보되면 부산에 정착하자고 했던 약속은 다른 이유로 지켜지지 않을 것 같기도 하네요.
당장 학부모가 되니 아이 학교가 가장 신경이 쓰이더군요.
서울에서 제 능력 범위의 선택은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어찌어찌하여 둘째까지 나름 괜찮은(?) 학군에 좋은 주거환경을 기대할 수 있는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받아 다음달에 입주할 예정입니다.
대출이 제법 있지만 맨손으로 시작한 만 10년 직장생활의 성과물 중 하나입니다.
가족들이 좋은 환경하게 안락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네요.
개인적으로 직장상사 운이 없어서, 주로 악명높은 소장님들을 모시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내심과 사람 대하는 요령은 많이 늘었지만, 스트레스로 뚜껑열리고 밑바닥 근성을 드러내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개발보다는,,, 부정정인 상황에서 버티는 요령이,,,)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계속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좀 쉽게(?) 직장생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대부분 월급쟁이가 힘들게 직장생활하면서 돈 벌지만, 제 동기들도 저는 힘든 소장 트리플크라운 달성했다고 위로해주곤 한답니다.(문제는 그렇게 버티면 계속 그런 쪽으로 돌리는 것이 한국 조직문화의 생리라는,,, 버틸 수 있는 니가 가야한다...)
가족들 먹여살리고, 주변까지 챙기려면 어떻게라도 '경제적 활동'을 해야한다는 점이 좀 갑갑한데, 얼마전 연말모임에 벤츠끌고 나온 치과의사 동기를 보니 솔직히 조금 부럽더군요.
또 대학동기 연말모임에 나가보니 벌써 교수가 된 동기도 몇 있었지만, 요즘 세상기준으로 보니 벤츠타는 치과의사보다 별볼일 없다며 씁쓸해하더군요.
집이 좀 부자인 동기 중에 행시합격한 동기를 제일로 부러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대학을 두번 들어갔는데 94년 1년을 다닌 과에 친한 친구가 둘 있습니다.
한녀석은 박사따고 유학도 다뎌와서 반도체회사에 다니고 있고, 한녀석은 수학올림피아드 학원계에서 나름 인기강사입니다.
최근에 시간이 허락해서 94년 당구와 삼국지3에 미쳤던 시기의 그 느낌으로 놀면서 이야기해보니,,, 우리나라 어느 분야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이 없더군요. 학원강사 친구를 통해서 들은 사교육 쪽 이야기는 이민까지 고민하게 했습니다.
(수도권/대도시 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명문대를 가기 위해서 가야하는 고등학교의 종류와 계급(?), 그리고 그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 챙겨야 하는 중학교 내신, 그 중학교 내신을 위해서 늦어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선행학습을 해야한다고,,, 술 진땅 먹으면서 들은 이야기지만 대략 그런 줄기였습니다. (대충 혼자서 정석 열심히 풀어도 본고사 수학문제 나름 풀었던 기억인데, 이제 그런 방법으로 공부하면 성적 안나온다고 하네요.)
아들녀석 게임에 미치치 않게하려면 PS3로 니가 같이 즐기는 것을 권하다는 말도 기억이 납니다.(친구 방에 있는 HDD 연결된 PS3와 50인치 TV는 정말 '꿈의 구현'이더군요. 마눌님의 허락이 불가하니 저에겐 꿈일뿐,,, 그란투리스모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고민한다고 판돌이, 제시카가 어떻게 자란다는 보장도 없지만,,,
험한(험해질) 세상에 나가서 자기 앞가림하고, 또 자기 앞가림한다고 너무 지치거나 힘들어하지 않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 솔직한 부모 심정입니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시간동안 세상이 더 험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ps-
사진은 하도 주변에서 말이 많아서, 어디 속는 셈치고 계약한 여의도 어느 기획사(?)에서 물어다 준 카달로그 사진 중 하나입니다.
외모가 판돌이 장점이라면 그 쪽으로 밀어주는 것도 괜찮을까요? (팔불출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