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PGR회원여러분.
오늘은 곽노현 교육감 사건을 예로 들어 형사 재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해요.
실제 공판을 참관한 것은 아니고,
100% 언론에 기사화된 것을 토대로 하였기에 여러가지 한계가 있을텐데 최대한 꾹꾹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ㅠ
목차
1. 시작하며
2. 형사재판의 판단과정
(1) 사실관계의 확정 및 입증 문제
(2) 법령해석의 문제
3. 곽노현 교육감 사건의 경우
4. 대가성의 의미와 관련하여 - 뇌물죄와 구별
5. 마치며
1. 시작하며.
(1) 수사 및 재판 과정
2011. 9. 9. 곽노현 구속
2011. 9. 21. 검찰 기소
2011. 9. 26 - 10. 10. 총 3차례의 공판준비기일
2011. 10. 17. - 12. 30 총 22차례의 공판기일
2012. 1. 19 1심 선고 (예정)
(2) 담당 재판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김형두 부장판사)
: 합의부 사건이므로 부장판사, 좌배석판사, 우배석판사, 이렇게 3명이 합의하여 판결을 합니다. 1심 형사 사건의 경우 죄의 경중에 따라 단독판사가 맡기도 하며, 합의부에서 맡기도 하지만, 선거범죄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합의부에서 맡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69조 참조)
(3) 기소내용
* 기소 당시 검찰의 보도자료를 보겠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1부(검사직무대리 이진한)는
○ 2010. 6. 2.실시된 서울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곽노현 교육감이 진보진영 경쟁후보였던 박명기 교수에게
후보자 사퇴 대가로△2억원과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직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내고
○ 9.14.박명기 교수를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이어,
금일(9.21.)곽노현 교육감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한편,
금전 지급 협상 및 전달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곽 교육감 친구 강○○ 교수를 불구속기소하였음
(4) 적용법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9조(「공직선거법」의 준용)
제1항 교육감선거에 관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공직선거법」 (중략) 제219조부터 제262조까지 (중략) 규정을 준용한다.
공직선거법 제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항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7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상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호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것을 중지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였던 자나 후보자이었던 자에게 제230조제1항제1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 또는 그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한 자
* 제230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 : 금전·물품·차마·향응 그 밖에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
-> 적용법조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검사와 피고인측에 여러 논쟁이 있으므로 밑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2. 형사재판의 판단과정
(1) 사실관계 확정 및 입증 문제
먼저, 다음과 같이 두가지 측면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합니다.
1) 객관적인 측면에서, 피고인이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를 확정하고,
2) 주관적인 측면에서, 피고인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그러한 행위를 하였는지를 확정합니다.
위와 같은 확정은 모두 ①'증거(정황증거도 증거에 해당합니다)'들을 통해서 입증되어야 하고, ② 입증책임은 모두 검사가 부담하며,
③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라는 중요한 대원칙이 있으므로,
④ 단순한 범죄의 의심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습니다.
이를 설명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면,(출처 :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 여러분이 만약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을 하게 될 기회가 된다면, 재판장은 제일 먼저 이와 같은 판례를 소개해주며, '합리적인 의심'에 대해서 강조할 것입니다. 공판 과정을 지켜보며 배심원 여러분 마음 속에, 피고인이 검사가 주장하는 어떤 ①'의도'를 가진 채 그와 같은 ②'행위'를 하지 않았을 거란 의심이 드는데, 그 의심이 합리적이라면 '무죄' 의견을 내셔야 한다고 설명해 줄 것입니다.
(2) 법령해석의 문제
그리고 확정된 사실관계에 위 법이 적용되는지를 판단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법리'에 관한 다툼, 즉 법령해석에 대한 다툼이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법이 있으면서 왜 법령해석에 관한 다툼이 생기는지, 사실관계 확정과 법령해석은 도대체 어떻게 구별이 되는 것인지를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앞선 글에서 무휼이 정인지를 자신의 칼로 내리친 행위에 대하여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의 경우에는 가중처벌하는 법률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하였는데요. 여기서 ① 무휼이 정인지를 '어떤 칼'로 내리쳤는가는 '사실관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② 그 칼이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에 해당되는지는 '법령해석'과 관련된 문제 입니다. 만약에 칼이 아닌 각목으로 때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각목이 아니라 들고 있던 우산으로 때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경우에도 위의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에 해당될 수 있을까요? 애매하죠? 이와 같은 애매함으로 인해 '법령해석'이 문제되는 것이며, 이와 같이 법령해석과 관련하여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곳이 바로 대법원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대법원에서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고, 1심과 2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법령해석'이 잘못된 것은 없는지를 판단하는 곳입니다.
3. 곽노현 교육감 사건의 쟁점
(1) 범죄 성립 요건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곽노현 교육감 사건의 쟁점을 살펴볼텐데, 먼저, 조문을 다시한번 보며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이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32조(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제1항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7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상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호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것을 중지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하였던 자나 후보자이었던 자에게 제230조제1항제1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 또는 그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한 자
* 제230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 : 금전·물품·차마·향응 그 밖에 재산상의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한 자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들은 대부분 조문을 풀어 헤치면 됩니다. 풀어헤쳐보면,
①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② 후보자이었던 자에게 -> 박명기 교수
③ 금전(2억) / 공사의 직(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④ 제공한 자(곽노현 교육감) 또는 그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받은 자(박명기 교수)
자, 일단 조문만 보면 위 4가지가 필요한 것을 알 수 있고, 위 4가지는 앞서 보았듯이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이 없도록 모두 입증하여야 합니다. 이 중에서 ②③④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밝혀지고, 곽노현 교육감이 기자회견 하였듯이 모두 인정되는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2) 법령해석 관련 쟁점
(가) 공소시효는 지났는가.
공소시효란, 범죄가 있은 뒤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기소)할 수 없는 제도를 말합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는 경우 법원은 '면소'판결을 하게됩니다. 이건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유죄인지 무죄인지 따지지 않겠다, 피고인은 그냥 집에가서 일상생활하시면 된다'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인 범죄의 경우에는 그 죄에 따라 3년도 있고, 5년도 있고 합니다만, 공직선거법의 경우에는 선거에 따른 정국의 불안을 신속히 해소하고 당선인 등 이해관계인의 지위와 선거결과를 조기에 안정시키려는 취지로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68조(공소시효)
①이 법에 규정한 죄의 공소시효는 당해 선거일후 6월(선거일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월)을 경과함으로써 완성한다. 다만, 범인이 도피한 때나 범인이 공범 또는 범죄의 증명에 필요한 참고인을 도피시킨 때에는 그 기간은 3년으로 한다
양 측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검찰측 : 위 조항 괄호 안을 보십시오. 선거일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은 날부터 6월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 같이 선거일 후에 돈을 건넨 경우에는 돈을 건넨 시점을 그 기준으로 삼아야합니다. 따라서, 4월에 돈을 건넸고, 9월에 기소하였으므로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측 : 돈을 건넨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무한정 공소시효가 연장될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에도 원칙에 따라 선거일을 기준으로 하여야 합니다. 선거일 후 6개월이 지난 뒤에 돈을 건넸으면, 선거일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봐야 합니다.
(나) 사전합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위 범죄가 성립하는가 - 사전합의는 법죄성립요건인가.
이번 사건의 법리 관련 핵심 쟁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검찰측 : 반드시 필요한 범죄성립요건은 아닙니다. 후보 사퇴 전에 합의가 없었거나, 곽노현 교욱감이 후보 사퇴 전에 합의를 알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선거일 후에 사퇴 대가로 돈을 건넸으면 범죄가 성립합니다. -> 조문에 '사전 합의'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으므로 불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같은 검찰 측 주장에 의할 경우에는 '사전합의'여부는 '대가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정황증거가 될 뿐,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피고인측 : 위, ①②③④이외에 "후보 사퇴 전 합의" 또한 필요합니다. 즉, 후보자가 사퇴하기 전에 위와 같은 합의가 없었다면 위 범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만약, 사전합의 없이 후보자가 사퇴한 후에 '당신이 사퇴한 이유를 내가 알 수는 없지만 당신이 사퇴한 덕분에 내가 당선이 됐으니,사퇴한 대가로 돈을 주겠소' <- 과연 이런 당선자가 있습니까? 위 조항은 이런 경우까지 처벌하기 위해서 마련된 조항입니까? 위 조항은 후보자 사퇴하기 전에 '합의'가 존재하였고, 사퇴한 후에 그 합의에 따라 사퇴에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돈을 건넨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공판에서 재판장 : 관련 교과서 및 일본최고재판 판결은 '후보사퇴의 동기가 이익을 준 것과 무관하더라도 추후 대가를 제공하였다면 유죄에 해당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변호인측 참고 하세요.
(3) 사실관계 관련 쟁점 -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돈을 건넸는가
다음으로, 사실관계에 관한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라고 했지만, 이건 위 범죄 성립요건에 대해서 살펴봤듯이 ②③④는 모두 인정된다고 볼 수 있고 지난 공판 동안 검찰과 피고인측간에 주로 다툼이 있었던 것은 바로 곽노현 교육감이 " ① 후보자를 사퇴한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 돈을 건넸는가 하는 점입니다. 흔히 '대가성'이라고 하는 부분입니다. (대가성은 뇌물죄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뇌물죄의 대가성과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밑에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검찰측 : 시종일관 위 돈을 건넨 목적은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측 : 시종일관 이번 사건에서 위 돈을 건넨 목적은 '후보사퇴에 대한 대가'가 아닌 이른바, 선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의 어려움과 여러분과 같이 고민해보고 싶은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위에서 '사실관계'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어떤 행위가 있고, 주관적으로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대가성, 즉, 후보 사퇴 대가를 목적으로'라는 것도 주관적인 의도의 한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객관적인 행위가 아닌, 사람의 내면 의사라고 할 수 있는 어떤 행위의 목적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내시경을 할 수도 없고, MRI를 촬영한다고 알 수도 없을테니까요. 명확한 물증이 있거나 피고인이 자백을 한다면 비교적 판단하기 쉽겠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고, 당사자가 부인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당사자들의 진술대로 하지니 당사자들이 만약 거짓말을 한다면요? 그 거짓말은 또 어떻게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요? 네, 결국 간접증거 또는 정황증거를 통하여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간접증거와 정황증거를 통한 피고인의 주관적 측면을 판단한다는 것은 판사도 '신'이 아닌 '사람'인 이상 100%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일까 어떤 판사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결국 형사사건은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진술을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것인가?로 귀결된다고. (위에서 언급했듯 당사자의 주관적 의도 또한 '증거'에 의해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어폐가 있는 말이긴 합니다만 형사재판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판사라면, 또는 배심원이라면, 이 경우 어떤한 기준과 증거들을 통하여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건넨 목적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겠습니까. 실제로는 특정 범죄에 필요한 주관적 요건을 판단하는 기준들, 예를 들어 사기죄 배임죄 등에 대하여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이번 사안과 같은 후보자매수죄의 경우 '사퇴 대가 목적'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만큼 지금 재판부에서 판단하기가 더 어려우리라 생각됩니다. 재판부도 무려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20여차례의 공판을 진행하였습니다, 한번의 공판은 보통 수시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4. 대가성의 의미와 관련하여 - 뇌물죄와의 구별
* 이 부분은 언론에 기사화되진 않고 실제 재판에 쟁점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필요한 논의라고 생각하여 덧붙입니다만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대가성하면 여러분들이 뇌물죄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참고로 지난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사건의 경우에 쟁점이 되었던 것은 주관적인 '대가성, 즉 돈을 건넨 '목적'이 아닌 객관적인 돈을 건넨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 확정 문제였습니다. 뇌물 사건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돈이 오고간 것이 입증된다면, 대가성이 입증 되는 것은 비교적 쉬운 문제입니다. 그 이유는 뇌물죄의 대가성은 어떤 구체적인 행위의 대가가 아닌, 단순한 '직무관련성', 즉 공무원의 직무와 금품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 입니다. (참고 판례 : 공무원의 직무와 금원의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뇌물수수죄가 성립하고 특별히 청탁의 유무나 특정 직무행위와의 대가적 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없어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게 된다. 2011.4.14. 선고 2010도12313 판결)
하지만 '관련성'과 '대가 목적'은 구별해야 하는 개념이라고 봐야 합니다. 즉, 언론에서는 뇌물죄와 후보자매수죄를 모두 '대가성'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분명히 구별해야 합니다. '직무관련성'은 보다 폭넓은 개념이며, '구체적 행위의 대가'는 그 보다 좁은 개념이므로 이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더 신중하고 세밀한 입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공직선거법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 '선거운동과 관련하여'는 반드시 금품제공이 선거운동의 '대가'일 필요는 없고, 선거운동 관련 정보제공의 대가, 선거사무관계자 스카우트 비용 등과 같이 선거운동과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이에 포함된다 " (출처 :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4도6795 판결) 직접적인 후보자매수죄와 관련한 판례는 아니지만, 대법원도 '관련성'을 '대가'보다 폭 넓게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판부에서 사려 깊게 구별해서 판단할 것이라 예상되지만, 일부 언론에서의 보도를 보면 마치 뇌물죄의 대가성과 동일하게 보도되는 경향이 있어서 덧붙였습니다. 검찰 측에서도 일반적인 뇌물죄 사건과 동일하게 접근해서 손쉽게 대가관계를 입증하려 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만일, 제가 피고인측 변호인이었다면 이 부분도 세게 주장했을 겁니다.
5. 마치며.
이제 1심 선고가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법령해석과 관련한 쟁점에 대하여 모두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여러 간접증거와 정황증거 등을 통하여 곽노현 교육감이 돈을 건넨 목적이 사퇴 대가를 목적으로 돈을 건넸다고 재판부가 판단한다면 곽노현 교육감은 유죄가 인정될 것이며, 위 피고인측 주장 중 하나라도 받아들여지거나 검찰이 입증을 실패한다면 곽노현 교육감은 다시 교육감 직무에 복귀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지간에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 일으킬거란 예상을 하니 오히려 폭풍 전 고요처럼 차분해지네요.
사법부의 존재의의는 '분쟁의 종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오히려 사법부의 판결이 또다른 '분쟁의 시작'이 되고 있는건 아닌가합니다. '분쟁의 종결'이 되기 위한 전제요건은 판결의 결과에 상관 없이 '승복'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우리사회는 아직 승복한다는 전제에 대한 합의가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때로는 형사재판의 경우 '판사'는 '신'이 아니라는 것을 잊고 있는건 아닌가 하구요.
형사재판의 과정을 곽노현 교육감 사건을 예로 들어서 써보았습니다. 지난 번 무휼과 정인지이야기는 소설이었기에 신나서 재밌게 쓸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니 마냥 재밌게만은 글을 쓸 수가 없네요. 조금이나마 이 글 읽으신 분들이 곽노현 교육감 사건에 대하여 판결과 그에 따른 언론보도 이전에 나름의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구요.
* 스크랩은 얼마든지 하셔도 됩니다만, 링크는 꼭 걸어주세요.
* 여담으로, 곽노현 교육감의 변호인으로 박재영 변호사가 포함되어 있더군요. 이 분은 지난 광우병 촛불시위 때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처벌하는 근거 법률인 집시법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신청하였고, '판사가 피고인을 두둔한다'는 조선일보의 비판을 받아, "지금과 같은 정부의 모습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듯해서 공직을 떠나기로 했다"라며 판사를 사직한 분입니다. 박재영 판사는 법원을 떠났지만, 결국 박재영 판사의 위헌제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집시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와 집시법을 개정해야 했구요. 그동안 무슨 일을 하시는지 궁금했는데, 이번 곽노현 교육감의 변호인담에 참여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