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를 둘러보니 올해만큼 제가 게을러 터졌던 때가 과연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동분서주하기는 가장 바쁘게 했지요.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소득이 없으니 게으르다 해도 할 말이 없는 겁니다. 방황하고, 사기당하고, 호구짓 하고, 시간 낭비하고, 그러다 보니 한 해의 2/3을 집안 돈 까먹으며 보냈습니다. 게임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덕질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취업 활동은 8년 전 처음 직장을 구할 때보다 세 배 이상 실패하며 '난 이제 썩은 건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어머니와 동생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참 면목이 없는 한 해입니다. 그나마 연말에 다시 입에 풀칠이라도 하게 되고 다시 동기가 부여되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피규어가 얼마나 쌓였나 보려고 임시 저장소에 들러 사진을 찍고 왔습니다. 대부분은 제가 좋아서 모은 거긴 하지만 탑(...)을 두 번 쌓고 나니 '이걸 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고, 찍은 사진을 보고 나서는 '사진을 보면 분명히 또 누군가가 업자라고 하겠군'이라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뭐 중고장터에 충동구매품과 제가 호구짓한 결과로 떠맡은 물품들을 가지고 나오는 걸 놓고 누가 업자라고 비난한다면(물론 사실은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야지요. 하지만 제가 진짜로 업장을 차린다면 분명히 쫄딱 망할겁니다.
- 주변 인물들 중에 저에게 피규어 구매청탁을 하고, 돈은 그 주변 인물들이 나중에 내는 대신 적립금은 제가 갖는 조건으로 물품을 상당하게 예약을 걸어줬습니다. 그런데 그래놓고 외국으로 내빼버린 뒤 연락이 안 되는 인물이 두세명 되는 상황이라 싫어도 그것까지 다 결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세계구급으로 만만하게 보였나 봅니다......는 둘째치고. 예약한 가게에서 페널티 받지 않으려면 싫어도 이것들 다 결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주위 사람을 너무 쉽게 믿은 게 잘못이지요.
- 통계를 내 보니, 청탁장소를 물색하거나 밖의 끼니거리 가격을 줄여보려고 한때 열심히 사용했던 소셜커머스의 음식티켓은 몇 개를 빼고는 거의 대부분 유효기간 내에 이용했더군요. 그리고 이제 깨달은 건, 술집 티켓은 앞으로는 아예 사지 말아야겠다는 것, 외출을 할 수 있는 빈도 내에서 소셜 티켓을 조금씩만 유지할 것, 오늘 무슨 딜이 나왔나 하고 매일 뒤지는 일은 이제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입니다.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과 집착하고 얽매이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집착하고 얽매여서는 안 되겠습니다.
- 연초보다 몸무게를 17~18kg 정도 뺀 것은 유일하게 잘했다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요즘 일한답시고 운동시간이 줄고 늘어난 일 시간에 비례해 음식섭취는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라 다시 살이 찌려는 듯 합니다.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뭐 정석으로 한 번 갔으니 정석으로 계속 가야지요. 최대한 덜 먹고, 운동 틈나는 대로 계속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가까이 찐 살이 1년 내에 쉽게 빠진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지요.
- 앞으로도 주말이든 휴일이든 일이 없는 날은 일을 만들어서라도 밖에 나갈 생각입니다. 50분 차 타고 가서 30분 밥 먹고 다시 50분 차 타고 들어오는 것이 과거에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져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지만 이젠 그렇게 해서는 내가 지금까지 하던 것들 외에 아무 것도 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요. 뭐, 곁에 있는 친구가 없다면 혼자라도 좋습니다. 혼자 나가는 날이 친구를 만나는 날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쓸쓸하지만, 익숙한 기분입니다, 물론 그런 기분이 익숙하다 해도 항상 괜찮다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생각입니다.
- 내년에는 조금 큰 집을 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로또 외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게 참 얄궂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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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홈플러스가 있어서, 퇴근길에 매일같이 들려서 70%, 80% 할인된걸 구입하고는 참 행복했습니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식재료가 넘쳐나서 집안일만 무지하게 많아졌다는거죠 ㅡㅡ;
음식 버리는걸 정말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버리는 경우도 생기게 되더군요.
(더군다나.. 70~80% 정도 할인된 품목은.. 채소로 치면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바로바로 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래서, 요즘은 저도 매일같이 마트를 두리번거리는 일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품목은 다르지만, 얻은 교훈(?) 이 비슷한 것 같아서 주절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