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민증상의 생일
회사 사람들이 축하해 준다. 평소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이들도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 준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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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에 한번 가고 다시 찾지 않은 광주 유스퀘어 박승철 헤어커커에서도 축하해 준다.
컷 한번에 2만원이지만 디자이너 얼굴이 이뻐서 자주 찾아갔던 홍대 박준 미용실 송XX 아가씨도 축하해준다.
8년전 전남대 정문에서 안경 맞춘곳에서도 축하해 준다.
4월 1일 (양력)
간혹 양력과 음력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O라는 내 친구가 꼭 그러하다.
O는 내 고등학교 때 친구로 음력과 양력에 대해 백날 설명해 줘도 말귀를 알아 듣지 못한다.
- 그러니까 내 생일은 음력 4월 1일이야. 여기 달력 봐봐. 날짜 밑에 조그마하게 숫자 써진거 보이지? 이게 음력이야.
- 그러니까 니 생일이 4월 1일이 맞아? 아니야
- 맞어. 4월 1일
- 그럼 며칠 안 남았네?
- 아니 그게 아니라니깐. 올해 음력 4월 1일은 5월달에 있어. 여기봐봐. 여기 있네. 그러니까 올해 내 생일은 5월 9일인거지
- 니 생일 4월 1일 아니야?
- 맞어.
- 그럼 며칠 안남았네?
- 이 새퀴가......
나의 친한 친구이면서 음력을 상대성 이론 정도의 학문으로 여기고 있는 O라는 내 친구는 16년 동안 4월 1일에 전화하고는 '생일 축하한다' 라고 한다.
4월 1일 (음력)
아버지, 엄마, 형, 누나가 축하해 준다. (아. 형은 아니다. 형은 내 생일 축하해 준적 없다.)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잊지 않고 미역국을 끓여 주신다.
내가 고기 좋아하는 것을 알아 고기도 꼭 넣어 주신다.
내가 미역국과 배추김치 같이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배추 김치도 같이 내어 놓으신다.
배추김치도 내가 새 김치를 좋아하는걸 아셔서 꼭 새김치로 내어 놓으신다.
그 새김치도 내가 굴 들어간걸 좋아하는걸 아셔서 굴도 빼먹지 않고 넣어 주신다.
내가 허겁지겁 먹는걸 바라보시다가 미역국이 바닥을 보일라 치면 바로 새로 떠다 주신다.
밥을 다 먹고 남산만만 배를 '어어' 좋다 라며 두드리고 있으면 엄마가 소화시키라고 커피 타다 주신다. 스타 벅스보다 훨씬 맛있다.
아버지는 나에게 다가와 생일 축하한다. 라고 한마디 해주신다.
"예. 아버지 고맙습니다" 라고 말은 못하고 '예' 라고만 얼버 무린다.
형은...형은...아마 마음속으로는 축하해 줬을 것이다.
누나는 많이 축하해 줬을텐데 잘 기억이 안난다. 누나 미안.
어느날 생각해 보니까 나에겐 생일이 3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난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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