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11/16 14:26
껍대기를 사랑하세요. 장애인이 되거나 얼굴이 흉측해지거나 이런 극히 낮은확률때문에 겁먹어서 사랑을 못한다는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에 이렇게 된다면 나는 이럴수 있을까 상대는 저럴수 있을까 이런걸 너무 생각해버리면 정말 할수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겁니다.
11/11/16 15:40
예전에 버스가 신호에 걸려 대기하고 있는데, 횡단보도에 서 있는 다정한 커플을 보았습니다.
여성분이 너무나 예쁘고 늘씬하고 제 스타일이었던지라(;) 한참 보고 있었는데 버스가 출발해서 지나가면서 보니까 여성분 반대쪽 얼굴이 화상으로 많이 일그러져 있더군요. 화상을 입기 전에는 굉장히 미인이었을텐데 안타까웠습니다만, 그럼에도 손을 꼭 잡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 여성분을 바라보던 남성분의 눈빛에 한참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엔 외모나 조건이 사랑을 시작하고 유지시켜 나가는 데 당연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통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상대방의 모든 점을 다 알고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있겠습니까. 사귀다 보면 점점 서로를 잘 알게 되고 처음의 외적인 것에 끌리던 사랑과는 좀 더 다른 사랑이 쌓여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외적인 것은 어느덧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일부가 되는 건 아닐까요. 그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사랑이 처음의 외적인 것에 끌리던 사랑보다 약할 경우 헤어지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랑따위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마음을 열고 진실되게 상대를 대해보시라는 겁니다. 퐁당 빠져드는 사랑도 있겠지만 나도 모르게 천천히 젖어드는 사랑도 있습니다. 지금 충분히 설레이시고 상대방을 사랑하게 되는 단계라고 생각하는데 미래가 두려워 뒷걸음질 치지는 마세요. 바로 그 분이 엠씨더맥심님과 운명적인 사랑을 할 사람일지도 모르잖습니까.
11/11/16 16:35
사랑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부모와 자식간에, 연인간에, 친구끼리, 인간과 동물(식물, 사물)간에... 타인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의 정도 넓게 보면 사랑이라 말할 수 있겠죠. 에로스는 성적 충동을 동반합니다. 그렇지만 성적 충동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남녀간 사랑의 종말을 의미하느냐하면 그건 또 아니죠. 이성적인 끌림이 사라진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신뢰와 애정, 편안함 등의 감정이 싹트고 이를 통해 관계를 지속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셈이죠. 좋은 짝을 만나시길 바랍니다. 제가 좀 에둘러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직설적으로 덧붙이자면, 1) 교제하는 사람이 장애인이 되거나 외모가 흉측해진다면 더이상 사귈 수 없다고 말씀하심과 동시에 나의 외모와 스펙을 보지 않고 내면만 보고 사랑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신건 모순입니다. 2) '이성을 사랑할 때 외모/스펙 등 껍데기를 보고 사랑하는 것 뿐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계신다면 절대로 나의 내면을 보고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날 수 없습니다. (self-fulfilling prophecy; 자기믿음실현효과? 정도로 번역하면 되나요?) 3) 말씀하시는 것처럼 외모나 스펙을 보고 빠지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요? 사랑에 대해 너무 이상화시켜서 생각하시면서 정해진 틀과 기준에서 벗어나면 이건 사랑이 아니야라고 단정지으시는건 아니실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히신게 아닐까라고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4) 드라마나 영화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네요... 처음부터 그런 사랑이 어디 흔하겠습니까? 사랑하면서 드라마나 영화같은 이야기들을 함께 써나가는거죠.
11/11/16 23:03
개개인의 삶이라는 게, 때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을 때도 있지만.
보통은 드라마와는 달리 소소한 이벤트들로 가득하죠. 갑자기 기억을 상실하거나, 죽을 병에 걸리거나, 재벌 2세를 만나지도 않습니다. 이상형은 김태희 일지라도, 김태희와는 키밖에 닮은 게 없는 여자친구를 만나고, 원빈과는 발가락만 닮은 남자와 결혼해서, 누가 뭐래도 내 눈엔 예쁜 토끼같은 아들딸 낳고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개개인의 드라마죠. 조금만 더 현실에 사시길 권합니다. 심장 떨리고, 후광이 비치는 사람. 운명적인 그 사람만이 인연이고, 진짜 사랑이라는 생각을 조금쯤 내려놓으시길. 님과 짧은 시간 일지라도 함께 곁에서 마음을 나눈 그 사람도 님의 인연이었고, 사랑이었겠지요. 그 사랑이 깊어가던 어느날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지켜주고 싶어질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엔 아니었을지라도 말이죠. 티비 속의 드라마보다 시시해 보이는 삶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상당히 행복하게들 살아갑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 모두가 운명을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가정보다는, 운명이건 아니건 행복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지녔을이 더 그럴싸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