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1/09/30 19:31:34
Name 루나틱
Subject [일반] 연필을 깎다.
"내일 학교 갈 준비 다했나?"

"책가방 다 쌌다! 근데, 연필 깎아서 가야되는뎅 ..."

"아부지한테 얘기해라."

.
.
.
.
.

"아빠, 연필좀 깎아주세요"

"필통열어봐라. 하이고~ 우리 공주님. 공부 열심히 했는갑네? 연필이 싹 다 닳아있노~"

"헤헤헤헤~ 아빠아빠, 요거는 몽당연필인데~ 선생님이 연필 아껴쓴다고 칭찬해줬다?"

"아빠가 모나미 볼펜에 요렇게 쏙 꽂아서 쓰라고 다 만들어 줬잖아."

"히히, 아부지 최고~"

"그래그래, 아부지가 다 깎아줄게. 어여 가서 신문지 들고오이라."

.
.
.
.
.

그때 그시절,
필통 한 가득 연필을 넣어서 다닐 때.
연필깎이로 깎여진 뾰족한 연필보다는, 아버지가 깎아주시던 뭉툭한 연필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지금은 머리에 소복한 눈이 점점 쌓여가는 우리 아버지.
가끔 전화를 주시면,
"딸, 밥은 잘 챙겨묵고 있제? 어쨌거나 많이 묵어야 한다. 돈 부족하면 꼭 얘기하고."
라며, 언제나 딸을 위해 노심초사 하시는 우리 아버지.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서야, 주신 은혜의 티끌만큼이라도 갚을 수 있나 늘 걱정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울컥울컥 하네요.
가게 마치는 시간에 한 번 전화나 드려봐야겠습니다.
분명, "아이구, 우리딸~ 밥은 잘 챙겨묵었나?" 라고 어김없이 말씀하시겠지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국진이빵조아
11/09/30 19:37
수정 아이콘
제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는게 있는대요. 그래서 질문 하나 드립니다.
보통 자식이 나이가 들면 아들 같은 경우에는 어머니에게 더 깊은 정을 느끼는 듯 한대요.(물론 어머니, 아버지 다 똑같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기우는 듯한, 물론 개인차도 당연히 존재)
딸의 경우는 어머니와의 정이 더 깊은가요? 아버지와의 정이 더 깊은가요? 잘은 모르지만 아들에 비해서는 아버지의 경우가 좀 더 많을 것 같아서요.
어둠의 무법자
11/09/30 23:37
수정 아이콘
저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머니도 지금도 좋지만 아버지에 대한 정이 예전에 비해 깊어지네요.
확실히 저도 아들이라 그런지 아버지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들은 자신의 인생처럼 살지마라고 말하지만 아들은 그걸 들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닮아 가는 것 같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2060 [일반] 그 때 그 날 - 임오화변 [27] 눈시BB6381 11/10/01 6381 4
32059 [일반] 슈퍼스타k3 투개월에 대한 관심 [53] 베르시스9033 11/10/01 9033 0
32058 [일반] 슈스케 3 1주차 감상문 & 2주차 예상 [63] 삭제됨7642 11/10/01 7642 0
32057 [일반] 그 때 그 날 - 번외편. 폐세자와 죄인의아들 [7] 눈시BB6373 11/10/01 6373 1
32056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음악 7 [6] 김치찌개3573 11/10/01 3573 0
32055 [일반] 박원순, 배심원단 평가 1위 (54.3%) [13] 삭제됨6014 11/10/01 6014 0
32054 [일반] 故 최동원 선수의 영구결번식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영상 업로드 완료) [6] AttackDDang4342 11/10/01 4342 1
32053 [일반] 소녀시대 정규 3집 앨범, The Boys : Image Teaser #1 공개 [10] kimbilly5054 11/10/01 5054 0
32051 [일반] 친구 세 명이 연행당했네요...... [37] economy8307 11/09/30 8307 0
32050 [일반] [축구]자비심 없는 펠레의 기록 [187] 아우구스투스8172 11/09/30 8172 0
32049 [일반] 은하영웅전설 완전판 예약 이벤트가 진행중입니다. [28] 타이밍승부7074 11/09/30 7074 0
32048 [일반] 나에게 필리핀이란...? [10] 시원한청풍6121 11/09/30 6121 0
32047 [일반] 연필을 깎다. [5] 루나틱3351 11/09/30 3351 0
32045 [일반] 아스날의 주장 반페르시 이야기 [24] 화잇밀크러버7351 11/09/30 7351 0
32044 [일반] 블랙스완 인턴 임금 체불 집단 소송 [2] 거북거북4316 11/09/30 4316 0
32043 [일반] 갑각나비를 아시나요? 연재재개되었습니다. [5] 김연아이유6128 11/09/30 6128 0
32042 [일반] [야구] 과연 올시즌후 감독들의 운명은? ? [60] 자유와정의4693 11/09/30 4693 0
32041 [일반] [축구]이동국 선수의 국가대표팀 합류가 확정되었습니다. [77] VKRKO 5437 11/09/30 5437 0
32040 [일반] 소녀시대 컴백이 연기된걸로 보입니다 [6] 타나토노트5212 11/09/30 5212 0
32039 [일반] [야구] 한국시리즈 삼성라이온즈 엔트리는 과연... [85] 제논4794 11/09/30 4794 0
32038 [일반] 그 때 그 날 - 미래 (완) 정조 [26] 눈시BB5294 11/09/30 5294 4
32037 [일반] 그 때 그 날 - 과거 (완) 나경언의 고변 [5] 눈시BB5748 11/09/30 5748 0
32036 [일반] '동기 성추행' 고대 의대생들 모두 실형선고 [166] purplejay10797 11/09/30 1079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