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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8/30 19:28:20
Name nickyo
Subject [일반] 곽노현 교육감의 2억과 현대정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최근 뉴스가 곽노현 교육감의 2억으로 화제다. 2억이 과연 댓가성이었는가 라는 많은 기사들의 찬반과 검찰 조사가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보면서도 별로 놀랍지가 않았다. 2억이라는 금액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도 아니요, 진보의 위치에서 공교육 혁신에 앞선 교육감이 그래서여도 아니었다. 내가 가진 현대 정치에 대한 생각에서는 진보나 보수나 '주고받음'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뜻을 나누지 않으므로. 우리는 치정을 위한 대의 대신에, 작은 이익의 계산으로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란 '뜻'이고 '움직임'이며 '힘'이다. 정치는 뜻이 말이되고 말이 힘을 가지며 힘이 사람을 움직인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현대 민주주의사회의 정치란 개인의 뜻들이 모여 각자의 삶을 이기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로써 활용된다. 이것이 정말 공공의 선이나 개인의 이득을 보장하는 가에 대한 논의는 뒤로 제쳐둔다 할 지라도, 현대 정치구조는 비교적 사람들에게 동등한 힘을 말로 던질 수 있는 시대를 주었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정치란 뜻이며 말이고 힘이며 움직임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정치란 그것이 펼쳐질 광활한 세계가 없으면 일어날 수 없으며, 그 세계위에서 갈등하는 '사람'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정치는 갈등에 의해 요구되는 것이며, 우리는 그러한 '정치'라는 도구를 통해 내가 조금이라도 이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힘쓴다. 그것이 곧 지금의 '여론,시위,투표'같은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정치란 결국 '사람'과 '세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충돌하지 않으면, 정치는 그저 있는 것을 그대로 움직이게만 할 수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정치란, 변혁에 대한 욕구를 갖고있기에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를 논하기 이전에 세상을 논해보면 어떨까? 정치가 세상과 사람사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면, 세상을 논하는 것이 무가치한 일은 아닐것이다. 현대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몇 가지 '지상적' 가치관이 있다. 이 가치관은 일종의 공통된 합의가 이뤄져 있으며 부정할 수 없는 것 처럼 약간의 신성시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경제원리와 자유 이 두가지이다. 지금 현대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우리의 자유가 경제원리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힘인 것이다. 정치가 세상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현대 정치는 결국 경제원리와 자유가 가장 중심이 되는 사회에 퍼부어지는 많은 사람의 뜻 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선하다고, 악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달리 우리는 구조적으로 이 가치관을 벗어나서는 살아나가기가 매우 고단하고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이상 정치가는 청렴할 수 없다. 그것은 정치꾼도, 정치가도 마찬가지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이 여당이나 야당이나 같다며 혀를 차는가. 어째서 위정자들의 모습에 염증을 느끼는가. 그것은 정치가 더 이상 뜻을 모아 말을 빌려 하는 것이 아닌, 치밀한 거래와 정보로 이루어지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보도 보수도 피해갈 수 없다. 세상은 모두 가격으로 가치가 가장 명확히 매겨지고 있고, 정치에 있어서 힘이란 곧 얼마나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가로 치환되었다. 이는 경제원리와 자유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사고. 즉, 더 이상 실물적인 것을 얻을 수 있는 도구인 '자본' 을 주지 않는 가치에 대해 '움직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의아하지 않은가? 역사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가장 인권이 드높고, 가장 풍족하며, 가장 번성한 지금 이 시대에 사람들은 당장의 작은 이윤들에 급급하여 도무지 '세상'의 방향을 위한 뜻을 세우지 못하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같이 '현실적으로..'라고 되뇌인다. '현실적으로..'라는 말에 가려진 것은 결국, 지금 당장 이 삶을 조금이라도 길게 이어갈 경제적 자본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다.  물론, 그것은 실제로 현실이고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생물에게 생존은 지상과제이므로.



과거 역사의 정치는 현대 사회보다 가히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의 제도들이 역사속 부패들보다 훨씬 더 깨끗한 사회를 약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현대의 정치는 드러나는 부패대신에 속에서 주고받는 거래들로 인해 뜻이 왜곡되고 무너진다. 이는 너무나 다양한 이익관계들의 타협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고, 그들의 사리사욕이나 더 큰 뜻이나 야망때문에 그럴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심이 없다. 가장 큰 정당 둘이 어째서 닮아보이냐고 한다면, 그들 모두 타협에 능하며 서로의 이득을 보전하기 위해 거래하는것이 당연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렴할수도, 정의로울수도 없다. 세상을 명확히 더 나은방향으로 움직일 뜻에 대한 생각이 상실된 지금, 각자가 대변할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바쳐 싸우는 것이 그들의 최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것은 세계화를 통해 각 나라들이 더 이상 독자적으로 세계의 변혁을 구축할 수 없게 됨으로서 더욱 단단해졌다. 우리는 매우 변하기 힘든 세상을 만들었다. 그것은 평화롭고 공정해 보이지만, 역으로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을것만 같은 막막함도 함께 주었다.



현대에는 누구도 뜻에 힘을 모으지 않는다. 내게 주어지는 명확한 것이 없다면, 내가 가진 무언가를 주지않는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이는 자유와 평등의 반대편에 있는, 내가 저 사람과 동등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이런 마음을 자극한다. 정치가가 무릇 사람의 마음을 모아 대변하는 자라면, 당연히 정치가는 더 이상 뜻을 외칠 수 없다. 뜻은 싸우지 못한다. 옛날처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논리와 감정을 모아 설득을 하는 과정은 탁상위에서만 이루어진다. 탁상아래에 그 사람에게 줄 어느정도의 이득을 보전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움직일 수 없는 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비단 이 나라의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등 뒤에 숨겨둔 원시시대부터 모든 의사결정의 최종형태였던 '무력'을 쥐고, 치밀한 눈치와 명분을 세우며 서로의 이득을 말한다. 이는 역사속에서도 그랬다. 그러나, 그 변수가 가장 적은것도 지금이라면 지금이다.



나는 곽노현 교육감을 좋아한다. 지지한다고 표현하는게 맞을것이다. 그러나 그의 2억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진보라는 이름은 보수에 비해 훨씬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는게 당연한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자신들의 뜻으로 내세운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완벽한 조건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그걸 억울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진보는 예전처럼 청운의 뜻만으로 힘있게 목소리를 내어 '정론'을 말한다 한들, 세상 사람들마저 그것을 원치 않는 사람이 충분히 많아졌기 때문에 그들도 정치를 위해서는 거래를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풍족한 시대에 가장 가난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 자본의 빈곤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때문에 누구도 '이득'을 포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마 우린 모두 다 알고 있다. 누군가가 좋아지면, 누군가는 더 많이 불편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변혁의 방향이 정론으로써 힘을 얻으려면, 정치의 선의가 정론으로써 힘을 얻으려면 '대의'에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라도, 그 불편함으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이는 마치 공리주의처럼 들려 잔인한 말 처럼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다. '대의'라는건 결국 만민의 평등과 그들의 위치가 지금보다 더욱 가까워 서로를 시기하고 갈등하는 것이 점점 줄어들게 하는 세상을 위한 방향이다. 그렇지 않으면 '만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의 의지가 통하지 않는 뜻은, 대의라 불릴 수 없는게 그 때문이다.



지금 시대에는 왕도, 천자도 없다. 그러나 되려,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뜻을 모아 사회를 바꾸기 힘들어한다. 우린 너무나 제각각이고, 그것을 관통하여 결론을 내 주는 도구는 '자본'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것을 나쁘다고 해야할지, 안좋다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과를 두고 보자면, 앞으로 세상이 지속적으로 변해가더라도 이렇게 사람들은 깨끗한, 공정한, 평등한,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며 정의롭지 못한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의 힘이 뜻을 버릴 수 밖에 없게 된 지금, 우리는 이제 보이지 않는 거래를 통한 타협만을 하고 살아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인간적으로 라는 말로 잘 포장되기도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시시각각 정의와 도덕보다 강렬한 것들이 우리를 끊임없이 힘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의로우라, 도덕적으로 살라 라고 외치기엔 너무나 빈약해진 '마음'의 크기가 슬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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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30 20:25
수정 아이콘
댓글 다는 분이 없네요.
글이 어려워서인가요? 저도 어렵게 읽었습니다만...
다만 "진보라는 이름은 보수에 비해 훨씬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는게 당연한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를 자신들의 뜻으로 내세운 사람들에게는 훨씬 더 완벽한 조건을 요구한다."라는 프레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긴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과거 역사의 정치보다 현대 정치가 훨씬 더 깨끗한 사회를 약속하고 있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앞으로도 진보가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아야 하는게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위정자나 위에서 이끌고자 하는 지도자는 청렴하고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니 보수나 진보나 도덕성을 기본으로 깔고 능력 지향적이고 정책 지향적인 관점에서 선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 더 이상 진보를 도덕적이긴 하나 무능한 색깔을 덧씌우는 프레임하에서 불리한 조건에서 싸우라고 하고 싶진 않네요.
eblueboy
11/08/30 20:56
수정 아이콘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는 이익집단이 더욱 노골화된 것도 있겠지만
70~80년대 처럼 더이상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지도 않죠. 사실 인터넷상에서 관심이란 것도 말도 안됩니다.
예전보다 관심이 없다는 말이 더 맞지 않나 싶구요.
(사실 이런 평행선을 쭉 달리는 토론 사이트가 많아보이지만 관심있는 사람들을 전체 비율로 따진다면 매우 드물걸요 아마...)
(pgr이 토론이 잘 이루어지고 정제된 의견이 나온다는 것도 웃기구요 물타기가 좀 많으니 -_-;)
(예를 들면 요즘 들어서 일주일에 최소 한번씩은 폭풍을 일으키는 개신교 관련글. 잘못한거 있는거 아는데 실제 행동으로 옮기시는 분은 드물죠 대다수의 사람들이 신나게 청문회 열고 몇몇분은 방어하시고... 저야 안보면 그만이지만 단체로 험악한 댓글 달기보다는 차라리 까고싶은 분들은 피켓들고 그들앞에 가셔서 시위하셨으면 하는 바램이...)

그리고 저를 포함한 요놈의 신종 인터넷은 사실 토론보다는 '알까기' 를 좋아하구요.
pgr에도 껍질까는 글이 참 많죠 흐흐...

한페이지에 꼭 하나씩은 뉴스긁어오고 평행선을 달려서 리플이 산으로간 글이 있네요.

요즈음 인터넷 상에서는 누구나 청문회를 벌이죠.
기사 링크 쭉 - ctrl + c ctrl + v

저도 두서없는 댓글 하나 달아봤습니다.

사실 예전보다 인권이라 이런편은 나아졌지만, 인간이 인간이니만큼 설득이고 토론이고 이런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한번 논란글에 잘못끼여들면. 설득이고 자시고 다구리당하기 바쁘고 시간은 타임머신에 탄 듯 몇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죠.
담배피는씨
11/08/30 22:23
수정 아이콘
우리가 바라는 깨끗한, 공정한, 평등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아마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깨끗한, 공정한, 평등한, 정의로운 마음에 상처를 입혀야 하나 봅니다..
무언가를 얻기위해 무언가를 희생하는것 처럼 말이죠..
이번에는 목적은 맞았지만.. 방법은 틀렸다면..
다음에는 목적과 방법 둘다 맞을 수 있겠죠..
조금씩 나아 질꺼라는 그런 희망이라도 가지고 살아야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1/08/30 22:36
수정 아이콘
정치에 큰 관심은 없지만, 매우 페어하지 못한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진보를 지향하건 보수를 지향하건 같은 정치인이고,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자들입니다.
왜 한쪽은 좀 더 부패해도 되고, 한쪽은 더 깨끗해야 할까요.
스포츠건 정치건 룰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100억 처먹고 한쪽은 10억 처먹었으면 10억 처먹은 놈이 더 깨끗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지,
보수는 100억 처먹어도 되고, 진보는 10억 처먹었으니 죽일놈?????????
저에게는 SK 대 두산이 야구경기를 하는데, SK는 3아웃이면 공수교대하고,
두산은 1아웃에 공수교대해야한다라는 말만큼이나 어이없게 들리고, 실소를 금할길 없습니다.
월산명박
11/08/31 02:40
수정 아이콘
물타기로 읽힐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즘 '정의는 위선에는 강하지만 악에는 약하다'라는 말이 자꾸 맴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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