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레알은 수비 라인을 높게 끌어올려 상대 수비진영 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그리고 볼을 빼앗아 오는데 성공하면, 호날두-디 마리아는 측면으로 공간을 벌리고 페페-알론소가 롱볼로 볼을 연결하여 사이드부터 상대 수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이는 분명 작년에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또다른 전술적인 움직임이다. '점유율'을 포기하면서 까지 수비 라인을 끌어 내린 후에 빠른 원투패스로 바르사의 뒷공간을 노렸던 지난 시즌의 모습이 '09-10 시즌 인테르'와 유사한 모델이라면, 어제 수페르 코파에서의 모습은 흡사 '04-06 시절의 첼시'와 유사해 보였다. 실제로 무리뉴는 이러한 방식으로 04-05 시즌에 역시나 최강팀 중 하나였던 '호나우지뉴-데쿠의 바르사'를 꺾은 적이 있다.
무리뉴가 바르사를 상대로 수비를 끌어올리는 과감한 선택을 한 이유는 바르사의 '빌드업'의 축이라 할 수 있는 피케-부스케츠-차비 라인이 경미한 부상으로 인하여 결장한데다 '2년차'에 접어들며 전술적인 조직력이 더욱 완성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레알 선수들의 변화된 움직임에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맨유전과는 달리 시간이 흘러도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역시 앞서 언급한 3인방의 부재가 상당히 컸다. 피케와 부스케츠는 상대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1차 저지를 간단한 페인팅으로 벗겨내어 미드필더들에게 연결하는데 상당히 능하다. 차비야 설명할 필요가 없는 탈압박의 최강자다.
차비 대신 출전한 티아구 알칸타라는 이 날 후반 초반에 보여주는 '탈압박'과 프레시즌에서 보여준 슈팅 센스 등 상당한 재능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래도 차비의 여유로운 미드필드 운용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하였다. 오히려 스타일 상으로 파트너로 출전한 이니에스타와 비슷한 면을 보여주었는데, 차라리 차비의 파트너로 출전했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초반부터 강력하게 압박을 가한 레알 선수들의 체력저하도 있었지만 알칸타라 대신 차비가 출전하자 후반 막판에 다시 바르사가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한다.
페드로를 대신해 출전한 알렉시스 산체스는 부정확한 패스 방향 설정과 긴 드리블로 인하여 팀에 완전히 녹아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와 달리 후반에 투입된 페드로는 여러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페드로와 산체스의 차이는 공이 없는 상태에서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다. 페드로는 지공상황에선 중앙에 위치하였다가 차비나 메시, 이니에스타가 공간을 확보하면 이와 동시에 사이드로 벌리면서 순식간에 수비를 따돌린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의 골 장면과 이날 경기에서 86분경에 보여준 위협적인 페널티 박스 돌파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반면 산체스는 정적인 상태에서 볼을 받은 후 드리블을 통하여 공격을 풀어나가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페드로가 맨유의 '박지성'이라면 산체스는 '나니'와 비슷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비 바르사' 출신 선수가 바르사의 팀 컬러에 쉽사리 녹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사실 생소한 일은 아니다. 팀 적응에 실패한 나머지 한 시즌만에 짐을싼 즐라탄이나 EPL에서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 마스체라노가 바르사에 녹아들기 까지 반 시즌 가까이 걸린 점을 감안했을 때, 산체스의 빠른 적응 여부도 시즌을 풀어나가는데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시즌 8kg 가까이를 폭풍 감량한 벤제마는 확실히 더욱더 날렵한 모습을 보이며, 이과인과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선언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퍼스트 터치 미숙으로 몇 차례 골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쉬웠지만 적극적인 공중볼 다툼과 미드필드, 측면 가리지 않고 수비수를 달고다니는 모습은 첼시시절 드록바가 수행했던 '무리뉴의 원톱'으로써의 역할에 상당히 부합되는 움직임이었다. 첫 번째 골 또한 아비달을 측면으로 끌어낸 후 개인기술로 벗겨내어 만들어 내었다. 외질 또한 한 타이밍 빠른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함과 동시에 특유의 센스넘치는 패스와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며, 이날 경기 Mom급 활약을 펼쳤다.
'멘탈갑' 호날두는 맨유 시절부터 대 바르사전만 되면 이상하게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 날 또한 평소에 보이지 않던 드리블 미스나 슈팅이 다소 뜨거나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것은 상당히 아쉬웠다. 이 날 상당히 경기가 안풀렸음에도 '1골 1어시'를 기록한 메시때문인지 호날두 답지않은 조급한 모습이 보였다. 부진했던 디 마리아 대신 나온 카예혼은 가벼운 움직임으로 왜 자신이 페드로 레온 대신 측면 백업요원으로 선택되었는지 증명해 보였다. '루이스 피구'를 연상시킬 정도로 파워풀하지만 중앙으로 치고오는 돌파와 민첩성에서 문제점을 보인 레온은 '04-06 시절 첼시와 같은 역동적인 팀'의 플랜을 가지고 있는 무리뉴에겐 적합하지 않다. 프레 시즌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의 변신을 꾀한 코엔트랑은 후반전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알틴톱과 함께 '다목적 백업요원'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레알팬입니다. 정말 무리뉴의 2년차가 이런건가요. 조직력이 정말 좋아졌네요.그리고 바르셀로나전을 대비한 맞춤 전술 또한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서 나오는것 같습니다. 아무튼 2차전이 누 캄프라서 레알 입장에서는 쉽지 않습니다만 레알이 이런 경기력을 또 한번 보여준다면 재밌는 경기가 나올것 같네요.
결과는 어쨌든 2-2 무승부였죠. 사실 이경기는 레알마드리드 입장에선
2골 먹힌것 보다 2골을 넣었다는 것에 대한 의의를 더 둬야 겠죠.
이제 대 바르샤전 해법이 현실로 나오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글쓴이님 말씀대로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알렉시스 산체스. 그리고 미들라인에 보강될 세스크.
바르샤급 팀에 적응하기에 쉽지않겠죠.(산체스 어제 플레이는 그냥 not bad정도의 경기력이었는듯)
근데....거꾸로 말하면 산체스, 세스크가 적응하면 바르샤는 어떤 팀이 될지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