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계절 학기를 맞이해서 학교에 초빙교수님이 오셨습니다. 미국의 탑스쿨의 교수님이신데, 수업의 일환으로 Guest lecture를 계획하다가 이번에 고산씨를 초대하여 강연을 들었습니다. 아래 내용들은, 저의 기억과 메모를 정리하는 글입니다.
강연의 제목은 "Shoot the moon"이었고, 고산씨의 러시아에서의 경험을 주로 이야기해주셨습니다.
1961년 러시아는 최초로 인간을 우주 밖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단명한 바로 그 다음해인 1969년, 최초의 우주인으로 부터 불과 8년이밖에 지나지 않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울드린이 최초로 달착륙을 합니다. 달착률이 있은 후 46년 후, 한국도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 합니다.
바로 그 한국의 우주인이 고산씨와 이소연씨입니다. 고산씨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으로 선발되어 러시아 모스크바로 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Star City에서 약 1년여간 우주비행에 관한 훈련을 받게 됩니다.
제가 찾은 사진이 언제적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아마 거의 이대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고산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냉전시대의 소련의 군사기지에 와있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레닌 동상도 아직 곶곶에 남아있고 말이죠. 러시아라는 곳에 대해서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소설을 통해서나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러시아를 직접 가본것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훈련소 생활은 행복했다고 했습니다. 자기가 정말로 가보고 싶은 우주를 위해서 하루종일을 쏟아 부을 수 있다는것이 정말로 좋았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러시아 사람들이라면 으레 딱딱하고, 무섭고 이럴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근데, 겪어 보다 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따뜻해서 좋았다고 하더군요.
군악대의 앞쪽에 근엄하게 서있는 동상은 유리 가가린의 동상입니다. 잘 보시면 한쪽 손을 뒤로 해서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고산씨가 교육을 받으면서 몇번 지나칠때는 잘 몰랐는데 어느 날, 저 동상의 뒷짐을 지고 있는 손에 들려있는 꽃을 보고 꽤나 의아해했다고 합니다. 군인답게 불끈 주먹을 쥐고 있지 않고, 꽃 한송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교육을 하는 교관에게 물어보니, 가가린이 꽃 한송이를 들게 된 이유를 가르켜주었다고 합니다. 가가린은 우주를 다녀온 뒤 7년뒤에 사랑하는 부인과, 두 딸을 남겨두고 단명합니다. 우주에 다녀오고 나서도 그는 러시아의 전투기 조종사로 군복무를 했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그의 동상을 세우게 되었는데요. 이 때 나온 아이디어가 저 "꽃한송이"입니다.
저 동상의 뒤편으로 군인아파트(?)같은 아파트가 있는데, 그 아파트에 아직도 유리 가가린의 부인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의 창을 통해서 이 동상이 보이는 곳에요. 가가린의 부인이 창을 열면, 언제든지 가가린의 꽃을 받을 수 있게 뒤로 한 동사으이 왼손에 꽃 한송이를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일반적인 소련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냉전시대의 한복판, 냉전시대의 중심지에서도 소련인들에게 이런 따뜻한 감성이 존재해서 꽤나 놀랐다고 합니다.
그에게 우주인에게 지원하라고 권유한것은 그의 여자친구였다고 합니다. 지금의 와이프죠. 정말로 선발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는데, 정말로 참가에 의의를 두고 지원했다고 하더군요. 선발되는것은 생각도 안하고 있다가, 30명쯤 남았을때쯤 청므으로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의 대학생활을 살펴보니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더군요. 공학을 전공했지만, 등산부로 히말라야 고원의 7500m 봉우리를 등반했고, 복싱부로 동해시 아마츄어 대회에서 3위 입상 등등 입이 쩍 벌어지는 활동들은 아니지만, 굉장히 다양함 경험을 알차게 한 것 같았습니다.
선발에 관해서 또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내가 대한민국에서 우주인으로써 가장 적합해서 내가 뽑힌게 아니다. 나보다 더 우주인으로써 좋은 자격과 조건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다만, 그분들이 지원을 안한 것 뿐이다. 인생에 큰 기회가 한두번 정도 온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기회는 무수히 많이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기회를 알지 못하고, 잡지 못할 뿐이다"
이론 수업은 러시아 교관에 의해서 러시아어로 이뤄지고, 그것이 통역하시는 분에 의해서 영어로 통역되고 그것을 이소연씨와 고산씨가 듣는 방식입니다. 질문이라도 한번 하려고 하면 엄청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훈련은 Star City에서 받고, 우크라이나에서 특별히 해양 생존훈련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그는 우주에 못갔지만, 훈련을 받는 1년동안 그의 마음은 이미 우주에 가있었다고 합니다. 우주에 가수 무엇을 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보여줄까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것을 다시 사회에 공헌 할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고 했습니다.
"우주에 올라가면 국경은 없고, 오로지 물과 육지만 있다"
우주인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고산씨는 약간 다르게 말하더군요.
"그건 태양이 비추는 낮에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밤의 지구는 국경이 있다"
이런 말이 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한과 북한의 비교도 하면서 안타까움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실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잘 알고 게시는 부분이실테니까요. 본인도 스파이론 같은 음모론을 보면 재밌고 그런다고 하더군요.
한국으로 돌아온뒤 그는 한국 항공 우주 연구원에서 2년정도 일하다가, 국가로부터 자신이 받은 도움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서 또 다시 공부를 하러 떠남니다. 그는 현재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과학정책과 행정에 뛰어들어 국내의 많은 공학도들이 좋은 환경속에서 연구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가 한국에 돌아온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그래서, 다시 우주에 갈겁니까?"라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아마도 갈수 있을것 같다구요" 기술은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언젠가 우주여행 패키지, SF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도 실현이 가능할테니까요.
강연의 제목이 Shoot the moon이었습니다. 어느 소설에 나오는 문구 같았는데 정확한 전체 문장은
"Shoot the moon even if you miss it. You will land among the sun" 입니다.
또 이런말도 하더군요.
"우리는 은하계의 한 쪽 구석에서 태양의 영향을 받는 지구라는 작은 별에 살고있지만, 강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근데 저는 이말을 믿지 않습니다.
모든 꿈은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꿈이 이루어 지지 않더라도 꿈이 있고 노력하면 우리는 그 꿈을 향해 한발짝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간 인생을 살 수 있을거다"
그의 아주 희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연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의 놀라운 경험이 아니라, 그의 다양한 경험과 그 경험을 만들어준 강한 도전정신이 아니었나 합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강한 울림을 만드는 저 영어문장처럼, 그는 도전했고 결국 꿈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다른 곳에 착륙해서 또 다른 달을 향해 날아 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오늘 강연을 위해 신문기사 몇개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저 분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지금도 아마 잘 모를겁니다. 강연 내용 자체는 재밌었고, 많은 강연을 들어봤지만 그 중에서도 아주 좋은 편이었습니다. 친절하시고, 유머도 있으신 것 같았구요.
요즘 하시는 TIDE나 다른 이야기들도 하셨는데 너무 양이 많아서 이만 줄입니다. 저의 기억과 메모에 의한것이라 강연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을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했던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사람의 머리속에 이해가 되는것은 매우 쉽다. 하지만, 그것에 가슴속으로 향하는 것은 어렵다. 그것보다 더 어려운것은 그것이 발로 향해서 실천하는 것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