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이 좀 그렇지만, 나는 달콤함에 좀 환장해 있다. 생크림이 가득 올라간 와플을 혀끝으로 누빌 때의 나는 오바 않고 행복해 뒤지는 표정을 짓는다. 물론 단 음식이 섭취자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건 주지된 과학적 사실이지만, 내가 그 당덩이들에 좌지우지되는 정도는 세로토닌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정도를 훌쩍 뛰어넘었다. 만일 이 세상에 달콤함이 없었다면 나는 과연 일상에서 몇 번이나 함박미소를 지을 수 있었을까나.
뭐 그렇다고 딱히 당분이 떨어지면 천정을 기어 다닌다던가 하는 긴토키급 당 의존증은 아니다. 그냥 단 걸 섭취하면 기분이 수직상승하는 정도다. 생각해보면 이건 너무나도 큰 축복이지 않을까? 만일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기분도 컨디션도 메롱이라면? 당장 편의점에 달려가 카카오를 사 먹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전환이 된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당을 향한 이 열정에 비해 내 혀가 참 싸구려라는 점인데, 지올리띠의 젤라또를 힘들게 찾아가 맛보고도 그냥 '음 역시 맛있군!' 하고 마는 게 내 감각의 한계다. 반대로 말하면 적절히 달달한 거라면 품격 무관 다 똑같이 좋아한다. 식후 입가심으로 사 먹는 딸기 우유(서울) 한 팩에도, 한겨울 집앞 조그마한 카페에서 파는 5천 원짜리 팥빙수에도 난 충분히 행복하다.
아, 그렇지만 이런 저렴한 풍미를 가진 나라도 과연 '그것'만큼은 다른 스위티들이랑은 궤를 달리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현대사회 달콤류 甲은 아마도 그게 아닐까나. 모르긴 몰라도 동서고금을 막론해도 항상 탑 3안에는 자리 잡았었으리라 확신한다.
그게 그 명성에 비하야 그리 희소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으로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취급이 까다롭기 그지 없어서 장소, 시간, 기온은 물론 심지어 날씨마저도 적절한 호응을 해 주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갖은 노력 끝에 제대로 맛볼 수만 있다면 그 달콤한 여운과 추억은 가히 평생을 가겠지만서도.
내가 별로 이런 방면의 운이 없었을 터인데, 올봄에 달콤함의 신이 강복이라도 하셨었는지 얼마 전 그걸 제대로 맛볼 기회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생전 처음 먹어보는 것도 아닐진대 그 짜릿함 황홀함 스위트함에 400% 녹아버려서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근처 무대에서는 합창단이 에헤라디야 4중창을 부르는데 머릿속에서는 템버린이 템템템템 울리고 있고 그 위로 美味 현판들은 이 하늘 저 하늘 날아다니는데 입가는 그저 후냐후냐에 시야는 저 달 꼭대기에 대충 던져놓은 듯한, 아씨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오감 전부가 삼백사십 바퀴는 휘저어져 버린 그런 감각. 감동.
집에 돌아온 후에도 살짝만 떠올리면 곧바로 해롱해롱해서 손까지 달달 거리는 지라 그날 밤 어떻게 정신줄을 수습하여 잠을 잘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기만 하다.
증상이 이 정도가 되다 보니 그것 특유의 미약에 내가 잠깐 홀린 게 아닌가 싶기도 했었지만, 그 후로 몇번을 되새겨봐도 없는건 기교와 센스요 넘치는 건 진정성뿐인지라 고민없이 그냥 계속 기분 좋게 행복해하기로 했다.
음 그래. 정말 달았다. 정말 좋았다. 정말 행복했다.
그제 밤, 몇 번의 키스 후에 그녀가 이렇게 물었다.
"나 달아요?"
...
넵. 우주 제일 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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