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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08 17:05:02
Name 뺑덕어멈
Subject [일반] 어버이날 맞이 지적보다 칭찬을 하는 법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많은 기념일이 있어서 주로 받는 입장인 사람에게는 좋은 1달이겠지만
주로 주는 입장인 사람에게는 고달픈 한 달이 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선물 받을 생각과 줄 생각만 하지 말고 가족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저는 최근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공중보건의가 여가 시간도 많고, 앞으로 3년간은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에
제 인생에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거 같습니다.
(야구 선수가 장기계약을 한 기분입니다.)

예전에 한창 유행한 '칭찬은 고래를 춤춘다.'라는 책도 있고
누구나 칭찬이 좋은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 하실 겁니다.
그러나 한 때의 이슈만 될 뿐이지 칭찬으로 인해서 인생이 풍요로워진 분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저는 말입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칭찬의 역효과에 대한 글도 있고
이글을 읽으면 올바른 칭찬을 하는 법이 잘 나와 있지만 제가 느낀 바를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kind=search&search_table_name=&table=bestofbest&no=48690&page=1&keyfield=subject&keyword=%BF%AA%C8%BF%B0%FA&mn=&nk=&ouscrap_keyword=&ouscrap_no=&s_no=48690&member_kind=

저는 부모님의 지적 지긋지긋합니다. 특히 아버지의 지적이요.
어머니야 어려서 부터 자주 부딪쳐서 지적하다가 지치신감도 있고, 지적으로는 제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고는 참으시지만
아버지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자주 부딪칠 일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은퇴하시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제가 집에 있을 때 지적하다가 안 고쳐지면
아단 쳐서 집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제가 지방에서 대학 다녀서 방학 때만 되면 어머니는 무슨 사단이 나지 않나 조마조마 하셨죠.
그렇게 야단을 많이 맞는데도 매번 똑같은 지적을 듣습니다. 그러는 저도 참 한심하고요.

그래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적보다 칭찬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서 깨달은 점은 지적하기는 쉽지만 칭찬은 하기 힘들다 입니다.
이건 아버지나 제 경우 같은데 장점을 보기보다는 단점을 보는 눈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점은 너무나 쉽게 눈에 뜁니다. 그냥 지나다니다가 잘못된 점이 있으면 알려주고 고치라고 하면 됩니다.
지적하기는 참 쉽습니다.

그런데 칭찬을 하기는 참 힘듭니다. 제가 저를 봐도 뭘 칭찬해줄지 난감합니다.
지금까지 당연한 일 가지고 칭찬을 하면 평소 아버지의 칭찬을 듣기 힘든 저는 의도적인 칭찬으로 이해하게 되어버렸고,
(예전에 아버지가 당연한 걸로 제게 칭찬하는데 그게 얼마나 어색한지…….민망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특별나게 칭찬들을 일을 자주 하는 게 아니라 칭찬 듣기가 힘드네요.

그렇다면 칭찬을 어떻게 해야 될까? 아버지 입장에서 생각해봤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단점이 보이면 부드럽게 고치라고 이야기 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제가 알고 있던 이야기라 처음에는 제가 짜증이 나겠지만 그래도 고치려고 노력은 해봅니다.
대부분 작심삼일이겠지만요.

이때가 중요합니다. 아들의 변화 점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그리고 개선사항이 보이면 칭찬을 해줍니다.
예를 들어 집에 휴지나 기타 등등의 쓰레기를 놓는데 지적 이후 그 횟수가 줄어들었다면

"아들 요새 쓰레기 잘 버리는데? 조금 더 확실히 하면 고쳐지겠어. 잘해봐!!"

이런 식으로요. 어찌 보면 쓰레기 버리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동안 저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면 저도 기분 좋아져서 더욱더 쓰레기를 바로바로 버리려고 노력을 하겠죠.
평소 칭찬보다 지적을 많이 하던 관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점점 칭찬이 늘어나게 되고 단점을 개선 할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카네이션도 사드리고 그랬는데,
제가 부족하게도 마스크 팩하고 봉투를 화장실에 두고, 왁스도 뚜껑을 열어놓고 와서 한소리 들었습니다.
저도 뒤가 깨끗하지 않아서 조심은 하는데 고쳐지지 않네요.
그래도 요새 코 푼 휴지 바로바로 버리려고 노력하고 뒷정리 잘하려고 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니 울컥했습니다.
그래서 용기내서 이야기 했습니다.

"아버지, 요새 제가 책을 읽었는데 비판은 사람을 변화시키는데 효과가 없데요. 칭찬을 하면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요거보다 약간 더 투덜대면서 이야기한 거 같습니다.)
"야,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너도 다 컸는데 빨리 고쳐야지"
"아버지, 그럼 아버지 부하직원들에게 지적하면 고치던가요?"
"당연하지! 안하면 잘리는데!!"

네 안 됩니다…….그래도 잘못해도 아들은 안 잘리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요새 아버지와 대화 단절에 대한 기사를 많이 보게 되는데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노력은 하는데 저랑 아버지와 성장과정이 너무나 달라요.
강한 아버지와 유약한 아들의 전형적인 예랄까…….
그래도 노력해야죠. 그러다 보니 주저리 글 쓰게 되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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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커피
11/05/08 18:07
수정 아이콘
저랑 상황이 많이 비슷하셔서 공감이 되네요. 저희 아버지가 딱 그런 경우신데

전 중학교때 맞기도 상당히 많이 맞아서 아버지한테 투덜대는 소리도 못합니다.

거의 웬만한것까진 다 맞아봤죠 골프채랑 신발까지 동원되었었으니;;

어머니하고는 상당히 자유롭게 의견개진도 하고 정말 가끔은 큰소리도 내는데

(물론 잘했다는건 아닙니다)아버지와고는 제가 대화도 피하려고 하고 트라우마

가 있는지 아버지 말에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해서 아버지랑 단둘이 있으면 참

답답합니다 . 그냥 농담식의 자연스러운 대화도 못하고 이야기는 대부분

아버지가 본문과 비슷한 이유로 저 혼내는 이야기;;
지금은소녀시
11/05/08 18:38
수정 아이콘
저는 한바탕 하고 나왔네요.
세대간의 갈등...정말 답이 없네요...
아버지랑 대화(?)를 하다 답답해서 뛰쳐나왔는데, 귀마개를 하고 대화해도 다를바 없을 상황이었던거 같네요.

갑갑합니다.
RedDragon
11/05/08 20:11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엔 아버지와 대화가 끊기다시피한 보통 가정이었는데.. 요새는 아버지하고 대화하는게 즐겁습니다.
몇년 전부터 느낀 건데, 아버지와 저는 공통점이 많거든요..
사실 저런 짜증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일단 아들로써 굽히고 나서, 나중에 감정 풀릴 때쯤에 조용히 얘기하시는 방법이 낫고요..
(저도 가끔 그럴 때 있는데, 나중에 다 풀어지더라고요.)

일단은 아버지와의 공통적인 화제를 논제로 많이 대화하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와 아버지의 공통점은, UFC를 좋아하고, EPL, 골프(사실 골프는 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아버지과 광적인 수준이라 LPGA 주요 선수들 이름은 다 알고 있습니다.), 바둑 등이 있습니다.
요런 얘기를 많이 하면서 하루에 30분~1시간은 대화를 하는 편입니다. TV 같이 보는게 좋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가족간에 영화도 원래는 어머니하고 동생하고 셋이서 주로 보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다 같이 가서 보는 편이고, (은근 영화도 저랑 아버지랑은 좋아하는 장르가 비슷하더라고요.) 이러다 보니 외식도 가족끼리 가는 횟수가 늘고..

이러다보면, 어느샌가 평범한 식사 자리에서도 깊은 대화 나누게 되고, 마음이 열어지고 아버지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까지 발전이 되더라고요. 아버지도 진지하게 들어주시고요..
즉, 너무 한번에 급진전 하려고 시도하시면 역효과가 나기가 쉬우니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보시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RedDragon
11/05/08 20:16
수정 아이콘
아버지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으시다면, 아버지가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된 원인과 배경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동정적인 생각을 가지시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보통의 아버지 세대들은 지금보다 더 엄하고 가부장적인 세대인 할아버지의 밑에서 커왔고, 그로 인해 심리적으로 무엇인가 안좋은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할아버지도 군인 출신이셔서, 아들들을 막 때리시고 그랬는데..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으십니다. 어린시절 그렇게 자라온 아버지시기에 아직도 할아버지만 보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시던 아버지가 땀을 뻘뻘 흘리시며 어려운 모습 보이시는데 안타깝더라고요.
항상 자녀들에게는 완벽한 모습을 보이시고 근엄한 모습을 보이시려고 하시기에 제가 잘 몰랐을 뿐이지 아버지도 분명 자식들에게 정이 있으십니다. 그걸 표현할 줄을 모르실 뿐이죠.
사실 저도 부끄럽지만 다니던 교회의 "아버지 학교" 라는 곳에 어머니의 권유로 아버지가 나가게 되어 아버지가 먼저 저에게 손을 내미셨고, 저는 그 손을 잡아 주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도 많은 마음의 상처가 있고, 그것의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아 표현을 하실 줄을 못하신 거라고 이해가 되어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게 되었습니다.

글쓴분도 오늘 참 서운하시겠지만, 아버지와 가벼운 대화부터 시도하시고 대화를 꾸준히 하시다보면 언젠가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 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5~60대의 아버지 세대들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자루스
11/05/08 21:30
수정 아이콘
갈등은 언제나 있기 마련아닐까요?
첫번째로 내가 먼저 바뀌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변화는 다른 사람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족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그 사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버지의 이런점이 싫어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은 거의 대부분은 내가 그대로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냥 싫다. 이젠 지겹다. 맨날 저런식이지 라는 생각은 갈등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왜 싫은지? 그리고 왜 그분께서는 싫어하는 그것을 하는지 먼저 이해하면 갈등해소에 도움이 크게 되더군요.

이제 아버지와 나는 대화가 많습니다.(정확히는 가족들간의 대화가) 즐거운 대화지요~!
적어도 갈등을 일으키지는 않는
그것만으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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