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04/14 14:21
20대 때 저는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서른이 되면 뭔가 안정된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20대 때 내가 그리던 서른의 모습은 여유롭고 활기 넘치고 이만하면 살 만하다는 만족의 표상 같은 거였습니다. 스물아홉이던 시절, 내가 가진 서른의 표상이 환상이란 걸 알았고, 서른이던 무렵 그 환상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지요. 그래서 불행하느냐고 물으면,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있죠. 서른이 되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는데, 왜 난 그 20대 때 돈, 생활이라는 거에 매달려 정작 하고 싶은 일은 해보지도 못했나, 그런 용기도 내지 못했나. 이왕 이렇게 될걸 더 많이 깨져볼걸. 그리고 지금도 고민합니다. 이 길이 진짜 내 천직일까, 다른 길은 없을까? 더 늦기 전에 도전을 해야 할까,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안정을 찾아야 할까. 모르죠 뭐, 우리는 모두 인생의 초보자들이니까요. 가지 않은 길에 미련을 가지면서, 선택한 길에 책임을 지면서 살아갈 밖에요. 물론 저는 아직도 그 그릇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혼란스러운 거겠지요.
지난해에 즐겨보던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나한텐 시간이 멈추고, 이 남자한텐 시간이 후딱 흘러서, 내일 아침 우리가 동갑이 돼 있으면 어떨까요? 내가 이 사람 나이로 돌아가긴 싫어요. 그동안의 맵고 쓴 시간들을 어떻게 다시 겪어. 난 지금 내 나이가 좋아요. 이 나이를 품어줄 남자가 없을 뿐. 이 아이한테 끌리는 마음이 두려울 뿐. 내 나이가 죄는 아니잖아요." 사실 굉장히 부러운 말이죠. 20대 때 맵고 쓴 걸 이미 다 겪어봤으니 굳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니까요. 뭐 대학 때 제 담당교수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기는 20대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때의 그 고통을 다시 겪는 일은 사양하고 싶다고. 지금도 그리 생각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어릴 때에는 그냥 단순히 "20대 때 고생을 많이 했나 보다"라고 넘어가고 말았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뜻을 조금 바르게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어쩌면 그 시간들이 지금 그 사람들의 괜찮은 현재를 만들어주었던 건 아닐까.
11/04/14 16:51
스물일때는 열아홉보다 좋았고, 서른이니 스물아홉보다 좋습니다.
어떤 시간을 보냈건, 나는 늘 나다운 선택만을 했으니 나는 지금의 내가 좀 괜찮은 인간이어서 좋습니다. 유일한 걱정은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나를 잃는 일인데...아직까지는 잘 지켜오고 있는 것 같아서 내년 생일엔 선물을 하나 해줘야겠다.하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방황하고 고민하는 내가 세상은 죄다 이따위.라고 말하는 게 슬슬 불안해지고는 있지만요. [m]
11/04/14 16:52
허허...이건 본문도 댓글도 뭔가 느끼고 돌아보게 해주네요.
일기를 저 정도로 쓰실 분이면 소설이라도 한번 써보시면 어떠실까 싶은데 흐흐 지금도 전 청춘이에요. 보험은 몇개 들고 있지만~!! 사람마다 청춘은 다 다른거 아니겠어요. 행복도 고통도 시기도...
11/04/14 17:26
지금이 아주 행복하다 라고 할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것을 생각해보면 즐거웠습니다. 그때의 고민 방황 좌절은 그때만 할수 있었던것이었으니까요.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내가 선택했던것들이었으니까요. 물론 그떄로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과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것입니다만....
11/04/14 17:27
청춘이 끝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이런저런 삶의 화두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다면서 짜증내다가, 어느덧 그러한 고민들이 다 사라지고 돈문제, 결혼문제, 자식문제에 골머리를 썩게 되죠.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그러한 고민들이 다 어디로 간 걸까? 그러한 고민들을 통해서 성장한 내 자신에게 말할 수 밖에 없게 되죠.
너의 성장은 이제 끝났어. 나의 성장이 끝나지 않았음을 온 몸으로 발버둥치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들의 고민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고 격려하고 다독이면서 제 자신에게 그들의 질문을 던지고 있거든요. 힘들어요. 왜 사는거죠. 돈 벌고 싶어요. 그들은 왜 저를 싫어하죠. 뭘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열심히 살고 싶어요. 걔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요. 젊은 날의 고민들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살아가게 해주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고맙더라구요. 열심히 살아야지, 내 젊은 날의 꿈을 위하여...라고 생각할 때마다 전 아직 제가 젊은 것 같아요 :-) 내 청춘은 아직 지지 않았어. 이제 시작인걸... 아오...내 손발...:-(
11/04/14 19:21
제가 딱 이십대 중반인데 갑자기 생각이 많이 졌어요.
도대체가 내가 하고 싶은일이 무엇인지. 적성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건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단지 현재 필요한건 몇 푼의 돈이고. 이 몇푼 때문에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갈 용기도 여력도 없는 느낌이고. 학점 취업 연애 집안일 전부다 뜻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는거 같습니다. 친구들 후배들이 하는거 보고 그냥 같이 해보기도 하고 웃고 떠들고 술마시고 놀고 공부하고 하면서 갑자기 혼자 남아 있을때 느끼는 어떤...고독감 이랄까요... 이런것도 있고......사랑도 어렵고.... 딱 이십대 중반이 되니 잡념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갈피를 못잡겠어요...불안하기도 하고.. 휴!! 셤공부해야 되는데 갑자기 뭔가 쓰고 싶네요.
11/04/14 22:05
청춘은 언제까지인가? 라는 질문에 어디선가 이런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남자의 인생은 예비군 훈련과 함께 끝난다.. 라는 예비군 6년차로서 여러가지로 동감이 가는 말이었어요. 이제 마냥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새로운 다이나믹한 인생의 2장이 펼쳐지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