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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3/09 13:56:23
Name legend
Subject [일반] [펌] 경소설(라이트노벨)이란 무엇인가?(1)
현서/푸른꽃님 작성.
원문링크 http://litale.co.kr/faeryrover/41618




경소설이란 무엇인가 (1)







   문학이론에서 작품의 장르를 구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작품의 구성미를 가늠하고 작품의 밀도와 조형성을 추구하는 내적 형식을 파악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작품이 사회 안에서 얽혀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서 장르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보통 전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파악하는 방식은 갖춰진 형식미를 추구하는 장르, 이를테면 근대소설이라든가 중세 서사시, 또는 판타지나 SF 등 장르의 역사와 어느 정도 규격이 형성된 작품들을 이야기할 때 주로 인용되고, 후자의 방식으로는 사회소설, 세태소설, 풍자소설 등 작품이 사회 안에서 읽히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말합니다. 작품을 내적으로 보느냐, 작품 외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장르를 규명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라이트노블’이라는 애매한 장르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흔히 ‘경소설’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일본에서 주로 창작되고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읽히고 있는 이 소설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서 작품의 내적 형식을 바라보느냐, 아니면 작품과 사회 속의 관계에 대해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관점이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우선, 전체적인 문학사 안에서의 ‘소설’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우선 살펴본 다음에, 우리가 ‘경소설’이라고 부르는 일군의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형식’을 파악하고, 이 경소설 소설군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서 간략히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1. 근대소설과 서사문학

  형식미를 추구하는 예술(Art)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보면 아주 오래되었고, 짧다고 본다면 대단히 짧습니다. 예술(Art이므로 혹은 기술이나 기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에 어떤 이상적인 비율을 보여줄 수 있는 형식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은 고대 그리스시대로 소급됩니다. 당시에 예술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조각, 건축, 회화 뿐만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 글쓰는 방법 등 어떤 ‘기술이 요구되는 모든 것’을 일컫는 용어였습니다. 이 중에서 웅변의 말을 꾸며주는 수사학(Rhetoric)은 그리스시대부터 로마까지 중요한 예술로 취급되었는데, 여기서는 ‘상대를 설득하기에 좋은 화법’이나 ‘적절한 어휘를 고르는 방법’등을 다루었습니다.







수사학은 당대에 교양으로 요구되는 하나의 '기술'이었으며,

'기술'이라는 말은 곧 예술과 동의어였습니다.


Art의 어원 Ars는 그리스의 Tech ne라는 말(지금의 Technic)의 라틴어 번역이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훌륭한 예술작품’ 혹은 ‘고전’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완벽한 구성미와 형식미가 갖춰지는 시기는 유럽의 관점에서 볼 때 근대사회 이후입니다. 소위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작품 안의 은유적 밀도가 깊고 작품 전체가 온전한 완전성을 갖춘 작품으로 정의되는데, 이것은 특히 문학에 있어서 영국 신비평과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이 강하게 드러나는 19세기 후반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소설의 ‘형식’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전’이라고 말하는 소설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의 근거는 이런 고전미에 기반하고 근대소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내적 형식의 특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소설의 개연성’, ‘주인공의 성찰과 반영’, 그리고 ‘플롯’, ‘현실성’과 같은 것들은 사실 문학, 특히 ‘소설’이 가진 보편적인 특징이 아닙니다. 이것은 17세기부터 드러나는 근대소설의 특징이며, 현대까지도 유지되는 ‘리얼리티’라는 미적 형식입니다. 중세의 대표적인 작품인 크레티엥, 볼프람, 토마스 경의 <성배 이야기>에는 우리가 말하는 근대소설에서 말하는 미적 형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작품들에는 주인공의 반성과 반영, 성찰, 인과관계에 의한 플롯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들은 ‘소설’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서사시’라는 장르용어를 씁니다. 마찬가지로, 라퐁텐이나 아이소포스(이솝)가 썼던 우화작품들도 ‘소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우화’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것들은 ‘소설’이 아닌 것이 아니라 ‘근대소설(Novel, Roman)’이 아닌 서사장르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동양에서 말하는 ‘소설’의 어휘와 유럽에서 말하는 소설Novelle, Roman의 어휘가 과연 동일어가 되는지를 살펴봐야겠지만, 일단 차후의 칼럼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세의 서사시가 근대적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여 읽을 가치가 없는 문학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유럽문학 작품인 볼프람의 <파르치팔>은


근대소설에서 빈번히 말하는 리얼리티가 없습니다. 즉 '플롯'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중세의 가장 훌륭한 문학작품입니다.

<파르치팔>은 인간이 신에게로 가기 위해 쌓아야하는 덕목,  


즉 ,'교양'을 통한 성장과 영적 상승을 보여줍니다.

'보여준다'는 말이 뜻하는 바대로 중세 서사시는


계시Vision에 의해서 내러티브를 이끌어나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 문학 이론과 문학사에서 주로 조명하는 ‘근대적 소설’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외부의 소설에 대한 언급이 새로운 방식으로 가능해집니다. 즉, 우리가 주로 ‘문학적 소설’이라고 부르고 있는 근대소설의 외부에 있는 소설들, 경소설을 포함하여, 이를테면 추리소설이나 SF, 판타지 등은 ‘문학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대적 형식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하여 ‘배척해야하는’ 소설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이들 장르소설을 포함한 ‘비근대소설군’의 작품들을 다루는 방법론에 있어서 현재 우리가 ‘서사시’를 다루는 방법과 마찬가지의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들 소설들은 ‘근대소설’의 장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미적 형식’을 포함하고 있는 소설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장르소설의 내적 형식

   일반적으로 ‘장르소설’이라 불리는 일군의 작품들은 역사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100년을 넘는 장르들이 퍼져있는 만큼 연구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각 장르의 몇몇 눈에 띄는 문예가들에 의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장르소설들의 내적형식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경소설의 내적 형식’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장르소설의 내적형식을 잠깐 살펴볼까 합니다.

  내적형식이라는 것은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어떤 규격이 완성된 장르의 요소들을 전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위에서 말씀드린 근대소설의 경우 아래의 요소가 내적 형식의 핵심이 됩니다.




  1) 세계는 신화시대와는 다르게 균열된 세계이며, 자신이 이룰 수 있는 영웅적 퀘스트가 소멸된 상태다.(문제적 개인의 등장)

  2) 주인공은 그러나 끝없이 그 세계를 희구하면서 균열된 세계의 부조리에 맞선다. (내적갈등)

  3) 그리고 주인공은 1)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세상의 모습을 통찰하고 파악하게 된다. (리얼리티)

  4) 2)의 추진력에 의해 주인공은 파국의 결말을 향해 싸워나간다.(플롯)




   이것은 헝가리 문예이론가 게오르그 루카치가 말한 ‘근대소설의 내적형식’을 간단하게 풀어쓴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적형식은 각 장르소설에도 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의 명제를 잠깐 살펴보죠.




  1) 세계는 애초에 완전한 세계다. 이 세계는 현실에 드러난 하나의 낙원과 같은 평온상태를 가진다.(2차세계)

  2) 이 세계의 완전성을 지탱하던 균형이 무너지는 초월적 존재의 등장으로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모험의 발단)

  3) 초월적 존재를 제거, 혹은 해소시키기 위해 그것을 찾는 모험이 시작된다. (탐색 모티브)

  4) 주인공은 이 과정에서 평온에 이바지한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초월적 존재를 이 세계에서 추방시킨다. (영웅적 행동)

  5) 세상은 다시 평온을 되찾고 영웅은 신화화되어 세상에 동화된다. (해피엔딩)



  이것은 W.오든이 정리한 톨킨의 소설, 판타지에 대한 내적 형식입니다. 오든은 톨킨의 소설이 이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럽에 퍼져있는 ‘영웅적 민담’과 굉장히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유럽형 판타지소설의 기본 골격은 ‘민담과 비슷한’ 이 구조를 가지고 퀘스트라는 기본틀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하나만 더 살펴보도록 하죠.




  1) 우리의 문명은 역사속의 진보가 이루어놓은 혜택으로 구축된 세계다.(외삽)

  2) 문명은 ‘진보’의 연속이기 때문에, 인류의 기술문명은 과거와 다른 시점의 인류 속에서 충돌을 가질 수 있다. (에피스테메)

  3) 인류는 보편적이므로, 도덕, 공동사회에 대해 ‘문명의 이기’, 인류의 관계에 대해 갈등하고 조율하려 한다. (리얼리티)




  이것은 로버트 하인라인이나 아이작 아시모프가 말하는 1950년대의 ‘고전SF'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방향입니다. SF가 ’과학문명을 통한 미래경‘으로 표현될 수 있는 까닭은 인류의 문명은 끊임없이 진보를 추구하며, 기술과 인류는 비례적인 발전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명제, 그럼에도 인류는 그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전망이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과학소설은 그러므로 인류 자체에 대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예시의 마지막 괄호는 내적형식의 코어라고 할 수 있는 어휘들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작품의 ‘완성도’ 혹은 ‘분석이나 비평’등을 행할 때 좋은 작품이냐 아니냐를 구분짓는 근거 중 가장 큰 잣대로 이것들을 주로 살펴본다고 하면 얼추 맞는 표현이 될 것입니다. 내적형식은 문학상이나 소설 심사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축이기도 하며, 장르독자의 범위와 관계없이 작품의 내적 조형성을 다듬는 데에 가장 좋은 이해방식으로 통용되기도 합니다.





J.R.R 톨킨의 <호빗>은 유럽 민담을 완벽하게 소설로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따라서 '현대인의 신화'라는 찬사를 받기 마땅합니다.

장르소설 독자도 이 작품의 주제에 대해서 대답하기 굉장히 곤란해합니다만,

사실 <호빗>이야말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환상 이야기'에 대한 소설적 대답입니다.

톨킨은 자신의 작품을 이야기하면서 '내재적 리얼리티'라는 표현을 쓰며,

근대소설과 다른 성격의 리얼리티가 판타지에는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3. 경소설의 내적형식

   자, 그럼 경소설은 과연 내적형식이란 것이 존재할까요?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물음입니다. 왜냐면, 만약 경소설이라는 것이 내적 형식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경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미학’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으며,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작품의 구성미라든가 구조를 엿볼 수 있는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이트노블’이라고 부르는 장르 자체가 그 시작부터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며 하나의 팬덤을 형성한 것이 아니라 출판업계와 팬덤계가 공존하며 만들어 놓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어’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접근으로 그것을 찾아내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분명 모든 경소설은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포섭하고 있지만, 다른 팬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오로지 ‘라이트노블’이라고 불리는 팬덤 안에서만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내적 형식이 존재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것이 존재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캐릭터소설’이라는 용어입니다.

   일본에서 이미 ‘캐릭터소설’이라는 말이 경소설계 안에서 대두가 되고 있었지만, 이런 이론적/미학적 내적형식은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경소설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적인 요소’들이 작품의 미적 구성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근대소설이든 다른 장르소설이든, ‘내러티브’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내러티브는 플롯이냐 스토리냐를 떠나서 인물이 세계 안에서 사건을 만들어나가는 어떤 흐름을 지칭합니다. 근대소설에서 ‘플롯’이라고 부르는 것은 위에서 보여드린 바대로, 인물과 세계의 충돌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내적인 동인 혹은 계기입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작품을 만드는 핵심이 ‘주인공 vs 세계’가 됩니다. 그런데, 경소설의 범주에 들어가는 상당수의 작품들은 내러티브에서 이 공식이 과도하게 깨어지게 됩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캐릭터때문입니다.









과연 이 이야기에서 '호로'가 빠지고


그 자리에 누군가 다른 존재로 대체할 존재가 있을까요?





  경소설에서 캐릭터는 모든 사건의 발단이자 결말입니다. 따라서 리얼리티도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소설은 ‘세계 속에서 주인공이 부조리를 겪는다’라는 내적갈등에서 플롯이 전개되지도 않으며, 오히려 ‘캐릭터의 본성 자체가 이야기의 출발점’이 됩니다. 제가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는 <단탈리안의 서가>라든가, 이미 세계 안에서 힘을 잃어버린 늑대여신의 존재가 주인공 장돌뱅이에게 영향을 주는 <늑대와 향신료>, 본인 안에 숨겨진 힘 자체를 각성하면서, 힘과 연관된 가문을 수호하는 내러티브로 출발하는 <쿠레나이>, 죽음의 메신저로서 망자와 부닥쳐야하는 숙명을 안은 채 이야기가 시작되는 <사후편지> 등의 작품들은 모두 여기에 속합니다. 이것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은 <스즈미야 하루히>겠지요. 이 작품들에서는 ‘이 인물이 빠지면’ 작품 진행이 불가능하며, 더불어 이 인물이 다른 성격의 캐릭터로 대체될 수도 없습니다. 근대소설이 ‘보편적 개인’을 이야기하면서 주인공의 자리에는 제가 들어갈 수도 있고 여러분들도 들어갈 수도 있다면, 경소설의 인물들은 ‘작품의 본질로서의 아바타화된 캐릭터 그 자체’를 그려냅니다. 이 캐릭터는 도통 대체가 불가능입니다. <늑대와 향신료>에서 로렌스 자리에는 다른 장돌뱅이 상인이 들어가더라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토리가 달라지겠죠. 하지만 호로 없이 이 작품은 성립이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늑대와 향신료> 외전이 로렌스 없이도 진행가능한 것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소설의 내적형식의 제1원리에는 아래의 명제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캐릭터가 가진 속성 자체가 세계에 던져지므로 인하여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명제는 연극의 제1명제이기도 합니다. 즉, 경소설은 근본적으로 ‘연극적 속성’을 필연적으로 안고 있는 ‘소설’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왜 경소설이 연극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연극성’(캐릭터)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 - 어찌보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 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과 역사적 사건들이 얽혀있으니까요. 이에 대한 이야기 역시 차후에 칼럼에서 따로 공간을 할애하여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렇게 캐릭터가 부각되는 대표적인 소설팬덤이 ‘경소설’쪽이라고 말한다면 딱히 반박할 이야깃거리를 찾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연극성’이 경소설의 필요조건일 수는 없지만, ‘연극성이 있는 소설’은 ‘라이트노블’의 충분조건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따라서 경소설의 문학적 깊이나 미적 구성도, 혹은 형식적 특성을 이야기하려 한다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다들 아시겠지만 작품의 캐릭터에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햄릿’이 없는 <연극 햄릿>을 상상할 수 없듯이, 퍽이 없는 <한여름밤의 꿈>을 상상도 할 수 없듯이, 히어로와 히로인이 없는 해당작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은 분명 ‘조형성이 있는 경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4. 경소설의 장르적 범위

   지금까지 경소설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성’이 경소설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지를 간접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캐릭터의 연극적 요소’는 모든 경소설에 드러나는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은 경소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중 하나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극적 캐릭터’에 포커스를 맞추어놓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범주의 다른 소설들 중에서도 ‘경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스펙트럼이 어마어마하게 넓어집니다. 이를테면 우리가 읽는 소설 중에 가장 캐릭터성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포함되어 있는 찰스 디킨즈의 소설들은 모두 ‘경소설’의 범위에 포합시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어린왕자>도 물론 경소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린왕자’ 자체가 모든 이야기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꼬마흡혈귀> 역시 마찬가지로 캐릭터가 내러티브 전체를 끌고 가는 ‘경소설’로 분류되버립니다. 우리시대를 풍미한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성과 내러티브를 뜯어보면 이 역시 ‘경소설’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감고도 떠오를수 있는 이 쓸쓸한 캐릭터가 없었다면


장미와의 다툼도, 어른들의 세계에서 떠날 수 있는 모험도,


사막에서 뱀과의 이상스런 대화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들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린왕자>는 세계고전문학에, 그리고 <꼬마흡혈귀>는 어린이문학에, <연금술사>는 현대문학에 들어가는 작품들이지만, 이런 ‘세계고전문학’이나 ‘어린이문학’같은 분류는 ‘미적 형식’에 의한 분류가 아니라 바로 ‘사회와 작품의 관계’에 기반한 장르구분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소설 팬덤의 독자들은 이런 류의 작품들 수용에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그 점에서 일본 문학과 경소설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가가 바로 나쓰메 소세키와 미야자와 겐지입니다. 이들은 ‘사회적 관계에 의한 문학작품의 팬덤’이 나눠지기 이전 상태에서도 경소설에 가까운 작법으로 두 씬 모두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적 형식을 뛰어넘어서 경소설이라는 장르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위의 문제들과 더불어 아직 풀지 못한 난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경소설’로 취급되면서도 캐릭터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소설입니다. <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이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내적 형식을 분석하면 ‘캐릭터 소설’보다는 ‘장르 로맨스’에 더 가까운 면모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히로인'의 엄청난 미모를 캐릭터에 투영하는데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강렬한 추격씬에서 두 남녀의 극적 대화를 엮으므로써,

로맨스만이 다가설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을 몇번씩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경소설이 가진 이 복잡한 성격을 풀기 위해서는 이 글의 첫 번째 명제로 돌아가, ‘형식으로서의 예술’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사회 안에서의 예술’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어느 비공사에 대한 추억>이 경소설 팬덤 안에서 수용이 가능한지, ‘캐릭터가 없는 경소설은 어떻게 독자와 반응하는지’ 등에 대해서, 이에 대한 이야기는 2부에서 자세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장르문학계의 대세는 라이트노벨(경소설)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대여점 시장은 나락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고, 일반장르 시장은 이미 죽은지 오래지요.
그렇다고 라이트노벨 시장이 잘나가냐면 그건 또 아니지만요.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뿐.
개인적으로 라이트노벨을 애호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현 장르계에서 이 곳보다 활발하게 신작이 나오고 판매부수가
나오는 데가 드뭅니다. 그리고 극단적인 대중지향 장르답게 대중(정확하게는 시장)이 원하는 재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장르문학계가 성장하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써 라이트노벨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며 위의 펌글로 라이트노벨
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저도 한국 경소설에 관해 적어볼 생각입니다. 다만 걱정인 것은 피지알의 고강한
덕력(?)을 지니신 분이 많은데 제가 번데기 주름 잡는 격이 되지 않나 싶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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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09 14:00
수정 아이콘
제 편견인데.....

흘낏흘낏 동생책 훑어본 느낌으론 그냥 덕후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
11/03/09 14:12
수정 아이콘
펌글이라면 원문 링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원저작자 허가는 받으신 거겠죠? 허가가 없는 경우에는 단순 링크만 달아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올빼미
11/03/09 14:19
수정 아이콘
한15년전쯤에 뉴스에서 한국판타지들은 쓰레기다라는 보도를했죠. 그리고 비슷하게 쓰레기취급받던 인터넷소설과
팬픽들도 있구요. 라노벨도 이제한오년정도된거 같으니 십년만기다려보죠. 어떤평가가나올지
11/03/09 14:20
수정 아이콘
문학적 특성이나,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일반인들에게 경소설에 대해 쉽게 설명하는 방법은 '쉽게 읽히는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 대부분의 라노베(라이트 노벨)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현실세계와는 다른 세계관을 갖는 것에 대해서 쉽게 적응하는 경우에 말이죠.(이걸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노베는 그냥 우리의 장르소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네 무협지나 판타지소설말이죠. 실제로 우리 판타지 소설 중 몇이 일본에 라노베의 껍질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제가 알고있는건 룬의아이들입니다. 더있을거구요.) 라노베의 강한 캐릭터성은 '일본의 국가적 특징'으로 생각한다면 쉽게 가능한 접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귀여니를 비롯한 그 쪽의 인터넷 소설들도 이 범주에 포함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문체상의 차이는 있지만.

라노베는 말그대로 가볍게 읽히는, 다르게 말하면 1~20대 위주의 소설입니다. 만화나 애니, 게임의 스토리가 글의 형식을 빌린거죠. 실제로 김전일은 소설로도 나왔는데, 추리소설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라노베에도 포함시킬 수 있다 생각하구요. 우리나라에서도 나는 사슴이다라는 순정만화가 소설판도 나왔었구요.

라노베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글로서의 방향성이라 생각합니다. 뭐, 비판할 사람들은 많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글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는 10대들에게 이런 글이라도 읽는게 어디냐 싶기는 합니다. 이런 글이라도 많이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은 언어능력이 차이가 나거든요. 학교에서 배우는 고전문학은, 현재 사용하는 언어와 너무 거리가 있구요.
모모리
11/03/09 14:23
수정 아이콘
별로 공감가지 않는 글이네요. 대체가 불가능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소설의 근간은 이야기인데 '스토리가 달라지겠죠.'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좀 이해가 안 갑니다. 주인공 바뀌어도 당연히 작품은 성립하죠. 이야기가 달라질 뿐이지.
Over The Horizon
11/03/09 14:24
수정 아이콘
대체로 동의하지 못할 의견들 투성이네요.

특히 마지막은 영...
다른 장르 소설들도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국내 환상, SF, 추리, 스릴러, 공포 등등 진짜 많이 성장했습니다. 예전에는 희망 조차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신인 작가들도 많아졌고, 책도 꾸준히 나오고 있죠.
무엇보다 질적인 부분에서 라이트 노벨과는 차원이 너무 다르기도 합니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이름이 붙는 한 피할 수 없는 문제죠.
기존의 장르 문학이 시대적 흐름 뿐만 아니라, 질적인 부분의 성장이 지금의 토대를 만들었는데 라이트 노벨도 그럴까는 의문이긴 합니다.
메밀국수밑힌자와사비
11/03/09 14:40
수정 아이콘
요즘 들어 대세라고 하기엔... '캐릭터' 위주의 시리즈물은 100년 전에도 있었죠. 굳이 저런 고전 명작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오히려. 본문에서 언급한 예시들은 적당한 사례가 아니죠. 인물 위주의 소설 전개와 혼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정 관습에 따라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것을 소비 - 혹은 착취 - 하면서 나아가는 요즈음의 상업주의 소설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상당수 추리소설 연재물이 저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면 그쪽 애호가분들은 '요즘 물건들처럼 수준이 떨어지지 않아!'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요).

다만 상업전략의 차이거나, 특정 문화계층 - 이것도 상업적으로 형성되었을거라 보지만 - 의 저변 확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늘상 하는 생각인데, 전 이런 문화를 소설 일반 이론으로 분석하는 것보다는 좀 더 폭넓은 접근방식을 동원해야 좀 더 명확한 상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서적으로 '동물화되는 포스트모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11/03/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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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이 싸다는 것엔 동의할 수가 없네요. 예전 5000원하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최근엔 7000원에 육박하는 가격입니다.
요즘 책내기 시작한 노블엔진이 6000원으로 내는거 외엔 다른 곳에선 전부 저 가격입니다. 대여점용 판타지/무협이 8000원 하는
것을 볼때 가격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저도 라이트노벨의 정체를 브랜드로서의 가치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소설이란 브랜드로 소설을 포장함으로써 쉽게 읽히고
대중적인 재미를 가졌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상표에요. 샤넬, 디올...이런 브랜드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꼭 제 생각만이 옳다고 보진 않습니다. 경소설에도 소설 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나, 사회 안에서의 부분(이것이 제
가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을 찾아볼 수 있지 않나 토론해봐야 되지 않을까요.
라이트노벨의 전문가들도 라이트노벨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이 이 장르입니다. 관련 사이트에서 얘기가 나오면
수많은 의견들이 갈라져 나옵니다. 과연 값싸고 휴대하기 좋은 만화형 소설인지, 아니면 나름대로의 형식이란게 과연 존재하는지는
좀 더 얘기해봐야 될꺼 같습니다. 위의 펌글도 아직 1편에 불과하구요.
11/03/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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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에 관심을 가지길 위해서 퍼오셨다면 이런 문학적 사유를 통한 거시적인 고찰글(어휴 내가 써놓고도 무슨 소리야)보단
인기있는 라노베 한둘을 잡아 특징을 소개하는 편이 나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글 자체는 아직 종잡을 수 없군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도 있고 이건 아닌데 하고 물어보고 싶은 부분도 적잖게 있고.
차후 연재되는 글을 다 보고 평을 내려면 내야겠죠. 특히나 3,4번 문단쪽은 결론을 아예 유보해버려서 (...)
미드나잇
11/03/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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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왔는데 뭘 말하고 싶은지 확실히 읽히지 않네요.
 
-소설
「뒤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나는 놀라서 뒤돌아 보았다」
-라이트노벨
「배후에서 강렬한 폭발음이 났으므로 나는 또 귀찮게 되었군, 이라던가, 도대체 녀석들은
밥 먹을 틈조차 주지않는단 말이야, 따위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뒤를 돌아보기로 했던 것이다」
-한국 양산형 판타지 소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뒤돌아보니
 슈르르르르르르르륵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차라리 이 글이 확실히 라노베가 뭔지 느낌이 오는 것 같습니다. 크크
라노베에 대한 제 기억은 그다지 좋지는 않네요. 예전에 일반적인 유저의 느낌으로 책방에서 라노베가 궁금해서 다가섰을 때 일본의 느낌이 아주 많이 났다는 것만 생각납니다. 메인을 차지하고 있는 여자주인공 그림체도 확실히 일본에서 따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고... 보통 만화쪽을 덕후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다가서기 껄끄러운 느낌도 없지않아 있었구요 라이트노벨이 정말로 이름처럼 가벼운 소설이 되고 싶다면 그 일색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뭐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내용도 그림도 우리나라 소설가들과 만화가들이 쓰고 그린 작품인데 반드시 문체나 그림체를 일본풍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되어서... 그래서인지 더더욱 덕(...)들이 읽는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정말 우연히 알게된 분입니다만 시드노벨의 오트슨님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쪽계에선 유명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전 오히려 그분이 쓰셨다는 미스터리 일반소설이 더 좋았었습니다. 원래 일본의 만화들을 소설로 옮겨놓은 것을 느끼려고 보는거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라노베는 저하고는 뭔가 여러모로 안 맞는 듯...
Ms. Anscombe
11/03/09 16:07
수정 아이콘
아동 학습지 얘기인줄 알았는데..
11/03/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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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흥미로운 글이군요.
라이트노벨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면서 라이트노벨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자화상을 알아보는 것도 의미있을 거 같습니다.
몽키.D.루피
11/03/09 16:23
수정 아이콘
라이트노블은 본 적이 없고 라이트노블 원작의 애니만 본적이 있지만 라이트 노블 뿐만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서브컬쳐라 불리는 것들의 전반적인 경향이 이 글에 잘 들어난 거 같네요.
예전에 애니메이션 역사에 대한 ppt를 준비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역사의 시작이 뭔지 아십니까? 무려 스페인 동굴벽화더군요. 그 동굴벽화에 소 다리가 여덟게 그려져 있었다나 뭐라나... 움직이는 동물을 그리기 위해 그렇게 표현을 했다고 해서 그게 애니메이션의 시작이라나 뭐라나...
그 스페인의 동굴벽화는 그렇게 치면 모든 예술, 철학, 종교의 시발점이 되는 겁니다. 크크.. 그런 식으로 역사를 길게 가져간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에 유익한 점이 뭐가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디자인사를 보면(제가 디자인전공이라) 온갖 철학 미학 예술 건축의 역사가 다 등장합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디자인이 시작된건 불과 백여년도 안됐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시점에 애니메이션의 힘과 디자인의 위력을 무시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그런 식으로 자기 영역을 포장하지 않아도 인정받을 날이 옵니다.
라이트노블 또한 하나의 소설 영역으로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수사학과 단테의 신곡이 등장하고 디킨스의 소설조차 라이트노블일 수 있다고 결론짓는건 좀 오버입니다. 비주류 장르가 주류로 인정받기 위해 흔히 저지르는 실수죠.
레몬커피
11/03/09 18:06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 좋아하고 흥미있는 라이트노벨들은 사서 보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라이트노벨을 읽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발상의 특이함입니다. 가령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같은 라노벨은 여러모로 까이기는 하지만 발상 자체가 워낙 특이
하고 작품 내적으로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인기있고 애니화까지 되었습
니다. 물론 이 발상의 특이함도 넓게 보면 그냥 일상과 비일상의 교차라는 흔해빠진
패턴을 대부분 이용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제 덕력 때문에 말 그대로 그림+캐릭터 에
끌려서 보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솔직히 이 글은 오버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라노벨을 좋아하거나
읽는 거야 그렇다치고 솔직히 이걸 문학의 범주에 집어넣으려고 하면 너무 수준이
떨어집니다. 좀 심한 말로 한국형 양산형 판소, 무협지, 귀여니 글같이 '소설'이라고
이름붙이기도 민망해요. 캐릭터 중심이라고 하면서 어린왕자 같은 작품을 끌어들인
것도 어불성설이고, 라이트노벨을 '경소설'이라고 부르는 건 생전 처음 봅니다.

라노벨은 결국 기존 만화+애니를 보던 일본 계층을 끌어들일 작화와 캐릭터성으로
시작한 겁니다. 정말 가끔은 '어?이건 잘 썼고 흥미있는 글이네'라고 생각할 만한
글이 일본에서 라노벨 이름 달고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작가의 필력과
소설로써의 수준은 낮지만 작화랑 캐릭터로 먹고사는 수준입니다. 본문에서 캐릭터
중심이라고 한 점은 공감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린왕자나 연금술사를 끌어들이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구요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사이트 다니면서 이런 부류의 논쟁도 자주 벌어지곤 합니다.
라노벨의 수준, 라노벨이 소설인가, 등등.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라노벨을
소설로 규정하거나 거기에 집어넣으려는 시도조차 부질없다고 봅니다. '학생회의
일존'같이 아예 딴거 무시하고 작화 캐릭터 뽕빨로 밀고나가겠다 식의 라노벨도
굉장히 많은데 이런건 귀여니, 은반지의 글에 비해 더 나은 점이 있나 싶습니다;;
라노벨이 대세라는것도 공감이 전혀 안가구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라노벨은 애니, 만화쪽에 관심있는 사람들 말고는 안 읽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가 있더군요. 우리가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폴라리스 랩소디'같은
소설들은 훌륭한 글로 생각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판타지, 무협쪽에 너무 수준이
하의 글들이 범람합니다. 이처럼 제가 보기에는 이건 잘 쓴 글인데 그냥 '라노벨'
이라는 딱지를 달고 나왔다 싶은 글들이 가끔 있더군요. 하지만 이건 정말 극소수
입니다. 결국 현재로써 라노벨을 어떻게 여기에 포함시키거나 해보려는 건 무리라
고 봅니다.
스폰지밥
11/03/09 20:12
수정 아이콘
제가 몇 번을 본 라노벨의 느낌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가볍게 소설로 옮겨놓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수가 덕후들을 위한 모에코드에 여성 캐릭터들의 성격을 부각시켜서 하렘물 분위기를 풍긴다거나.. 그야말로 선호하는 사람만 선호하는, 일본 애니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읽는 장르 같았습니다. 일본 애니라고 전부 덕후취향의 모에물만 있는 것도 아니고, 라노벨이라고 해서 전부 그런 패턴의 소설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아무래도 제가 훓어본 라노벨 몇작품의 느낌은 그랬구요. 그래도 가볍게나마 진지하게, 성인이 즐길 수 있는 라노벨이라면 읽어보고는 싶습니다. 잘 찾아보면 몇 개 있을 것 같은데..
제 현재 생각으로는 라노벨 다수는 그냥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작이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습니다. 요즘 라노벨 작품들이 자주 애니메이션화 되니까요.
루크레티아
11/03/10 00:59
수정 아이콘
글은 내용이 좀 종잡을 수 없고 유보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서 뭐라고 하긴 좀 그렇군요.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협지, 판타지 소설은 전부 다 쓰레기, 자원낭비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주절거렸습니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그 때로 돌아가 제 입을 꿰매버리고 싶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소설은 어떠한 주제, 형식으로든 그 자체로 소설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라이트 노벨과 같은 상하의 구분을 둔 분류를 나눌 필요가 없이 말이죠. 가벼운 주제로 쓰던지, 그 형식과 내용이 가볍던지간에 그 양식은 하나의 소설입니다.

애초에 소설은 분량을 기준으로 단편, 중편, 장편으로만 나눌 일이지, 주제의 경중이나 이야기 전개의 양식 등으로 구분짓고 상하를 나누는 것은 오히려 소설을 평가하는 사람 스스로의 좁은 울타리에 갇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필력 좋은 레전드 작가들이 써도 그것은 소설이고, 소설의 정의를 처음 배운 초등학생이 써도 소설은 소설이니까요.
안철희
11/03/11 19:00
수정 아이콘
그냥 킬링타임 하는거죠 스타vod보는거랑 똑같은 맥락입니다
어떠한 생산적 가치는 없지만 일회성 자위용으로는 괜찮다는거죠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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