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게에 쓸까도 고민하다가 여기 남기기로 합니다. 가볍게 읽어 주시길.
덕력을 자랑하시는 분이라면 일찌감치 '정체'를 알 수 있으리라 예상 합니다.
그녀가 출연한 라디오 방송을 우연히 듣게된 것은 대략 1년 전 어느 밤이었습니다. '아이돌 메인보컬 특집'
정도의 간판을 걸고 세 팀에서 한 명씩 차출된 게스트진의 일원이었는데, 라디오에 다수의 팀이 묶여
출연할 때는 그만큼 '급'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그 날은 그나마 앰블랙의 지오인가가 에이스인듯 싶었고
유키스의 누군가가 같이 나왔습니다. (두 팀 다 그 때는 지금만 못했죠.)
그 날 그녀의 이름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때까지는 팀 이름과 데뷔곡, 그리고 에이스 1명의 이름 정도가
고작이었죠. 당시 저는 소녀시대나 카라 멤버들 이름을 다 알았습니다. 이게 특별히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관심이 없는 부류는 아니란 얘기죠. 그런데 뭐 그 팀은 좀 호감은 갔지만 무관심에 가까웠고
데뷔곡과 후속곡이 뜨지 못했고 또 머릿수가 좀 많기도 했습니다.
소개를 들으며 이렇게까지 생각했습니다. '메인보컬? 저 팀에도 그런게 있었던가.'
아니, 있대도 저렇게 방송 혼자 나와 괜찮을까.
돌이켜보니 그 날은 그 정도의 호기심으로 주파수를 바꾸지 않을 정도로 심심했던 모양 입니다.
아이돌 팀의 메인 보컬에 대한 고정 관념 하나, 외모가 떨어진다. (언젠가 슈퍼주니어 중 한 명이
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죠. "우리 팀의 신동 형이 처음 공개 됐을 때 사람들이 그랬어요.
"저 친구는 노래 실력이 대체 얼마나 뛰어나길래..."")
무대를 꾸리려면 나름 어려운 파트를 안정적으로 맡아줄 누군가가 한 명은 필요하다보니 다른 조건을 덜 따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제는 워낙 아이돌 지망생이 많다보니 이것도 좀 옛날 얘기가 됐죠. 소녀시대 태연을
비롯해 예외가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그날 라디오로 처음 접한 그녀는 그야말로 고풍적인 '메인 보컬' 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원래 '아이돌 음악'을 잘 몰랐다. 재즈인지 블루스인지를 좋아했고 판소리를 배운 적이 있으며
가수가 되더라도 솔로로 데뷔할 줄 알았다. 이제보니 좀 건방져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로는 알기 힘든
분위기는 정 반대였습니다. 연이은 질문에 소심한듯 조근조근 대답하던 그녀의 목소리는 흔하게 꾸민듯이 밝은
하이톤 과는 거리가 먼, 꽤 허스키하고 굵은 느낌이었습니다. 전화 통화로 약속을 정한 소개팅 상대의 외모를
그려볼 때에 목소리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는데, 그녀는 귀염상큼발랄한 걸그룹 멤버와는 동떨어진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미인도 귀염상도 아니고 내성적인 예능과는 거리가 먼, 이런 희귀한 기회가 아니라면
다시는 혼자 방송에 나올 기회가 없는.
그뿐만이 아니었죠. 타그룹 멤버가 되고 싶다면 이었는지 영입하고 싶은 타그룹 멤버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질문에 자기보다 3살은 어린 여자아이에 '선배님' 호칭을 붙여가며 '내가 막내인데 나이가 많고 애교도
없어서 언니들한테 미안하다.'는 얘기를 할 때는 뭔가 울컥하는 기분도 좀 들었습니다. 그래봐야 스무 살도
안됐는데. 그 아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노래도 잘하던데.
2시간 방송 중 게스트가 나오는 1시간, 라이브를 3곡을 하는게 보통의 라디오 방송이죠. 그녀는 셋 중 하나
였으므로 1곡을 불렀습니다. 무슨 팝송을 불렀는데, 무슨 소름끼치는 순간 까지는 아니었지만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력에다 특유의 허스키한 톤에 풍부한 성량,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 아이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구나. 온통 아이돌판이 아니라면 가요 시장이 건전한 다양성을 가졌더라면-
저 아이는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할까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 사실은 좋아하지도 않는
때때로 억지로 해야하는 진짜 하고 싶은걸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종종 서러워할까.
돌이켜보니 그 날은 그렇게 감정이입을 할 정도로 감상적이었던 모양 입니다.
그 후로 몇 달이 흘렀습니다. 그녀의 팀은 저조한 데뷔 이후로 꽤 오랜 공백기를 가져 방송에서 볼 수 없었죠.
이제보니 검색이라도 해봄직 했을텐데 그냥 그러고 말았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죠. 그러다 드디어
신곡이 나오고 자연히 예능을 전전하고- 드디어 그녀의 '실물'을 처음 보았습니다. 그녀는 바로-
https://pgr21.co.kr/zboard4/zboard.php?id=humor&no=86883
이 분이었습니다. 패닉. 안어울리는 옷은 무슨 애교가 없기는 개뿔.
저는 그렇게 뿌잉 조현영 선생께 완전히 낚였었었드랬습니다.
ps. 그 '선배님'은 카라의 강지영 양이었습니다.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었었던 것 같은데, 당시의 라이브 영상이 나중에 돌아다니더군요.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29082917&q=if+i+were+a+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