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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2/16 04:15:36
Name andante_
Subject [일반] 설치류(쥐과) 동물들 좋아하시나요?


설치류 동물이라 함은 아시다시피 생쥐, 집쥐, 햄스터, 두더지, 다람쥐 등 쥐과 동물(Rodentia)들을 말합니다.


간혹 토끼나 기니피그도 설치류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토끼(Leporidae)와 기니피그(Porcellus)는 다른 포유동물과입니다.

제가 전공이 반려동물쪽이지만 설치류도 엄밀히 말하자면 반려동물이기 때문에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보통 쥐과 동물을 생각하면 시궁쥐나 들쥐를 생각하게 되고, 자연히 환영받지 못하는 동물들입니다. 아무래도 개나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들을 가까이 접해본 학생으로서 이들은 굉장한 생명력과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쥐(mouse)는 집쥐(rat)보다 더 작은 설치류 동물인데 수컷의 부성애가 특징입니다. 보통 생쥐를 실험용으로 번식시킬 때 생쥐는 굉장히 좋은 아버지가 되어 많은 수의 가족도 수월하게 이끌어갑니다. 또한 이들은 사회적이기 때문에 서열체제가 갖춰져 있고, 바꿔 말하자면 때로는 굉장히 공격적입니다. 이들을 다룰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집쥐보다 크기는 작지만 예민한 성격 탓에 잘못 다루면 손가락을 물리기 쉽상이죠. 크기도 작기 때문에 서툴게 주사를 놓는 과정에서 질식사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집쥐는 생쥐보다 크기는 크지만 더 순하고 지능적이며 민감합니다. 일반적으로 집쥐라 함은 시궁쥐를 일컫는데 사실 집쥐는 의외로 깨끗하고 세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시궁창에 서식하는 이유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지, 시궁창이 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주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룰 때에도 다루는 사람의 심장박동 소리나 근육의 움직임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쥐를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굉장히 불편해 합니다. 다루는 사람이 긴장하게 되면, 쥐 또한 극도로 긴장상태에 들어가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구요.

쥐과 동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는 번식력이 있습니다. 임신기간은 3주밖에 안되는데 되는데, 한번에 8-10마리씩 낳습니다. 쥐과 동물은 다발정성(polyestrus) 동물들 중에서도 순환기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새끼를 낳은 직후에 바로 교미를 할 수 있고, 임신기간 중에도 교미가 가능합니다. 성숙기도 길어야 6주에서 8주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많은 수의 새끼를 번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수치상으로 일부일처로 한쌍의 쥐가 1년동안 교미해서 낳을 수 있는 새끼가 약 15000마리 정도 되니까 엄청나죠.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일부다처이기 때문에, 한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과 교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실험용 목적으로 길러지는 쥐가 아니라면 1년에 몇백만마리까지 번식할 수 있습니다. 예외로, 저빌쥐(Gerbil)는 일부일처인데 이들은 신기하게도 한번 교미한 상대가 아니면 교미를 하지 않고, 암컷의 경우 드문 경우로 임신 중에 수컷이 죽는 경우 낙태를 할 때도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설치류의 사랑입니까.

모든 설치류가 그렇지는 않지만, 생쥐와 햄스터의 경우 많은 이유로 동족상잔을 합니다. 초산한 암컷이 새끼를 물어죽이기도 하고, 새끼가 건강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보금자리가 좋지 않아도 암컷이 새끼를 죽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실험용 햄스터를 번식시킬 때 위험이 따르기도 합니다. 쥐과 동물들은 스트레스에 엄청나게 민감한데, 온도, 습도, 광주기, 소리 등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병에 걸리거나 동족을 죽이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실험용 쥐과 동물들을 다룰 때는 굉장히 세심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사실 학교에서 이런 실험용 동물들을 관리하는 시설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라, 집쥐를 한번 키워볼까 생각했었는데 세심하게 관리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간혹 실험용 동물, 특히 실험용 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실험용 쥐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험용 동물에 대한 규제는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에 필요한만큼의 동물의 수만 번식할 수 있게 관리하고, 과학이나 의학, 생명공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최대한 오래동안 건강한 상태를 유지시키면서 많은 것들을 알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실험용 동물 수업을 들으면서 실험계획안을 과제로 썼던 적이 있는데 목적, 과정, 실험 후의 동물의 관리, 안락사 방식, 마취제, 마취제의 양, 수술과정, 수술 후의 관리까지 작은 부분들까지 자세하게 계획하도록 규제하지 않으면 계획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습니다.

오늘날 쥐과 동물들은 실험용 동물의 95% 를 차지하지만, 연간 사망률은 전체 동물의 사망률의 불과 0.66% 로 차에 치여죽거나, 사냥당해서 죽는 동물의 수보다 적습니다. 오히려 개나 고양이가 버림받거나 혹은 학대를 당해서 안락사를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수보다 조금 더 높을 뿐입니다. 사실 이 수치는 식용으로 쓰이는 가축동물의 사망률이 거의 90% 이기 때문에 비교하기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실험용 동물들을 얼마나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관리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제 꿈은 원래 동물 수용소에서 버림받는 애완동물들을 고쳐주고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일하는 것을 꿈꿔왔는데 실험동물 쪽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미국에서 실험용 동물을 관리하는 일을 하려면 경험이나 자격증 등 투자해야하는 시간이 꽤 길어서 (길게 잡아서 3년 정도 되더군요) 아직 고민 중에 있습니다.


설치류 동물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고자 한번 끄적여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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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16 07: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조카녀석들이 작년부터 햄스터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정말 번식력이 남다르더군요.
조카들이 놀러 갈 때마다 이번엔 햄스터 새끼 몇 마리 낳았는지 맞춰보라고 한답니다.
coverdale
11/02/16 07:21
수정 아이콘
쥐가 뭔 죄겠습니까?
레몬카라멜
11/02/16 07:44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쥐나 햄스터 등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정작 알고 있는 건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 참에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설치류 동물들에게 접근해 볼 수 있도록 해봐야 겠습니다~
Nautilus
11/02/16 07:46
수정 아이콘
기니피그도 포유강 쥐목 이라고 위키페디아에 나오는데요.
http://ko.wikipedia.org/wiki/%EA%B8%B0%EB%8B%88%ED%94%BC%EA%B7%B8
아기돼지
11/02/16 07:56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설치류에게 죄를 많이 지어서 고맙게 생각하고는 있습니다만, 질병 운반체의 기능을 하는 그들을 좋아할 수는 없네요.

실험동물에대한 시설 및 인원에 대한 대우가 몇년전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험동물 전문 관리직이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가 아닌가 합니다.

p.s. 직접 실험도 하시나요? 관리하시면서 랫의 이빨을 한번 까서 보세요. 무섭습니다. 물리면 손가락 뜯길거 같아요. 유 유
BoSs_YiRuMa
11/02/16 08:10
수정 아이콘
반려동물로서의 애완쥐는 귀여울지 몰라도 시장에 돌아다니는 왕쥐들은 좋아할래야 좋아할수가..
인천N석
11/02/16 09:22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 키우던 햄스터가 새끼 낳고 죽이는걸 보고 아버지께서 없애버리셨죠.
그 때문에 저도 싫어진;;; 잔인해요 [m]
홍승식
11/02/16 10:21
수정 아이콘
지난 가을부터 회사에서 햄스터를 키웠었는데, 이번 한파에 그만 동사해 버렸습니다.
한녀석만 길러서 서로 체온으로 보듬지 못해서인지 가능한 따뜻하게 해주었음에도 이번 기록적인 한파를 견디지 못하더군요.
차라리 주말에는 집으로 데려갈 걸 그랬나 봅니다.
루크레티아
11/02/16 12:16
수정 아이콘
전 병원 운반체는 차처하고 그냥 생긴 모습들이 귀여워서 좋더군요.
시장의 시컴시컴한 쥐들도 요모조모 뜯어보면 그냥 애완쥐들이랑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등빨 좀 있고 더러워서 그렇죠...;;
11/02/16 14:36
수정 아이콘
집에 쥐들어 온 경험 있으십니까? 정말 미칩니다. 엄청 무섭구요.
밤에 다다닥 뛰어다니는 소리들리고, 뭘 까먹는지 사각사각, 자고 일어나면 음식에 쥐가 뜯어먹은 자국 보면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였습니다.
자고 일어나서 소변보려고 변기 뚜껑을 열었는데 쥐새끼가 죽어서 둥둥 떠있고, 쥐 찐득이에 쥐덫에 도배를 해놔도 찐득이에 붙으면 자기 털다 뽑힐때까지 발광하다 도망가고, 잡아도 처리하는것도 짜증나고..
쥐구멍을 못찾아서 잡아도 잡아도 계속 새로운 놈이 들어오고 정말 미칠노릇이였습니다. 지금은 쥐구멍 막아서 해방되긴했는데,
이제는 햄스터만 봐도 때려 죽이고 싶더군요.
11/02/16 14:52
수정 아이콘
약효평가하는 직업상 수많은 쥐들과 함께하는데 mouse나 rat은 성격이 착한편입니다.
제가 다뤄본 실험동물 중 젤 사나운 놈들은 햄스터-_-;; 햄토리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얼마나 승질 드러운데...
기니아피그는 젤 온순하긴 한데 밥 없으믄 소리를 빽빽 질러요.. 정말 착해서 물지도 않지만요.
PatternBlack
11/02/16 18:32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지금은 보이시지 않는 판님의 향기도 약간 나구요 흐흐. andante_님도 흥미롭게 글을 쓰시는데 재주가 있으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동물에 관한 글 종종 부탁드립니다.
11/02/16 20:11
수정 아이콘
흥미롭네요, 상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 역시도 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는데..
솔직히 실험용으로 쓰이는 쥐들을 생각하니, 왠지 숙연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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