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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1/27 18:51:05
Name Dornfelder
Subject [일반] 의사국사고시 문제유출과 관련하여, 여러분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반인들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문제라서 혹시 그 기사를 보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는데, 작년부터 새로 도입된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문제가 유출되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은 응시자가 도저히 한 번에 응시할 수가 없기 때문에 9월에서 12월에 걸쳐 하루에 50명 이하의 응시자가 응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시험이 문제은행 방식이라서 백여가지 문제 중에서 한 번 12개를 뽑아서 시험을 보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시험 문항은 공개되지 않고, 채점 기준 또한 공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시험을 주관하는 국시원에서는 매번 시험을 볼 때마다 응시자에게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시험에 응시하게 합니다.  이상은 객관적인 사실이고 이 다음부터는 제 의견입니다.

사실 문제은행 방식으로 진행되고 문제수도 얼마 안 되지만 유출되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왜냐면 이 시험은 답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시험이 아니라 답에 접근하는 방식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몸으로 하는 술기가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항목에서 문제를 낼지는 이미 시험을 보기 전에 공지가 되어 있습니다. 유출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 뼈대에 살을 좀 더 붙인 정도입니다. 어찌 되었건 어떻게 나오는지를 알고 들어가면 좀 더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단적으로 작년과 올해 합격자 분포를 볼 때 초반인 9월에 시험을 본 사람이나 12월에 시험을 본 사람이나 합격률의 차이는 없었다는 것이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 유출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의과대학 4학년 모임에서 홈페이지를 하나 만들었고, 그 홈페이지에 자신이 보고 온 문항과 문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놓는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방법을 택하였을까요?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정성을 위해서입니다. 만약에 이렇게 반(半)공식적인 루트가 없으면 이전에 출제되었던 내용은 인맥을 통하여서 음성적으로 다음에 시험볼 사람에게 전해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인맥이 부족한 학생들은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실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복원의 덕을 보았습니다. 직접적으로 그 사이트의 내용을 보지 않은 학생도 제법 있지만, 그 학생도 그 사이트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다른 정리된 내용을 보거나, 아니면 간접적으로 전해듣기는 하였습니다.

미국과 같은 경우에도 의사국가고시에 실기시험이 있는데, 거기서는 우리나라와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1년 중 상시 시험장을 운영하여, 자신이 적절히 준비가 되었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알아서 시험장에 방문하여 시험을 보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것은 국시원에 건의하였으나 그것은 시설과 재정적인 문제로 거절당하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칙은 원칙이니 자신이 먼저 시험을 보더라도 시험 본 내용을 전수해 주지 않고, 원칙대로 이전부터 전수되어 온 내용은 아예 보지도 듣지도 않은채 시험을 볼겁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그런 식으로 응시할 사람은 거의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시험에 응시한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험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봅니다.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실기시험을 볼 경우 이런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을텐데, 아직 시설도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실기 시험을 시작하였고, 그 문제와 채점 기준조차도 공개하지 않는 시험 제도의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이런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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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27 18:56
수정 아이콘
의사 시험을 볼 일이 없는 사람이라 본문 내용에 대해서 일단 완전한 이해가 어렵습니다. 고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한 답은 쉽게 내리지 못하겠네요.
다만 공공한한 부정에 대해서 당사자의 책임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적절하게 고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m]
올빼미
11/01/27 18:57
수정 아이콘
저러면서 유출안되길바라는건....무리수죠.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 유독한 의과대학만이 합격률이 너무하다싶을정도로 낮던데 그 이유가뭘까요?
서주현
11/01/27 18:58
수정 아이콘
어제 뉴스에서도 나오더군요. Dornfelder님 말씀을 듣고 보니 시험 제도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의과대학 4학년 모임에서 만든 홈페이지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웹사이트인지, 아니면 그 대학교 의예과 재학생만 열람할 수 있는 것인지 알고 싶네요. 전자라면, 인맥이 없는 학생들이 역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지만, 후자라면
그 혜택을 보는 범위는 그 대학교 의예과 재학생들로 제한되고, 따라서 그런 논리는 받아들여지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찌 됬건 금지서약서까지 써 놓고 그런 행위를 한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도 자체가 헛점이 큰 만큼 개정이 시급하겠네요. 분리시행되고, 기출문제를 공개할 수 없는 성격의 시험이라면 당연히 문제유출소지를 원천봉쇄함이 옳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더더욱 지금과 같은 제도를 고집할 명분이 없어 보입니다.
11/01/27 19:00
수정 아이콘
서주현님/ 본과 4학년이라면 회원가입 후 누구나 열람가능합니다 (학교에 상관없이)

근데 원래 다른 국가에서 보는 고시들도
시험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정답도 공개하지 않고 최종점수만 나오나요?
불멸의이순규
11/01/27 19:01
수정 아이콘
TOEFL과 같네요. 토플도 문제은행에서 출제하며 시험전에 서약 비슷한걸 하는걸로 압니다..
IBT이후에 후기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는데, CBT까지만 해도 장난 아니었죠..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상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봐도 무방하겠죠)
저러고 문제 유출이 안되길 바란다는건 정말 힘든거 같습니다.

시험보고 와서 친구들이 물으면 안답해줄수가 없죠. 서너다리 건너면 다들 아는 사이기도 하고..
몽키매직
11/01/27 19:12
수정 아이콘
USMLE(미국 의사 자격 시험)는 문제 공개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만 문제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한 문제(답이 여러개거나 답이 없는 경우, 의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해서 특정한 답을 선택할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 항의해도 귀닫고 수험생의 말을 무시하는 곳이 국시원입니다. 공정성을 위해서 반드시 문제와 답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주현님// 현재 의학 관련 수험생을 위한 사이트는 모든 수험생에게 열려 있습니다.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예과, 본과 저학년, 수련의, 전문의도 자유롭게 가입합니다.
11/01/27 21:09
수정 아이콘
잘못된 제도가 낳은 폐해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원칙을 어긴 수험생의 잘못으로 봐야할지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의사국가고기 실기시험은 이제 2회 가량 치뤄진 시험이기 때문에
아직 SP(표준화 환자)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작년까진 30~40개 가량의 모듈으로 3천명 가까운 수험생이 시험을 치뤘지만
앞으로 몇년 더 지나면 다양한 모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런 식의 복원은 큰 소용이 없게 되겠지요.
내심 이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짐작을 합니다.
Dornfelder
11/01/28 01:23
수정 아이콘
지금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이에 대한 경찰 수사로 인해 문제복원이 힘들어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복원은 아무리 막아도 반드시 어루어질 것이고, 경찰 수사가 이루어져서 의대생들끼리 공용되는 사이트가 폐쇄되면 더 음성적으로 이루어 질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서울대, 연대, 고대 등 학생 수가 많은 학교일수록 더 복원이 잘 이루어져서 더 유리하게 될 것이고, 그 안에서도 학생수가 많은 동아리 등 인맥에 따라 정보의 양이 결정되고 점수를 따는 데 있어서도 유리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인맥에 따른 정보의 불균형이 일어나는 것이죠. 의대생들의 문제 복원을 막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더 공정성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공정성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겁니다.
낭만토스
11/01/28 02:05
수정 아이콘
전 보면서 어짜피 사람이 관여했는데 유출이 안될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제도적으로 허술하면 그 허점이 크기에 심각하겠지만
사람이 결국 문제를 내는 이상 걸리지 않게 누군가는 문제를 알고 시험을 치겠죠.

솔직히 수능문제도 뭐 한달동안 호텔같은데서 감금되어 생활한다고 하는데
빼돌리는거까진 무리더라도 지인에게 문제 뭐 나온다고 알려줄수는 있을 것 같네요
11/01/28 03:42
수정 아이콘
제도상의 문제라고밖에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이 유출이 결과적으로 공공선에 어느정도 기여했기도 했으니까요. - 음성적인 루트를 차단했다는 것 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제도를 뜯어 고치던가, 아니면 현행대로 놔두어야 할 것입니다.
캡틴 토마토
11/01/28 08:17
수정 아이콘
의사국사고시 문제가 유출되었다는 기사를 들었을때
당연히 스카이닥터를 떠올렸는데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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