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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1/20 12:40:32
Name
수선화
Subject
[일반] 보통날
제가 어제 겪은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멀지도 않은 직장인데 항상 자가용으로 출근을 하는데 전날 늦게 일을 마치고 와서 그런 지 지하주차장이 정말 주차 할 곳
없이 빼곡히 차 있어서 별 수 없이 지상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아침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더군요...
그래도 어떻게든 시동을 걸어보려고 요령 피우기를 10분넘게 하다보니 이러다가 계속 시동 안 걸리면 지각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서 포기하고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 하기로 했습니다.(제가 일산에 살아서 아담한 사이즈의 마을버스가 참 많습니다.)
그렇게 마을버스를 탔는데 출근시간대라 그런 지 이미 앉을자리는 없어서 서서 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정거장에서 연세가 70은 족히 돼 보이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타셨습니다.
그러자 기사님 바로 뒤(버스에서 제일 앞쪽에 위치한 좌석)에 자리에 앉으신 50은 돼 보이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그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고마워요~'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자리에 앉으셨고 양보하신 아주머니가 일어서서 가자 그 양보한 자리 바로 뒤에 앉으신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한 분이 그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시는 거였습니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더군요.그러자 그 자리 뒤에 앉은 20대초반의 남자분이 바로 전에 양보한 남자분에게 "저 금방 내리 거든요.여기 앉
으세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뭐랄까.....기분이 좋았습니다.헌데 여기서 엄청난 반전이 있습니다.제가 이렇게 PGR에서는 유독 클릭을 잘 못하는 Write버튼을 누른 것도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으로 자리를 양보한 바로 뒷자리에 5~6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남자아이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자리 옆에는 어머니인 듯한 여자분이 서 있었고요.근데 분위기가 그러자 그 아이 어머니분에게서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습니다.
근데 어머니의 얼굴을 보던 꼬마아이가 말을 합니다.어제 일이기는 하지만 그 아이의말...똑똑히 기억합니다.
"엄마~서서가니까 힘들어?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어.엄마 서서가는 게 힘드니까 엄마가 이 자리에 앉고 나는 엄마 무릎 위에 앉은면 되.그러
면 엄마도 서있지 않아도 되고 나도 엄마 무릎 위에 앉아서 가니까 정말 좋고~"
그 아이의 말이 끝나자 버스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다 웃더군요...물론 저도 잘하면 지각을 하겠네라는 근심은 잠시 접어두고 웃었습니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리고는 출근 할 생각은 않고 당장 여친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빠가 왠일이야?이렇게 아침부터 연락을 다 주시고?뭔 일있어?"
"뭔 일은 무슨.....야~나 아들,딸 상관 없으니 아이 하나만 낳아주라~"
"참 나~ 내가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 좀 보라고 했잔아....지금 프로포즈 하는 거야?아무리 로맨틱하고 담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니야?"
"그런가?미안해~내가 잠시 정신줄 놓았나보다.아직 출근 안 했는데 지각하겠다."
아마 어제 차 시동이 잘 걸려서 자가용을 타고 보통날처럼 출근을 했더라면 절대로 어제 그 상황을 보지 못했겠지요.
가끔은 차 시동이 안 걸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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