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이야기
대학 다닐 때 체육대회에 있었던 일입니다. 과 내에 손이 매섭기로 소문난 저에게 이상한 별명이 붙은 계기가 된 일이 있었는데, 그 시작은 이랬습니다.
열심히 응원단장 역할을 수행하던 동기는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동기는 열심히 응원을 했고,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응원단에 끼어서 저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응원을 하던 중 응원단장이었던 동기가 너무 힘들어 하길래 시원한 음료수를 가지고 그의 옆으로 다가가 한 마디 했습니다.
“고생 많다! 이거 시원하게 한 잔 마셔”
동기는 너무 고마워하며 음료수를 들이키는 데 제가 그만 거기서 너무 고생하는 동기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려고 그의 등짝을 ‘짝’ 하고 때렸습니다.
“힘내라!!”
순간 동기의 얼굴에 땀은 배가 되어 줄줄 흐르더니 ‘윽’ 이라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앞으로 쓰러지려고 했습니다. 저는 무슨 남자애가 이리도 약하냐고 하면서 연신 웃으며 그의 등을 또 때리려고 하는데, 땀에 흠뻑 젖은 하얀 반팔티에 비친 동기의 등짝에 선명하게 붉은 저의 손바닥 자국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과 내에 손이 매섭다고 소문난 터라 저도 모르게 또 때리려던 손을 내려놓고 동기를 부추기며 말했습니다.
“oo야 많이 아프니? 너 정말 아픈거야?”
“윽,,,,,,,,,윽윽,,,,,,,,,,”
땀에 젖은 티가 살에 바짝 붙어 있는 상황에 제 매서운 손바닥이 그의 등에 선명한 자국을 남기게 된 것입니다. 동기는 굉장히 쓰라린 표정을 지으며 계속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결국 동기는 쓰라린 아픔을 참지 못하고 어디론가 도망갔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동기가 간 곳은 화장실이었습니다. (당연히 남자 화장실이겠죠)
저는 동기가 너무 걱정 돼, 그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아무래도 남자 화장실이고 해서 머뭇 거리며 주위를 살펴봤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용기 내어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헉! 뭐야?”
“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이리로 와봐. 너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옷 좀 벗어봐. 아니다 내가 벗겨 줄께. 일루 와봐”
“윽…………..윽………….”
티를 위로 올리고 등을 보니 거의 피멍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엎드려봐. (동기가 머뭇 거리자) 뭐가 쪽팔려. 보는 사람 아무도 없어. 저게 열이 나며 더 아플꺼야”
“윽…………….윽……………..”
동기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티를 벗긴 후 물을 등 위로 뿌렸습니다. 동기는 연신 신음소리를 내 뿜었습니다.
“윽,,,,,,,,,,,,,헉헉,,,,,,,,,,,,,,음,,,,,,,,,,,,,,”
“아파?”
“아니,,,,,,,윽,,,,,,좀,,,,,,,,윽,,,,,,,,,”
“참아. 조금 있으면 시원해 질꺼야”
저는 등에 물을 뿌리며 제 손으로 등을 문질러 주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쾅’ 하며 문이 하나 열리고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2. 선배 이야기
지겨운 체육대회. 아흑 이제 마지막이니 그래도 후배들이 참석해달라고 애원하니 참석해줘야겠다. 취업 준비 때문에 바쁜 몸이지만, 약간 늦게 과 응원석으로 갔더니 후배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후배 한 녀석이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햇볕 아래 열심히 응원 중이었는데, 또 다른 후배 녀셕이 갑자기 그 놈 등을 후려 친 것이다. 가만 보니 과 내에 손 맛이 아주 매섭기로 정평난 한 여자 후배였다. 그런데 등을 맞은 후배 녀석이 일어서질 못하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갑자기 아랫도리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함을 느꼈다. 어제 먹었던 삼겹살에 소주가 이제 소화가 되면서 내 위를 압박하는 듯 했다. 등짝을 맞은 후배 녀석이 궁금했지만 내 배는 허락하지 않았다. 얼른 화장실로 뛰어 갔다.
화장실에 앉으면 늘 철학자가 되는 나를 발견 한다.
왜 인간은 죽어야만 하는가?
왜 나는 여자가 없는 것일까?
여자가 있는 남자와 비교해 나는 무엇이 부족하며, 자유경쟁시장에서 분명 독과점 형태의 시장구조도 아니고, (비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긴 하지만) 왜곡된 시장이 아님에도 나에게 시장 가격은 형성되지 않을까?
“뿌루루룰룩”
여자가 없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 내 뱃속은 시원스러운 효과음을 내면서 몸 속의 이물질을 배설하기 시작했다. 걸죽한 배설물들이 미끄럼틀 타 듯 쉴새 없이 밑으로 수직 낙하했다. 그런데 문 밖에서 배설물을 끊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음성이 들려왔다.
“헉! 뭐야”
“야,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이리로 와봐. 너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옷 좀 벗어봐. 아니다 내가 벗겨 줄께. 내 앞에 서봐”
“윽…………..윽………….”
순간 옷 벗기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였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낯이 익은 목소리였지만, 내 오장육부는 순간 멈췄고, 나의 귀는 귀뚜라미가 짝짓기 할 때 만큼이나 곤두서기 시작했다.
“엎드려봐. 뭐가 쪽팔려. 보는 사람 아무도 없어. 저게 열이 나며 더 아플꺼야”
“윽…………….윽……………..”
내 상식으로 분명 남녀의 목소리가 뒤 바뀐 것 같았다. 아니다. 여긴 남자 화장실. 여자가 얼마나 적극적이면 남자 화장실로 들어왔을까? 결국 저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주 적극적인 여성이 틀림없을 것이다. 연신 남성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윽,,,,,,,,,,,,,헉헉,,,,,,,,,,,,,,음,,,,,,,,,,,,,,”
“아파?”
“아니,,,,,,,윽,,,,,,좀,,,,,,,,윽,,,,,,,,,”
“참아. 조금 있으면 시원해 질꺼야”
들으면 들을수록 목소리가 낯이 익었다. 문을 살짝 열고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 보니 남자는 엎드려있고 여자는 뒤에서 뭔가 하는 몸짓이었다. 여자 얼굴을 보니 우리과 후배, 즉 손 맛이 무섭기로 소문난 그 아이였다.
나는 순간 화가 났다. 이 신성한 상아탑 화장실 안에서 이 무슨 엽기적인 일인가. 나는 우리과의 모범 적인 선배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얼른 보던 일을 마무리하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3. 크로스
“야 너희들 뭐야!! 이 엽기 옹녀야!!!”
저는 이 순간이 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분명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에서 과 선배가 나온 겁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동기 녀석이었습니다.
“으악!!!!”
동기는 웃통이 벗겨진지도 모르고 바로 화장실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저는 그의 티를 한 손에 들고 멍하니 벌건 손자국을 보이며 줄행랑 치는 동기 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얼른 정신을 차리고 선배에게 얼굴을 돌렸습니다.
“선배 저,,,”
“뭐야!! 넌 엽기 옹녀야!!!”
선배는 저의 어느 말 하나도 듣질 않고 바로 줄행랑 처버렸습니다.
“선배!!!!!!!!!!!!!!!!!!!!!!!!!!!!!!!!!!!”
유난히 뜨거운 학교 화장실에 저의 절규만이 메아리 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날 이후로 ‘엽기 옹녀’ 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습니다.